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론의 재구성 - 성찰과 대안 모색
강현수 외 지음 / 사회평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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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강현수 외 8인 저 < 지역균형발전론의 재구성 : 성찰과 대안 모색>을 읽고 / 2013. 05., 385쪽, 사회평론

지역(패권)주의와 지역불균형 발전의 이유와 해결방안에 대해 공부하는 중에 소개받아 읽게 된 책이다.
작년 강준만 교수의 <전라도 죽이기>와 <대한민국입시잔혹사> 등을 읽고 지역불균형과 수도권 집중과 곤련하여 경제수치와 역대 정권의 정책 그리고 정책대안이 궁금했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안타까운 점은, 지역(패권)주의나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하여 학계에 관련 연구 논문은 많은 지 모르겠지만, 실제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시중에 출판된 서적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몇 개 출판된 서적 중에는 강준만 교수의 책이 가장 많은 편이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강준만 교수의 저서 <전라도 죽이기>의 경우 출간 당시 폭발적인 인기와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도서관에 거의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고서적을 찾기도 어려웠다.(저도 <전라도 죽이기>를 공식가격보다 2.5배 주고 인터넷에서 주문한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이 정책과제가 되는 현실은 실제로 국내 각 지역의 발전이 불균형하게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1960년대 산업화 과정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농촌과 도시 간, 중소도시와 대도시 간, 경부축 지역과 나머지 지역 간, 서울과 나머지 지방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경제·사회·문화적 격차가 발생하였고, 이러한 격차로 인해 차별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지방에서 서울로, 그리고 서울이 포화가 되자 그 주변 수도권으로 이주하였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 가량이 도시에, 그리고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또한 전체 인구의 약 20%가 수도 서울 한 도시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도시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화 현상은 산업화가 성숙된 다른 선진 국가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한 지역에만 집중하는 일극 집중 현상은, 도시 국가도 아닌 우리나라 정도의 국토 면적을 가진 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특수한 현상이다.
너무 지나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하여, 그리고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가의 의무인 국토 균형개발과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하여 역대 정부는 그동안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의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 정책을 펼쳐왔으며, 낙후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재정 투자를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도권 집중은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농촌을 포함한 낙후지역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이 거의 대부분 떠나고 노령층만 남아서 미래의 희망이 없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소도시 역시 수도권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도시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면 낙후지역 주민들의 삶의 기회 박탈과 소외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지역 간 갈등을 유발시켜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발전지역의 성장만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일극의 성장만으로 국가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것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 과정에서 정계와 재계 그리고 권력층에서 일부 지역출신들의 특정 지역 편애와 홀대가 노골적으로 또는 암암리에 추진되어 왔음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지역패권주의'와 '지역차별'이라는 용어가 한국현대사를 특징짓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그리고 비수도권 내에서 경부축과 비경부축 격차는 역대 정권이, 특히 박정희 정권 이후 수십 년 동안 집권세력이 국가정책과 국토이용을 합리적,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보다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해왔기 때문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IMF 이후 한국사회는 지역간 불균형의 문제점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그리고 지역 중심도시와 비중심도시간의 격차가 더 커져버렸다. '서울공화국'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이 지방을 지배해버리는 이중적인 불균형이 발생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그동안 별 실효성이 없었던 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하고, 세계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에 더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지역정책으로부터 촉발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균형발전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 있다. 즉, ‘균형’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다. 균형발전을 경제학적 균형으로 보는 논자들은 균형발전이 불가능한 목표이며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고 본다. 반면 균형발전론자들은 균형발전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입법, 행정, 사법부가 견제를 통한 ‘균형’을 이루듯이 각 지역이 각자의 역사, 문화, 산업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밖에 균형발전 당위성을 둘러싼 논쟁,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있으나 근본적으로 균형발전을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논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설사 균형발전의 필요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간 선후문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간 단위 설정 문제, 다핵형 국토 공간구조 전략의 실효성 문제, 지방분권에서의 행정구역 개편 문제, 지역균형발전에서의 수도권의 역할 문제, 지역 내생적 발전전략의 유효성 문제 등 많은 논쟁거리가 산적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지역균형발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기획되었다. 
우선 역대 정부의 정책을 돌아보고 평가하는데, 이른바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에 기댄 지역 정책을 비판한다. 이 기조는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낙수 효과”는 미미했고, 지역 불균형은 심화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지역의 균형적 발전이 국가 발전의 원천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책의 실행 부분에서는 그간의 중앙집권적 방식이 갖는 한계를 지적한 후, 각 지역이 권한과 재원을 이양 받아 지역 발전을 주도하는 지역분권적 방식을 강조한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분야별 정책 방향을 두루 고찰하고 있다. 

