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라이더 -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 프리라이더 1
선대인 지음 / 더팩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제세공과금의 징수와 정부 예산의 편성 및 집행에 대해 기본적인 것들을 알아야 한다. 모든 국민은 근로소득세와 4대보험 등 직접세를 납부함과 동시에 수익에 대한 세금보다 취득, 등록, 소비, 부가세등 간접세금를 더 많이 납부하기에 ’납세자’이자 정부와 세금의 주인이다. 지금부터 왜 대한민국 납세자가 잘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한 책을 한 권 읽고 소개한다.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 이어 세 번째로 저자의 저서를 읽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저자와 그 연구소는 야말로 한국 내 경제연구소 소속 전문가 중에서 정권이나 재벌의 ’나팔수’가 아닌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이는 저자가 속해있는 [김광수경제연구소]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을 토대로 특정 개인이나 정파, 집단이익을 떠나 국가적인 관점에서, 국민적 이익을 토대로 경제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정치계와 교육계, 언론 등에서 ’복지논쟁’이 한참이다. 복지를 이야기할 때 가끔 ’무임승차’라는 표현도 나온다. 복지 논쟁의 경우, 이 표현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황식 총리, 이명박정권의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에서, 그리고 보수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무임승차’가 무엇일까? 이 책의 제목인 프리 라이더(Free Rider, 무임승차자)란 말 그대로 요금을 내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경제학이나 정치학에서는 이 같은 무임승차자의 뜻을 확대해 공공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몫 이상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각종 국방과 교육, 건강보험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게 무임승차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 같은 무임승차 문제가 만연하게 되면 그 국가는 재원 부족 등으로 적절한 수준의 공공재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종국에는 붕괴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국가는 납세의 의무를 규정하고 징병제를 실시하거나 자원의 남용 또는 훼손을 방지하는 규제를 만들어 시행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무임승차자 문제는 정부의 역할을 정당화해주는 기본 논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무임승차자’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취임 직후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를 언급한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에 가깝다. 대한민국의 진짜 악성 무임승차자는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악성인 무임승차자들은 따로 있다. 그들 대부분은 우리의 노부모님들이나 가난한 이웃들이 아니라 이 땅에서 가장 돈이 많고, 힘이 센 사람들이다.

 
이 책은 바로 그들의 숨겨진 정체와 행태, 그리고 그들 간 내밀한 이해관계의 연결고리를 고발한다. 또한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이 돈을 우리 호주머니에서 거둬 가는지, 국회는 왜 그것을 방치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거둔 돈을 이들 악성 무임승차자들을 위해 얼마나 흥청망청 쓰는지, 그 과정에서 부패와 뇌물의 사슬구조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 비밀을 누설한다. 





 
책 속에서 미국과 한국의 세금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비교하는 대목이 있다.
"1998년,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민주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로 한참 궁지에 몰려 있었지만, 결국 그 해 열린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그 중 하나가 ‘아메리카와의 맹약’이라는 이름 아래 보수 정책 의제들을 이슈화해 당시 공화당의 스타로 떠올랐던 뉴트 깅그리치(Newt Gingrich) 하원의장의 탈세 사실 때문이었다. 그가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자 미국하원윤리위원회는 그에 대한 징계 권고안을 결의했다.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의원직을 사퇴해야 했고 사실상 정치권에서 추방됐다."


그렇다면 세금의 잣대로 본 한국의 정치권은 어떨까?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미납한 추징금 1,672억 원을 안 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시효 만료를 몇 달 앞두고 300만 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들을 우롱했다. 1원이라도 납부하면 3년씩 강제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전씨는 29만 원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의 3남 1녀는 수백 억 원대의 자산가다. 손자,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 소유자다. 그런데 이렇게 추징금을 안 내고도 그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너무나도 훌륭히 받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그의 자택 주변을 가보라. 경찰 1개 중대가 주변에 좍 깔려 경호를 서고 출입을 엄중히 단속한다. 그가 일찌감치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주변 주차 구역에 대놓은 차를 빼달라는 경찰의 재촉이 여간 성가시지 않다.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의식과 도덕, 정의와 공동체감에 대한 뼈아픈 실례이자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례다.

