한국주거복지정책 - 과제와 전망
하성규 외 지음 / 박영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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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하성규 등 공저 <한국 주거복지 정책 : 과제와 전망>을 읽고 / 2012. 08., 504쪽, 박영사

대한민국 헌법 제34조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부인 박근혜 정부와 입법부인 국회, 그리고 사법부인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삶에 필요한 '의,식,주' 뿐만 아니라 교육, 보건, 취업, 환경, 휴식, 그리고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복지'라 함은 바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1987년 6월 항쟁 이후 조금씩 나아지던 국민들의 '인간다운 생활'은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했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2013년 이후에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 즉 주거문제 또는 주거복지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개선되지 않은 채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주거문제, 주거복지는 어떤 면으로 보아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자가보유율은 끝없이 추락하여 2000년대 후반 이후 50대 초반에서 정체되어 있다. 2가구 중 1가구가 여전히 전월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주거빈곤층이 열악한 주거수준이다. 2010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의 전체가구수 중 10%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다. 최저주거기준이란 정부 스스로가 주택법에 명시한 기준이다.
주택의 양적 문제도 남아 있다. 단순히 주택공급율을 보면 100%를 넘지만, 선진외국의 도시들과 비교해보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2010년 기준 인구 1천명당 주택수의 경우 선진국은 대부분 400~500호 수준인데, 한국은 363호이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의 주택공급율은 10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OECD에 가입하고, 일인당 GDP가 2만 달러(년간 2,200만원)가 넘는다고 하지만, 빈곤층의 주거권 확보는 요원한 상황이고 절반 가까운 전월세 가구는 매년 폭등하는 전세금과 월세에 고통받고 있다.
겉만 번지르르한 주택정책은 오히려 약자들을 자신의 주거지에서 내?i고 있다. 도시빈민들이 거주하는 열악한 동네의 재개발 혹은 뉴타운 사업은 그 곳에 오래 거주한 가난한 원주님을 괴롭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새로 지은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에 거주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는 주민들, 특히 세입자들은 ?i겨나가 해당 도시주변이 저렴한 주택을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생색내는 수준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은 수혜대상이 제한적이고 배분적 형평성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사회의 주거문제가 지속적으로 심각한 상태로 몰리는 이유를 알아보고, 주거복지정책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저자들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언론과 학자들에게 있어 주거복지정책의 발상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주거복지정책이 과제와 대안을 제시한다.

제1장과 2장은 주거복지의 개념과 발전과정 등 이론적 논의를 다룬다. 3장은 역대 한국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을 개관하고 4장은 미국과 캐나다의 주거복지정책을, 그리고 5장은 유럽의 주거복지정책을 소개한다.
6장부터 12장까지는 개별 주거복지정책이 주요 이슈를 다룬다. 6장은 한국사회에서 주거복지의 핵심 과제로 등장한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논의, 7장은 노숙자의 주거문제, 8장은 노인주거문제, 9장은 장애인, 10장은 재개발 원주민, 11장은 농어촌 주거빈곤문제, 그리고 12장에서는 지역사회의 주거복지를 다룬다.
그리고 13장에서 한국사회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사회적 배제' 문제를 공공주택단지에서의 사례로 분석한다.

주거복지 프로그램으로서 소비자 지원형 주거복지로 바우처 제도는 14장에서 다루고, 15장은 많은 서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소위 '반값아파트' 논쟁과 연관되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다룬다.
마지막 장인 16장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공공주택정책을 평가하고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이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논의한다.

책에 대한 관심이 있기를 바라며 '목차'와 저자를 소개한다.
제1장 사회적 약자와 주거빈곤- 하성규 
제2장 주거복지: 개념과 발전배경 - 하성규 
제3장 한국의 주거복지정책 - 이성우 · 황재희 
제4장 북미국가의 주거복지정책: 미국, 캐나다 - 전희정 
제5장 유럽국가의 주택 및 주거복지 정책 - 서원석 
제6장 주택에 살지 못하는 주거취약계층 - 서종균 
제7장 노숙인과 주거복지 - 김수현 
제8장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노인주거복지 - 조덕호 
제9장 장애인의 주거복지 - 강미나 
제10장 재개발 원주민과 주거복지 - 김태섭 
제11장 농어촌 주거실채와 주거복지 - 박윤호 · 윤원근 
제12장 사회적 약자의 주거복지와 지역사회 역할 - 임경수 
제13장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적 배제 - 하성규 · 서종녀 
제14장 주택바우처 프로그램 - 박미선 
제15장 주거복지정책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 배문호 
제16장 한국의 공공주택정책 평가와 과제 - 김성연 · 한봉수 

