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GO발뉴스 - 지승호 이상호의 위험한 인터뷰
지승호.이상호 지음 / 동아시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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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이상호 저 < 이상호 GO발뉴스, 지승호 & 이상호의 위험한 인터뷰 >를 읽고 / 2012. 11, 302쪽, 동아시아

2012년 ‘기자생활에 대한 반성문’이라는 말과 함께 이상호 기자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와 출간한 책이다.

"기자질이 제 직업입니다. 질문하는 걸로 밥 먹고 살아왔습니다. 남에게 대답하게 하고 저는 운 좋게 곤경을 피해왔답니다. 그러다 이번에 임자를 만났습니다. 상대는 대한민국 대표 인터뷰어 지승호 작가였습니다. 근 20년 동안 남에게 던진 질문을 한꺼번에 되돌려받은 느낌입니다. 
이 책은 지난 기자생활에 대한 반성문입니다. 곤란한 질문도 피하지 않고 답했습니다. 답변을 강제해 한 권의 책으로 뽑아내는 기술, 대단하더군요. 지승호 작가의 탁월한 준비와 배려가 아니었다면 아마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p.05)

이 기자는, 이제는 꺼진 불에 불과한 전두환을 뒤?i는 이해 못할 행각 뒤의 숨겨진 사연,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과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에 대해, 공중파 최초로 방송된 BBK 고발보도 이후 웃지 못할 뒷이야기 등을 책 속에 담았다. 

“의심해야 돼요. 전쟁위협을 강조하는 사람들 그 배후에 전두환이 있고 안보위협을 강화해서 기득권을 키워나가는 신군부체제의 정점에 전두환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중략) 전두환 해외 비자금을 담당했었다는 사람에게서도 연락이 왔어요. 중동 건설현장 회계 책임자였는데, 자신이 그때 자기 회사에 할당된 전두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거에요. 진술이 아주 구체적이었어요. 취재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아직은 도와줄 수 없다는 거에요. 이유가 뭐였는지 아세요? 아직 아니라는 거에요. 아직도 전두환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거에요. 참여정부 때였는데 말이죠.”(p.23)

“군부는 인사, 정보와 작전, 군납과 획득 이렇게 세 개로 나뉘어있잖아요. YS 때 하나회를 철폐한 것은 따지고 보면 1/3 개혁에 불과했던 겁니다. 단지 인사 부분만을 없앤 거에요. 그래서 DJ 때 정보 및 작전과 관련된 군 개혁을 했죠. 마지막으로 노무현 정부 때 제일 힘든 개혁을 했습니다. 군 획득과 관련한 적폐를 청산했죠. 그렇게 3개 정권을 거치면서 하나회를 약화시켰지만, 완전히 근절하지는 못한 겁니다. 수구냉전 기득권 세력과 결탁한 MB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잘려나간 조직들이 급속도로 재건되고 있다는 보도나 첩보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어요. 그 결과 안보위협에 대한 과장이 시작됐어요. MB의 대표적 악행이 바로 신군부라는 곰팡이가 다시 번식할 수 있는 눅눅하고 축축하고 불온한 생태계를 부활시켰다는 점입니다.”(p.30)

이명박 정권에게 장악된 방송문회진흥회는 부정하고 부당한 방식으로 정연주 사장을 내?i고, MBC 사장에 김재철을 앉혔고, 그 김재철은 정권의 입맛대로 방송을 장악하고 이상호 기자에게서 기자수첩과 마이크를 빼앗았다.
이 기자는 이에 굴하지 않고 사회와 권력을 고발하기 위해 자회사에서 ‘손바닥 뉴스’를 만들었고 회사에서 완전하게 ?i겨난 뒤에는 스스로 ‘고발뉴스’를 만들어 지금 순간에도 기자로서의 한 길을 달리고 있다.
또한 이상호 기자는 비록 기자이지만 정치와 민심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지니고 있다.

“(총선에서 MB심판론이 잘 먹혀들지 않은 이유는?) MB의 무엇을 누가 왜 심판하는 지가 빠져있어요. 목적어도 없고, 주어도 없고, 이유도 없어요. 이렇게 허망한 슬로건을 처음 봤어요. MB를 심판해도 그 이전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은데, MB를 심판해도 누가 어떻게 집권한다는 청사진이 보이지 않았아요. MB의 실정만 이야기했지 지난 정부의 과오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거죠. 비판이 기준점이 없는 비판, 허무한 거죠. MB가 왜 집권했는지 아직도 그 부분에 대한 이해와 반성이 없다는 겁니다.”(p.66)

“(문재인의 저서 <운명>에 대해) 노무현 정부 전체를 재벌이라든가 기득권층에 이롭게 보이도록 하는 정책을 쓴 이유가 크게 보면 삼성의 경제관을 따랐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어떻게 그걸 이야기하지 안히고서 노무현 정부를 평가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게 돼죠. 그건 유시민의 책에서도 대체로 마찬가지고요. 그러면서 입으로는 경제민주화를 운운하죠.”(p.72)

“촛불싸움이 지나치게 일찍 번지면서 참여정부의 어떤 패인을 좀 더 분석하고 반성해야 되는 시간이 없어졌어요. 바로 대정부 투쟁으로 전환이 돼버린 것 같아요.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번지게 되면서 친노세력이 대선 패배를 통해서 반성할 시간을 빼앗겨버린 것이 아닌가, 정권퇴진 요구를 그들 또한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빨리 반성의 길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됐고, 그것이 오늘날 여전히 노무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일반적으로 MB 심판만을 강요하는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니까 누가 왜 무엇을 심판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p.73)

그는 기자생활 중 자신의 가장 나빴던 기사로 주차관리요원 고발 기사, 서울대공원 녹용 고발 기사, 김광석 변사사건과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분신자살, 그리고 검찰 출입기자 시절의 모습을 '워스트 기사 5’라고 고백하며 스스로 반성한다. 
철없던 기자의 무심한 기사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아이들 교육비를 마련하지 못해 발을 구르던 주차안내원 노동자에 대한 때늦은 죄송함도 담겨있고, 출입처의 일방적 자료를 죄의식 없이 대필해주던 나팔수 기자 시절의 뼈아픈 기억도 되살렸다. 특종이라는 팡파르와 함께 보도해 세인의 관심을 요란스레 끌어모았던 기사들도...

