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기분파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시험 1·2급 필기+실기 - 과목별 요약노트 수록+실기시험 수험요령 수록
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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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요트 같은 배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확실히 과거에 비해 동력수상레저기구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 것 같다. 수험서를 접하고 보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난히 요트를 조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조종면허 시험 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시험은 총 3개로 나누어지는데, 일반조종 1급, 일반조종 2급, 요트조종면허로 나누어지며, 1급을 제외하고는 만 14세 이상이면 응시가 가능하다. 특히 이 시험은 매년 2월 해양경찰청 수상레저종합정보 홈페이지에 해당 연도의 자격시험 일정이 공개되니 미리 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2월에 공개된다는 내용을 보고 나 역시 홈페이지를 접속해 봤더니, 올 3월부터 12월까지의 시험 일정이 PDF 파일로 정리되어 있었다. 일반 조종의 경우 평균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시험이 진행되며, 요트조종은 지역별로 한 달에 한 차례씩 치러진다. 특이사항이라면, 선착순으로 접수가 되기 때문에 시험 인원이 차면 마감이 된다. 꼭 미리 시험 일정을 확인하고 응시해야겠다.

필기 응시료는 4,800원이고 실기 응시료는 64,800원이다. 실기의 경우 필기 합격 후 바로 시험장에서 접수할 수 있으며, 필기시험의 합격 후 1년간 실기시험 접수가 가능하다. 실기시험 합격을 했어도 조종면허를 받기 위해서는 해양경찰청장이 실시하는 수상안전교육 3시간을 꼭 수료해야 하니 확인이 유념해두어야 한다.



기분파 동력 수상 레저기 구 조종면허시험 1.2급 필기+실기 수험서에는 시험 일정부터 각 시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수상안전교육에 이르기까지 책 한 권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동력수상레저기구 필기시험의 경우 해양경찰청 홈페이지에 700문항이 공개되어 있다.(문제은행식 시험 출제) 700문제 중 50문제를 풀어야 하고, 70점 이상(조종 2급은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이미 문제가 공개되어 있으니 그걸로 끝일까? 그렇다면 기분파가 아니다. 우선 책 속에는 단시간에 초보자도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용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으며, 그림과 사진 등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실기시험 수험 요령을 따로 구성하였는데, 시험 전체적인 진행 순서에 맞춰 순서대로 운항 과정을 적어두었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 실기시험에서 실격이 되는 요인이나 감점이 될만한 요인들을 꼼꼼하게 체크해 주고 있기에 숙지하도록 하자.




필기시험의 경우 문제은행식인지라 이미 시험문제가 공개되어 있지만, 700문제를 단시간에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필기시험문제들의 경우 난이도와 출제율을 각 문제별로 별로 표시하고 있고, 각 문제 아래에는 정답 및 키워드를 통해 문제와 답을 자연스럽게 매칭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문제와 답의 키워드를 통해 수험생이 한결 빠르게 답을 캐치하고 암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번 문제를 대하며 이론까지 함께 잡아보도록 하자.

실전 모의고사뿐 아니라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은 부록으로 따로 구성했다. 숫자가 등장하는 문제들의 경우나 업무에 따른 주체 기관의 문제는 특히 함정이 많은데 시험 전에 한번 읽으며 정확히 숙지한다면 한결 쉽게 합격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각 과목별 요약노트와 실기 수험 요령을 통해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시험의 합격을 누려보자. 수험생 여러분의 빠른 합격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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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여전히 - 안녕 폼페야!
조수빈 지음, 서세찬 그림 / 하움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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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선택이 기쁨이 되기도, 슬픔이 되기도 한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상할 수 없기에,

그 순간에는 그저 이해득실을 따져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택하는 것이 최선이리라.

부제로 붙은 폼페야!라는 말이 외국어 단어인 줄 알았다. 마치 친구야!처럼 인사말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폼페야라는 단어의 어감이나 소리가 예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근데, 폼페병은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질환의 이름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생후 10개월에 폼페병 확진을 받고 17살이 되는 지금까지 투병 중인 고1 여학생이다. 그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청소년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란다. 책 여기저기에 당차고 씩씩하고 밝은 그녀의 성격이 드러난다.