이 책을 통해 한국의 주거문제가 양적, 질적 그리고 정책이슈별로 산적하게 쌓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과정은 역대 정권, 정부가 수없이 남발한 주택공급과 주택문제해결이 '공염불'이자 '공언'임을 또다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동시에 한국사회의 주거문제는 '주거복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어쩌면 '복지'는 수동적이고 시혜적인 개념이며, 오히려 '주거권'이라는 개념이 헌법의 취지에 맞을 수 있다.
한국사회의 주거문제와 주거복지정책에 대해 궁금한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이명박 정부 때까지의 국내 주거관련 각종 정책과 현황, 그리고 논점을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아쉬운 것은 주거문제를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지 못하는 것과 주거복지정책을 정부와 정치권의 복지정책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지 못하는(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과 전월세의 급격한 상승 그리고 자가보유율의 정체와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은 주택공급이나 주거복지정책이 미진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러가지 요인 중 결정적인 것 중 하나는 바로 수출대기업과 금융산업을 위해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고집했고, 주택보유세와 전월세 이자소득세를 제대로 징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1960년대 이후 주택가격의 꾸준한 상승은 단순히 주택공급이 부족해서만은 아니었다. 역대 정권이 자립적이고 균형잡힌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대신 도시와 수출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경제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입, 직접세 감세와 간접세 증세, 금리와 환율정책, 일방적인 재벌육성, 정경유착, 부동산 폭등에 대한 방치와 편승, 저임금과 실업의 만연, 개인주의와 소가족주의의 확산은 주거문제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주거문제에만 국한하여 주거복지정책을 펴는 것은 아무래도 정책의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거 그리고 현재 존재하는 주거복지 관련 정부관료나 정치권 다수의 동향과 구조를 고려할 때, 한참이나 후진 국내 주거복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정부와 정치권에게 맡겨 해결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든다. 즉, 80%가 넘는 일가구 소유자와 절반에 이르는 '집 없는 주권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나서지 않고서는 한동안 개선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직접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소비자단체를 구성하거나 협동조합처럼 조직화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정부나 지자체 그리고 국회를 상대로 법 개정과 주거복지 예산을 요구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필자는 부동산과 주거복지정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 책을 상당히 꼼꼼하게 읽고 요약했으며, 나름대로 분석하고 평가하려 애썼다. 사진이나 도표도 옮겨놓았다. 그리고 그 내용을 개인블로그에 올려 놓았다. 
개인블로그를 읽어보려면 http://blog.daum.net/hy2oxy/8691864를 참고…^^

[인상 깊은 문장]

"그러나 한국의 주거복지정책은 주택가격과 공급중심의 정책으로부터 주거권, 주거복지와 관련된 근본적인 철학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거복지의 선행요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택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해 나가는 주거복지정책으 공고화 과정을 선행하여, 주거권 개념을 정착시키는 과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주거복지의 개념, 정의, 제도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도록 주거권을 현행 법령에 명문화하고,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를 더욱 확장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숙인 정책의 대상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자신의 비용을 내면서 주거를 해결하더라도, 형편이 안 되면 언제든 거리로 나올 수 있는 경우는 정책대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더 나아가 넓은 의미의 주거불안정까지도 노숙인의 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논으ㅢ로 발전하게 된다.
결국 노숙인은 그 사회가 노숙문제를 보는 태도, 정부 정책의 범위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학자들은 이를 경험이나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판단을 요하는 정치적인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금 및 공적부조, 주거급여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상태에서 노인인구의 가파른 증가와 함게 빠른 고령화는 향후 사회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도시와 농촌노인 가구의 주거복지특성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획일적인 주거복지정책보다는 농촌지역은 물리적인 시설 중심으로, 도시지역은 가처분 소득 및 빈곤해결 등 경제적인 정책 중심으로 주거복지정책이 세분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애인 주거복지정책에 대한 장기계획은 주거복지와 사회복지 분야 계획의 내용을 포괄하면서 장애인 주거복지정책에 대한 세부적인 전략을 담을 수 있는 계획이 되어야 함.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의 법적, 제도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장애인 주거복지의 목표와 전략이 중앙부처, 지자체, 장애인 단체 간에 공유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주거취약계층의 주거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비영리단체 및 사회적기업 등 관련 주체 간 협력적 거버넌스 구현을 위한 핵심적인 주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주거복지센터의 역할 정립과 이를 통한 협력체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판단됨. 주거복지센터는 공공영역 전달체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민간영역의 다양한 전문자원 및 인적/물적자원의 적절한 투입을 통해 전문적인 주거복지사업을 수행하고 공공 및 민간영역의 네트워크 구축과 체계적인 운용을 통해 주거복지 전달 체계의 효율성 제고, 효과적인 주거복지서비스 지원 및 주거문제 해소와 발전적인 주거복지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음.”