그리고 자신이 자부심을 느끼는 기사로 'Best 10’을 꼽았는데, 삼성 X파일 고발 기사를 시작으로 국회의사당 아래로 지나가는 9호선 고발 기사, 자유총연맹 고발 기사, 하남 국제환경박람회 기사, 연예인 노예계약&상납 비리 탐사 기사, 병역비리 고발, 병역특례 기사, 군납비리 기사, 최규선 게이트 기사, 그리고 김현철 비리 기사를 꼽았다.
대선을 코 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참여정부와 삼성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고 말한다.

이상호 기자가 10년 넘게 추적했던 각종 이슈와 사건은 그의 진심과 열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오로지 진실을 추구하는, 대다수 민중의 이익을 위해 추구해야 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추적하는 ‘인민의 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은 생각의 공장입니다. 기자는 새로운 생각을 끌어오는 사람입니다. 찬물과 뜨거운 물이 섞여 목욕물을 만들 듯, 오래된 생각이 덥혀지며 세상은 미래로 굴러갑니다. 새로운 생각, 뜨거운 물이 탕 속에 들어오면 유입구 쪽으로 손님들은 뜨겁다고 때밀이 총각을 나무랍니다. 그렇다고 새 물을 잠가버리면 목욕물은 금새 냉탕이 돼버립니다. 때밀이나 기자나 욕먹을 수밖에 없는 직업입니다.”(p.06)

침구사 구당 선생에 대한 취재 사유서는 처음 알게된 내용이고 인상 깊게 읽었다. 이 기자는 당초 영리병원 반대를 위한 대안으로 취재를 시작했지만, 의료계와 한의사 단체 양쪽의 조직적 반대에 직면해 참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의 몸이 자본주의의 마지막 금맥이 된 현실에 구당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자의 본심이 느껴진다. 시간을 내서 이 기자와 구당 선생의 저서를 읽어봐야겠다.

이상호 기자의 박사 전공이 정치학이고 박사학위 논문이 한미관계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논문 제목은 ‘미국의 공공외교와 한미관계, 1953~1990’이다. 그는 한미동맹을 미디어와 인식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기 위해 논문을 썼다고 밝힌다.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까 미국이 한국인의 인식을 조정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을 했더라고. 이를테면 국무부와 국무부 산하의 지역 조직, 그리고 한국 내 대사관, 주한미국대사관에서 한국인들의 인식을 동맹의 유지, 강화라고 하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기획하고 조작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른바 한국인에 대한 인식조종 프로젝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래서 매년 한국인의 심리학적 목표를 설정해놓고 그 심리학적 목표, 즉 미국은 우방으로서 우리가 어려움에 처하면 도와줄 것이다. 미국이랑 친하면 경제발전을 도와줄 것이다. 이렇게 매년 10가지나 되는 목표를 그때그때 새롭게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이행 플랜과 이행프로젝트별로 예산 수요를 정교하게 작성한 가죠. 그리고 이 프로젝트 이행을 위해 사회 각 분야의 주도세력을, 이를테면 교육계 500명, 문화계 500명, 학계 500명, 정계 50명, 재계 50명, 이런 식으로 수천, 수만 명을 조직하고 그 사람들한테 한미동맹의 특혜의 과실을 나눠주는 식으로 테이터베이스를 만들어 관리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삼성이 대한민국을 손아귀에 넣은 방법과 똑같아요. 그 결과 한미동맹이 군사동맹이지만, 본질적으로 적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인식동맹’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거죠.”(p.280)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일주일 뒤인 작년 4월 진도에 내려갔을 때, 팽목항에서 카메라 앞에 앉아있는 해수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을 향해 부석부서한 머리를 한 채 마이크를 들고 세월호 유가족을 대신하여 날카로운 질문과 성토를 하던 사람, 즉 이상호 기자를 처음 보았고 그때 인상이 깊게 각인되어 나의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 2015년 3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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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전환 -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18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 길(도서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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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칼 폴라니(Karl Polahyi) 저, 홍기빈 역 <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The Great Transformation. The Political and Economic Origins of Our Time >을 읽고 / 1944(2009), 657쪽, 도서출판 길


칼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을 출간한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저물어가던 1944년이었다.
<거대한 전환>은 그가 18세기에 발흥하여 20세기 초까지 200년 동안 전세계를 장악하던 자유시장경제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하여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과 1920년대 인민정부 구성, 1930년대 세계 경제공황과 파시즘의 확산, 1941년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붕괴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경제라는 탈출구를 찾아가는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써내려간 것이었다.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을 출간한 직접적인 목적은 19세기에 본격적으로 성장했던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독특한 경제 체제가 사회에 대해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가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그는 이 과제를 자신의 독특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20세기 초반 40년간에 대한 폴라니의 관점과 해석 또한 남다르다. 독자들은 그를 통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 서구의 정치경제적 역사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자유진영 : 파시즘 진영'이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몰락과 사회체제의 거대한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폴라니는 자기조정 시장경제 또는 (자유)시장경제를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적나라한 유토피아'라고 규정한다. (자유)시장경제란 인간, 자연, 화폐를 상품으로 보고 '시장'에 맡겨두는 것인데, 시장경제에 맡겨둔다면 결국 인간의 자유와 이상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비극만 낳고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에 따라 시장경제에 의해 파괴되는 인간과 자연, 사회를 보호하려는 자발적, 산발적, 집단적 운동이 발생하게 되며, 폴라니는 자기조정 시장경제의 확산과 사회의 자기보호 운동이라는 '이중적 운동'으로 인간 사회가 변화, 발전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것이 바로 "이중적 운동의 정치경제학"이다.
시장경제를 극복하면서 폴라니가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은 '사회'라는 실체를 발견하는 것이며, 국가도 시장도 이 사회라는 실체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구 주류경제학에서 자본주의 체제 또는 자유시장, 자유무역, 경제자유주의에 대한 신념(환상)에 대한 회의와 비판이 거세진 것은 신자유주의가 지구촌 경제를 망가뜨리기 시작한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부터였다. 마르크스와 다른 관점에서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을 가했다는 점에서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 다시 거론된 것도 2008년 이후였다. 더군다나 생산수단의 소유 관계로 경제체제를 분석했던 마르크스와 달리 자기조정 시장경제의 본질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통해 사회의 자기보호 운동과의 ‘이중적 운동’을 사회의 운영원리로 제시한 폴라니의 관점은 21세기 경제학자나 사회과학자 그리고 정치가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폴라니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자유시장 경제학자들뿐 아니라 마르크스 등 사회주의 경제학자들의 경제결정론과도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러나 <경제학-철학 수고>에 나타난 젊은 마르크스의 인간적, 철학적 혜안에는 근본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한다. 그가 유일하게 흔들림 없이 공감하고 존경하는 대상은 로버트 오언이었다.

