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Blu (리커버) 냉정과 열정 사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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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너무 거대하고 잔혹해서,

내 마음이 현실에 발을 내리지 못할 따름이라고 자기 분석해 보기도 한다.

너무도 생생한 아오이와의 나날들, 그 망령과도 같은 과거가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두 개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주인공인 아오이의 입장에서 기록된 Rosso와 쥰세이의 입장에서 기록된 Blu.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더 생경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누구의 입장이냐에 따라 이야기가 펼쳐지는 색채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리라. (역시 이 책이 두 권으로 만들어진 이유를 Blu의 마지막 장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아가타 준셰이는 지금 피체에 있다. 그는 고미술 복원가의 삶을 살고 있는데, 공방의 대표인 조반나를 상당히 신뢰하고 어머니이자 멘토로 생각하고 있다. 그녀와의 특별한 관계 중에는 조반나의 모델 역할을 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것도 누드모델 말이다. 조반나의 모델이라는 사실이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조반나의 애정을 받는 준셰이인지라, 준셰이를 좋지 않은 눈으로 보는 공방 사람들이 있긴 하다.

현재 준셰이는 메미라는 이름의 일본과 이탈리아 혼혈인 여자친구가 동거를 하고 있다. 메미는 밝고 쾌활하지만, 이국적인 외모와 달리 이탈리아어를 거의 못한다. 굳이 배우려고 하지 않기도 한데, 그 안에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자신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섞여 있다.

뛰어난 실력의 준셰이는 프란체스코 코사의 그림 복원을 거의 마무리 짓던 중, 누군가의 침입으로 그림이 찢긴 것을 알게 된다. 평소 자신을 좋게 보지 않는 다카나시의 짓이라 생각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인지라, 조사가 들어가고 공방 내부인의 소행일 거라는 추측으로 공방은 들썩인다. 그러던 중, 조반나는 결국 공방을 닫기로 결심한다. 조반나의 공방에서의 생활이 행복했고, 그곳을 떠난 자신의 삶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준셰이는 방황하기 시작한다. 결국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준셰이. 유명한 화가인 할아버지 옆에서 미래를 고민하던 차에, 갑작스럽게 자신을 찾아온 메미를 만나게 되는 준셰이. 일본으로 돌아오자, 아오이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져간다. 학창 시절 아오이와 함께 지냈던 곳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후, 동기인 다카시의 방문을 받는 준셰이. 그로부터 아오이의 이야기를 건네 듣게 된 준셰이는 아오이의 주소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헤어지게 된 큰 이유였던 사건이 자신의 오해라는 사실과, 그 일에 자신이 극도로 증오하는 아버지가 얽혀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

10년이 지났지만, 아오이와의 약속을 기억하는 준셰이는, 갑작스러운 조반나의 자살 소식을 듣고 다시 피렌체로 향한다. 10년 후 5월 25일. 아오이의 30살 생일에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기로 한 이들의 약속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냉정 속에 열정을 숨기고 걸어가는 듯한......

제목의 의미가 무척 궁금했는데, Rosso에서는 마주할 수 없었던 제목을 Blu에서는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제목은 아가타 준셰이가 보는 아오이의 모습이었던 걸까? 냉정 속에 열정을 숨기고 있는 여인 아오이와 그녀를 사랑한 준셰이의 이야기를 10년 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하다.



과거가 너무 거대하고 잔혹해서,

내 마음이 현실에 발을 내리지 못할 따름이라고 자기 분석해 보기도 한다.

너무도 생생한 아오이와의 나날들, 그 망령과도 같은 과거가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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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리커버)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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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정겨운 냄새를 맡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아주 정겨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한, 냄새라기보다 공기였다.

쥰세이의 냄새. 또는 그 시절의 우리들 냄새.

십수 년 만에 다시 읽게 된 냉정과 열정사이. 내가 읽었던 책은 주황색의 하드커버로 되어 있는 책이었다. 아오이와 쥰세이의 이야기를 다시 펼쳐보았다. 둘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흐른 시간만큼 내 마음이 달라졌나 보다. 그때와는 또 다른 감정의 선을 느꼈으니 말이다.