[ 2014년 11월 0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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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분석 1 : 정치군사 편 - 종미사회를 해부한다 우리사회분석 1
우리사회연구소 엮음 / 615(육일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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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서평] 우리사회연구소 저 <우리사회 분석 1 정치,군사편 : 종미사회를 해부한다 >을 읽고 / 2014. 05., 194쪽, 도서출판 615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 양도하는 것은 군사주권 문제가 아니다.”라고 오늘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국회에 출석하여 주장했다.(한민구 국방장관 “전작권 전환, 군사주권 문제 아냐” @newsvop http://www.vop.co.kr/A00000807785.html)
한 언론인은 이런 장교들에 대해 '식민지 군대'라 비난했는데, 이런 말을 들어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식민지 군대의 '똥별'들 / 김의겸 | Daum 뉴스"http://m.media.daum.net/m/media/newsview/20141026185008981

영토와 주권을 가진 어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 내외의 문제에 대해 독립적, 자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은 인류 역사의 기본적인 상식이자 대한민국 헌법의 규정이다. 그렇다면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요소는 바로 군사주권과 정치외교 주권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군사가 어떻게 미국(미군)에 종속되어 있는지에 대한 책을 찾아보려다 구했다. 국뻥부나 외교부 등 한국정부가 큰소리만 뻥뻥치면서 겉으로만 주권국가인 척하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오늘 국방부 장관의 말이나 어제 “별 문제가 아니다”라는 청와대 대변인이나 여당의 발언은 120년 전 을사늑약과 한일합방을 주장하던 이완용 등 친일파가 생각나게 한다.

저자인 우리사회연구소는 책의 제1부 '정치'편에서 '미국의 노골적인 한국정치 개입 역사', '미국으로 뻗은 정치의 뿌리', '국민을 외면한 정부 정책', '국적을 상실한 정치제도와 기구' 등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정치외교의 주권이 어떻게 종속되어 있는지 그리고 미국이 그동안 한국의 정치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분석한다.
한국전쟁 당시 대통령을 제거하려고 계획했던 미군사령관의 ‘상비작전’, 박정희 일당의 5.16 군사쿠테타와 전두환 일당의 12.12 구테타 그리고 1980년 5월 광주시민에 대한 학살에 개입한 주한미군과 CIA의 정체를 폭로한다.
그리고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이 어떻게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개입해 왔는지, 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어떻게 한국인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게 되어 가는지 등에 대해 파헤친다.

제2부 '군사'편에는 '미국에게 통째로 맡겨진 우리의 국방', '주한미군의 세 가지 특권', '주한미군의 한반도 전략', '미군의 그늘에 가린 국군', '왜곡된 병영문화' 등 5개 장으로 나누어 역시 군사주권의 유린과 그에 따른 폐해를 다루고 있다.
주한미군과 관련한 문제는 군작전권뿐 아니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영토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고,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미군이 주둔한 세계 여러 국가 중 가장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각종 특권을 누리고 전횡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전세계적 군사패권전략이 매년 한미군사합동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에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고, 허황된 정보와 위기감 조성으로 미국 군산복합체의 무기판매장이 되었으며, 군사주권이 없는 국방부와 한국군대가 어떻게 부정부패와 폭력적 군대문화로 망가지고 있는지 파헤치고 있다.

