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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자 행성 - 린 마굴리스가 들려주는 공생 진화의 비밀 ㅣ 사이언스 마스터스 15
린 마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주말에 TV에서 방영되는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을 좋아한다. 요즘은 자주 보지 못하지만, 예전에는 즐겨 시청한, 몇 개 되지 않는 프로그램이었다. ’동물의 왕국’을 좋아했던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자연 그대로의 조건 속에서 조건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인간이 아닌)동물들의 삶과 행동이 편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수 십억 년의 진화를 통해 태어나고 자란 동물로써 조상이 같은 먼 친척에 대한 향수와 친밀감일 수도 있고 동물 수컷의 한 마리로 ’정글의 법칙’과 같은 양육강식의 피비린내 나는 ’먹고 먹히는’ 동물 세계를 내심 즐겼을 수도 있다.
내가 어려서부터 학교와 사회, 방송을 통해 듣고 배운 것 중의 하나가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었다. ’인간도 동물의 일종’이라는 이야기는 지구상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공동 운명체라는 뜻보다도 인간사회도 생존경쟁이 본질이고 따라서 ’약육강식’이 시스템이라는 뜻으로 애기되곤 했다. 결국 21세기 10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 대부분의 인류사회에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라는 문화와 의식이 지배하고 있다. 그런 개념을 미리 배우고 익힌 사람들이 지배자와 상층에 올라서서 나머지 사람들에게 ’인생은 생존투쟁’이라고 설득하고 주입했을 것이다. 특히 서구사회는 기독교 사상과 진화론이 맞물려 18세기 이후 ’생존경쟁’의 문화가 자리잡았고 자본주의 산업사회는 ’생존경쟁’의 덕을 톡톡히 보면서 성장하였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생존경쟁’이 문화와 의식으로 들어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한 학교와 방송의 ’의식주입’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올라올 때까지 가정과 사회에서는 ’생존경쟁’이 부분적이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그토록 남과 북,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방, 전라도와 경상도, 남자와 여자, 구세대와 신세대를 대립시키고 갈등을 조장시켰어도 한국 국민들의 공동체 의식과 협조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내 생각에 한국 사회 내부에서 서서히 커가던 ’생존경쟁’이라는 의식이 본격적, 지배적인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97년 IMF 사태 이후였다. 물론 시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경쟁’과 ’대립이 국가와 국가, 국가 내 사회 각 분야, 계층과 계급, 개인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키고 고립화시키고 소외시키고 있는 것이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나는 현대사회에서 ’대립’과 ’경쟁’이라는 개념과 문화를 개인과 사회집단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깊숙하게 각인시킨 요인 중에서 근대과학, 그 중에서도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 추출된 ’자연선택’, ’자연도태’, ’생존경쟁’, ’약육강식’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그러한 개념이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대변하는 개념과 다르던, 그렇지 않던 간에...)
’인간’, ’사람’의 생물학적, 인류학적 학문적 이름(학명)은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배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아니라 그 아종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라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뜻은 말 그대로 ’슬기로운(지혜로운) 사람’이다.
일반 사람들이 알고 기억하는 ’인류의 진화’의 가장 기본적인 이론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Evolution)’이다. 현재 과학계에서 지배적인 이론이고 전 세계 대부분의 정규 교육과정의 교과서에 실려 있는 ’진화’란, 생물 집단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변화를 축적하여 개체와 집단의 특성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종의 탄생을 일으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여러 생물 종 사이에서 발견되는 유사성을 통해 현재 존재하는 모든 생물 종이 진화 과정을 거쳐 먼 과거의 공통 조상, 즉 공통의 유전자 풀로부터 점진적으로 분화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즉, 진화는 ’세대에서 세대로 유전형질이 전달되는 도중에 일어나는 유전자의 변화가 누적된 결과이다. 유전자는 DNA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전자 변화가 일어나는 요인은 ’자연선택에 의한 돌연변이’와 ’유성생식에 의한 유전자 재조합’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유전자의 전달, 변화, 조합 등을 다루는 학문이 ’유전학(Genetics)’이다. 진화론은 생물학에서 ’유전학’이 분화되도록 만들었다.