1장 '우리나라 지역 불균형의 전개과정과 실태'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경부축과 비경부축 간의 불균형을 조사하여 공식 통계에서 잘 포착되지 않는 질적인 불균형, 즉 권력, 기회, 자산의 불균형이 더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2장 '지역 간 경제적 격차의 실상과 원인'에서는 박정희 정권 이후 정치적 동원기제로 지역을 활용함으로써 벌어졌으며, 소득과 고용을 중심으로 지역 간 경제적 측면의 격차를 자세히 분석한다. 특히 경제적 측면의 지역 간 격차가 2000년대 이후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대기업 주도의 수출주도형 산업화의 경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3장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과 쟁점들'에서는 지금까지 전개되어 온 균형발전의 당위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한 후, 지역균형발전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느 가치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이나 사회적 통합성 측면에서 필요한 과제라고 결론을 내린다. 아울러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선후 관계, 균형발전을 위한 공간적 단위, 다핵형 국토 공간구조 전략의 실효성, 행정구역 개편, 수도권의 역할 및 수도권 집적경제 허용 범위, 내생적 발전전략의 유효성 들에 대해 검토한다.
4장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 미완의 도전'에서는 역대 정부의 지역균혀발전 정책을 개관하고, 참여정부가 수행했던 균형발전 정책의 기조와 방향, 신행정수도 및 혁신도시 건설 정책을 위시해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몇 가지 핵심 정책들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다. 위상으로서의 장점은 있되, 실질적 성과는 크게 부족했다는 평가다. '원래 목적했던 바를 달성하지 못한 미완의 도전'이라 할 수 있다.
5장 '이명박 정부의 지역 정책: 균형발전 정책의 퇴보'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지역 정책을 광역경제권 정책 및 4대강 사업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균형발전 정책의 퇴보라 할 수 있다.
6장 '새로운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의 방향과 과제'에서는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정부 주도로, 지역 간 결쟁과 갈등에서 지역 간 상생과 협력으로, 부문별 분산적 접근에서 장소에 기반한 통합적 접근으로 균형발전 정책의 기조가 전환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7장에서 14장까지는 각 분야별로 기존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비판 제기 및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7장 '지역 산업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그동안 지역 산업 정책이 너무 기술 공급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과 각 지역이 수동적 역할에 머물렀음을 비판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대안으로 광역경제권이 지역에 적합한 산업 전략을 수립하는 거버넌스 단위가 되어야 하며, 광역경제권 내 고등교육기관, 정부 출연연구소가 지역 산업에 필요한 지식의 창출과 공급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8장 '지역 과학기술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기존에 구축된 지역의 기술혁신 인프라와 역량을 토대로 지역 기업들에게 핵심 기술력을 제공하여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9장 '지역개발 및 지역재생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수행되고 있는 대규모 개발 사업의 한계를 비판하고, 저성장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 환경에 맞는 대안적 개발사업 방식들을 제안한다.
10장 '내발적 지역발전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지금까지의 주된 지역 발전 전략이었던 외부 자원에 의존하는 외생적 발전 전략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지역 내 자산들을 이용한 지속가능한 내발적 발전 전략을 제안한다. 
11장 '낙후지역 발전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역대 정부가 시행해 왔던 낙후지역 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낙후지역 정책의 방향이 종래와 같은 인프라 위주의 정책 대신 지역 주민의 행복과 지결되는 소득과 일자리 창출 및 생활안전망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12장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 정책 방향과 과제'에서는 심각한 수도권 집중 상황 속에서 수도권 문제를 수도권 내부의 문제로 보기보다 지역균형발전과 연계하여 보아야 함을 강조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합의에 바탕을 둔 상생 정책들을 제시한다.
13장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재정지원제도 방향과 과제에서는 낙후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재정 지원 전략 마련과 함께, 중앙-지방 간 재정관계의 재정립, 지방세입의 확충을 통한 재정 분권의 확대, 광역-지역 발전특별회계의 구조개편 등을 제안한다.
14장 '지역균형발전 추진체계 및 거버넌스의 형성'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발전정책 컨트롤 타워의 강화와 현재의 시도를 공간계획의 핵심적인 단위로 전환시키는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지금과 같은 중앙집권적인 추진체계가 아니라 지방분권적 지역발전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추진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필자들은 지금까지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를 중앙집권적 방식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지역 발전을 위한 권한과 재원을 중앙정부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지역은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사업 및 예산 지원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이 결과 중앙정부의 지역 발전 사업 선정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과 지역주의 발생, 여기에 편승한 정치권의 무분별한 대규모 국책사업 남발, 이로 인한 지역 사업의 성과 부진과 예산 낭비, 지방정부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지향해야 할 새로운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권한과 재원을 이양 받은 각 지역이 스스로의 책임하에 지역 발전을 주도하는 지방분권적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저자들의 정책대안이 실현되면 수도권 집중과 지역간 격차가 해소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전에 나서는 문제는 현재의 정치권이나 행정관료들의 의식이나 행태를 볼 때, 저자들의 정책대안이 제대로 집행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생각할 때 왜 지역균형발전이 절실한지 밝히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쟁점을 정리하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연구, 검토할 만한 정책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지역차별이나 균형발전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2014년 9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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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현종 옮김 / 물병자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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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 저, 정현종 역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읽고 / 2002. 4., 196쪽, 물병자리

법정스님의 추천 도서 서른 다섯 번째인 이 책은 '세계적인 현대사상가'로 알려진 자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저서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세기에 가장 훌륭한 철학가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간주되는 명상가이자 인도철학자"라고 출판사가 소개한 크리슈나무르티. 그는 권위자로서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정(assumptions)을 의심하며 삶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관찰자로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출판사는 그가 이룬 업적은 실로 대단하며, "그는 60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였다. 그동안 그가 사용한 단어는 약 억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죽은 해인 1986년 크리슈나무르티 재단은 그의 강연 내용을 전 세계에 내놓았다. 그의 연설과 대화 내용은 60여 권이 넘는 책으로 출간되었고, 세계 다른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로 소개한다.
"과연 그럴까?"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문제제기는 '첫 번째 이야기'의 요점인 "오랜 세월 우리는 선생들에 의해, 권위자들에 의해, 책과 성인들에 의해 마치 숟가락으로 떠먹여지듯 양육되었다. 우리 안에는 아무 것도 새로운 것이 없다. 독창적이고도 원래 모습 그대로인, 그리고 명징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라 할 수 있으며, 그는 열 여섯 가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독자) 여러분은 어떤 기관이나 신념, 교리, 성직자, 제례를 통해서, 철학적 지식이나 심리학적 기술을 통해서 진리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관계의 거울 속에서, 지적인 분석이나 자기반성적 해체가 아닌 오직 관찰을 통해서 진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라 할 수 있다.

책을 읽은 소감은, 크리슈나무르티의 유명세에 비해 문장과 논리가 관념적으로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해, 기쁨과 쾌락, 공포, 자유, 폭력, 관계, 시간, 사랑, 생각, 명상, 혁명에 대해 '관찰'을 통해 진정한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의 의견을 전개하지만, 그의 의견을 쉽사리 공감하거나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그가 주장하는 근본적인 성찰 방식을 따르게 되면 그의 책과 그의 주장마저도 나에게는 '권위자의 지식'에 불과해버리기 때문이었다.

또한 크리슈나무르티의 최초 문제제기에서부터 나는 문제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수십만 년전 인간종이 탄생한 이래 인류 역사가 계속되어 오는 동안, 인류의 지식과 지혜는 꾸준히 쌓여 왔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지목하는 선생들, 권위자들, 책들, 성인들 그리고 크리슈나무르티까지도 지난 인류의 진화사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그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글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문장 속의 단어와 개념과 관점을 받아들이면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즉, 지난 인류 역사의 '지식의 창고'를 우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는 선조들의 지식과 지혜를 답습하고, 그것들에 의해 양육될 것이냐 아니면 과거의 지식과 지혜를 토대로 현실에 바탕을 두고 새롭게 연구하고 발견하고 개발하고 개선하고 혁신하고 창조할 것이냐를 두고 끊임 없는 선택과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크리슈나무르티의 주장에서 공감하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은 "인간은 관계의 거울 속에서, 오직 관찰을 통해서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권위와 전통에 얽매이기 쉽거나 당장 얽매여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의 책을 통해 선입관이나 의존성을 탈피하고 자신만의 관점과 논리를 갖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 중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은 "지적인 분석이나 자기반성적 해체"를 부정하는 그의 지적 논리의 전개방식이다.  지적인 분석이나 자기반성적 해체는 기존 선생이나 권위자, 종교나 이데올로기에 몰입되지 않는 이상, 개인의 지적인 도약이나 정반합의 변증법 모델 통해 진리를 찾거나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관찰을 통해서 진리를 찾을 수 있다"는 문장에서, 관찰을 통해 개념이나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축적된 정보와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다만, 남의 주장이나 이론을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적인 관점을 통해 재해석해내는 능력이 필요할 뿐이다.