사실 조금만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다 보면 굳이 책으로 ‘주권국가’에 대해 읽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주권국가 아님'이 단순명료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다.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국방부와 여당은 군작전권을 주한미군에게 바치지 못해서 안달해 왔고, 한국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예외 없이 가장 먼저 미국에 ?i아가서 미 대통령을 알현하며, 매년 한미연례협의회나 외교협의회니 하는 꼬락서니가 고려와 조선의 왕이 명나라와 청나라에서 승인(인정)받고 매년 진상품을 잔뜩 마차에 실어 보내던 게 생각나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선 왕조나 일제 친일파들보다 대한민국 정부가 더 사대주의에 쩔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상 깊은 문장]

“1994년의 ‘평시 작전권 환수’도 국민을 기만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미국은 ‘평시 작전권’을 한국에 이양하더라도, 평시 위기관리 권한을 비롯해 작전계획을 수립, 합동훈련 계획 및 실시, 정보관리 등으로 이루어진 64개항의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을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 사령관의 권한으로 남겨둠으로써, 이전과 다름없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였다."

"‘전시’라는 개념은 휴전선 전역에서 총포탄이 쏟아지는 ‘전면전’을 상정한 것이 아니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고도 경계상태인 데프콤 3 상태에만 접어들어도 청와대로부터 한미연합사령부, 즉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자동 인계된다. 문제는 테프콘 상태를 청와대가 아니라 한미연합사령부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한국 정부가 가진 평시 작전통제권도 그 권한이 매우 미약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 합의되었던 ‘전시작전권 환수’도 속을 들여다보면 기만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방부가 발표한 ‘전작권 전환 추진’ 설명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대신, 미국 주도의 ‘연례안보협의회(SCM)’와 ‘한미군사위원회(MC)’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맹군군사협조본부(AMCC)’를 새로 만들어 전략적 측면에서 한미 간 협조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기로 하였다. 또한 군사협조본부 아래에 ‘연합공군사령부’를 만들어 미국 제7공군 사령관의 관할 하에 한국 공군을 두기로 하였다. 이로써 한국 공군을 미국 제7공군의 직속 하위부대로 전락시킨 것이다. 결국 ‘적전통제권’은 상징적으로 환수되지만, 오히려 한국군의 대미 예속은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p.128~129)

[ 2014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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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꽃 백가지 1
김태정 지음 / 현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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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김태정 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꽃 백가지 1>를 읽고 / 2005. 9., 436쪽, 현암사

가끔은 사회학이나 철학, 소설 같은 사람과 관련이 없는 자연에 대한 책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 현란한 문장이 가득한 책보다 눈과 마음이 즐거운 책을 읽는 것이다. '우리 꽃 백가지를 읽으며 공부하는 것은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며, 동시에 자연을 아는 것이었다. 한반도에서만 고유하게 자라는 '특산식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역시 이번에 알았다.
특산식물로는 인삼꽃, 개나리꽃, 지리산괴불, 오동나무꽃, 민민들레꽃, 금마타리꽃, 큰용담꽃, 거문도쑥부쟁이, 바위구절초꽃, 늘메기천담성꽃, 잔대꽃, 솔체꽃, 솜다리꽃 등이 있다.
그리고 한반도와 만주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를 한가지씩 아는 과정은 그대로 한반도와 한국인을 아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소개해주는 내용 때문이다. 꽃의 용도는 결국 사람을 위한 '용도'이고, 꽃에 얽힌 전설은 조상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것이니...

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우리 꽃과 나무를 나 혼자만 알고 지나가는 게 아쉬워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100회에 걸쳐 페이스북에 우리 꽃 백가지를 소개했다. 처음 솜양지꽃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단풍나무꽃까지. 페이스북의 많은 친구들도 우리 꽃과 나무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고 즐거워하였다.  

물론 책 한 번 읽는다고, 꼬박꼬박 사진을 찾아보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고, 책에 보이는 꽃과 나무의 사진을 한두 번 본다고 하여 산과 들에서 꽃이나 나무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철쭉꽃과 진달래꽃을 구분하는 것 하나만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공부를 거듭해야 했다.
'삼천리 금수 강산'의 꽃 하나하나를 쉽게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책과 사진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고 책을 곁에 두다보면 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생기고 잘 알게 되리라 생각해본다.