만혼의 부부가 결혼 6개월 만에 임신을 한다. 뱃속에 아이가 딸이라는 소식에 부부는 더 행복했다. 그리고 예

정일보다 3주 일찍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상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그게 시작이나 되듯이 아이에게는 여기저기 아픈 부분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중이염이었다. 중이염은 아이들에게 꽤 많이 발생하는 병이지만, 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늘 주의를 해야 하는 질병 중 하나다. 중이염을 넘어서니 백내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백일도 안된 아이가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뒤집기도 못하는 때에 안경을 쓰게 된다. 그리고 재발. 백내장을 치료하던 중 심장의 이상이 발견된다. 산 넘어 또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부부는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아이 수빈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이 모든 병의 원인이 폼페병이라는 희귀질환 때문임을 알게 된다. 청천벽력 같은 상황일 텐데, 부부와 딸 수빈이는 그 또한 다행이라 여겼다. 원인불명의 많은 질환들이 있지만, 병명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에 치료법도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폼페병은 우리나라에 2006년에 알려지고 그에 대한 치료 약이 전해졌는데, 치료 약이 들어오고 얼마 안 돼서 수빈이는 확진이 되었기에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약은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더디게 해주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한 수빈과 그녀의 부모는 참 밝고 긍정적이었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수빈은 자신의 장애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반 아이가 수빈이에게 걷는 게 이상하다는 말을 했을 때, 위축되거나 속상해하기보다는 그저 다름을 인정할 뿐이었다. 수빈의 긍정적인 성격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지만, 담임선생님의 덕도 있었던 것 같다. 수빈의 다름과 약함을 이유로 배제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빈은 자신이 친구들과 같다는 생각을 하며 생활을 한다.

그 이후에도 수빈은 아킬레스건 수술을 비롯하여 척추측만증 판정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좌절하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며, 자신의 삶의 주어진 길을 멋지게 살아가는 그녀를 보며 신이 그녀에게 건강한 몸을 주지는 않았지만, 건강한 생각과 마음은 듬뿍 주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지 않는 아이를 깨우며 "힘들다. 너무 힘들다."를 수십 번 입 밖으로 꺼내며 출근길을 나섰다. 출근길에 만난 이 책을 통해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빈을 응원한다. 그리고 폼페병을 제대로 치료할 치료제가 속히 개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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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아르테 미스터리 21
요시쓰키 세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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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실제 확률로 표현될 줄이야! 분명히 로맨스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무척 신선했다. 살인사건 같은 추리의 분위기도 물씬 풍기고, 양자역학을 비롯한 과학 이야기가 소설의 큰 뼈대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미쓰야 구온은 편지 한 통을 받는다. 바로 러브 레터였다. 편지 내용은 구온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는 말과 함께 만나자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구온은 이 편지를 받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누군가가 치는 장난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구온은 10살에 큰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 일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혼자 살아남은 구온은 친척 집을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고 살았다. 그런 구온에게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은 곳은 바로 외할머니가 살고 계셨던 곳이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며 구온에게 남긴 집에서 구온은 혼자 학교를 다니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구온은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서 혼자 살게 되었다. 연고가 없는 지역이었기에 당연히 장난을 친 거라는 예상과 달리 교문 앞에서 구온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바로 편지를 남겼던 동급생인 간다 이노리였다. 거절을 하고 싶었지만, 이노리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구온은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로 둘은 어정쩡한 연인 사이가 된다. 지하철로 통학을 하는 시간 책을 읽으며 혼자만의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했던 구온의 삶에 이노리가 들어오며서 그 시간이 먼저 사라진다. 그러던 어느 날, 이노리는 구온을 끌고 간다. 그곳은 동아리실이었는데, 이노리는 우주부에 소속되어 있었다. 문제는, 동아리 최소 인원이 3명인데 3학년인 다쓰미 신야가 졸업하게 되면 동아리가 해체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구온과 같은 반이자 매일 책상에 엎어져 잠만 자는 아마미야 아사히도 있었다. 이번에도 거절을 하려는 찰나, 구온에 눈에 뭔가가 들어온다. 바로 천체망원경이었다. 평소 우주에 관심이 많았던 구온이 그렇게나 사고 싶었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망원경의 주인이 우주부를 지도하는 물리 과목의 시도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결국 망원경을 보고 싶었던 구온은 그날로 우주부에 가입하게 된다.

혼자 지내던 구온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이노리. 그리고 이노리와 시간을 보내며 구온은 조금씩 이노리에게 빠져들게 된다. 구온과의 만남을 확률로 계산하는 이노리. 0이 계속될 정도로 도저히 만날 수 없는 확률을 깨고 만난 이 둘은 과연 어떻게 될까? 예상치 못한 우주부 선배 다쓰미 신야의 살인 고백,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이노리. 그리고 이후 살인자가 된 이노리의 이야기 등 로맨스 안에 추리적 요소가 가미되어서 더 예상치 못한 상황의 전개가 일어난다. 그리고 펼쳐진 이야기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도록 하자.