이 한 권을 읽고 내가 크리슈나무르티의 사상이나 철학을 전부 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책만 읽었을 때에는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나누어질 뿐이다.
기회가 되어 크리슈나무르티의 다른 책을 읽게 되면 이 책과 더불어 그의 사상과 주장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 1895. 5. 12 ~ 1986. 2. 17)는 1895년 인도 남동부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철인(哲人)으로서 인도 마다나팔레의 브라만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떠한 계급, 국적, 종교 그리고 전통에도 얽매이지 말라고 말하며, 학습된 정신이 가져온 파괴적 한계로부터 인류를 완벽히 자유롭게 해방시키고자 했다. 죽을 때까지 6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강연을 했다.
그가 영구적으로 머물렀던 주거지는 없었지만, 주로 캘리포니아의 오하이(Ojai), 잉글랜드의 브록우드 파크(brockwood park) 그리고 인도의 첸나이(Chennai)에 머물렀다. 그는 일상에서 자신이 바라보고 느끼는 예민한 인식을 통해 스스로 변화해야 하며, 이는 관계의 거울을 통해 관찰될 수 있다고 말한다.

1910년 크리슈나무르티는 인도의 한 해변에서 신지학자들에게 발견된다. 그때 그의 나이 겨우 열세 살이었다. 당시 신지학협회 대표였던 애니 베산트(Annie Besant)는 그와 그의 동생을 영국으로 데려가 교육했다.
그 이후로 크리슈나무르티는 "세계의 스승(World Teacher)"이라는 궤도에 오르지만, 돌연 방향을 바꾼다. 1929년 그의 나이 서른두 살이 되던 해, 그는 네덜란드(Holland)에서 열린 거대한 유럽 신지론자 연중모임에서 ‘세계의 스승’으로서 어떠한 공식적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며, 신지학 수장으로서 사임한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모든 종교적 관념과 종교적(spiritual) 단체와의 관계도 끊어버린다.
그의 핵심 가르침은 "진리는 길이 없는 곳(Truth Is A Pathless Land)"이라는 그의 연설문에 잘 나와 있다. "(출판사 소개글)

[ 2014년 9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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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소수자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11
인권운동사랑방 엮음 / 오월의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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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권운동사랑방 저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 2013. 4., 278쪽, 오월의봄

대한민국 헌법은 제11조 ①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을 통해 원칙적이고 근본적으로 주권자들 개개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평등함을 선언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본인이 차별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주권자 중 10%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사상적, 이념적, 정치적, 양심적 자유는 국가보안법과 종북몰이로 인해 근본적으로 침해받고 있으며, 정부의 재벌 대기업 기득권 위주의 경제정책과 황금만능주의 사회문화는 비정규직, 노인과 여성, 저소득층, 농민, 중소 상공인, 청년과 학생, 어린이 등에 대해 구조적인 경제적 차별을 당하고 있다. 사회문화적 차별 역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대해 광범위하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별'은 현재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겪는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설명하는 하나의 담론이다. 하지만 "누구를 차별하고 있다" 혹은 "누구에게 차별받고 있다"와 같은 표현은 흔하게 사용되지만, 그 차별의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충분히 합의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들은 인격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닌 인간적인 멸시나 모멸의 경험을 차별로 인식하고 있을까? 설사 차별로 인식된다 하더라도 "마음 약한 놈"이나 "여린 놈" 또는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식으로 매우 가볍게 치부되기 쉽지 않을까? 

인권운동사랑방은 차별이 "관계, 즉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개인과 사회(혹은 다수 집단)와의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즉 사회화된 인간이라면 자신의 다양한 삶의 조건으로 인해서 일상생활 속에서 흔하게 겪게 되는 사회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일상생활 그리고 삶의 맥락 속에서 받고 있는 이야기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호명되기를 거부하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라 말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어떤 말로도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오히려 그 어느 말로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장 승민의 이야기는 한 비혼모가 자기와 같이 수업을 듣는 동료 학생들에게 특강 형식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인공 승민은 가장 힘든 것이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이는 이른바 정상가족에게는 어떠한 결핍도 없냐고 되묻는다. 
2장 희수의 이야기는 트랜스젠더로 사법부에 성별변경을 호소하는 탄원서다. 희수는 자신의 신분증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트랜스젠더들에게 ‘성별주체성장애’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에 대해 자신은 한 번도 주체성을 잃은 적이 없다며 자신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성별을 정정해줄 것을 호소한다. 
3장 수민의 이야기는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베트남에서 결혼이주를 한 수민은 한국인 남편과 이혼하고 베트남에서 모셔온 베트남 국적의 엄마와 한국 국적인 딸, 이렇게 다국적 가족을 구성하여 행복한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 

반면 5장 타파의 이야기는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들어와 가정도 꾸렸지만 결국 공장에서 일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타파를 기억하는 활동가의 회상으로 겉으로만 화려한 다문화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드러내고 있다. 
4장 정현의 이야기와 8장 서윤의 이야기는 자신의 성정체성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생애주기에 따른 ‘키스’라는 성애적 경험과 ‘신공’(신촌공원)이라는 공간을 통해 성소수자 청소년의 성장사를 들려주고 있다면, 
6장 이숙의 이야기는 장애를 가진 청소년이 어떻게 세상과 사회에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타협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7장 민우의 이야기는 흔히 에이즈라고 불려지는 ‘HIV 감염인’이 목소리를 통해 감염인들의 인권을 위해 차별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들려주며 9장 영석의 이야기는 청소노동자인 명희와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영석, 그리고 청년실업 상태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영은, 세 명을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소설 형식으로 삶의 현장, 일터와 삶터에서 만나게 되는 차별의 문제를 짚고 있다. 