이 책은 2010년 입적하신 고 법정스님이 추천한 50개의 독후감을 모은 <내가 사랑한 책들>(2010, 문학의숲)에서 알게되었다. 한반도에서 나는 들꽃 백가지를 골라내어 시리즈로 엮은 첫째 권이다. 꽃의 유래, 전설, 분포 지역, 생김새의 특징에서부터 식용방법까지 술술 이야기하듯이 풀어낸 재미가 넘친다.
저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우리 야생화를 찾아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마흔 해 넘게 진행했다. 2005년 현재 '한국야생화연구소' 소장이며, 젊은 시절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이름 모를 약초를 먹고 회복한 것을 계기로 야생화에 몰두했다고 한다.

가끔 기차나 버스를 타고 지방을 돌아디닐 때면 한반도 남단 곳곳에 굴착기와 포크레인 소리가 요란하다. "아스팔트와 콘트리트가 도시를 넘어 시골 곳곳에 깔려 있고, 무슨 올림픽이 국제대회니 아니면 기업도시니 산업단지니 하면서 인간의 이익과 편리를 명분으로 수만 년을 이어온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앞으로도 수만 면, 수십 만년 후손들과 동식물들이 살아야  할 이 곳을. 인간의 탐욕과 폭력으로 이름없는 들꽃들은 밟히고 쓰러진다. 
하지만 그렇게 쓰러지고 사라진 연약한 들꽃들이 한겨울 동토보다 강하고 포크레인보다 숭고한 목숨이다.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백두산 정상에서도 개감체라는 연약한 풀은 단단한 얼음을 뚫고 피어난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섬 독도에서는 기린초, 섬초롱꽃, 섬노루기 등의 식물들이 모진 바람 속에서 흙만 보이면 뿌리를 내린다."

이 땅은 '우리의 땅'이 아니라 '우리 꽃들의 땅'이다. 
"꽃이 없으면 우리의 존재도 사라진다. 꽃은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소도구나 관상용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기반이다. 이 기반이 허물어지면 우리의 삶도 허공꽃이 되고 만다. 꽃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삶의 모습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세상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볼 줄 몰라서 가까ㅏ지 않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세상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마음껏 꽃을 피우는데, 과연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거듭거듭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꽃이나 약초 이야기를 들으면 절친한 후배 한 명이 생각난다. 사람보다 산을 사랑하고 꽃과 약초, 산나물을 좋아하는 후배가. 후배가 산에서 캐오는 나물과 더덕으로 지인들과 오손도손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내년 새봄이 기다려진다.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꽃 백 가지에 대한 소개와 사진이 궁금하신 분은 http://blog.daum.net/hy2oxy/8691769를 참고하세요..^^

[ 2014년 10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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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식민지
김민웅 지음 / 삼인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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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민웅 저 < 보이지 않는 식민지 > 2001년, 294쪽, 삼인

목회자이자 언론인, 국제문제전문가로 알려진 김민웅 교수가 2001년 김대중 정부 집권 3년을 평가하며 출간한 책이다. 김 교수는 현재 성공회대 교수이자 '서울겨레하나'라는 통일운동단체의 대표로 알고 있다.

1997년 말 IMF 금융위기가 어떻게 한국경제를 난도질 했는지,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1998년 금융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김대중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김대중 정부의 경제통상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왜 한국에게는 경제주권이 없다"라는 푸념이 나오는지 공부하기 위해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1998년 미국과 IMF에 의해 신자유주의 정책과 제도가 강제된 지 16년. 한국은 미국 정부와 IMF에 의한 각종 신자유주의적인 정책과 제도를 받아들인 이후에도 한미FTA 체결 등 여러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다.
급기야 한국은 다국적 투기자본의 놀이터이자 미국을 중심으로한 외국자본의 투기장이자 '빨대'로 전락해 있는 상황이다.
IMF 금융위기와 동시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의 경제통상 정책은 과연 적절했는가?