책의 제목인 '거대한 전환'이란 1930~40년대의 거대한 경제적, 정치적 위기를 가로질러 근대 세계에 일어난 것을 의미하며, 폴라니는 바로 경제적 자유주의(자기조정 시장경제)의 죽음을 말하고자 했다.
"18세기부터 시작된 경제적 자유주의(자기조정 시장경제)는 200년간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어놓았다. 경제 현상들이란 사회 현상의 특정 종류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제 최초로 그것을 사회에서 분리하여 그 자체로 별개의 체제를 구성했고, 오히려 나머지 사회적인 것 전체가 그 별개의 경제 체제에 종속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제가 탈사회화된 것인데, 1930년대의 대공황을 겪으면서 온 세상은 이렇게 탈사회화된 경제를 재사회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어떤 점에서 이 '거대한 전환'은 자유주의적 경제 이데올로기에 빛을 부여한 예전의 전환을 거꾸로 뒤집은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p.61 루이 뒤몽의 프랑스어판 서문)

이처럼 폴라니의 독창성의 원천은, "사회 전체 체제와 그 일부인 경제 체제"라는 관점에서 근대 사회의 자유 경제를 비근대 사회에 비추어 그리고 대립시켜서 고찰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거대한 전환> 제2부 '시장 경제의 흥망'의 제3장(삶의 터전이냐 경제 개발이냐) ~ 5장(사회와 경제 체제의 다양성)에서 다루고 있다.

제2부의 제6장(자기조정 시장 그리고 허구 상품 : 노동, 토지, 화폐)부터 제10장(정치경제학과 사회의 발견)에서는 자기조정 시장경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그리고 경제적 자유주의가 인간에게서 무엇을 빼앗아 갔는지 분석하면서 '사회'를 재발견하게 된다.
폴라니는 제6장에서 경제적 자유주의(자기조정 시장경제)의 핵심 요소를 자유로운 노동 시장과 자유무역, 그리고 금본위제라고 분석했고, 이러한 자기조정 통화 매커니즘의 교리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전개되었으며,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해낸다. 
제7장에서는 1795년 영국의 스피넘랜드법에 대해 다루는데, 스피넘랜드법은 인간의 삶이자 생존, 그리고 존재였던 노동이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자본가들과 봉건 기득권자들이 충돌하게 되는 과정에서 주요한 폴라니가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는 중요한 분석 대상이 된다.

제3부 '사회의 자기보호'는 크게 두 가지 영역을 다루고 있는데, 제11장(인간, 자연, 생산조직)에서 제13장(자유주의 고래의 탄생 2)까지는 경제적 자유주의, 자기조정 시장경제라는 자유주의 교리가 탄생하는 과정과 특징을 다룬다. 경제적 자유주의라는 교리는 실제로 이해집단의 폭력과 국가의 개입으로 사회체제에 강제로 구현되었으며, 구현되는 과정에서 인간의 존재와 사회의 단결과 연대가 붕괴되어 갔다.
제14장(시장과 인간)에서 제18장(체제 붕괴의 긴장들)에서는 경제적 자유주의가 망가뜨리는 인간과 사회를 보호하려는 사회의 자기보호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보여준다. 시장경제의 자기조정 기능은 스스로에 의해, 그리고 사회의 자기보호 운동에 의해 망가지기 시작했으며, 폴라리는 제1차 세계대전 전후의 서구사회의 모습에서 '체제 붕괴의 긴장들'을 목격한다. 결국 최저임금 제도나 노동조합 제도, 사회복지나 단계적 누진세와 같은 정책들이 사회의 자기보호 운동인 것이며, 나아가 중앙은행 설립이나 금본위제 폐지,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그리고 파시즘과 사회주의 혁명, 제2차 세계대전은 자기조정 시장경제의 자멸 또는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제3부 '진행 중인 전환'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사회에서 '진행 중인 전환'을 다루고 있다.
제19장(인민 정부와 시장경제)에서는 1920년대 들어 마침내 국제 체제가 무너지게 되자 여러 국가에서 인민 정부가 들어서게 되는데, 대부분의 인민 정부 역시 자유무역과 금본위제라는 시장 경제의 근본적 구조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파시스트들이나 부르주아지에게 정권을 빼앗기는 과정을 설명해준다.
제20장(사회 변혁과 역사가 맞물려 진행되다)에서는 자유시장경제의 근본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국가에서 어떻게 파시스트들이 정권을 장악해 가는지, 보호주의와 민족주의가 발흥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치닫게 되는지, 러시아가 왜 일국 사회주의로 변해가는지 설명해준다.
제21장(복합사회에서의 자유)에서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 이후 시장 유토피아를 벗어던지게 되면 맞이하게 될 새로운 사회 체제를 '복합사회'라고 규정하면서,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할 자유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폴라니의 결론과 미래에 대한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사회 실재의 현실을 불평 없이 묵묵히 발아들인 이상, 인간은 이제 자신의 힘으로 제거할 수 있는 종류의 불의와 비자유라면 모조리 제거해내고 말겠다는 그 아무도 꺾을 수 없는 용기와 힘을 얻게 된다. 이제 인간은 자신의 모든 동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풍족한 자유를 창조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다. 인간이 그러한 스스로의 과제에 충실하기만 한다면, 권력이나 계획과 같은 것들을 도구로 삼아 자유를 건설하려 한다고 해도 그것들이 인간의 원수로 변하여 자유를 파괴할 것이라고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이것이 복합 사회에서의 자유의 의미이다. 이것만 이해한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확신을 얻을 수 있다."