이렇게 재현된 각각의 이야기마다 반차별운동을 함께 모색하고 실천해온 활동가들의 글을 한 편씩 덧붙였다. 장애, 퀴어, 이주, 성별정체성, 반성매매, 노동 등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이들의 글은 차별이 한국사회의 어떠한 맥락 속에서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며, 한 개인이 가진 여러 정체성 중에서 하나의 정체성에 갇힌 차별이 아니라 중첩되고 교차하는 정체성 가운데 차별이 놓인 자리를 짚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마지막에 실린 남은 이야기 ‘일터에서, 우리는 어떻게 만날까’와 ‘반차별운동은 정체성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는 한국사회 반차별운동이 어떤 고민을 중심으로 차별 문제를 대해 왔는가와 함께 앞으로 반차별운동이 풀어가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책은 '평범한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연이어 소수자들과 인터뷰한 인권운동사랑방의 활동가들의 느낌과 생각도 함께 들려 준다. 내가 그들의 느낌을 십분 공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활동가들의 의견이나 주장이 어려운 학문 용어나 개념을 자주 사용하고 있고 접근하기 어려운 이론이나 논리를 내세우는 경우가 종종 담겨 있어 재미 있던 책이 중간 중간 딱딱해지고 마는 것이 흠이다. 반차별운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않는 현실에 활동가들의 운동 태도나 언어 사용에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 보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
2007년 참여정부가 내놓은 차별금지법은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는 차별금지 사유에 적시된 ‘성적 지향’이었고, 이를 삭제하라며 열린 집회에서 등장한 저 문구는 반차별운동 활동가들을 당혹하게 했다. 
어떤 사람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의 성별정체성 때문에 차별받거나 고통 받아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는 ‘동성애 차별금지 = 동성애 조장 = 남자 며느리’라는 등식을 통해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반인륜적, 반사회적 주장으로 내몰렸다. 결국 참여정부는 차별금지법에서 성적 지향을 비롯해 출신 국가, 가족 형태, 범죄 경력, 학력과 병력 등 7개 항을 슬그머니 지워버렸고 그럼에도 차별금지법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7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2013년, 차별금지법과 성적 지향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2007년 그 사건 이후 반차별운동 활동가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많은 언론들은 차별금지법에서 제외된 항목들에 해당하는 차별 피해 사례를 알려달라고 했다. 마치 그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듯이 누가 미혼모라는 이유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전과자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주문 앞에서 반차별운동 활동가들은 차별 당사자, 소수자를 직접 만날 필요를 절감했고 2011년 인권운동사랑방의 ‘변두리스토리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문 인터뷰어나 생애구술 작업을 업으로 삼는 학자가 아닌 활동가들이었기에 작업은 서툴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보고서를 계획했다. 차별의 다양하고 생생한 양상을 드러내고 차별이 이러저러한 문제를 낳으니 “우리 함께 차별에 맞서 싸우자”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보고서. 하지만 인터뷰 녹취를 풀고 함께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들은 이야기를 다른 이야기의 형식으로 전하고 싶어졌다.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들, 대중매체에 흔히 등장하는 전형적인 피해자의 사례나 사건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들이 느꼈던 설렘과 먹먹함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보고자 했던 것이다."(인권운동사랑방)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인권단체와 인권운동가들과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그리고 일부 보수정당의 정치인들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즉, "차별금지법은 과연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
차별금지법 제정운동, 그리고 반차별운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차별에 대한 법적인 구제 장치를 만드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진정으로 한국사회에서 차별이 없어지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그 첫 출발로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를 수신하고 전송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종종 비혼모, 트랜스젠더, 레즈비언과 게이, 이주자, 청소년과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차별했다는 걸 깨달았다..ㅜ

[ 2014년 9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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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콤플렉스 - 광기가 남긴 아홉개의 초상
강준만 외 / 삼인 / 1997년 6월
평점 :
절판


추천 [서평] 강준만 등 9인 공저 <레드 콤플렉스 : 광기가 남긴 아홉 개의 초상>을 읽고 / 1997. 6., 312쪽, 삼인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97년, 강준만 교수와 김교만, 김민웅, 김삼웅, 김진아, 문부식, 손석춘, 최종욱, 황광수의 글이 묶여 발간된 책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레드 콤플렉스'에 대해 비판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레드 콤플렉스`를 전파하고 그 피해를 당하는지를 철저히 파헤쳤다. 1990년대 말까지 대표적인 레드 콤플렉스의 전파자와 그 피해자 9명을 집중 조명했다. 아홉 명은 박홍, 이문열, 김영삼 등 가해자라 할 수 있는 3명과 한완상, 김대중, 리영희, 조정래, 윤이상, 서준식 등 피해자라 할 수 있는 6명이다.


이 책이 다른 사회과학서나 인물평전과 다른 것은 `이념` 자체를 파고들기 보다는 사회병리현상의 하나인 레드 콤플렉스가 우리들 내면에 얼마나 깊숙이 감염돼 있는지를 다뤘다는 점이다.

레드 콤플렉스는 독재집단에게는`정치적 자산`과 같다. 그러나 민족, 국가차원에서 볼 때는 암과 같은 존재라고 저자들은 진단해 내고 있다. 또 레드 콤플렉스는 오히려 국가 안보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총론 "왜 레드 콤플렉스가 문제인가"에서 언론인 손석춘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친일파 언론으로 출발하여 해방 이후 생존본능으로 시작했다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적색 공포증 조장에 앞장선 한국언론을 고발한다.


본문에 들어가면 가해자 3명과 피해자 6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가해자 3명은 모두 한때는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개인적 탐욕과 헛된 보복심으로 레드 콥플렉스의 가해자가 된 사람들이다.

"박홍 : 역사를 상대로 도박을 한 사제"에서 김진아는 1991년 폭압적인 노태우 정권 아래 민주투사들의 헌신을 "죽음을 사주하는 어둠의 세력" 등으로 몰아댔던 한때의 '민주총장 박홍'의 빨갱이 사냥을 통해 그 화려한 변식을 고발한다. 그는 극우언론이 만든 ‘연예인”이었으며, 권력의 속성을 빠르게 익히고 구사한 인물이었다.

"이문열 : 시대와의 불화"에서 최종옥은 이문열이 역사에 대해 개인적 보복을 가한 인물로 묘사한다.  그는 남로당 고위 간부였던 아버지의 월북으로 인하여 가정이 몰락하고 ‘빨갱이 가족’으로 지목되어 뿔뿔이 흩어져 해체되는 어려움을 겪은 유년기로 인하여 정치 문제는 본능적인 공포였기 때문에 스스로 허무주의자로 변호했다. 하지만 최종욱은 그가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보수주의자이면서도 수상쩍은 이론을 이용하여 자신을 어느 한쪽에도 기울지 않은 가장 중립적인 인사인 체하는, 대단히 자기 변명에 능란하고 영리한 지식인"이라고 규정한다.

