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빅터 챈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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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달라이 라마(Dalai Lama), 빅터 챈(Victor Chan) 저, 류시화 역 < 용서 The Wisdom of Forgiveness >를 읽고 / 2004. 09., 292쪽, 오래된미래

"만일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상처를 준 사람에게 미움이니 나쁜 감정을 키워 나간다면, 내 자신의 마음의 평화만 깨어질 뿐이다. 하지만 내가 그를 용서한다면, 내 마음은 그 즉시 평화를 되찾을 것이다. 용서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달라이 라마)

이 문장만 보면 많은 지구인들의 영적인 스승이라는 달라이 라마의 뜻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것인가? 부정과 폭력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으로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세상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 책은 법정스님 추천 도서 중 33번째다. 티베트의 영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그의 절친한 중국인 친구가 나눈 '용서'를 주제로 한 대화를 담은 것이다.

1950년 중국이 티베트를 강제 점령한 이래 티베트 인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 왔으며, 그 고통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정신 개혁’과 ‘문명화’라는 명분 하에 중국 정부는 수많은 티벳 사람들을 죽이고 감옥에 가두었으며, 동양의 심원한 사상을 간직한 티베트의 사원과 경전들을 불태웠다. 티벳인들은 승려들 중심으로 비폭력 평화적인 방식으로 중국정부의 폭력에 저항해 왔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승려들이 생명을 바쳤다.

티벳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침략과 탄압은 천안문 사태와 문화대혁명와 더불어 중국식 사회주의를 회의하도록 만든 초기의 여러가지 사건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지금도 티베트의 수도 라싸는 물론 외딴 지역까지 중국인들의 세상이 되었다. 여전히 티베트 인들은 중국인들의 경멸과 감시 속에 힘든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터 챈의 말에 따르면 티벳인들의 얼굴엔 늘 웃음이 가득하다고 한다. 그는 순박하면서도 상대방을 따뜻하게 포용하려는 티벳인들의 미소엔 폭압보다 강한 힘과 평화에의 의지가 어려 있다고 말한다.
달라이 라마에 따르면, 승려들과 티벳인들의 그 '웃음'은 오랜 세월 동안 티베트 인들의 평화로운 정신세계를 한결같이 지켜온 ‘용서’의 철학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가 대화에서 강조하는 것은 "모든 생명 가진 존재는 행복을 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세속적인 행복뿐 아니라 궁극의 행복에 이르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전생애에 걸쳐 상처와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가며, 그것은 또 다른 생의 비극을 가져오는 인과관계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문제는 '우리 안에 있는 미움과 질투와 원한의 감정'이다. 이 부정적인 감정들은 '행복에 이르는 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며, 그 장애물을 뛰어넘는 유일한 길이 용서'라고 달라이 라마는 말한다.
하지만 용서는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의 차원에서나 큰 공동체의 차원에서나 상처는 깊고 오래 간다. 여러 종교를 통해 늘 용서의 의미와 가치를 설득당하지만, 현실에서 우리에게 부당하게 상처를 안겨주는 이들에 대한 감정의 골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의 반대편에 서서 우리를 적대시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용서를 가르쳐준다. 전쟁터와 같은 무시무시한 폭력의 현장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매 순간 우리를 미워하고 의심하며 상처 입히려는 수많은 적들과 맞닥뜨린다. 그것은 단지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삶을 힘들게 만드는 모든 고통의 요인들까지도 포함된다. 용서 역시 사람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의 삶을 방해하는 모든 장애요소와 비극적인 상황까지도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용서는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큰 수행'이라고 달라이 라마는 말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자비로운 심성과 더불어 오랜 성찰과 명상, 그리고 인과관계의 문제와 사물의 실상에까지 이르는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용서의 실천은 우리 자신과 이 세상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다. "상처의 진정한 치유는 용서에서 온다."

빅터 챈은 달라이 라마의 수행에 있어서 중심이 되는 두 가지 기둥이 '공(空)과 자비' 그리고 '지혜와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혜만 있고 자비심이 없는 사람은 산속애서 풀이나 뜯어먹고 사는 외로운 은자나 다를 바 없고, 지혜가 없이 자비심만 있는 사람은 호감 가는 바보일 뿐이다."
이 문장을 통해 생각해보면 한국의 많은 종교인들이 달라이 라마의 수행과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깨닫고 대대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달라이 라마의 이야기 속에서는 현실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물론 그가 전세계적으로 정부나 정치권, 종교세력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달라이 라마와 빅터 챈의 대화 속에 종교의 수행과 현실에 대한 참여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 점이 무척 아쉽다.
내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아마도 사람의 삶이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증오나 미움이 아닌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가르침일 것이다. 그리고 달라이 라마는 개인적인 행복 추구를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을 설파하는 것이며, 그런 마음가짐과 태도를 전제할 때만이 외적인 노력이나 조직적인 저항 역시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위한 노력이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참고로, 달라이 라마는 한국인들이 얼핏 아는 것과는 달리 티벳이 중국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하는 것을 목표하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티벳인들은 중국이라는 전체 속에서 자치와 자립권을 얻는 것으로 만족하며 그렇게 된다면 티벳과 중국이 서로 조화롭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솔직히 말해, 내가 달라이 라마의 정신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고 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 2013년 7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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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29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