물론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제시한지 70년이 지난 현재 시점의 인류 사회는 폴라니의 긍정적 전망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와 빈부격차, 그리고 만성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자유시장 이데올로그들과 초국적 금융자본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채 ‘시장의 무제한적 자유’를 선동하고 있고, 정부의 규제를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전세계의 사회 보호운동을 매도하며 탄압하고 있다. 그 결과 21세 인류는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가 지적하다시피 19세기 말 ~ 20세기 초에 서구사회에서 보여졌던 극심한 빈부격차와 소득격차가 확대로 후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가 그렇다고 해서 폴라니의 통찰력과 해결방향이 틀리다는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는다. 지금이라도 전세계의 정치가와 학자들이 폴라니의 분석과 해결방향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돈’이 아닌 ‘사람’과 ‘사회’를 보호하고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거대한 전환>에 대한 각 장별 세부적인 공부 내역은 링크 http://blog.daum.net/hy2oxy/8692142 를 통해 참조할 수 있다.

- 인상적인 문장 -

"파시즘은 베르사이유 조약과 상관이 없는 만큼이나 제1차 세계대전과도 별 상관이 없으며, 이탈리아인의 기질 따위만큼이나 독일의 융커 군사주의와도 별 상관이 없다.
파시스트 운동은 불가리아와 같은 패전국에서도 나타났고 유고슬라비아와 같은 승전국에도 나타났다. 핀란드나 노르웨이와 같은 북쪽 기질의 나라에서도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같은 남쪽 기질의 나라에서도 나타났다.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와 같은 아리아 인종의 나라들에서도, 헝가리, 팔레스타인, 일본과 같은 비아리아 인종의 나라에서도 나타났다. 포르투칼과 같은 가톨릭 전통의 나라들에서도 네덜란드와 같은 개신교 전통의 나라에서도 나타났다. 프러시아와 같은 군사적 전통의 나라에서도 오스트리아와 같은 문민적 전통의 나라에서도 나타났다. 프랑스와 같은 오래된 문화에서도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새로운 문화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어떤 나라에서든 일단 파시즘이 출현할 만한 조건이 주어지면 종교적이건 문화적이건 민족적 전통이건 그것의 출현을 막아주는 종류의 배경이란 사실상 있을 수 없었다."

"1917~23의 기간 동안 각국 정부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하여 이따금씩 파시즘의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시장 체제를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데에는 법과 질서만 회복되면 충분했던 시기였다. 그리하여 파시즘은 아직 충분히 전개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1924~29년 동안 ?毓? 체제의 회복이 확고해진 것으로 보였기에, 파시즘은 하나의 정치 세력으로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1930년 이후 시장경제가 전반적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단 몇 년 만에 파시즘은 전 세계적인 권력이 되었다."

"19세기 문명은 외부 혹은 내부의 야만인들의 공격으로 파괴된 것이 아니었다. 그 문명의 생명력을 잠식했던 것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황폐화도 아니었고 사회주의적 프롤레타리아나 파시스트 하류 중산 계급의 반란도 아니었다. 그것이 붕괴한 것은 이윤율의 저하라든가 과소소비 혹은 과잉 생산 같은 이른바 경제 법칙 같은 것들의 결과도 아니었다. 그것이 해체된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원인이 있었으니, 그것은 자기조정 시장의 활동으로 사회가 절멸당하지 않기 위해 취해진 여러 조치들이었다."

"절대적인 강제 따위는 결단코 사라져야 한다. 모든 '반대자들'은 숨어들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어야 하며, 계속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차선'의 선택지가 주어져야만 한다. 그리하여 순응을 거부할 권리는 자유로운 사회의 본질적 특성으로서 자리를 굳히게 될 것이다."

"파시즘의 승리를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든 것은 자유주의자들이 계획, 통제, 규제를 사용하는 모든 개혁을 철저히 가로막은 데 원인이 있다. 파시즘으로 인해 자유가 완전히 좌절을 맞게 된 것은 사실 자유주의 철학에서 나오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시장 유토피아를 벗어던지게 되면 우리는 사회 실재의 현실이라는 것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사회 실재의 현실이야말로 자유주의를 한편으로 하고 파시즘 및 사회주의를 다른 편으로 갈라놓는 구분선이다. 그리고 파시즘과 사회주의 사이의 차이점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것이 아니다. 이는 도덕적이며 종교적인 문제이다. 심지어 파시즘과 사회주의 양쪽이 동일한 경제적 논리를 구사하는 지점에서마저도 각각이 체현하고 있는 원리는 다른 정도가 아니라 실로 상극이 되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 둘이 갈라지는 궁극적인 지점은 또 다시 자유의 문제이다."

"파시즘과 사회주의가 갈라서는 지점은, 사회 실재의 현실에 대한 깨달음으로 비추어보았을 때 자유의 이상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파시스트들은 스스로를 체념하여 자유를 포기하고 권력을 사회 실재의 현실로서 찬양하게 된다. 반면 사회주의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현실 앞에서 스스로를 체념하는 것은 파시스트들과 동일하지만, 그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자유에 대한 주장을 드높이 들어올린다."

[ 2015년 3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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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
신은미 지음 / 네잎클로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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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서평] 신은미 저 <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 >을 읽고 / 2012. 11., 383쪽, 네잎클로버

