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식민지
김민웅 지음 / 삼인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 김민웅 저 < 보이지 않는 식민지 > 2001년, 294쪽, 삼인

목회자이자 언론인, 국제문제전문가로 알려진 김민웅 교수가 2001년 김대중 정부 집권 3년을 평가하며 출간한 책이다. 김 교수는 현재 성공회대 교수이자 '서울겨레하나'라는 통일운동단체의 대표로 알고 있다.

1997년 말 IMF 금융위기가 어떻게 한국경제를 난도질 했는지,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1998년 금융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김대중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김대중 정부의 경제통상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왜 한국에게는 경제주권이 없다"라는 푸념이 나오는지 공부하기 위해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1998년 미국과 IMF에 의해 신자유주의 정책과 제도가 강제된 지 16년. 한국은 미국 정부와 IMF에 의한 각종 신자유주의적인 정책과 제도를 받아들인 이후에도 한미FTA 체결 등 여러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다.
급기야 한국은 다국적 투기자본의 놀이터이자 미국을 중심으로한 외국자본의 투기장이자 '빨대'로 전락해 있는 상황이다.
IMF 금융위기와 동시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의 경제통상 정책은 과연 적절했는가?

저자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면서 제1장 ‘세계화와 국가의 위기’를 시작한다. 그는 시장경제 자체를 파괴하는 자유시장 시장경제 자체의 문제점을 통해 국가가 자본통제 등 불가피하게 시장을 관리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즉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국가 기능의 무장해제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삶의 터전과 국가경제의 몰락을 가져오고 시장경제 자체의 붕괴까지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회복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는 1990년대에 들어서 사회주의권에 의해 제약되었던 자본주의의 카지노적 성격이 본격적으로 작동했음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사회주의 블럭과 경쟁관계로 인해 감추고 있던 국제 투기자본과 다국적 기업들이 1990년대 후반에 드디어 탐욕스러운 발톱을 드러내었고, 그 직접적인 피해가 한국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금융과 경제를 붕괴 직전까지 몰아붙였으며, 이에 따라  세계 금융 시장까지 동요했음을 주장한다.
결국 국적도 없고 사회 보호도 없고 개인적인 삶도 개의치 않는 자본을 통제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또한 그는 1980년대 중남미에서 그리고 1990년대 말 이후 아시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본질이 미국 정부와 국제 투기 자본의 아시아 경제 침탈임을 지적하며, 미국 정부와 IMF가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취한 각종 정책과 제도적 강요가 중남미와 아시아 각국의 국민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쳤음을 비판한다.
특히 IMF 금융위기시 말레이지아의 마하티르 정부와 한국의 김대중 정부가 IMF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해 취한 정책대응을 비교하면서 종속과 독자적 모델의 갈림길이 나뉘어졌음을 설명한다. 즉, 김대중 정부의 경제학인 DJ노믹스는 "예정된 실패와 위기의 심화"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IMF의 요구와 논리에 따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전면적으로 수용한 한국경제는 결과적으로 세 가지 문제를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첫째, 투기적 국제 금융자본의 지배하에 한국 경제가 종속되는 강도가 심화되어 민족 경제의 자주적 기반이 유실될 지경에 이르렀고, 경제 체질이 카지노적 투기 성향으로 기울었다.
둘째,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이에 의한 사회적 희생이 엄청나게 높아졌고,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적 양극화가 일상화되어 버리고 말았다.
셋째, 막대한 부채 경제에 의존해 온 재벌 소유 구조 개혁 등을 머뭇거림으로써 공적 자금 투입 방식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구가 채무를 비롯, 국민 1인당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IMF 경제위기 이후 3년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정책의 모순과 지속되는 위기는 투기적 국제금융자본의 이해와 국내 대자본의 기득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노동자를 비롯하여 국민 일반의 경제적 여력을 희생시켜 옴으로써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p.17)

저자는 미국 경제의 위기가 어디서 오는지, 그 모순과 전망을 살피면서 미국경제가 투기적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간격으로 인해 이상 착륙 가능성이 있으며 월스트리트와 재무부 그리고 IMF 삼각복합체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실제 그의 지적대로는 아니지만 미국 경제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하여 거대한 위기에 봉착했고,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의 국민경제가 다시 한 번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김민웅 교수는 이 책의 결론 내지 대안, 즉 한국경제의 나아갈 방향으로 '남북공동의 국제 전략'을 제시하며, 그 전략의 핵심으로 자주의 원칙과 민족 공조가 한-미공조의 상위 개념임을 역설한다.