전직 대통령까지 갈 필요도 없다. 현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신들의 자녀들과 자신 및 부인인 김윤옥 씨의 운전기사까지 위장취업시켜 경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탈세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서울 강남권에 여러 채의 빌딩 등을 포함해 모두 수백 억 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0∼2002년 동안 사실상 세금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강보험료를 월 1만 5000∼2만 3000원씩만 내기도 했다. 한 달 수입 100만~200만 원인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도 이 대통령보다는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낸다. 그 밖에 그는 지방세를 체납해 여섯 차례나 재산을 압류당했으며, 고용산재보험료를 미납해 강제추징당한 전력도 있다. 미국이라면 이 가운데 단 한 가지 사실만 드러나도 대통령은커녕 정치권에서 사실상 추방당할 텐데, 이런 사람이 대통령까지 되는 게 대한민국의 기막힌 현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통령뿐이면 다행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인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은 장관 임명 인사청문회에서 10억 원대의 부동산을 3년 이내에 팔고도 등기날짜를 맞춰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가 드러나 낙마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시민권자인 딸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는데도 국내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도록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전현직 정부의 장관들이나 정치인들이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벌어진 탈세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 미납한 경우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엄정한 처벌을 비켜갔다. 당장 진수희 장관만 해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세계 최대의 부자로 손꼽히는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2006년 기부 약정식 행사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부부와 함께 참석한 가운에, 부시 행정부가 실시하려던 기업의 법인세와 상속세 감세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밝히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세금 안 내려고 추잡한 짓 하지 말고 정당하게 돈 많이 벌어서 세금 많이 내세요. 그것이 ‘우리나라’ 미국을 사랑하는 것이고, 우리 기업인, 부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2006년 6월 27일 한겨레 기사 참조)

하지만 세금의 잣대에 대한민국의 재계도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 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지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돈이 넘쳐나서 주체도 못할 국내 최고 재벌이 뭐가 세금 안 내려고 얼마나 파렴치한 짓을 한 것인가. 그런가 하면 이 회장이 막대한 재산을 세금 한 푼 안 내고 이리 빼돌리고 저리 빼돌릴 동안 도대체 이 땅의 국세청과 금융감독원과 검찰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이건희 회장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수조 원대의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낸 세금은 달랑 증여세 16억 원이 전부다.
 
2010년 가을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각종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과 탈세 의혹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일은 비단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 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고 있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은 선친이 남긴 재산 가운데 태광산업 차명주식 18%를 공식 재산 목록에서 누락했다가 8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2009년 12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다 살인미수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재무2팀장은 공판과정에서 “본인이 관리하던 차명재산이 수천 억원에 이른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 일이 있은 뒤 CJ그룹은 1,700억 원이 넘는 차명재산 관련 세금을 납부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일가도 임원들의 차명계좌 형태로 수백 억 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이미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신한금융그룹 경영층의 내분사태 와중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명계좌로 50억원을 보유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2009년 이후 굵직굵직한 사건만 언급해도 이 정도다. 그렇다고 비자금 규모가 모두 드러난 것도 아니니 비자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저자의 분석과 해법에 따르면, 매년 300조원이 넘는 정부예산 중 상당수가 생산적인 분야와 복지분야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OECD 국가 중에서 한국정부가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가장 방치, 조장하고 있다.) 현재 지극히 비생산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무상급식이나 사회복지 확대, 실업문제, 출산율 저하문제 등에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여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제 왜 우리가 세금과 예산, 집행에 대해 두 눈을 부라리고 감시하고 조사하고 항의하고 분노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가끔씩 언론 기사와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려진 세금을 둘러싼 복마전과 ’무임승차자’의 전체적인 그림과 이야기를 알게 된다. 19세기 중반 정의롭지 못한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세금납부를 거부하고 유치장에 갇힌(단 하루지만) 소로우처럼 우리도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거부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세수구조에서 바꾸어야 할 문제와 집행에서 바꾸어야 할 문제는 산적하다.
1. 세금징수 구조 혁신
  - ’생산경제 세금 > 자산경제 세금’을 비슷하거나 자산경제 세금이 더 많도록 변경
  - 금융실명제 강화, 주식거래 차익 과세, 개인사업자 과세 현실화 등
  - 징수 체계 간소화 및 미납세금 처벌 강화
  - 제세공과금 미납자에 대한 기본권 제한 강화
2. 정부/지자체 예산 집행 혁신
  - 예산 수립 및 국책사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역할 증대 제도화
  - 예산낭비에 대한 제도적, 사회적 처벌 강화
  - 건설경제에서 생산경제로의 대전환
  - 국책사업 집행에 대한 제도 변경 및 구조조정



 
복지논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 세금이나 정부예산에 관심있는 사람, 부도덕한 무임승차자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프리라이더> 후속으로 나올 두 번째 저서가 벌써 기다려진다.
 
* 책 속의 문장
- 중앙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은 4대강 사업에 수십조 원을 투입하고, 고양시는 지금도 가동률이 50%에 불과한 킨텍스 옆에 제2 전시장을 짓는다며 3,500억원을 씁니다. 이는 고양시 전체 사회 복지 예산의 1.5배에 이르는 돈입니다.(
P.17)

-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 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은 단 한 푼의 상속세도 내지도 않았다.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 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P.21)

- 뇌물 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미납한 추징금 1,627억 원을 안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 시효 몇 달 앞두고 300만 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을 우롱했다. 1원이라도 납부하면 3년씩 강제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전 씨는 29만 원 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의 3남 1녀는 수백 억 원대의 자산가다. 손자,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 소유자다.(P.22)
 
[ 2011년 3월 3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조부 2011-04-09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대인 이라는 이름에 신뢰가 가요~

저도 읽어보고 싶은데 게을러서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