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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 - 개정2판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 멘토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파크 블로그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책... 이 책이 처음 출판된 때가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인 1940년 초이고 내가 읽은 책은 1972년 3월에 재판으로 발간한 책을 번역한 것이다. 한반도가 일제의 강점에서 시름하면서 한글마저 말살되고 있던 때에 유럽인들은 ’독서법’에 관련된 책을 출판했다는 이야기다.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동양이나 한국보다 앞선 그들의 문화와 기술이 가끔 부럽다...
나는 2008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300권이 넘는 책을 ’미친듯이(?)’ 읽었다. 대부분 내가 처음 읽은 책들이고(두 번째나 세 번째로 읽은 것은 5%도 채 안된다) 그 300권 중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두 세번 읽은 책 역시 10%가 채 되지 않는다.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지만, 아무튼 작년부터 책을 읽는 것과 관련하여 두 가지가 늘 고민이었다. 첫 번째는 ’셀 수 없이 많은 책 중에서 어떤 것을 읽을 것인가’였고 두 번째는 ’어떻게 효과적이고 성과적으로 책을 읽은 것인가’였다. 법정스님의 추천도서를 읽기 시작한 것과 공부모임에 참여한 이유 중 한 가지가 첫 번째를 해결하기 위함이었고 이 책을 읽은 것이 두 번째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책을 선택하는 방법, 이해력을 높여주는 독서법,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권의 책을 비교하며 읽는 방법 등 적절한 독서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또 독서의 성공여부는 ’저자가 전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독서의 수준을 4단계(기초적인 읽기 - 살펴보기 - 분석하며 읽기 - 통합적인 읽기)로 나누어 올바른 독서법에 대해 설명하고 실용서적, 문학서적, 역사서적, 철학서적 등 각 분야에 맞는 독서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독서법’을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까지 대부분 책을 읽는 과정이나 책을 읽은 후 정리하는 습관, 서평을 남기는 전 과정이 아무래도 ’주먹구구’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책을 읽는 과정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질문을 미리 준비하여 유지하는 것과 ’살펴보기’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책을 집어든 후 두서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버리는 내 독서 습관을 돌아보게 했다. 저자는 책 읽기를 위한 4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1. 전반적으로 무엇에 관한 글인가? 2. 무엇을, 어떻게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가? 3. 전반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볼 때 그 글은 맞는 이야기인가? 4. 의의는 무엇인가?"
책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저자가 개념으로 정리한 ’책 분류하기’, ’꿰뚫어 보기’, ’저자와의 협약’, ’메시지 찾기’, 그리고 ’공정하게 비평하기’ 역시 앞으로 책을 읽을 때 내가 취해야 할 관점과 방법론에 도움이 되었다. "1. 주요 단어를 저자가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라. 2. 중요한 문장들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 주요 명제를 파악하라. 3. 연결된 문장들 속에서 명제를 찾거나 연결시켜 저자가 주장하는 논증을 파악하라. 4. 저자가 해답한 문제와 해답하지 못한 문제를 검토하고, 해답하지 못한 문제를 저자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파악하라."
’분야별 책 읽기’에서는 평소에 소설책을 읽는데 있어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 "소설을 읽을 때는 빨리 그리고 완전히 몰두한 채 읽으라. 이것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충고이다.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p.234)"
’통합적인 읽기’ 역시 비슷한 주제나 문제에 대한 책을 함께 읽을 때 비교하여 분석할 수 있는 특을 제시해 주었다.
저자의 독서기술이 생각보다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늘 ’독서법’을 염두에 두고 수 십 차례에 걸쳐 시도하고 검증하고 되풀이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읽기 위한 ’독서법’을 다루고 있지만, 그와 함께 책을 읽는 이유와 목적,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과 기준을 제시한다. 저자는 진정한 독서란 단순히 정보와 지식을 취득하기 위함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깨달음’은 교육기관에 들어가 수동적으로 배우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스스로 읽으면서 연구, 조사, 깊은 사고를 통해 생각을 넓히고 지헤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혜와 ’깨달음’을 위한 책 선택 기준은 "능력 밖에 있는 책, 자신의 머리를 넘어서는 책을 읽어야만 생각을 넓히고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이 고전이라고 분류한 137권을 책의 말미에 추천했다.
책은 읽는 내내 제법 흥미를 주었다. 생각해 볼만 한 점도 많이 제시되어 있고 여러가지 관점이나 기술적도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저자의 ’독서법’을 비평할 수준은 못되는 것 같다. 아마 이 책을 비평할 수준이 되려면 1,000권 이상을 정독하여 읽어야 할 것이고 읽는 것 뿐 아니라 내가 직접 책을 집필하여 출간해보아야 ’비평’ 수준이 될 것이다. 그 전까지는 ’서평’도 아닌 ’독후감’ 정도의 수준일 것이고...^^
저자가 책의 서문에서 지적했듯이 서구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학생들이나 성인들에게 ’독서법’이 제대로 알려지거나 가르쳐지지 않는 것 같다.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대학에서도 1학년 교양과정에서 아주 짧게 작문을 가르치는 정도(아마도 리포트나 논문 때문이겠지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논술세대들은 좀 다르기를 기대해본다.
* 추천 서양고전(古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