저자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면서 제1장 ‘세계화와 국가의 위기’를 시작한다. 그는 시장경제 자체를 파괴하는 자유시장 시장경제 자체의 문제점을 통해 국가가 자본통제 등 불가피하게 시장을 관리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즉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국가 기능의 무장해제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삶의 터전과 국가경제의 몰락을 가져오고 시장경제 자체의 붕괴까지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회복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는 1990년대에 들어서 사회주의권에 의해 제약되었던 자본주의의 카지노적 성격이 본격적으로 작동했음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사회주의 블럭과 경쟁관계로 인해 감추고 있던 국제 투기자본과 다국적 기업들이 1990년대 후반에 드디어 탐욕스러운 발톱을 드러내었고, 그 직접적인 피해가 한국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금융과 경제를 붕괴 직전까지 몰아붙였으며, 이에 따라  세계 금융 시장까지 동요했음을 주장한다.
결국 국적도 없고 사회 보호도 없고 개인적인 삶도 개의치 않는 자본을 통제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또한 그는 1980년대 중남미에서 그리고 1990년대 말 이후 아시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본질이 미국 정부와 국제 투기 자본의 아시아 경제 침탈임을 지적하며, 미국 정부와 IMF가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취한 각종 정책과 제도적 강요가 중남미와 아시아 각국의 국민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쳤음을 비판한다.
특히 IMF 금융위기시 말레이지아의 마하티르 정부와 한국의 김대중 정부가 IMF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해 취한 정책대응을 비교하면서 종속과 독자적 모델의 갈림길이 나뉘어졌음을 설명한다. 즉, 김대중 정부의 경제학인 DJ노믹스는 "예정된 실패와 위기의 심화"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IMF의 요구와 논리에 따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전면적으로 수용한 한국경제는 결과적으로 세 가지 문제를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첫째, 투기적 국제 금융자본의 지배하에 한국 경제가 종속되는 강도가 심화되어 민족 경제의 자주적 기반이 유실될 지경에 이르렀고, 경제 체질이 카지노적 투기 성향으로 기울었다.
둘째,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이에 의한 사회적 희생이 엄청나게 높아졌고,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적 양극화가 일상화되어 버리고 말았다.
셋째, 막대한 부채 경제에 의존해 온 재벌 소유 구조 개혁 등을 머뭇거림으로써 공적 자금 투입 방식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구가 채무를 비롯, 국민 1인당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IMF 경제위기 이후 3년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정책의 모순과 지속되는 위기는 투기적 국제금융자본의 이해와 국내 대자본의 기득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노동자를 비롯하여 국민 일반의 경제적 여력을 희생시켜 옴으로써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p.17)

저자는 미국 경제의 위기가 어디서 오는지, 그 모순과 전망을 살피면서 미국경제가 투기적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간격으로 인해 이상 착륙 가능성이 있으며 월스트리트와 재무부 그리고 IMF 삼각복합체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실제 그의 지적대로는 아니지만 미국 경제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하여 거대한 위기에 봉착했고,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의 국민경제가 다시 한 번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김민웅 교수는 이 책의 결론 내지 대안, 즉 한국경제의 나아갈 방향으로 '남북공동의 국제 전략'을 제시하며, 그 전략의 핵심으로 자주의 원칙과 민족 공조가 한-미공조의 상위 개념임을 역설한다.

경제학자도 아닌 저자가 국제경제와 김대중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하는 내용은 여느 경제학자 못지 않게 논리적이고 명쾌하기도 하다.
다만, 저자의 분석과 진단 그리고 대안에서 아쉬운 점은 저자가 제시하는 각종 수치와 분석결과, 평가와 대안 제시에 대해 제3자가 검증하고 비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논리적인 주장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즉, 주석이나 인용이 크게 부족한 점이다.

[ 인상적인 문장 ]

○ "신자유주의의 국가론은 바로 이 자본의 사적 공간이 공적 영역을 지배하고 흡수해 버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자본의 운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거부, 배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적대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국가의 회복이란 국가 기능 자체의 강화가 아니라, 자본의 이해에 앞서서 사회적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국가의 기능을 복구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이러한 국가를 건설하고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의 진보적 역량이 성장해야 한다."(p.39)

○ "이들 국제 금융자본은 외환 위기를 이미 겪은 바 있던 중남미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본의 과잉을 처리하기 위해 아시아 경제에 투기성 자본을 그간 대량으로 투입했었고, 이 돈을 손쉽게 받아 쓸 수 있었던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향후 엄청난 외채 부담으로 되어 나갈 이 돈을 미리미리 관리하지 못한 채 방만한 자본 유입을 추구했던 것이다. 자본 출입에 대한 정부의 관리 태만이 낳은 결과였다."(p.67)

○ "현재와 같은 IMF의 정책은 결국 이들 나라에 부실 대출을 한 미국의 대규모 은행들이 보게 될 손해를 미국인들의 세금, 그리고 결국에는 한국 등 IMF 구제금융 수혜국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되는데 이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들의 부실 대출은 그토록 질타하면서도, 채권 은행들의 방만한 대출 행위는 책임 추궁도 없이 도리어 손해 보존을 해주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었다."(p.74)