"김영삼 : 고난의 시대에서 배반의 시대로"에서 김민웅은 김영삼의 좌절과 출로를 통해 그가 '우리의 자화상'임을 말한다. 김영삼은 권력욕이 가득하며 레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당 정치인이 언제든지 변절할 수 있다는 산 교훈이라 할 수 있다.


피해자 6명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한완상 : 냉전의 덫에 걸린 자유주의자의 꿈"에서 김교만은 통일 총리 한완상의 예견된 좌절을 겪는 과정을 다룬다. 한완상은 동서냉전이 해체되는 시기에 등장한 김영삼 문민정권의 등장에 힘입어 통일부총리로서 의욕적으로 남북화해를 시도했지만, 냉전 해체와 문민정권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 공안세력의 ‘한완상 죽이기’와 북미간 핵갈등의 소용돌이를 해쳐나오지 못함으로써 좌절했다.

"김대중 : 김대중 죽이기는 끝나지 않았다"에서 김삼웅은 60년대 이후 김대중을 둘러싼 광기의 정치사를 보여준다. 친일파 반공극우주의자인 박정희와 친일파 언론은 부정부패와 권력찬탈을 위해 김대중에게 레드 콤플렉스를 덧칠해 수십년간 마녀사냥을 했다. 김대중은 1997년 합법적 선거로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그리고 죽은 뒤에도 여전히 친일파들이 씌운 '빨갱이, 간첩'이라는 색깔에서 온전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리영희 :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강준만은 리영희의 진실을 위한 투쟁을 말해준다. 한평생을 ‘오로지 진실’을 위해 싸운 리영희에게 공안세력과 극우언론은 새깔 칠하기에 광분했다. 그러나 리영희는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진실에 근거하여 오직 진실만을 추구한 저널리스트로 기억한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재량을 지니는 자율적인 인간의 창조를 위하여, 당시 사회를 지배했던 광신적 반공주의에 대해 저항적 입장에서, 군인 통치의 야만성, 반문화성, 반지성을 고발하기 위하여, 시대 정신과 반제 반식민지 제3세계 등에 대한 폭 넓고 공정한 이해를 위하여, 남북 민족간의 증오심을 조장하는 사회 혀실에 반발하면서 두 체제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다는 입장에서 글을 썼다”(리영희)


"조정래 : 두 벌의 시나리오와 두 통의 유서”에서 황광수는 조정래가 공안세력과 극우언론의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태백산맥>이라는 소설 작품으로 분단의 벽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한다. 

"윤이상 : 좌절된 귀향의 꿈”에서 문부식은 윤이상을 "세계 속에 통일음악을 꽃피운 음악가”로 평가한다. 윤이상이 타향에서 독립적인 예술가로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든 1967년의 '동백림 사건’은 그해 5월 박정희가 대통령 선거에서 윤보선을 누르고 3선 개헌을 위한 개헌선 확보를 위해 6월 총선에서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자행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서울대생을 필두로 대학가의 학생 시위가 잇따르게 되었고, 박정희는 주권자들의 부정선거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 동백림 사건’을 조작하여 터트린 것이다. 

2012년 대선 부정선거와 2013년 NLL 대화록 공개, 간첩조작 사건 그리고 내란조작 사건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분단 구조에 기반한 독재 권력은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이 반공주의는 그것을 합리화시켜 주는 이러저러한 ‘사건들’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사건의 발생과 적발을 통해 권력은 자신의 기반을 강화해 간다는, 또 자본은 자신을 보호해 주는 권력의 이러한 권위주의 통치 아래 자본의 무한한 이해를 무서운 속도로 추구해 간다는 ‘먹이 사슬’이 성립하는 것이다.”(문부식)


"서준식 : 인간은 과연 존엄한 존재인가”에서 강준만은 인권전도사로서 서준식의 삶과 투쟁을 말해준다. 서준식은 1971년 형 서승 및 서로 무관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박정희가 만들어 낸 ‘학원 침투 간첩단 사건’에 7년간 옥살이를 하였고, 형기를 마친 후에도 반인권적인 전향 제도를 거부하고 10년간 더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는 한국 인권의 대부로 인정받는다.(서준식은 2000년대에 인권운동사랑방의 후배 활동가들에게 배신을 당하고 개인적인 어려움도 겹쳐서 인권운동 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외롭고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ㅠ)


레드 콤플렉스와 관련하여 등장하는 한 명 한 명에 대한 사례와 가해/피해과정을 읽고 있는데, 2014년의 레드 콤플렉스가 17년 이전과 비슷하다는, 아니 그 때보다 더욱 심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십수 년 전에는 김대중, 리영희, 서준식 등 수구세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레드 콤플렉스와 맞서 싸우는 정치 지도자와 지식인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는데, 2014년 현재는 유력 지도자는 커녕 그런 중량감 있는 분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군사정권 때의 반공이데올로기와 레드 콤플렉스는 민간정권에서도 여전한 위력을 발휘하여 책이 발간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분단 트러우마(종북 콤플렉스)라는 이름으로 이름만 바뀌어 이 땅을 온통 뒤덮고 있다. 극우보수세력에 대한 공포, 야권과 진보개혁세력 내의 권력욕과 분열이 종북이라는 마녀사냥에 대한 저항력을 상실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하여 일반인들까지 저들의 공격에 무기력해지고 있다. 2012년 총선-대선의 패배, 2013년 부정선거 투쟁의 패배, 2014년 지빙선거와 보궐선거의 연이은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야권 분열을 가져온 내부의 레드(종북) 콤플렉스다.

더욱 얼척이 없는 것은 20여년 전에는 수구세력(극우보수세력)의 용공조작과 반공이데올로기 공세에 대해 제1야당이 전면에 나서서 방어막을 형성하며 싸웠는데, 지금은 제1야당 뿐 아니라 소위 진보개혁세력이라는 집단들 일부까지도 종북공세와 반북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여 함께 춤을 춘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끔은 먼저 나서서 칼을 휘두르기도 한다.


레드 콤플렉스와 종북공세의 희생양, 피해자는 겉으로는 일부 진보정당이나 진보세력이라고 보여지지만 실질적인 피해자는 대다수 민중이다. 노동자, 농민, 서민, 중소상공인 등 약자들인 것이다.