경제학자도 아닌 저자가 국제경제와 김대중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하는 내용은 여느 경제학자 못지 않게 논리적이고 명쾌하기도 하다.
다만, 저자의 분석과 진단 그리고 대안에서 아쉬운 점은 저자가 제시하는 각종 수치와 분석결과, 평가와 대안 제시에 대해 제3자가 검증하고 비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논리적인 주장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즉, 주석이나 인용이 크게 부족한 점이다.

[ 인상적인 문장 ]

○ "신자유주의의 국가론은 바로 이 자본의 사적 공간이 공적 영역을 지배하고 흡수해 버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자본의 운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거부, 배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적대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국가의 회복이란 국가 기능 자체의 강화가 아니라, 자본의 이해에 앞서서 사회적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국가의 기능을 복구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이러한 국가를 건설하고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의 진보적 역량이 성장해야 한다."(p.39)

○ "이들 국제 금융자본은 외환 위기를 이미 겪은 바 있던 중남미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본의 과잉을 처리하기 위해 아시아 경제에 투기성 자본을 그간 대량으로 투입했었고, 이 돈을 손쉽게 받아 쓸 수 있었던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향후 엄청난 외채 부담으로 되어 나갈 이 돈을 미리미리 관리하지 못한 채 방만한 자본 유입을 추구했던 것이다. 자본 출입에 대한 정부의 관리 태만이 낳은 결과였다."(p.67)

○ "현재와 같은 IMF의 정책은 결국 이들 나라에 부실 대출을 한 미국의 대규모 은행들이 보게 될 손해를 미국인들의 세금, 그리고 결국에는 한국 등 IMF 구제금융 수혜국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되는데 이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들의 부실 대출은 그토록 질타하면서도, 채권 은행들의 방만한 대출 행위는 책임 추궁도 없이 도리어 손해 보존을 해주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었다."(p.74)

○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과거 권위주의적 권력에 억압되어 있던 '시장'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매우 단순하고도 구시대적인 역사 논리에 과도하게 사로잡혀, 사실은 그 자체로서 이미 거대한 권력 기구인 세계 자본주의 시장 체제가 발휘하는, 그래서 그 내부에 자기 생존의 논리로 엄존하는 본질적인 야만성과 억압의 가능성에 대처하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해 버린 데서 비롯되는 비극이다. 오늘의 시장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리어 전체 사회의 이익을 고려한 국가 권력의 통제와 관리 대상이 되지 않으면 공동체적 복리르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p.152)

○ "노엄 촘스키는, 이러한 미국의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 북한 등의 국가를 '깡패 국가' 또는 '불량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가하였다. 그는 2000년 8월 [르몽드 디플로마띠끄]에 기고한 글에서 제3세계의 약소국들이 자신의 자주적 주권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을 모두 미국에 대항하는 반역 행위로 평가하고 이들을 그러한 깡패 내지는 불량 국가으 범주에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이 기초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식과 그 결과는 북한의 자주적 권리를 훼손하고 미국에게 굴복할 것을 요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느 말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미국 내 냉전 세력들이 남북간 화해를 방해하고 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반도 전체의 운명을 미국의 패권적 질서 안에 편입시키려고 한다는 점에 있음을 재삼 확인하게 된다."(p.225)

○ "우리에게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극복은 한 마디로 압축해서 보자면 일차적으로 미국의 패권적 지배로부터 놓여나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가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식민지적 지배하에 있다"는 엄연한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는 작업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극복은 그 인식의 불철저함으로 말미암아 미국과 우리 사이에 위계 질서적으로 구조화된 힘의 관계를 해결하지 못한 채 타율적으로 끌려 가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p.265)


[ 2014년 10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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