○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과거 권위주의적 권력에 억압되어 있던 '시장'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매우 단순하고도 구시대적인 역사 논리에 과도하게 사로잡혀, 사실은 그 자체로서 이미 거대한 권력 기구인 세계 자본주의 시장 체제가 발휘하는, 그래서 그 내부에 자기 생존의 논리로 엄존하는 본질적인 야만성과 억압의 가능성에 대처하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해 버린 데서 비롯되는 비극이다. 오늘의 시장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리어 전체 사회의 이익을 고려한 국가 권력의 통제와 관리 대상이 되지 않으면 공동체적 복리르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p.152)

○ "노엄 촘스키는, 이러한 미국의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 북한 등의 국가를 '깡패 국가' 또는 '불량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가하였다. 그는 2000년 8월 [르몽드 디플로마띠끄]에 기고한 글에서 제3세계의 약소국들이 자신의 자주적 주권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을 모두 미국에 대항하는 반역 행위로 평가하고 이들을 그러한 깡패 내지는 불량 국가으 범주에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이 기초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식과 그 결과는 북한의 자주적 권리를 훼손하고 미국에게 굴복할 것을 요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느 말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미국 내 냉전 세력들이 남북간 화해를 방해하고 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반도 전체의 운명을 미국의 패권적 질서 안에 편입시키려고 한다는 점에 있음을 재삼 확인하게 된다."(p.225)

○ "우리에게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극복은 한 마디로 압축해서 보자면 일차적으로 미국의 패권적 지배로부터 놓여나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가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식민지적 지배하에 있다"는 엄연한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는 작업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극복은 그 인식의 불철저함으로 말미암아 미국과 우리 사이에 위계 질서적으로 구조화된 힘의 관계를 해결하지 못한 채 타율적으로 끌려 가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p.265)


[ 2014년 10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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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여름휴가 - 내가 본 북조선
유미리 지음, 이영화 옮김 / 615(육일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추천 [서평] 유미리 저 <평양 여름휴가 : 내가 본 북조선> - 

지난 8월 14일 여도에서 진행된 광복 69주년 815 평화통일한마당에 참석했을 때 구한 책이다. 예전에 신문 어디선가 연재를 읽은 기억이 떠올라 기행문 전체를 다시 읽고 싶어서…ㅎ

유미리 작가는 일본에서 재일동포로 태어나 힘들게 자랐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남편과 사별하고 대인공포증 같은 것도 있어 힘들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 결과 정신질환도 앓았고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전력도 있었다. 그나마 글을 쓰면서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자신 정실진환을 극복하는 중이었다. 글을 쓰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걸 보니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작가는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하여 그곳에서 자신의 조국과 동포를 만나고 느끼면서 자신의 정신질환을 극복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음을 책 안 곳곳에서 밝힌다.

우리들은 일본에서 조선인 또는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데, 힘든 이유 중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것도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일본사회는 특이한 천황제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상존하고 섬나라의 일부 폐쇄성 극우 반공적 정서의 소유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남북한 전체에 대하여 식민지 시대의 차별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고, 작가는 증언한다.
그런 일본인들로부터 작가 유미리씨는 평생 수시로 갖은 협박과 야유와 멸시와 비난을 당했기에 ‘조국’이란 술어가 주는 느낌은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작가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면서도 실감하지 못했던 핏줄의 의미, 그 ‘마음이 조국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자각하는 과정이 감동적이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작가는 2008년 10월과 2010년 4월 그리고 2010년 8월에 북한을 방문했다.
작가가 첫 번째로 방문하던 2008년 4월은 국제 정세가 유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어머니와 남동생에게는 방북을 알리지 않은 채 아홉 살이 된 아들을 맡게 된 동거인에게만 알렸다. ‘만약의 사태’까지 논의할 정도였다 한다. 체재기간은 열흘이었다. 
책의 제1장은 첫 번째 방북기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특히 북한의 현대사를 일별할 수 있도록 중요한 관광지를 두루 돌며 한국전쟁 이후의 북한주민 생활사와 역사의식이 소박하고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다. 북한에 웬만큼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다 아는 내용들이지만 그런 사실을 재일 동포 인기 여류작가의 시선으로 재확인한다는 점이 다르게 새삼 느껴진다.
작가는 열흘이 다가올수록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할 생각이 없고 더욱 알고 싶기에 재방북을 결심한다. 그 이유는 “나에게 있어서, 이 나라는 내 조국이니까.”

