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문득 깨달았다. 대학교 동문들 중에 북평 출신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내가 강원대를 다니던 70년대만 해도 북평은 까마득하게 먼 데 있는 소()읍이었다. 춘천에서 북평을 가려면, 경춘선 기차를 타고 서울 청량리역까지 간 뒤 다시 영동선 기차로 밤새워 태백산맥을 넘어가야 했다. 즉 가는 데만도 12일이 걸리는 오지 느낌의 시골이었다.

그 먼 시골에서 많은 학생들이 여기 춘천의 강원대로 진학했다니.

 

놀라운 그 까닭을 헤아려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70년대 당시 북평 역에 수시로 들르던 영동선 기차가 그 지역 고등학생들에게 자극을 준 게 아니었을까? 우렁찬 기적소리가 널따란 북평 벌에 울려 퍼질 때마다 저 기차를 타고 태백산맥 너머 도시로 가 살아봐야겠다!’는 욕구가 훨훨 불타올랐을 거라는 짐작이다.

왜냐면 여기 춘천에서도 경춘선 기차 기적 소리 때문인지 대처(大處) 서울로 대학을 간 고교 동창들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춘천이나 북평이나 기차의 기적소리가 젊은 청춘들의 혈기를 북돋우는 역을 톡톡히 했으리라는 뒤늦은 깨달음.

 

이제는 슬그머니, 아무 소리 없이 다니는 서울 춘천 간 전철을 보며 기적소리 우렁찼던 지나간 어느 한 시대를 그려보는 연휴 마지막 날 아침이다 

 

사진출처 : https://cafe.naver.com/nob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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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2-0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부모님은 북평5일장에 자주 다니십니다. 집이 삼척이다보니. ^^
청량리역서 탄 영동선 정말 빙빙돌아 목적지에 닿았던 추억이 새록새록합니다.

무심이병욱 2019-02-0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까? 사실은 저도삼척읍에 살면서 북평에 놀러다니던 추억이 있습니다. 물론 한창 젊었을 적이었지요
 

 

심석희 선수를 둘러싼 구타 문제가 성폭행 문제까지 비화되었는가 하면 결국 근본해결책으로 이제는 소수 정예 위주의 엘리트 체육을 지양하고 모두가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등장했다.

사실 그간의 엘리트 체육은 교육현장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다. 교직생활을 오래했던 무심의 기억 속에서 어떤 운동부 지도 선생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전국체전에서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거둔 덕에 방송에 출연해 한 인터뷰 내용이다.

우리 운동부는 학교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오전수업만이라도 늘 받았거든요!”

 

사실, 어불성설이다. 예를 들어국어과목을 본다. 국어수업이 월요일에는 오전시간에, 화요일에는 오후시간에 편성돼 있기 때문에 운동부 학생이 오전수업만 받는다면 수업내용이 이어지지 못해 아무 실효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오전수업시간에 교실에서 보는 운동부 학생들은 대부분 엎드려 자기 일쑤였다.

솔직히 그런 수업태도라면 교실 말고 운동장에 나가 운동하는 게 당사자의 앞날을 위해 더 좋을 듯싶었다.

이제 체육정책의 선회가 거론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두가 체육을 즐기도록 하되 단 기량이 뛰어난 사람은 따로 운동선수로 키우는중도 타협책이 나올 수 있다. 즉 학교에서 운동선수를 맡아 관리하는 정책이 조심스레 재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때 오전수업만 받고 오후에 운동 연습한다.’말도 안 되는 짓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학교의 운동선수. 공부도 손해 안 보고 운동도 잘되는 좋은 방법이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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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9-02-0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이병욱님 설연휴 잘 보내시고 늘 건강하십시오 ~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미소 넘치는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무심이병욱 2019-02-02 0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카알벨루치님도 즐거운 설연휴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치과에서 내 잇몸 뼈에 임플란트 나사를 박았다. 원래는 작년에 시술하려 했었다. 예약까지 했었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다가오자 나는 집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사정이 생겨서 내년으로 미루겠습니다라는 전화를 치과에 걸고 말았다. 전 날 밤임플란트가 잘못돼 고생하는 사람들얘기를 TV뉴스로 보고 겁을 잔뜩 먹은 탓이다.

해가 바뀌어 우여곡절 끝에, 용기를 내어 임플란트 시술에 응한 것이다. 어금니가 빠진 상태로 계속 방치했다가는 다른 치아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는, 치과 관련 책자를 읽은 때문이다. 시술 순간에 눈감고 있어서 못 봤는데 의사가 무슨 드릴로 내 잇몸 뼈를 파는 게 역력했다. 내가 살다 살다 드릴로 몸의 뼈까지 파일 줄이야 정말 몰랐다. 어디 그뿐인가. 판 곳에 쇠 나사까지 박았다.

