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자의 화학과 전쟁사를 연결한 책을 무척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화학이 전공이라고 들었는데, 특유의 입담 안에서 전공인 화학과 역사를 연결하여 또 다른 재미를 돋우어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번 그의 저서를 통해 매력(?)을 맛보았던 터라, 이번 책 역시 기대가 되었다. 이번에도 과학과 역사의 교집합 속에서 나온 책인데, 이번에는 화학이 아니라 지구과학. 별과 우주에 관한 이야기다.
우선 소제목을 뽑아내는 능력부터 칭찬하고 싶다. 소제목만 읽어도 궁금함이 마구 솟아난다. 저자가 기자 출신은 아니기에, 믿어도 좋다. 흥미만을 위한 제목이 아니라 실제 내용이 녹아있는 제목이니 말이다. 혹시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 있다면 먼저 읽어도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앞에 내용이 뒤에 내용보다 덜 어려웠던 것 같다. 뒤로 갈수록 제목도, 내용도 난도가 좀 있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과연 저자는 이 책에 첫 장에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우리가 익숙한 신라의 첨성대가 등장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첨성대가 신라의 별을 관측하는 곳이라는 것에 다른 의견이 없이 배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다른 의견들이 등장했던 것 같다. 물론 첨성대에 대해 구체적인 신라시대 문헌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조선시대에 적힌 글로 첨성대를 별을 관측하는 장소로 배웠긴 하지만, 그리 높지도 않고 관측하기에 불편했던 장소이기에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첨성대를 좀 다른 각도로 설명하고 소제목을 뽑아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듯싶다. 첨성대의 하단은 동그랗고, 상단은 네모나다. (뜬금포 네모의 꿈이 생각난다. 그 가사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둥글지만, 우리가 보는 땅은 네모나다는 사실. 신라시대 사람들이 우리의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첨성대 속에 녹아 넣은 것은 아닐까? 하는 저자의 생각이 담겨있었다.
그 밖에도 김유신과 화성 이야기, 합천 초계 지역과 소행성 충돌 이야기,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과학자 스티븐 호킹과 블랙홀 그리고 조선 성종 때의 과거시험 이야기 등 흥미로운 내용이 상당했다. 김유신의 태몽(?)으로 아버지 김서현이 형옥(화성)과 진성(토성)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고 그 날짜를 한자로 풀어 유신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20개월(?) 만에 태어났다는 범상치 않은 그의 이야기를 토대로 날짜를 풀어내기에는 오류가 있다고 하지만, 특이한 것은 화성이 그리스 로마신화의 전쟁의 신 Mars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김유신과의 접점이 있지 않나 하는 글 또한 흥미로웠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는 수시로 하늘을 보고 별과 달, 태양과 금성 등 다양한 별자리를 마주한다. 과거의 사람들 역시 하늘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그를 토대로 연구를 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과거의 사람들과 별자리 이야기를 만났듯이, 미래의 사람들 역시 우리가 연구한 우주와 행성, 별자리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단지 과학과 역사의 만남 정도가 아니라, 그 안에서 또 다른 깊이 있는 뜻을 마주할 수 있어서 더 흥미롭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