어려서부터 늘 들었던 우리가 태어날 확률. 그 확률을 깨고 태어난 존재의 소중함이 또 다른 형태로 표현된 소설 내가 너와 만나 사랑에 빠질 확률. 그러고 보면 이 책을 만나게 된 것도, 내 옆을 지키고 있는 든든한 배우자를 만나게 된 것도 무척 낮고 낮은 확률을 깬 덕택이 아닐까? 확률이 낮다고 낙담하기 보다,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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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
알퐁스 도데 지음, 김이랑 옮김, 최경락 그림 / 시간과공간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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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했다. 희망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고전 단편소설집을 읽은 것 같다. 20편의 세계명작 단편소설이 담긴 이 책에는 제목만 봐도 익숙한 작품이 있는 반면, 읽어보지 못한 낯선 작품들도 상당수 있었다. 그중에는 큰 바위 얼굴이나 별처럼 교과서에서 만난 작품들도 있고, 베니스의 상인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마지막 잎새처럼 읽었던 기억이 있는 작품도 있다. 마지막 수업과 귀여운 여인처럼 제목은 익숙하지만 내용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작품도 있고, 얼마 전 읽었던 변신, 가난한 사람들 같은 작품들도 있었다. 그리고 고향과 밀회, 비곗덩어리처럼 낯선 작품도 있었다. 이미 알고 있던 작품들은 다시 한번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고, 낯선 작품들은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하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책 속에 담긴 저자의 이름이었다. 다행이라면, 낯선 이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단편소설이라고 하지만, 20편의 길이는 제각각이었다. 가장 긴 작품은 제일 마지막에 있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20편의 작품 모두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몇 작품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과 이반 투르게네프의 밀회 그리고 루쉰의 고향이다. 우선 알퐁스 도데라는 이름은 두 번째 담긴 "별" 때문에 익숙했다. 교과서를 통해서도 만났지만, 한참 한글 자판 연습을 많이 했던 작품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참 이상한 게 마지막 수업이라는 제목을 읽으며 떠올린 작품은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이유는 모르겠다.) 주인공인 프란츠는 오늘도 학교에 지각했다. 아멜 선생님으로부터 혼날 생각에 학교로 향하는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프란츠의 예상과 달리 아멜 선생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넸다.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시상식 등의 자리에서만 입는 멋진 옷을 입고 있는 선생님과 교실 뒤에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독일에 의해 오늘까지만 프랑스어 공부를 할 수 있게 됨으로 아멜 선생님의 수업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프란츠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그리고 프랑스어 수업이 어느 때보다 재미있고 쉽게 이해가 되었다. 마지막 수업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반 투르게네프의 밀회는 아쿨리나와 빅토르 알렉산드리치의 만남을 우연히 지켜보게 된 내가 그들의 이야기를 옮긴 것이다. 연인 사이인 둘은 이별을 앞두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빅토르 알렌산드리치가 일 때문에 떠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는 뭔가 이상하다. 이별을 앞두고 서로를 그리워하기 보다는, 빅토르 알렉산드리치가 아쿨리나를 무시하는 모습이 가득하다. 그런 빅토르의 행동과 말에 아쿨리나는 마음이 상한다. 하지만 떠나는 연인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었던 그녀는 그를 채근하지 않는다. 아쉬움 없이 일방적으로 자리를 떠나는 빅토르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아쿨리나. 그런 아쿨리나가 안타까웠던 나는 그녀 앞에 나타나지만,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아쿨리나는 놀라서 도망을 친다.

루신의 고향은 얼마 전 루쉰에 관한 책을 읽으며 안면을 튼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부유한 형편의 나와 동갑내기 룬투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룬투는 어린시절 같이 놀았던 동네의 친구였다. 30년 가까이 흐른 후 다시 고향을 찾은 나는 어머니로부터 룬투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내심 옛날의 추억을 곱씹으며 이야기를 나눌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나를 만난 룬투는 나를 나리라고 부른다. 나는 룬투가 예전처럼 불러주길 원했지만, 룬투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룬투 곁에는 룬투를 꼭 닮은 아이가 서 있다. 과거와 달리 이들 사이에는 큰 벽이 있었다. 바로 돈이라는 벽 말이다. 룬투를 보며 나는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리운 고향에 왔지만, 예전과는 다른 모습에 실망했듯이 룬투와의 옛날을 기억하고 있지만 너무 다른 삶을 살아온 둘 사이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대비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세계 명작 20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기분이다. 특히 루쉰의 고향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기회가 된다면 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2도 나오면 좋겠다. 아직도 만나지 못한 명작 단편소설이 무척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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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속절없이 빠져드는 화학전쟁사 -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전쟁의 승패를 갈랐던 화학 이야기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0
곽재식.김민영 지음, 김지혜 북디자이너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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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알았는데, 화학 박사이자 현재는 교수가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곽재식. 일부러 그의 책을 찾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의 책에 담긴 화학적 이야기는 단순히 픽션은 아닐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읽은 그의 책은 소설보다는 논픽션적인 성격의 책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 역시 그의 전공을 십분 살린 화학을 기반으로 한 전쟁에 관한 역사서라고 볼 수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화학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분명히 제목에는 책 속에 담긴 전쟁사의 기반이 화학이라는 사실을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뭔가 아리송하다. 왜일까? 왜 저자는 제목에 대놓고 화학을 써놓고 막상 책의 중반부 정도 되어서야 화학을 슬그머니 꺼내는 걸까? 개인적인 뇌피셜이라면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과 시대적 상황 등을 통해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와 처음부터 화학이 등장하면 일반적인 독자들(과학과 담쌓고 사는 독자 포함)이 과민반응으로 책을 덮을까 우려했던 건 아닐까?

