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배우는 내 젊은 시절, 부럽기 짝이 없는 대상이었다. 탄탄한 몸매에 흠 하나 잡을 데 없이 잘생긴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연기력은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가 출연한 영화는 몇 편 되지 않았던 내 기억이다. 하지만 같은 남자로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잘생긴 인물 하나면 충분하지, 연기력까지 갖출 필요가 있나?’

그만큼 나는 그 남배우의 잘생긴 얼굴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얼마 전이다. 나이 많은 모 여가수가 그 남배우를 찾는 프로그램이 TV에 방영됐는데나는 충격이 컸다. 그 남배우가 젊었을 적 잘생긴 얼굴이 하나도 안 남은, 극히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 모습이 돼버린 것이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잘생긴 인물의 평범화()’사례로써 입증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뿐 아니다.

내가 대학 다니던 젊은 시절, 캠퍼스 내에서 눈에 띄게 아리따운 여 학우가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 같지 않게 콧날도 오뚝한 아름다운 얼굴에, 게다가 몸매도 날씬했다. 당시 나는 그녀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다. ‘하늘도 공평치 못하지, 저 여학생은 인물은 물론 몸매까지 예쁜데 그렇지 못한 여학생들은 뭐야? 무슨 죄들을 지고 태어난 것도 아닐 테고 나 참!’

그런데 그로부터 반세기쯤 흐른 요즈음 나는 우연히 그녀의 최근 모습을 보고 참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어느덧 동네에서 흔히 보는 할머니 모습이 돼 버린 것이다. 오뚝하던 콧날은 흔적도 없고 몸매조차 그저 두루뭉술해졌다.

 

나는 딱히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신()이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요즈음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신의 유무는 모르겠고 다만 사람을 흙으로 빚어냈다는 사실만은 인정하고 싶은 것이다.

한창 젊었을 적에는 잘생긴 인물도 세월이 오래 흐른 뒤에는 두루뭉술해지는 것임을. 마치 흙으로 빚은 조각처럼 말이다. 아아 세월무상 인생무상 

 

사진 : http://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917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