’진화론’과 ’유전학’의 주요 개념인 대립과 경쟁에 반기를 들면서 진화이론을 뿌리채부터 흔들고 있는 이론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린 마굴리스’도 새로운 이론을 주장하는 과학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녀는 지구상에 최초의 생물체가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진화’를 거쳐 현재의 생물종들이 이어져왔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DNA의 역할이나 돌연변이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녀는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가 ’대립’이나 ’경쟁’이 아니라 ’협조’와 ’공생’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대립’과 ’경쟁’이 지구상 생명체의 존재양식이라는 전제를 근본에서부터 부정하는 이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의미가 크다. 지구 탄생 이래 자연이, 그리고 인류가 ’경쟁’과 ’투쟁’ 속에서 생존해왔고 앞으로도 ’경쟁’과 ’투쟁’만이 생존의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주장하는 수 많은 주장과 이론, 협박과 회유의 근거를 깡그리 부정하고 ’공생’과 ’협조’를 인류사의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새로운 과학 이론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녀는 10대 시절부터 ’비주류’였다. 기존의 사고방식, 기존의 학교체계를 부정하고 스스로 학습과 존재방식을 창출하기 위해 홀로 노력하였다. 그러한 그녀의 태도는 과학계에 들어간 이후에도 기존 이론, 기존 문화, 낡은 관념과 싸우면서 시작된다. ’자연선택’이라는 주류 과학계의 이론을 ’회의’하면서 올바른 길을 추구한 것이다.
-------------------- * 린 마굴리스는 누구인가? ---------------------------미국의 생물학자로 메사추세츠 앰허스트대학교의 교수이다. 세포생물학과 미생물 진화에 대한 연구, 지구 시스템 과학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미항공우주국(NASA) 우주과학국의 지구생물학과 화학진화에 관한 상임위원회의 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NASA의 지구생물학에 관한 실험들을 지도하고 있다. 공생진화론과 같은 충격적인 가설로 생물학계를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지칠 줄 모르는 연구로 19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수많은 국제학술 강연, 100종이 넘는 논문과 더불어 10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영국의 대기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에 공헌한 바가 크다. 아들인 도리언 세이건과 함께 책들을 펴냈으며, [진핵세포로의 진화], [공생과 세포진화]등의 저술이 있다. ---------------------------------
이 책은 행성의 생명, 행성의 진화, 그리고 그것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다룬다.
1. [지구는 공생자 행성]에서 저자는 ’공생’이라는 현상이 지구 전체에, 생명체 전체에 걸쳐 아주 광범위하게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생물 시간에 배운 ’공생(共生, Symbiosis)’은 매우 한정되어 있다. 악어와 악어새, 상어와 빨판상어, 고래와 따개비 등 우리는 우리의 눈이 쉽게 볼 수 있는 현상만을 알고 있고 기억한다. 그렇지만 ’공생’은 아주 일상적이고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사람의 소화관과 눈썹에는 세균과 동물 공생자들이 우글거리고 있으며, 화분이나 공원에도 드러나지는 않지만 공생자들이 널려 있다. 흔한 잡초인 토끼풀과 갈퀴나물의 뿌리에는 작은 구슬들이 달려 있다. 이 구슬들 안에는 질소가 부족한 토양에도 식물들을 자라엑 해주는 질소 고정균들이 들어 있다. 사람이나 개 등, 포유류의 소화관에 벌레들이 공생하고 있다.
[ 식물의 뿌리와 균근 ]
[ 소화기관 속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 ]
저자는 생물체들 사이의 ’공생’이라는 생존방식은 현재 뿐 아니라 생명체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음을 주장한다. 실제 수 억년 전부터 생존해 온 세균이나 버섯류, 원생동물들 사이의 공생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일상적이고 구조적인 생명체 사이의 공생이 생명체의 부분적인 진화와 새로운 종의 탄생을 가져왔음을 설명한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공생관계가 확립됨으로써 새로운 조직, 기관, 생물, 더 나아가 종이 생성되는 것을 진화 용어로 ’공생 발생(Symbiogenesis)’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세균들이 서로 융합하여 식물과 동물의 조상들을 비롯한 더 큰 세포들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유전자 분석 같은 분자생물학적 기술들은 저자의 세포 공생 이론 중 상당부분이 옳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세균이 식물과 동물의 세포에 들어가서 영구적으로 통합되어 색소체와 미토콘드리아로 변했다.
