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워낙 SNS가 활발하다보니 연예인 역시도 온라인 상으로 쉽게 만날 수 있고 흔히 말하는 '팔로우'도 가능해 언제든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팬의 입장으로 보자면 좋겠지만 가끔은 도가 지나쳐 그 결말이 끔찍하게 날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기 전 이 문구에 눈길이 갔습니다.

모든 이가 당신은 모르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소설이라는 '픽션'이 '논픽션'처럼 느껴지는 이 소설.

쉽게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팔로우 미 백


책장을 펼치면 우선 만나게 되는 <신문조서>.

2016년 12월 31일 오후 8시 42분

사건번호 124.678.21-001

공식 경찰 조사 기록

수사관과 에릭 쏜의 대화가 보입니다.

테사를 찾는 에릭 쏜.

수사관  처음부터 시작합시다.


에릭 쏜 처음? 처음이요? 음반 계약 맺은 날부터요? 아니면, 처음 기타를 들었던 날? 그때 전 네 살쯤이었어요.


수사관  테사 하트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당신과 테사 하트 씨가 처음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에릭 쏜 트위터로요. 지난여름에요. 8월쯤이었던 것 같네요. 사실은 그 전부터 시작됐죠.계정을 만들기도 전에...(멈춤)


수사관  말씀을 계속하세요.


에릭 쏜 사실... (멈춤) 사실 처음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모든 건 지난 6월에 도리안 크롬웰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아시죠? 보

            이밴드 멤버였던 도리안 크롬웰.


...


"포스 디멘션의 리드 보컬 도리안 크롬웰이 오늘 아침 런던 템즈 강에서 엎어진 채 떠 있는 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 page 13


그리고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2016년 8월 12일

닥터 리건과 테사의 대화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점이 있었습니다.

심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그녀가 유일한 사회로의 통로는 바로 SNS였습니다.

그런 그녀의 계정이 한순간 난리가 나게 됩니다.

"원래는 다른 팬들과 공유하려고 한 건데, 에릭의 섹시한 사진을 잔뜩 올리고 제가 쓴 글을 링크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그냥... 아주 난리가 났어요. 순식간에. 처음엔 어느 유명한 에릭 쏜 팬 하나가 그걸 리트윗하더니, 그걸 @Relatavle이 리트윗하고, 그다음엔 @Flirtationship이 리트윗하고. 그리고는... 그다음은 잊어버렸는데, @GirlPosts? 아니면 @SoDamnTrue? 아무튼, 모두들 팔로우하는 엄청 큰 계정들이에요. 그러고 나니까 삽시간에 확 퍼졌어요. 1위를 찍은 게 수요일? 아니, 목요일이던가? 여기 이거요." - page 24

짐작도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들에 의해 퍼져나가고 있는 그녀의 SNS.


이어 에릭의 이야기가 나타납니다.

"왜 또? 뭐 필요한 거 있어?"

모리는 잠자코 에릭의 핸드폰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게, 소셜 미디어 쪽에 문제가 좀 있어서 말이지. #에릭쏜중독이 하룻밤 새에 3위로 떨어졌더라? 그러니까 네가 힘 좀 써달라는-"

"싫어!"

매니저의 손이 닿기 전에 에릭은 핸드폰을 낚아챘다.

"그냥 살짝 팔로우 좀 해달라는 거야. 팬 계정 몇 개만 팔로우해. 너도 뭔지 알잖아?"

토할 것 같다. 진심이야? 진심에서 방금 모리가 저딴 소리를 한 거야? 음반회사 측은 뉴스도 안 봐? - page 28


회사에서는 SNS를 통해 그를 마케팅하려 하지만 에릭은 썩 내키지가 않습니다.

이미 도리안 크롬웰에게도 벌어진, 사생팬과 맞팔한 도리안 크롬웰의 사고는 에릭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지만 자신의 의지로 어찌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그는 결국 테사의 계정에 팔로우를 하게 됩니다.

#에릭쏜중독

2190만 트윗

아침에 눈을 뜬 뒤로 고작 30분 사이에 10만 명이 더 늘었다. - page 36 ~37


난 아무것도 잘못한 거 없어. 에릭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냥 아주 작은 선의의 거짓말일 뿐. 해가 될 것 같으면 그냥 다 접ㅈ으면 그만이다. 안녕 잘 가 인사하고 계정 비활성화. 그리고 유령 같은 남팬 테일러는 트위터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거다.

마음 한구석으로는 진작에 그만뒀어야 한다는 걸 안다. 본인에게는 작은 선의의 거짓말이라 해도 타인의 관점에서는 달라 보인다는 것을 안다. - page 190​

하지만 그들은 SNS에서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서로 위안을 받게되고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하게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고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그들은 만남을 추진하지만......


그런데 그 판타지마저도 그의 것일 뿐, 테사는 생각이 다르다. 테사는 에릭 쏜을 원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뮤직비디오와 팬픽 밖의 에릭 쏜에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테사를 탓하는 건 아니다. 그녀는 평범하기를 원하는 거니까. 그 역시 그러길 얼마나 바라왔던가. 평범한 직업, 평범한 친구들, 평범한 집, 평범한 청구서. 평범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평범한 여자친구. 언젠가는 평범한 아내까지. 어쩌면 평범한 미니밴에 태우고 다닐 평범한 아이들 몇 명까지. 이렇게 묶여있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그도 다 가질 수 있었을 거다. 어쩌면 테사까지도. - page 381


소설로만 그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실제 이 소설은 BTS 이전 빌보드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6년 연속 수상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나 심한 우울증으로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한 '저스틴 비버'의 그림자가 짙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버뿐 아니라 국내 연예인에게도 최근에 우울증으로 인해 목숨마저 끊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니 마냥 넘어갈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팬과 연예인과의 관계.

서로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그 선을 지킨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움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침대에 누워 상반신을 드러낸 채 강력 접착테이프에 묶이고 재갈 물린 에릭 쏜.

천 개가 넘는 리트윗 수를 보자 에릭은 온몸이 떨렸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보고도 혐오감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천 명이나 된단 말인가. 이들에겐 누군가가 이 사진을 실제 상황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그냥 다 장난이고 게임인 거다. - page 221

누군가에겐 장난이고 게임인 것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고 심하면 그들의 목숨마저 노리는 행위인 것입니다.

보다 성숙하고 올바른 SNS 문화가 형성되기를, 그 전에 '인간'이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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