친일세력을 뿌리로 하여 군사쿠테타와 부정부패로 정치, 경제, 사법, 언론, 문화 등 대다수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극우보수세력의 유일무이한 무기가 바로 레드 콤플렉스이고 종북공세다. 국정원 부정선거와 세월호 참사처럼 아무리 그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부정부패를 일삼는다고 해도 "너도 종북이지"라는 한마디에 움추러드는 상황, 그런 허약한 정치세력은 민중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우리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애를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특히 그분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 소수야당으로도 집권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리더쉽을. 그 리더쉽의 핵심 중 하나는 레드 콤플렉스에 굴하지 않고 야당과 진보세력의 중심에 서서 맞서 대항한 것이다. 그럴 때만이 레드 콤플렉스에 주눅들어 있는 일반인, 주권자들도 그 리더와 정치세력에 힘입어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레드 콤플렉스, 종북 콤플렉스를 전면에서 맞받아치지 않는 그 어떤 정치세력, 정치지도자도 한국인의 리더로 일어설 수 없을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2014년 9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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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만세 - 분단시대의 지식인
남정현.박순경 외 지음, 최진섭 대담.정리 / 도서출판 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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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서평] 최진섭 기자의 대담집 <통일 만세 : 분단시대의 참 지식인의 이야기>를 읽고 / 2014. 3, 도서출판 말

국정원, 국방부, 보훈처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행정부 기관이 19대 대통령 선거에 총동원되어 개입하고 극우언론과 어용방송이 분단체제를 악용하여 전방위적으로 국민을 이간질 시키고 종북이데올로기를 선동한 끝에 들어선 박근혜-새누리당 정권.
그들은 그렇게 부정하게 정권을 획득한 후 오히려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했다. 동시에 국정원장 남재준은 "2015년 통일을 위해 우리 죽자"고 선동하기에 이르렀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앞장서 온 대다수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꿀먹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비전 제시도 못하고 있다.

이런 정치세력들이 주류를 형성해 있는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이 의무복무를 위해 입대했다가, 대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을 받다가, 그리고 고교생들이 수학여행을 갔다가 떼죽음을 당했다.
세월호 참사는 하나의 선박이 아니라 대한민국호라는 국가가 침몰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천박함과 탐욕과 양심불량과 증오가 느껴지는 극우세력과 무능하고 무책임한 보수야당이 대한민국호를 침몰하도록 조장하고 방치하는 이 때에 진정으로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한 평생을 바쳐온 8명의 양심과 통일운동가의 삶을 읽었다.
70년 분단 시대의 가시밭길을 헤쳐 오면서 평생을 정의의 칼날 위에 서서 살아온 원로 지식인들.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이들이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는 생생한 양심의 목소리를...

‘신학자 박순경, 소설가 남정현, 비전향 장기수 기세문, 통일운동가 이천재, 청화 스님, 해직언론인 정동익, 시인 이기형, 강희남 목사’

청화 스님은 "80년대 이후 수많은 운동가들이 철새처럼 민중의 곁을 떠나갔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정식화된 목표, 정식화된 이념에다 운동을 맞추었기 때문이에요. 정식화된 이념에 주목하기보다 현실이 안고 있는 모순점, 민중을 억압하는 부조리, 인간성을 파괴하는 제도 같은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라고 충고한다.
비전향 장기수인 기세문 선생은 "통일운동이 빠진 환경운동이나 생명운동, 분단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진보운동으로는 한국병을 치료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남정현 소설가는 젊은 후배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시대를 지키는 초소이니, 자기 능력에 맞게 우리 시대의 빛이 되어 달라"는 마음을 전한다.
통일 신학자 박순경 교수는 "이념과 체제보다 민족이 우선, 연방제 통일로 제3의 민족사회를 건설해야 함"을 역설한다.
해직언론인 정동익 선생은 "한 번 왔다 가는 인생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자"고 일갈한다.
고 이기형 시인은 "50년간의 반공/반북 이데올로기 교육은 대다수 진보인사조차도 반북의식을 갖게 만들"었는데, "반북의식을 지닌 사람은 이 시대의 지성도 양심도 아니다"라고 꾸짖는다.
고 강희남 목사은 "정권 앞에 패자가 될지언정 하느님 앞에 승자가 돼야 하며 정권 앞에 죄인이 되더라도 결코 역사 앞에 죄인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고 밝혔다.

대담집 안에는 여덟 분 모두가 '분단시대의 진정한 지식인'으로서 한 평생을 남북화해와 평화통일, 그리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온 분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겨 있다. 한 분 한 분의 인생역정과 마음가짐은 각각 일제와 분단시기를 이어온 한국현대사를 관통하는 산 역사이자 증인인 셈이다. 

"이분들은 필자(대담자)가 [말]지 기자로 일한 1989년 1월 31일부터 10년 동안 인터뷰를 했거나 취재 현장에서 만난 분들이다. 이기형 시인은 96세가 되던 2013년 6월, 강희남 목사님은 89세 되던 2009년 6월에 별세했다.
도서출판 말은 첫 번째 책의 주제를 ‘분단시대의 지식인’으로 정하고, 이분들을 일이십 년 만에 다시 만나서 인터뷰했다. 여전히 이분들의 목소리가 ‘말다운 말’이고, 여전히 분단된 우리 시대의 실상을 대변하는 목소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원로 지식인의 눈에 한국 사회는 [말]지와 인터뷰를 했던 20년 전이나 다를 바가 없는 분단시대이고, 외세문제가 중요한 때이다. 민족의 근본문제를 놓고 말한다면 이분들이 청춘이었던 50년, 60년 전과도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분들의 공통점을 나타낼 수 있는 말은 일편단심, 초지일관, 언행일치라 할 수 있다. 무엇이 이분들로 하여금 평생토록 한 길을 가게 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혼돈의 시대에 원로 지식인들의 삶을 통해 열정, 지조, 자유의 가치를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기획했다.."