[ 말미잘의 공생 ]
2. [정통 견해에 맞서다]에는 저자가 13세부터 기존 관념에 맞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녀는 만14세에 시카고 대학교의 특수 조기 입학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행운을 얻었고 3년 반만에 학사 학위를 받고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천제물리학자인 칼 세이건과 결혼했다. 저자는 대학원에 들어간 이후 기성 생물학자, 유전학자, 화학자들이 서로의 연구분야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협력도 없이 관성대로 기존 학문을 이어가고 있는데 반발한다. 그녀는 세포질 유전학, 세균 유전학, 세포학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몰두한다. 그녀가 자신의 주요 이론적인 결과물인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 논문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학회지들로부터 15회나 거부당했다.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이란 "식물과 동물 뿐만 아니라 곰팡이와 핵이 있는 세포로 이루어진 모든 생물들의 세포가 서로 다른 종류의 세균들이 특정한 순서로 융합됨으로써 유래했다"는 것이다.
[ 원핵세포와 진핵세포의 비교 ]
3. [개채는 합병에서 태어났다]는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여기서 ’연속’이라는 말은 융합이 순서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림처럼 처음에는 ’스피로헤타(스필로플라즈마)’와 ’서모플라즈마’가 융합하여 진핵세포가 되고 여기에 ’파라코쿠스 델로비브리오’가 융합하여 원생생물계를 구성한다. 원생생물계는 ’구형 시아노박테리아(클로록시박테리아)’와 융합하여 식물계를 구성하고 다른 세균들과 융합, 진화 후 동물계와 균계를 구성하게 된다.
처음에는 황과 열을 좋아하는 발효성 ’고세균(테르모플라스마류, 호열산세균)’이 유영성 세균과 융합했다. 하나가 된 융합체의 두 구성 부분은 함께 핵세포질이 되었다. 이 최초의 헤엄치는 원생생물은 현대의 후손들과 마찬가지로 혐기성(산소를 싫어하는) 생물이었다. 이들은 유기물은 풍부하지만 산소가 희박한 진흙, 모래, 암석틈새, 물웅덩이, 연못에 살았고 체세포 분열을 했다.
유영하는 원생생물은 자유생활을 하는 또 다른 미생물인 산소 호흡하는 세균(프로테오박테리아,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이 융합체에 합쳐졌다. 그리고 더 크고 더 복잡한 세포가 지금으로부터 20억년 전에 생겼다. 산소 호흡을 하는 삼자 복합체(산과 열을 좋아하는 세균 + 헤엄치는 세균 + 산소 호흡하는 세균)는 알갱이 먹이를 삼킬 수 있게 되었다. 산소를 호흡할 수 있으므로 대기에 점점 축적되는 자유 산소에 대처할 수 있게 되었고 엄청나게 증식할 수 있었다.
산소 호흡하는 삼자 복합체는 초록색 광합성 세균(시아노박테리아)을 삼키고 그것을 소화시키는데 실패하면서 이루어졌다. 결국 소화되지 않은 초록색 세균은 살아 남았고, 그것까지 몸에 지닌 융합체는 번성하게 된다. 그 초록색 세균은 엽록체가 되었고 녹조류가 생겼다.
[ 고세균 ]
[ 스피로헤타 ]
[ 프로테오 박테리아 ]
[시아노 박테리아 ]
4. [생명의 덩굴]에서 저자는 기존의 생명체의 ’계통분류학’의 변경을 시도한다. ’공생발생’을 주장하는 저자로서는 새로운 종의 탄생과 기원이 ’분리’가 아닌 ’융합’이니 당연한 주장일 것이다. 1735년 린네에 의해 시작된 생명체의 분류체계는 처음 ’동물-식물’처럼 단순하게 구분되었고 2004년 기준으로 ’캘비어-스미스’의 ’6계 분류’로 구성되어 있다. ’6계 분류’는 세균 - 원생동물 - 크로미스타 - 균류 - 식물 - 동물로 이루어졌다. 저자는 ’2단 5계 분류체계’를 주장한다. 생물 전체를 크게 원핵생물(세균)과 진핵생물로 구분하고 공생발생을 통해 진화한 진핵생물은 원생생물 - 균류 - 식물 - 동물 체계이다.
5. [세포는 생명 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에는 생명의 기원, 즉 지구 생명체의 모체이자 아주 작은 단위인 세균 세포의 등장을 다룬다. 저자는 "생명이 시작될 때부터, 즉 유전 분자들(RNA 같은)과 그것들을 환경과 격리시키는 기름막의 상호 작용체였다."라고 주장한다. 과학은 실험실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합성시킬 수 있다. RNA는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능력과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에, 생명의 역사에서 DNA보다 먼저 나타난 것으로 여겨진다.