첫 번째 방문에서 작가는 방북 목적을 ‘조국 방문’이라고 썼다. 작가는 자신의 국적은 한국인데 방문 목적을 ‘조국 방문’이라 한 이유에 대해 간략하게 자신의 가족사를 설명한다.
“왜냐하면 조부가 일본으로 건너왔던 그때 조선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지 않았고, 장거리 주자로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던 조부가 달리는 걸 그만 두고 조국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사건(해방 후 조부는 공산주의자 혐의를 뒤집어쓰고 투옥됐다. 인민군이 남하하면 투옥되었던 사람들이 인민군에 가담할 게 뻔하다며, 유치장을 통째로 불태우려고 가솔린을 뿌리고 수류탄으로 폭파하려 했으나 조부는 그 직전에 탈옥했다.-한국전쟁 초기에 이승만 정권의 교도소 학살 사건을 말하는 듯..- 조부의 남동생도 남로당 청년조직인 민주애국청년동맹의 간부가 되어, 장거리 주자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있을 때 남한 군인들에게 사살당했다.)을 생각했을 때, 조부의 남동생이 죽임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형제가 모두 북으로 갔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p.14)

2010년 4월 작가는 북한을 두 번째로 방문했다. 평양마라톤대회와 태양절(4.15) 기간에 맞추었다. 두 번째 방문을 다룬 제3장에서 인상 깊게 남은 대목은 재인 한국인과 재일 조선인들의 일본으로의 귀화 상황과 작가의 입장이었다.
"1980년대부터 연간 5천 명 정도로 추이하고 있던 일본 귀화자 수는, 서울 올림픽ㅇ이 개최된 1988년을 계기로 7,8천 명으로 급증했고, 납치문제가 크게 보도된 2003년에는 11,778명으로 절정에 달했다. 나 자신은 귀화를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일본에서 받는 ‘부자유’, ‘불편함’,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귀화할 수는 없다. ‘부자유’, ‘불편함’, ‘불평등’ 입장을 계속 강요당하는 한, 일본은 내게 있어 ‘고향’이 아닌 ‘태어난 토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p.93)
이 문장을 읽으면서 한반도 남단에서 친일파 후예들이 설치고 군사독재정권의 후예들이 온국민을 부자유스럽고, 불편하고, 불평등하게 만드는 한국을 고향이 아닌 ‘태어난 토지’로 생각하도록 강요하여 작가와 같은 ‘유랑민’을 늘리지 않나 싶다.

2010년 8월 작가는 아들과 함께 세 번째로 북한을 방문한다. 그녀는 아들에게 대동강변, 모란봉, 을밀대, 백두산, 개선문, 아리랑공연, 푸에블로호 전시관, 판문점 등을 함께 다니고 경험하도록 한다. 아들을 북한에 데리고 간 이유에 대해 작가는 “최초로 조선을 방문하고 나서부터 2년간, 나는 아들과 손을 잡고 대동강 강변을 걷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것은, 혈육을 나눈 아들에게 조국의 역사를 알려주고 싶은 엄마로서의 마음이기도 했지만, 나와 아들의 개인사를 조국에 대면시키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 말한다.

작가는 북한의 현실적인 여러 정황에 대하여 구태여 이해하고자 하지 않은 채 그냥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사실 그대로를 르포화 한다. 독자들이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하기 보다는 일본사회에서 자란 자유주의자답게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그대로 담아낸다. 이런 점이 오늘의 북한 상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국가보안법’이 상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적이 아닌 적이 북한이요, 한 핏줄이라는 큰 깨달음으로 그의 아들에게까지 모국을 일깨워준 작가에게 존경을 보낸다.

“서울에서 판문점과 개성을 가보았던 그가 다시 평양에 가보고, 그 두 가지 체험 속에서 진정한 조국과 민족이 무엇인가 깨달아가는 모습은, 아직도 미지수이지만 현재 보다 ‘미래’에 속해 있는 젊은이들에게 참다운 민족적 화두 모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문병란 후기)

[ 2014년 10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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