[인터뷰이 소개]

○ 청화 스님 : 1962년 출가. 197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 채석장풍경 당선. 2004년 조계종 교육원장 저서 시집[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산문집 [향기를 따라가면 꽃을 만나고]

"- 칼날을 밟고 서는 사람 -
어디 있는가/ 칼날을 밟고 서는 사람/ 고목나무의 그늘 아래 모인/ 썩은 송장 냄새의 무리들,/ 그들의 굿판의 술이 달다고/ 귀 있는 이들 우르르 몰려가는데,/ 그곳을 등지고, 둑을 무너뜨린/ 저 홍수를 향해 두 눈 부릅뜨고/ 칼날을 밟고 서는 사람/ 그 어디 있는가." (p.18)

○ 남정현 소설가 : 1933년 충남 당진 출생. 1961년 [너는 뭐냐]로 동인문학상 수상. 1965년 단편 [분지] 발표 (반공법 위반 구속 기소). 저서 [허허선생 옷 벗을라]. [남정현 대표 소설선집]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사실 <분지>의 주제였던 외세 문제와 <분지>를 유죄로 몰고 간 국보법(반공법)이 그때나 이때나 괴력을 발휘하기는 똑같아. 한마디로 분지는 아직도 똥의 나라, 분지라 할 수 있지. 국보법을 여러 법률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헌법 제1조와 같은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 대한민국은 아직도 국보법공화국이야. 미국 측에서 보면 일종의 보검이기도 할 테지."(p.53)

○ 기세문 비전향장기수 :  1934년 광주 출생.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15년형을 받고 비전향으로 만기 출소. 전 광주빛고을건강원 원장. 저서 [자연의 힘으로 병이 낫는다], [꽃 안 핀 봄]

"통일운동이 빠진 환경운동이나 생명운동, 통일을 생각하지 않는 건강운동, 분단에 고민하지 않는 진보운동으로는 한국병을 치료할 수 없어요. 남북의 대동맥이 다시 이어지고, 남북 삼천리 온 나라 온 겨레의 혈액순환, 신진대사가 원활히 될 때, 비로소 분단 고착화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의 동맥경화증, 고혈압, 심장병, 만성 스트레스와 같은 고질병들도 치유할 수 있을 겁니다."(p.142)

○ 이천재 범민련 고문 : 1931년 경기도 안성 출생. 18세 때 국가보안법으로 소년원에 들어간 이후 7번 국보법으로 수감생활. 1987년 6월 항쟁 당시 ‘명동할아버지’로 이름을 날림. 저서 [고백], [희망]

"언제쯤 국보법에서 자유롭게 해방될 수 있을까요?"
"국가보안법이 실제로는 신식민지 보호법이요. 그러니까 미국이 허락하지 않으면 폐지를 못할거요. 지금도 정권 비판한다고 잡아 가두지는 않아. 독재정권이라 한다고 처벌하지 않지만, 미군 철수하라고 하면 보안법으로 처벌해. 그러니까 신식민지 보호법인거요. 한반도의 근본 문제는 북미 관계가 주축이니까. 이 문제가 해결되면 남북의 적대 관계가 끝나고, 국가보안법도 죽게 되겠지. 그리 되면 해방 이후 역사에 대한 총체적 반성과 비판이 나오고, 각성한 종교인, 지식인, 문화인들이 새로운 사상에 대해 눈을 뜨게 될 거요. 국가보안법이 있으면 사람이 제대로 크질 못해. 너나 할 것 없이 정치적 불구자, 쭉정이, 반쪽이가 된다니까."(p.147)

"참된 민족주의는 노동계급을 중심에 놔야 한다는 거요. 한국에서 민족주의 애기하면 매력적인데 동학혁명 이후 우리 현대사에서 퍽 공허해졌어. 왜 그러냐 하면, 민족 말하는 사람들이 노동 농민의 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에 대해서 비전이 분명하게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없으니 공허할 수밖에.
노동자, 농민을 끌어안는 민족주의만이 참된 민족주의고, 노동계급에 의해서만이 민족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고, 그럴 때만이 진정한 진보라 할 수 있는 거요."(p.153)

"변혁운동의 고양기에는 좌편향을 경계하고, 반대로 침체기에는 우편향을 경계하라는 경구가 있소. 잘 나가던 한총련이 단지 정권의 탄압 때문에 고립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해.
대중의 요구, 대중의 의식수준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주관적 인식이나 판단만으로 대중을 재단하려는 독선, 대중이 따라오든 말든 제 기분 제 감정에 도취하는 주관주의적 독선을 조심해야 해. 나는 주변 동지들에게 거듭거듭 반복해서 말해요. 기회주의적 우편향은 이해와 정세가 달라지면 스스로 노선을 수정을 할 수 있지만, 관념적 좌편향은 고질병이라고."(p.154)

"20세기에 함께 운동하던 젊은 운동가들이 21세기 들어 대부분 현장을 떠났어요. 통일운동 단체를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시도 때도 없이 잡아가서 실형 선고하고, 감옥 보내니까, 탄압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아무래도 위축이 되었을 거요. 그건 일제 시절부터 이어 온 운동가의 어찌할 수 없는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대중의 요구가 있다면 할 소리 하면서 조직 확대해나가고, 법정에서 투쟁해야 자기발전의 합법성이 나오는 것이지, 미리 움츠리면 될 일이 뭐가 있겠소. 국가보안법의 탄압이 있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고 투쟁으로 넘어서는 게 운동의 합법칙성에 맞는 거요."(p.157)

"남측에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운동 하자는 것도 아니고, 민족 대단합을 꾀하자는 건데, 이건 좌편향도 아니고 우편향도 아닌 거야. 북과 화합하는 통일운동 하자는 것을 운동수위가 높다, 과격하다고 핑계 대면서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편향 아니겠소. 결국은 탄압이 두려운 것이지. 까닭 없이 탄압을 자초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탄압을 받지 않는 운동만 하자면 그게 분단운동일 수는 있을지언정 진정한 통일운동, 자주단결의 운동일 수 있겠소?"(p.158)

"혁명이란 말이오. 반제반봉건 민주주의 혁명, 사회주의 낮은 단계, 높은 단계, 이러면서 세상의 혁명을 계단식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낮은 수준의 인간 존엄을 높은 수준의 인간 존엄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인간 존엄으로 올리는 것이라고 이해해요. 이게 집단적 의지, 투쟁으로 더 높은 존엄을 이뤄내는 것이지, 이게 혁명이야. 내가 생각하는 혁명의 궁극적 모델이란 것은 인간에 대한 존엄이지. 그 존엄을 개인주의, 이기주의에서 추구한다는 것은 공허한 것이야. 이기주의나 개인주의를 훌훌 털어버려야 해. 자본주의에 살면 살수록 이기주의나 개인주의에 물들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라고 봐요. 문제는 이 '큰 나'라 할 때, 인간의 존엄이란 거 있잖소. 서로 행복하자는 애기는 서로의 존엄을 높이자는 애기인데, 이건 집단이 아니고서는 안 된단 말이오."(p.171)