작년 말 재미교포 신은미 씨의 북한 여행기를 읽었다.
신은미 씨가 2012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연재한 여행기를 간혹 읽기도 했지만 단편으로 출간된 사실은 몰랐다. 그런데 작년 10월경 부터인가 페이스북에 다시 신은미씨의 여행기가 올라오면서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신은미씨와 황선씨가 이 여행기를 토대로 독자들과 이야기를 진행하는 ‘통일 콘서트’를 종편 등 극우언론에서 빨간칠을 하고 익산에서 멋 모르는 청년이 그 영향을 받아 황산테러를 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신은미씨의 여행기는 내용면에서 북한을 여행한 국내외 다른 여행객들의 여행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어쩌면 순진무구한 신은미씨의 심성과 세심한 글솜씨가 독자를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대구 출신으로 북한을 여행할 때까지 철저한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던 신은미씨에게는 자신의 편견이나 기존 지식으로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북한의 현실에 대한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배어 있을 뿐이었다.
한국이나 미국 주류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주로 ‘폐쇄된 왕국’, ‘자유가 없는 나라’, ‘전쟁분위기로 물든 나라’, ‘일인교로 종교화된 사회’라는 부정적 인식이었기 때문에 신은미씨가 북한을 여행하면서 구체적으로 접하고 대화하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편견이 깨지면서 “북한도 같은 민족, 같은 동포가 사는 사회”를 새삼 깨닫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편견이 깨지는 경험은 이후 여행기에도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주민, ‘공개’ 연애를 하며 손을 잡고 평양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철전지 원쑤 미제국주의자 놈들’의 영어를 배우는 초등학생들, 북한에도 교회가 있다는 점 등을 소개하며 이렇게 썼다. “아마 내 감춰둔 의식 세계에서 북한은 우주 밖, 외계인들이 사는 나라이길 기대했었나 보다. 아니면 속세와 단절돼 있어 그 어떤 평범한 상식도 통용되지 않는, 도깨비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신기한 나라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표현했다는 일부 언론의 표현은 글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가 쓴 글의 주요내용 중 하나가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다. 그는 “관광 봇물이 한 번만 더 터졌다가는 호텔 로비에 이불 펴고 자야 할 지경일 듯 싶었다”며 “수용 가능한 숙박 시설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썼다. 이외에도 샴푸도 없고 비누도 하나밖에 없던 호텔, 오렌지 주스를 달라고 하니 오렌지맛 환타를 주었던 식당, 사막의 산들처럼 황량한 북한의 산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등에 나무를 지고 가는 모습, 농기구 없이 낫으로만 일하는 농부 등을 묘사하며 “내 입은 웃고 있었지만 가슴은 살 에듯 저리다”라고 썼다.
남한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도 글에서 볼 수 있다. 탈북자, 천안함, 종교 등이다. 신씨의 남편은 ‘공산혁명의 수도’ 평양에 위치한 교회를 찾아 “목사님, 이 교회 진짜 교회 맞습니까? 혹시 가짜 교회 아닙니까?”라고 묻기도 하고, 여행 안내원과 천안함, 탈북자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북한의 유적지에서 똑같은 역사를 가진 같은 동포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어딜 가나 같은 동포라며 웃어주고 말걸어주는 사람들은 영락없이 정 많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 모습이었다. 이렇듯 신은미씨는 북한 여행을 통해 ‘얼마나 다를까’가 아닌 ‘이토록 똑같을까’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분단된 조국의 현실이 눈에 들어오고, 갈라져 남의 나라 사람보다 못해진 민족의 비극을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조국에, 동포에게 무심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여행기를 읽고나니 신은미 씨가 전하는 이북 사람들의 생활상은 종편에서 거창하게 떠들듯이 한국사회를 위험에 빠트리는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남북 동포들간의 민족동일성을 확인해주어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하도록 도와주는 내용입니다.
외세와 친일파에 의해 강제로 분단되고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은 남북 동포들이 서로에게 적대감을 갖는 것보다 동질감을 갖는 것이, 날이 갈수록 서로 변하고 차이가 많아지고 있음을 아는 것보다 비슷한 면이 많다는 것을 알수록, 국영방송이나 주류매체가 선전하는 ‘보여주기식 생활상’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만나고 살핀 여행기가 많을수록, 서로 자주 접하고 만나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것이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정도의 북한 여행기 내용으로 재미교포를 강제로 출국시킨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이 책은 출간되기 전 이미 2012년부터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30여 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연재된 글은 거의 매회 수십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다른 연재 기사들에 비교해도 현격하게 차이가 날 정도다. 이뿐만 아니다. 저자에게 개인적으로 쪽지나 메일을 보내는 숫자도 조회수에 비례해 많았다고 한다. 그중에는 비난을 하는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저자의 글에 공감하고, 함께 슬퍼하는 글들이었다. 실향민, 이산가족 분들의 애절한 사연도 많았다. 분단의 비극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사시는 분들이 아직도 많았다.
이미 인터넷으로 책으로 여행기를 읽은 독자들이 신은미씨와 황선씨의 북한 여행기를 직접 듣기 위해 조촐하게 모여든 것 뿐이었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읽을 사람은 다 읽었을 것이다. 오히려 ‘익산 황산 테러’와 ‘신은미 강제 출국’으로 인해 책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왜 토크 콘서트를 방해하고 신은미씨를 강제출국시고 황선씨를 엉뚱하게 구속시킨 것일까?

신은미씨의 북한 여행은 남편의 권유로 시작됐다. 그는 “북한은 평소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남편이 다음 여행지로 찾다 찾다 결정 내린 곳”이라며 “북한은 한국 국적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광을 허용하고 있었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 부부도 갈 수 있었다”고 썼다.
북한은 "세상에서 오직 한국인만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얼굴 생김새도, 피부색도, 언어도 똑같지만 한국 국적의 사람들에게만은 허락되지 않은 땅이다. 북한이 허가하지 않기도 한다지만 허가한다 해도 (남)한국인은 갈 수 없다. 정부는 정치적 목적으로만 방북을 승인한다. 승인이 없으면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이라는 살벌한 죄목으로 처벌한다. 가진 자들만이 남북대화와 교류, 협상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에겐 관광을 허용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긴 너무 슬픈 현실이다.

신은미씨는 책을 출간하며 자신의 바람이 있다면 "자신의 북한 여행기를 읽고 단 한 사람만이라도 민족과 통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과 북의 어린 아이들이 자라서 더 이상은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이 제발 끝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이, 남과 북이 소통할 수 있는 첫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 어차피 한국의 민주화도 80년대 중반 이후 주권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력이나 언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민주주의도 평화도 통일도 반대하고 있다.

[ 2015년 1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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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 -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가짜안보’를 해부한다
김종대 외 지음 / 서해문집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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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서평]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 안보 :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가짜안보'를 해부한다>를 읽고 / 2014. 10., 295쪽, 서해문집

<디펜스21>이라는 잡지와 편집자 김종대라는 이름은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작년 12월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전시군작전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김종대씨가 페이스북에 시리즈로 올린 글('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을 접하며 크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글은 한국정부의 국방정책과 남북관계, 한미외교, 한국군의 실체에 대해 구체적인 진실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김종대 편집자가 올린 페이스북 글은 http://blog.daum.net/hy2oxy/8692146에서 볼 수 있다.)