생각해 보면우리 몸의 구성요소에 철분이 있었다. 철분 결핍 또한 심각한 병의 증세로 친다. 따라서 내 잇몸 뼈에 쇠 나사 하나 심은 게 기이한 일이 못된다. 다른 치아들의 무너짐을 막아준 것은 물론이고 음식물 저작 상의 문제까지 미연에 방지한 게 아닌가. 현대의술의 대단한 발전이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래도 몸에 나사 박은 사나이가 된 심정을 어쩔 수 없다. 노후에 들었다고 해서 누구나 임플란트를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치아 관리에 신경 쓰며 살았을 텐데아쉽다. 알게 모르게 나는 사이보그 인조인간이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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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사람이 하는 일. 따라서 전쟁터에 나선 병사들 또한 음식을 먹어가며 전투한다.

 

'박인로'가 지은 가사 작품 중 '누항사'가 있다. 임진왜란에 참전한 박인로의 모습이 잘 나타나는 작품이다.

그 부분만 인용하면

"우탁 우랑(于槖于囊)의 줌줌이 모아 녀코,

병과(兵戈) 오재(五載)예 감사심(敢死心)을 가져 이셔"

 

이를 풀이하면

전대와 망태에 한 줌 한 줌 모아 넣고 전란 5년 동안에 죽고 말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란 뜻이다. 여기서 우리 조상님들이 손수 전대와 망태에 챙겨온 낟알을 꺼내먹으며 왜놈들과 싸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라의 운명은 물론 자기 목숨이 걸린 전쟁터에서도 먹는 문제는 그만큼 절실했다. 첨단무기의 경연장처럼 변한 현대전에서도 병사들을 배불리 먹이는 병참 문제는 선결사항이다. 식후금강산이라 했듯이 사람은 배가 불러야 행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거의 전쟁들이 기록된 역사에서수십만 군대라든가 수백만 군대라는 표현이 나오면 병사들 수() 못지않게 그만큼의 식량을 떠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수나라 양제가 고구려를 치기 위해 백만 대군을 동원했다면 그에 따른 엄청난 군량미가 소 수레로 줄지어 운반됐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 식량은 후방의 백성들이 자신이 먹을 식량에서 덜어 낸 피땀 같은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수나라 양제가 고구려 군에 패하여 비참하게 퇴각했을 때, 엄청난 식량들을 쓰고도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많은 양식들을 낭비한 것처럼 된 패전의 후유증은 엄정했다. 수나라는 몇 년 뒤 멸망했다.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나서는 안 된다. 전쟁이 나는 순간부터 목숨 걸고 전선에 나가야 하는 청춘들의 안타까움도 그렇고, 후방에 남은 이들 또한 어려운 여건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 다른 의미의 처참한 전쟁을 겪기 마련인 때문이다 

사진출처 : http://cafe.daum.net/busanman

"우탁 우랑(于槖于囊)의 줌줌이 모아 녀코,
병과(兵戈) 오재(五載)예 감사심(敢死心)을 가져 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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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배우는 내 젊은 시절, 부럽기 짝이 없는 대상이었다. 탄탄한 몸매에 흠 하나 잡을 데 없이 잘생긴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연기력은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가 출연한 영화는 몇 편 되지 않았던 내 기억이다. 하지만 같은 남자로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잘생긴 인물 하나면 충분하지, 연기력까지 갖출 필요가 있나?’

그만큼 나는 그 남배우의 잘생긴 얼굴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얼마 전이다. 나이 많은 모 여가수가 그 남배우를 찾는 프로그램이 TV에 방영됐는데나는 충격이 컸다. 그 남배우가 젊었을 적 잘생긴 얼굴이 하나도 안 남은, 극히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 모습이 돼버린 것이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잘생긴 인물의 평범화()’사례로써 입증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뿐 아니다.

내가 대학 다니던 젊은 시절, 캠퍼스 내에서 눈에 띄게 아리따운 여 학우가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 같지 않게 콧날도 오뚝한 아름다운 얼굴에, 게다가 몸매도 날씬했다. 당시 나는 그녀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다. ‘하늘도 공평치 못하지, 저 여학생은 인물은 물론 몸매까지 예쁜데 그렇지 못한 여학생들은 뭐야? 무슨 죄들을 지고 태어난 것도 아닐 테고 나 참!’

그런데 그로부터 반세기쯤 흐른 요즈음 나는 우연히 그녀의 최근 모습을 보고 참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어느덧 동네에서 흔히 보는 할머니 모습이 돼 버린 것이다. 오뚝하던 콧날은 흔적도 없고 몸매조차 그저 두루뭉술해졌다.

 

나는 딱히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신()이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요즈음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신의 유무는 모르겠고 다만 사람을 흙으로 빚어냈다는 사실만은 인정하고 싶은 것이다.

한창 젊었을 적에는 잘생긴 인물도 세월이 오래 흐른 뒤에는 두루뭉술해지는 것임을. 마치 흙으로 빚은 조각처럼 말이다. 아아 세월무상 인생무상 

 

사진 : http://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9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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