6. [섹스의 진화]에서 저자는 고대의 스피로헤타-고세균 융합에서부터 원생생물의 동족 섭식형 ’원시 짝짓기’까지 분석한 후에 ’성(性)’도 공생과 마찬가지로 ’융합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융합체로부터 주기적으로 탈출하는 문제이고 하여 성은 주기성을 띤 공생의 아주 특수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7. [초바다의 해변에서]에서는 현재 육지에 사는 생물 종들의 수와 다양성, 그리고 종들의 상호 연결 양상이 생명의 본래 서식지였던 바다의 종들을 훨씬 초월함을 말한다. 육지의 생물량이 바다의 생물량보다 수 백배는 된다는 것이다. 육지 생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곰팡이와 조류, 균류다. 거의 모든 식물의 뿌리에는 균근 곰팡이가 달라붙어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곰팡이의 존재와 역할을 저자는 ’초바다(Hypersea)’라고 표현한다.
8. [가이아]는 ’생리적으로 조절되는 지구’를 뜻한다. 1970년 초에 제임스 러블록이 제안한 이론이다. ’가이아 이론’은 "행성 생명의 총합인 가이아는 우리가 환경 조절이라고 말하는 일종의 생리현상"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가이아에게 결코 위협이 될 수 없다"(p.211)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공생발생 및 융합 이론과 러블록의 ’가이아’ 이론이 비슷한 지점에 도달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지구는 생명체와 지구가 서로 ’공진화’하기 때문이다.
진화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비주류 이론이지만 과학기술의 발달과 분자생물학 등의 진전으로 저자의 중요한 근거들이 사실로 판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생물학자들과 유전학자들이 저자의 이론에 공감을 표시하고 후속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긍정적이고 기대가 되는 현상이다.
저자의 ’공생’ 이론은 서구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그것은 서구사회의 역사와 문화, 이념과 철학이 ’이분법’과 ’세분화’에 찌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서구의 철학과 과학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저자는 과학이론으로서 뿐이 아니라 그러한 서구의 관성과 경향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와 같은 새로운 통합과 협동에 대한 학문적 분위기가 서구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에서 시작하여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중에서도 리 스몰린(Lee Smolin)의 <양자중력의 세 가지 길>과 스티븐 슈나이더(Stephen H. Schneider)의 <실험실 지구>는 ’경쟁’, ’투쟁’이 아닌 ’공생’과 ’협동’, ’통합’의 철학적,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저자는 인간의 관념과 상식에 대해 늘 경계하기를 당부한다. 우리의 상식이나 생각은 사회적, 역사적으로 규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인간의 지적 탐구, 특히 과학적 탐구와 그것을 장려하거나 방해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입장과 상황을 살펴본다. 과학적 발견들, 특히 기존 사회가 신성시하는 규범을 불편하게 하는 발견들을 제소리를 못내도록 침묵시키려는 음모가 지금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 우리가 사실이나 진리라고 여기는 관념들은 하나로 통합되어 우리의 사고방식을 형성한다. 우리는 보통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길들여진 무능력’, ’생각 집합’, ’현실의 사회적 구성물’ 같은 문화적 제약들을 생각해 보라. 매사에 우리의 관점을 결정하는 지배적 억업을 생각해 보라. 그런 것들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과학자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언어, 국가, 지역, 시대는 우리의 인식에 한계를 설정한다. 누구나 다 그렇듯이, 과학자들이 은연 중에 갖고 있는 가정들도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사유를 한정지음으로써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p.14)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경쟁’이나 ’대립’보다 ’공존,공생’과 ’협동,통합’이 더 본질적인 모습이다. 공생과 협동이 중심일 때 인류사회는 질적으로 더 나은 새로운 결과물을 가져오지만, 지금처럼 경쟁이나 대립이 중심일 경우에는 갈등과 반목만 가져올 것이고 결국에는 상호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우리는 ’동물의 왕국’이 보여주지 못하는 더 자세한 현상과 더 거시적인 현상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뇌 속에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심어져 있는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논리는 잘못된 자연과학과 ’진화론’에 기인한다. 그리고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문화 속에서 이익을 얻는 집단들의 노력 덕분이라 할 수있다. 스스로 깨어나지 못한 채 그 문화에 계속 빨려들어갈 경우 ’소외된 삶’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 책 속의 책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윌리암 골딩 <파리대왕>, 앤서니 기든스 <제3의 길>
[ 2011년 6월 1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