안보와 안전은 다른 가치를 실현하는 아주 기본적인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거시적인 안보 개념에 주권자인 국민의 안전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안보의 토대가 제대로 마련되어야 경제성장, 인권 증진, 복지 등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안보의 가치 실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대통령 선거 기간 당시 대선 댓글과 SNS 공작을 벌인 일이 드러났고, 차세대 전투기 F-35 결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과정으로 진행되었으며, 국가기밀인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만천하에 공개되기도 했고, 군대 안에서는 부정부패와 가혹행위와 자살과 총기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정부여당과 국방부의 의지는 국민의 반대여론을 무시했다. 
문제는 이 모든 일들이 국민의 안전과 행복과는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대 정욱식의 진짜안보]은 거기서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정부와 군부, 보수언론은 전쟁 위협과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고 국익을 명분으로 국민을 종북으로 몰거나 협박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안보를 이용해왔다. 특히 극우적이고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 그런 경향이 강했고, 소위 ‘민주정부’라고 하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아래에서도 야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과 국방부와 국정원, 그리고 조중동 등 상업언론이 이에 가세했다. 
김종대, 정욱식은 그렇게 공포에 서식하는 안보 기득권 세력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는 한편, ‘진실의 눈’과 ‘상식의 잣대’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고 평화와 인권의 목소리를 높였다. 

군사평론가 김종대와 평화운동가 정욱식은 2013년 인기 팟캐스트 [김종대 정욱시의 진짜안보]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팟캐스트에서 1년 동안 다룬 내용 중 핵심만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다양한 현장 경험과 풍부한 이론으로 정평이 난 두 전문가는 그동안 군사조직과 권력의 전유물로 여겨진 안보를 ‘진실의 눈’과 ‘상식의 잣대’로 파헤쳐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구현하는 ‘진짜안보’로 거듭나게 한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무인기 파동,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 댓글 공작, 차세대 전투기 선정, 일본의 군사대국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 최근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던 안보 이슈들을 명쾌하게 정리하고, 이를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이용한 군부와 정치권력, 관료들의 실상을 낱낱이 공개한다. 이제 예비군과 군대의 안보특강, 보수언론과 정부의 발표가 아닌, 진정 주권자 국민을 위한 ‘진짜 안보’의 세계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이 책은 1부에서 국정원, 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 개입과, 공안 몰이 등을 다루고, 2부에서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벌어지는 핵 문제와 MD 도입, 남북 군사력 비교와 핵발전소 문제를 분석한다. 3부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군비 경쟁과 미국의 아시아 전략 등 동북아를 둘러싼 국제관계와 이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대응을 진단하며, 4부에서는 NLL 대화록의 진실을 살피고 평화적 통일의 길을 모색한다.

두 저자와 함께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여러 명의 전문가와 정치인도 등장한다. 하지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연세대 교수, 크리스토프 풀만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 사무소장 정도가 전문가로서 다양한 경험과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나머지 인사들은 수준이 낮은 편이라 팟캐스트의 시청자 폭을 넓히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한 책에서는 각 장의 앞뒤로 방송 당시와 이후의 상황에 대한 설명글을 덧붙여 해당 사건이 지금까지 어떤 흐름 속에서 진행됐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글 중간에 열한 편의 ‘진짜 평화 칼럼’을 실어 독자들이 좀 더 차분히 ‘평화를 위한 안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국가안보는 없고 '정권과 똥별의 안보'만 있는 대한민국… 그 중싱메는 무능하고 탐욕만 가득찬 똥별들과 친일파 후예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전쟁과 폭력, 공포와 협박의 '가짜안보'를 주권자들에게 선동하고 강요한다. 제1야당과 진보정당에서는 원칙적인 입장과 반대 의견이 강한 편이었고, 국가안보를 빙자하는 구조와 세력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대안이 부족한 편이었다. 야권에 왜 이렇게 안보전문가가 없는지 한동안 걱정했는데, 그나마 김종대 씨와 정욱식 씨가 있어서 다행이다.

저자들 덕분에 이 책을 통해 방위산업 비리와 MD(미사일방어망), 북핵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미국의 세계적 군사패권전략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국방정책과 한국군대의 허실 등에 대해 매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저자의 분석과 평가에 대해 개인적으로 1~2% 정도의 내용은 동의하기 어렵지만, 98% 이상 즉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공감이 되고 적극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 인상 깊은 문장 -

"윌리엄 코헨 국방장관과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한국에 왔다 간 이후로 하루아침에 정부의 (차세대전투기)사업 방향이 달라졌다. 2013년 8월에는 브루나이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는데,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을 만나고 귀국하면서 국방부에 전화해 각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전력기획관을 대기시켰다. 전력기획관은 주로 무기도입 사업을 관장하는 자리고, 각 군 참모총장들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정회원이니 방위사업 추진과 관련해 소집 지시를 내렸다고 본다."(p.51)

"무인기라는 새롭지도 않고 치명적이지도 않은 위협에 이렇게 대한민국이 호들갑을 떨고 공포를 소비한다면 우리의 합리적인 국방정책 기반이 완전히 붕괴됩니다. 사실 제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일선에서는 이 북한 무인기에 대한 탐지 보고가 2013년 9~10월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성능이나 운용실태를 봤을 때 아직은 위협이 아니라고 군 지도자들이 판단해온 겁니다. 그랬던 것이 이번에 언론이 판단하고 생산한 공포 때문에 군이 이성적으로 애기할 수 없게 됐습니다."(p.66)

"북핵 능력이 증대돼서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긴 이르다는 게 박근혜 정부의 핵심논리지만, 북핵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입니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에 나온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 보고서에서도 '전작권을 차질 없이 가져오겠다'고 했던 걸 보면 이 논리는 인과관계 자체가 잘 성립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과 협상 없이 방치만 하면 북핵은 계속 늘어날 텐데요. 북핵이 늘어나면 또 못 한다고 할 테고, 이런 논리구조에 대한민국 주권은 영원히 제약받게 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없는 것이죠."(p,96)

