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여전히 - 안녕 폼페야!
조수빈 지음, 서세찬 그림 / 하움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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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선택이 기쁨이 되기도, 슬픔이 되기도 한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상할 수 없기에,

그 순간에는 그저 이해득실을 따져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택하는 것이 최선이리라.

부제로 붙은 폼페야!라는 말이 외국어 단어인 줄 알았다. 마치 친구야!처럼 인사말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폼페야라는 단어의 어감이나 소리가 예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근데, 폼페병은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질환의 이름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생후 10개월에 폼페병 확진을 받고 17살이 되는 지금까지 투병 중인 고1 여학생이다. 그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청소년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란다. 책 여기저기에 당차고 씩씩하고 밝은 그녀의 성격이 드러난다.

만혼의 부부가 결혼 6개월 만에 임신을 한다. 뱃속에 아이가 딸이라는 소식에 부부는 더 행복했다. 그리고 예

정일보다 3주 일찍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상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지 않았다. 그게 시작이나 되듯이 아이에게는 여기저기 아픈 부분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중이염이었다. 중이염은 아이들에게 꽤 많이 발생하는 병이지만, 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늘 주의를 해야 하는 질병 중 하나다. 중이염을 넘어서니 백내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백일도 안된 아이가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뒤집기도 못하는 때에 안경을 쓰게 된다. 그리고 재발. 백내장을 치료하던 중 심장의 이상이 발견된다. 산 넘어 또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부부는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아이 수빈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이 모든 병의 원인이 폼페병이라는 희귀질환 때문임을 알게 된다. 청천벽력 같은 상황일 텐데, 부부와 딸 수빈이는 그 또한 다행이라 여겼다. 원인불명의 많은 질환들이 있지만, 병명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에 치료법도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폼페병은 우리나라에 2006년에 알려지고 그에 대한 치료 약이 전해졌는데, 치료 약이 들어오고 얼마 안 돼서 수빈이는 확진이 되었기에 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약은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더디게 해주는 정도의 효과밖에 없다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한 수빈과 그녀의 부모는 참 밝고 긍정적이었다. 학교에 입학해서도 수빈은 자신의 장애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반 아이가 수빈이에게 걷는 게 이상하다는 말을 했을 때, 위축되거나 속상해하기보다는 그저 다름을 인정할 뿐이었다. 수빈의 긍정적인 성격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지만, 담임선생님의 덕도 있었던 것 같다. 수빈의 다름과 약함을 이유로 배제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수빈은 자신이 친구들과 같다는 생각을 하며 생활을 한다.

그 이후에도 수빈은 아킬레스건 수술을 비롯하여 척추측만증 판정까지 받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좌절하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특유의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며, 자신의 삶의 주어진 길을 멋지게 살아가는 그녀를 보며 신이 그녀에게 건강한 몸을 주지는 않았지만, 건강한 생각과 마음은 듬뿍 주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지 않는 아이를 깨우며 "힘들다. 너무 힘들다."를 수십 번 입 밖으로 꺼내며 출근길을 나섰다. 출근길에 만난 이 책을 통해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빈을 응원한다. 그리고 폼페병을 제대로 치료할 치료제가 속히 개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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