말을 돌려서 했지만, 우리가 아는 이야기 혹은 흥미를 돋우는 이야기부터 해서 독자의 관심을 끌고 가기에 성공한 것 같다. 마치 소설처럼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는데?'나 '도대체 화학은 어디에 나오는 거야?'를 궁금해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삼국시대부터 시작해서 후삼국, 조선 전기에서 후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전쟁사 속에 담겨있는 화학을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화학의 맛을 발견하게 만든다. 가령 시작이 되는 이야기는 포차(포장마차 아님) 이야기다. 포차 하면 자연스레 우리는 포장마차를 떠올리는데, 삼국시대의 포차는 바로 포를 쏘는 기계를 뜻했다. 그래서 지금과 달리 그 시대에 포차에 가자는 뜻은 돌 날리는 무기가 있는 군부대에 입대하자는 의미를 지녔을 거라고 말한다. 특히 첫 장에서는 화약이 발명되기 이전의 시대였으므로 무기로 사용했던 것은 바로 돌! 투석기다. 삼국시대에 종종 등장한 포차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나마라는 벼슬을 하던 신득이라는 사람이 포노를 만들어 바쳤다는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포는 돌을 던지는 기계를, 노는 쇠니라고 부르는 장치로 화살을 쏘는 데 도움을 주는 기계장치를 말한다. 아쉽게도 신득과 포노에 대한 기록은 이게 전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삼국을 통일한 김춘추 그리고 김유신 이야기로 이어진다. 고구려의 장군 뇌음신이 한산성(현재 광진구 아차산 지역)을 공격한다. 당시 신라의 수도는 경주였는데, 왜 그는 한산성을 공격한 것일까? 당시 신라는 당나라와 외교관계를 통해 백제를 멸망시켰고, 다음 차례는 고구려였다. 바로 뇌음신은 신라가 당과 동맹을 맺기 위해 뱃길로 이동하는 곳을 막기 위해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실패하고 만다. 기록에 의하면 뇌음신의 공격은 상당한 피해를 입혔지만, 장마가 심해지고 천둥, 번개 등이 너무 잦아서 후퇴했다는 기록이 있다. 드디어 화학이 등장할 차례다. 앞에서 투석기(포차)를 설명했는데, 이 투석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는 바로 밧줄이다. 밧줄의 재료로 사용되는 것은 바로 새끼줄인데, 이 새끼줄은 지푸라기로 만들었다. 지푸라기는 알다시피 벼의 줄기인데, 지푸라기에도 포도당이 있다. 단맛을 나는 포도당과는 다른 질기도 억센 성분을 가지고 있는 짚의 주 성분은 셀룰로오스(섬유소)라고 한다. 문제는 짚이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비가 오고 습기가 높으면 자연스레 벌레가 생기기 쉽고, 벌레가 지푸라기를 먹어치우고 곰팡이가 나면 당연히 삭게 된다. 이는 자연스레 새끼줄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투석기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밧줄이 약해지면 투석기 역시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책은 여기서 더 나아가 나일론 그리고 탄소섬유까지 이야기한다.

그 밖에도 후백제의 견훤과 기병대(미오신, ATP), 조선의 이성계와 접착제(활의 아교), 조선 후기 운요호사건과 석탄 등 전쟁사 속에 담긴 화학의 이야기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어서 그런지 무척 신선했다. 과거의 이야기뿐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화학 이야기 덕분에 흥미롭게 각 장을 읽을 수 있었다. 661년부터 1875년까지의 4개의 전쟁사를 통해 한결 화학과 가까워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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