○ 박순경 신학자 : 1923년 경기도 여주 출생. 1966~88년 이대 기독교학과 교수. 2009년 늦봄통일상 수상. 한국진보연대 고문(현) 저서 [한국 민족과 여성신학의 과제], [민족통일과 기독교]

"통일신학의 뿌리는 항일민족운동과 민족 분단의 역사에서 찾아야 해. 해방 직후 나는 나의 존재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은 '그리스도교와 공산주의는 만나야 한다. 그것은 역사의 필연이다!'라는 외침이었어. 1946년 감리교신학대에 입학했을 때 몽양 여운형 선생이 저도하던 인민공화국을 지지한다고 했다가 '빨갱이 마귀가 거룩한 하나님 동산에 들어왔다'는 비판을 받고 ?i겨날 처지에 놓이기도 했어. 윤성범 교수와 몇몇 학생의 변호로 축출되는 일은 모면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한국 교회의 반공이라는 벽에 부딪혔어. 그 뒤로 '한국 교회가 옳으냐, 내가 옳으냐?'하는 물음을 끌어안고 신학을 해온 것이지."(p.179)

"교회는 동과 서, 동의 사회주의 공산 권력과 자본주의 서방 권력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칼 바르트)
"교회는 남과의 유착관계와 반공주의로부터 해방되어서 남과 북 사이에사 참된 민족화해를 위해 사역해야 한다."(박순경)

○ 정동익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 1943년 전주 출생. 동아일보 해직기자. 1986년 한국출판문화운동협의회 초대 회장. 1988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 월간 말 발행인. 2006년 동아투위 위원장

"[문] 광범위한 역사왜곡에 대하여...
[답] 정치적 음모가 있다고 봐. 친일파 후예들이 재집권할 수 있도록 길을 닦으려는 것이지. ... 쿠테타 세력을 기념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어? 히틀러를 찬양하는 격이지. 저들은 이명박 집권 내내 친일파를 건국세력으로 부활시키려고 공공연하게 움직였고, 심지어는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이 개입해 일어난 무장폭동이라고 날조하려고 했던 세력이야. 앞으로도 말도 안 되는 역사 왜곡을 자행할 게 뻔해. 겨학사의 뉴라이트 역사교과서가 그 대표적인 사례지. 이런 걸 막는 것 자체가 민주화운동이고 통일운동이야."(p.251)

"[문] 원로그룹은 자민통 노선이 여전히 대세인가요?
[답]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과제가 어디로 간 게 아닌데 진보매체나 단체들이 민족, 통일 분제를 다루는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아. 민주의힘 회의에 나가보면, PD 계열은 민족 문제나 미국 문제는 별 관심 없더라고.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도 많아. 노동 문제 풀려고 해도, IMF에서 보듯이 미국문제가 주요한 문제인데 말이야. PD와 NL 문제는 쓰지마. 골치 아파. 요즘 세대는 계급의식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아서 민족의 큰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것 같아, 운동권이 양분되다 보니까, 큰 힘으로 투쟁하지 못하고 있어. 고질적인 병폐야."(p.252)

○ 이기형 시인 : 1917년 함경남도 함주 출생. 1947년 몽양 암살 이후 33년간 칩거 생활. 1982년 시집 [망향]으로 문단에 등단. 2013년 6월 12일 별세. 시집 [지리산], [산하단심] 외 다수.

"우리 사회처럼 옹졸하고 비뚤어진 사회에서는 옹고집만으로 살아가기는 어려워. 자기중심을 잃지 않되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해. 설령 이념이나 정견이 달라도 적으로 규정하지 말고 용서하고 관용할 줄 알아야 해. 일제 강점기에는 감옥 안에서 민족주즈이자와 공산주의자가 한 이불 속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는데 지금은 노선이 조금만 달라도 등을 돌리는 게 문제야."

"(젊은이들이 믿고 따를 만한 민족의 지도자가 보이자 않는 이유는..) 이게 모두 다 분단 때문이댜. 국가보안법 아래서는 지조 있는 인물이 나오기가 쉽지 않아. 그리고 반공교육 때문에 사상과 능력을 겸비한 지도자가 크기 어려워. 50년간 반공 이데올로기 교육은 대다서 진보인사조차도 반북의식을 갖게 만들었어. 나는 반북의식을 지닌 사람은 이 시대의 지성도 양심도 아니라고 봐. 하루빨리 반공교육이 아닌 홍익인간 교육을 실현해야 해."

○ 강희남 목사 : 1920년 전북 김제 출생. 1986년 전북대 강연 사건으로 투옥 중 40일간 단식투쟁. 2009년 6월 6일 별세. 저서 [력사 속의 실존], [민중주의], [우리 민족 정리된 상고사]

"(김대중 정권에서 감옥에 간 이유는..) 정권은 바뀌었지만 정치세력이 교체되지 않았기 때문이야. 검찰, 안기부, 기무사 등 공안세력은 바뀐게 하나도 없어. 그나마 정권이라도 바뀌었으니까 보석으로라도 풀려났지. 김영삼 정권 같으면 어림없는 일이야."(p.294)

"목사는 하나님의 집을 지키는 개라고 생각해. 도적이 침입해 오면 짖는 것이 개가 할 일이겠고, 국민주권을 침탈한 도적 무리를 보고 짖는 것은 목회자의 의무라 하겠지."

"(범민련이 그토록 사력을 다해 지키려 하는 것이 무엇일까?) 너무나 상식적인 것들이야. 남북이 이미 합의한 7.4 남북공동성명의 3대 원칙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 3원칙을 고수하려는 것이고, 연방제 통일방안과 양키군대의 철수와 같은 강령을 지키려 하는 것이야."(p.298)

"양키가 주둔하고 있는 한 대한민국은 떳떳한 주권국가가 아니야. 판문점에서 회담을 할 때도 태극기는 없어. 성조기가 있을 뿐이지. 그래서 북한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 하는 것이야. 남한-아메리카(한미) 방위협정을 놓고 봐도 우리에겐 영토도 없고 영공도 없어. 여전히 군사적 신식민지 상태라 할 수 있어. 일제 36년이나 지금의 남한 사회나 본질에선 다를 게 없다는 게 내 생각이야."(p.299)

"성서를 졸업하지 않으면 참기독교인이 될 수 없지. 2천 년 전의 성서 속에서 참예수의 모습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야. 성서 때문에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하는 찰나에 성서를 놓아 버려야 참기독교인이 될 수 있어."(p.302)

[ 2014년 9월 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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