"독일 등이 탈핵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체르노빌, 후쿠시마 영향도 있지만 실제 해체를 해봤더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해체 후에 사용후 핵연료를 10만 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데 어디에 보관할 지도 문제였던 거죠. 인류 역사가 1만 년이 될까 말까 하는데 10만 년을 보관할 시설을 짓는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p.119)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한 군사력 비교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국방연구원에 의뢰했습니다. 그랬더니 NSC로 각 군의 로비가 들어오는 겁니다. 자기들이 열세한 걸로 비율을 낮춰달라고 아주 사활을 걸어요. 왜 그랬겠습니까? 예산과 관계돼 있으니까요."(p.147)

"중국이 2013년 11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강하게 나오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천안함 침몰 이후에 계속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상에 들어왔거든요. 이것에 대해서 중국은 '왜 우리 앞마당에 외국 군함이 들어오냐'며 굉장히 민간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죠."(p.193)

"(김정일 위원장과 장시간 대화를 해보니) 우선, 첫 느낌은 말이 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클린턴 행정부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나 김대중 대통령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나서 '굉장히 총명한 인물이다. 그리고 유머감각이 있다.' 이런 평가들을 하셨는데, 저도 그런 인상을 받았습니다.(정동영)"(p.251)

[ 2015년 1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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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irex 2015-07-06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좌파식 논리군... 아니 `대한민국식 좌파`라고 해야 맞을듯... 그들이 증오하던 산업화 시대 사람들의 논리와 다를게 뭔가....ㅋ

붉은구름 2015-07-22 01:57   좋아요 0 | URL
`우파`의 유래는 프랑스 혁명 후 국민의회 의사당에서 왕정 복고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앉았던 자리배치이고, `좌파`는 민주공화정을 추구하는 이들이 앉았던 자리...
˝대꾸할 논리가 없으면 좌파라 규정한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는..
`산업화 시대`가 문제가 아니라 헌정을 파괴한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가 문제..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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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추천 [서평] 선대인 소장의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 :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들> (2013 웅진지식하우스) 

선대인 소장은 나의 전공분야인 부동산에 대한 관점과 진단에서 가장 크게 공감이 가는 전문가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이라는 이름은, 다소 비관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을 많이 하면서 다른 학자, 전문가나 정치세력과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있는 편이지만, 그의 저서와 블로그 글을 접하면 그 나름대로 이유와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핵심은 부동산 시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의 부동산 신화는 이미 끝났으며, 모두가 바라는 부동산 연착륙은 이미 불가능하다.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선대인 소장은 가계별로 다른 7가지의 구체적인 상황별 대응법, 전월세와 임대주택 위주로 재편될 변화, 경제 구조와 인구 변화와 연동되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해석, 그리고 정부가 어떤 방향의 부동산 정책을 써야 대세하락기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준다. 

선대인 소장의 주장을 접하다 보면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 떠오른다. 그만큼 선 소장은 한국경제와 사회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평가한다. 헨리 조지가 1848년에 출간한 <진보와 빈곤>은 사회가 진보하더라도 당시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방식이 지속된다면 인류사회의 부는 생산성도 부가가치도 없는 토지(부동산)에 집중되고 노동자와 서민들뿐 아니라 기업주와 정부까지도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친 시대의 사상가였다.

선 소장은 한국은 이미 두 개의 전환기가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두 가지의 전환기는 '부동산 대세상승기에에서 대세하락기로 접어들었다'는 것과 단순한 부동산시장 사이클 전환을 뛰어넘어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부동산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다. 그는 전세가격이 치솟는 것도 이 두 흐름이 맞물리면서 일어나는 파장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 결과 “3단계 하락기간을 거쳐 주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데 7~10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단, 정부가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과 금융대출에 집착하면서 제대로 정책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나 외부 충격에 의해 몇 년 안에 부동산 폭락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단지 부동산 폭락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이 같은 변화가 체감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방향은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행보를 보이며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오로지 ‘집값 떠받들기’에 몰두해 건설업계의 건전한 구조 변화 유도와 금융의 재무구조 개선 등을 놓치고 있다고 정리한다.

- 한국의 가계부채 1000조 돌파, 특별관리 필요하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2563.html
- "공공부채 900조 돌파, 관리 못하면 수년내 日처럼 신용등급 강등" http://news.zum.com/articles/18503632 

선 소장은 부동산 소비자들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앞으로 10년 후 주택시장에서 펼쳐질 10대 현상을 정리해주었다.
1.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는 증가한다. 
2. 부동산 용도는 투자가 아닌 사용 중심으로 변한다. 
3. 신축주택이냐 노후주택이냐가 가격을 결정한다. 
4. 아파트 시대가 저물고 다유형 소량생산 시대로 전환한다. 
5. 중대형 수요는 급격히 줄어든다. 
6. 집이 남아도는 시대가 온다. 
7. 거품이 꺼지면 부동산에도 품질이 중요해진다. 
8. 선분양제가 사라진다. 
9. 자비 리모델링이 급증하고 수도권 외곽 신도시는 공동화된다. 
10.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이 어려워진다.

한국은 이미 부동산 시장을 한국경제의 흐름고 선순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그 기간은 민주정부 10년 동안이었다. 
김대중 정부 집권기인 2002년까지 집값이 전국적으로 폭등했다. 김대중정부가 부동산 거품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외환위기 직후의 부양책 기조를 유지하고, 카드채 남발을 제어하지 못한 것이 큰 과오였다.
뒤이어 집권한 노무현정부는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고 카드채 사태를 해소해야 했음에도 이 문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2003년 카드채 사태가 터졌고, 결국 이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는 데 2~3년 정도가 걸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 초기 10.29 대책을 내놓는 등 상당히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책을 내놓아 2003년 하반기~2004년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04년 하반기부터 이헌재 재경부 장관과 강동석 건교부 장관을 투톱으로 하는 건설부양책을 쏟아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부동산 부양책을 거들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적 토건 부양책을 실시했고 전국에 대규모 주택단지 붐이 일어났다. 여기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뉴타운 드라이브가 맞물렸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 LTV와 DTI를 순차적으로 도입했으나 이미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품은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뒤였다. 대출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고 수도권 주택가격이 가라앉기 시작했을 때 이명박 정권이 등장하여 다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모두가 인정하고 당사자들도 공식적으로 언명하듯이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것을 막고 집값 하락을 저지하고 포화상태인 건설업계에 막대한 국고를 쏟아부었고 쏟아붓고 있다. 겉으로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라고 포장을 씌웠지만 실제 내용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고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양질의 공공분양,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면서 부동산 기득권층과 건설업계를 떠받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때 과도하게 늘어난 건설업체들이 좀비 상태로 살아남아 밀어내기 분양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현재 공급과잉의 근본 원인이다. 그동안 워크아웃이나 법정고나리를 실시했지만, 실제로 시장 퇴출이 일어나는 시장 청소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비롯하여 각종 토건 사업으로 건설업계의 숨통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헤 정부의 부동산 주택정책의 특징은 각종 금융지원 정책을 통해 빚더미로 집값과 전월세값을 떠받치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빚더미는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가 1천 조를 넘어서고 있고 정부와 공기업의 부채 또한 1천조를 넘어섰다.
선 소장은 정부의 부절적할 부동산 부양책(집값 떠받치기)에 여당과 상업언론과 사이비 연구소와 학자들이 대거 동참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한국의 부동산시장을 역전시킬 묘책은 없으며, 연착륙은 고사하고 견착륙이라도 서둘러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선 소장은 주택 유형에 따른 일반 가계의 대응법을 조언한다.
-집이 두 채지만 빚에 시달리고 있다면 -> 집 한채를 팔아야 한다. 자신이 샀던 가격 또는 최고점 가격은 잊어야 한다. 집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매수자가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싸지 않기 때문일 뿐이다.
-담보대출에 쪼들리는 1주택 소유자라면 -> 가계의 현금흐름과 부채 및 이자 상환 가능 여부는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그런 다음 보수적으로 판단한 다음 가급적 팔고 전세로 옮겨야 한다. 집을 팔고 전세로 사는 대신, 은행대출 이자로 낼 돈을 저축하면 5년 동안 같은 금액의 돈을 모을 수 있다. 향후 주택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 그동안 모은 돈으로 같은 집을 더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 심각한 전세난에 집을 살까 고민한다면 -> 신중하게 따지고 판단해야 한다. 빚을 내서 집을 사야 한다면 역시 가계소득을 고려해야 한다. 전세난과 집없는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빚을 내 집을 샀다가 대출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면 기존 전세금까지 날릴 수 있다. 대출을 끼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다면 오래도록 거주할 수 있는지 가족의 조건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 ‘전세형아파트’를 고려하고 있다면 -> 이런 아파트는 건설업체가 분양이 되지 않아 밀어내기식으로 분양하는 아파트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시행사나 건설업체 명의의 대출이 먼저 설정되어 있다. 이럴 경우 나중에 전세가 빠지지 않을 때 전세금을 전액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고, 건설업체가 부실화되어 중간에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결혼을 앞두었다면, 전세냐 매매냐 -> 신혼부부들은 내 집 마련을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 향후 집값은 상당 기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할 경우 달콤한 신혼 생활이나 출산,보육에 부담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 1인 가구 독신자, 월세냐 전세냐 -> 부모나 자신의 부담능력이 아닌 전세대출을 통한 전세대출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아무리 이자가 싸고 대출조건이 좋다 하더라도 자신이 향후 5~10년 동안 고용과 소득을 안정적으로 이어질지 상환할 수 있을지 면밀히 고찰해야 한다.
- 노후 대비책으로 오피스텔 투자를 생각한다면 -> 2013년 오피스텔 평균 투자수익율이 전국은 5.90% 서울지역은 5.45%까지 떨어졌다. 오피스텔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고 수익율은 몇 년째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실에 따른 미수금, 유지관리비용, 취득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와 독자들이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가져야 할 10가지 자세”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1. 무주택자라면 조급해하지 마라
2.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 모험적 투자는 하지 마라.
3. 전세 대신 집 사라는 ‘토끼몰이’에 당하지 마라
4. 가계부채가 일정하게 해소된 뒤 움직여라.
5. 환금 가능성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6.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드시 이해하라.
7. 내 부동산,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보유 여부 결정하라.
8. 시세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라.
9. 집값 상승기 때의 상식을 버려라.
10. 지방 거주자들은 수도권의 흐름을 주시하라.

선대인 소장은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전문가들이 진정 한국사회의 미래를 생각하고 국민들을 위한다면 ‘효과적인 견착륙’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효과적인 견착륙’을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부실 부동산에 대한 정리 신호를 주어야 하고, 주택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야 하며, 공공 차원에서 가계 컨설팅을 시작하고, 부실 건설업계 시장을 청소해야 하며, 재정 지원의 초점을 저소득층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선대인 소장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부동산 소비자인 국민들이 한국의 새로운 주거 미래를 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다섯 가지 모두 적극 공감이 되는 과제이고,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을 지켜본 결과,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그리고 새정치연합에게 이런 정책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첫째. 주택소비자의 지위를 높이자. 선분양제를 폐지하고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로 이행해가야 한다. 선분양제에 연동된 주택청약제도도 없애고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구조도 바꾸어 처음부터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10%까지 대폭 늘려야 모두가 산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빠르게 늘려 임대주택시장 지배력을 높여야만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돈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을 활용하면 된다.
셋째, 임차인의 지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임대료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 청구권, 공정임대료 제도와 같은 세입자 보호장치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넷째, 부동산 세제를 개혁하자. 특히 보유세와 임대소득세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 대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
다섯째, 국토교통부에서 주거복지부로. 더이상 정부가 건설산업 촉진이나 주택공급이 아니라 주거복지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주거바우처, 주거보조금, 후분양제, 임차인보호법, 부동산보유세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담당해야 한다.

이 책에서 선대인 소장에게 아쉬운 점은, 언론과 지식인 계층도 최악인 상황에서 선거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변해야만 가능한 과제들이 아니라 주권자이자 부동산 소비자인 국민들이 함께 나서서 직접 할 수 있는 방향이나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책 안의 독일의 협동조합 주택 모델을 몇 쪽 소개하지는 했지만, 제대로 조사연구해보지는 않은 것 같아 유감이다.

[ 2014년 12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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