일본인이지만, 지금은 일본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는 둘. 미국에서 태어난 아가타 쥰세이와 이탈리아에서 오래 살았던 아오이는 일본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둘은 그 시간을 서로만을 바라보며 사랑하고 미워했다. 사랑의 기억이 강렬해서였을까? 헤어진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쥰세이와 아오이는 서로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두 권으로 만들어진 냉정과 열정사이의 Rosso(Rosso는 이탈리아 어로 빨강을 뜻한다.)는 아오이의 편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아오이 곁에는 미국인 애인인 마빈이 있다. 마빈은 첫눈에 아오이에게 반했고 구애를 했다. 그와의 몇 번의 데이트를 한 아오이는 그와 함께 살게 된다. 늘 아오이에게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그녀를 위해 무엇을 하는 것을 행복해하는 마빈. 아오이 역시 그를 좋아하지만, 순간순간 그녀를 감싸는 쥰세이와의 기억은 마빈과의 관계를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일본 유학 전에 일했던 지나와 파올라의 보석가게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아오이에게는 소꿉친구인 다니엘라가 있다. 그녀는 애인 루카와 결혼을 하고 딸을 출산한다. 다니엘라, 루카 그리고 아오이와 마빈은 넷이서 종종 데이트를 했었기에 다니엘라는 아오이가 마빈과의 결혼을 미루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아오이가 일본에 다녀온 후 많이 변했다는 사실만 느낄 뿐이다.(물론 쥰세이와의 일을 다니엘라는 잘 모른다.)

I was so in love with him.

마빈의 누나 안젤라가 한동안 마빈의 집에 머물렀다. 그녀는 이혼녀로 이곳저곳 여행하기를 좋아한다. 아오이 역시 양면적인 모습을 가진 안젤라를 좋아하고, 안젤라 역시 동생의 애인인 아오이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안젤라는 아오이의 마음을 마빈보다 정확하게 안다. 그녀가 마빈보다 더 마음에 품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유난히 비 오는 날은 감정적으로 추락하는 아오이. 신기하게도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있는 동안 유난히 비가 자주 왔던 것 같다. 읽기 시작한 날도, 읽는 중에도, 책을 덮은 날에도... 비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왠지 비가 오니까 아오이의 마음에 자꾸 가닿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했다.(사실 왜 이렇게 아오이가 비를 싫어하는가 싶었는데... 중반부를 넘어서 이유가 등장한다. 충분히 싫어할 만하다... ㅠ)

사람의 감정은 이상하게 스스로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물론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어찌 보면 이들 사이에 왜 이렇게 긴 시간 서로를 향한 마음이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실제 이유가 자신들 안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 또한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했다면, 서로 안에 쌓인 상처들을 공유했다면 긴 시간 서로를 향해 풀어내기 힘든 감정선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함께 있는 시간이 좋긴 하지만, 또 아팠기에 이별을 선택한 그들이지만 서로가 남긴 그림자는 생각보다 진했기에 매 순간순간 서로를 찾아 헤매는 둘의 모습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과연 이 둘은 어떻게 될까? 서로를 향한 그리움 때문에 다시 마주할까? 아니면 그 그림자를 조금씩 지워갈까?

다시 만난 냉정과 열정 사이 속 쥰세이와 아오이는 여전히 같은 모습이지만,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나이를 먹고,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그럼에도 그때 마주하지 못한 여러 가지 감정들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십여 년 후에? 아님 그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 냉정과 열정사이를 다시 마주하고 싶어졌다. 그때의 쥰세이와 아오이는 또 다르게 다가올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순간 정겨운 냄새를 맡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주아주 정겨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한, 냄새라기보다 공기였다.

쥰세이의 냄새. 또는 그 시절의 우리들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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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
존 버니언 지음, 릴랜드 라이큰 글,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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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인들과 옛이야기를 하다가 여름성경학교 때 기억나는 프로그램으로 천로역정을 꼽는 경우를 꽤 자주 목도했다. 아쉽게도 모태신앙인 나는 천로역정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명절에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 아동부 교사를 했던 고모의 방에서 성경에 관한 만화에서 얼핏 제목을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그 내용이 어떤지는 몇 년 전 천로역정을 직접 읽어보고 알게 되었다. 물론 내가 처음 접한 천로역정 역시 꽤 유명한 기독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이었는데, 다시금 천로역정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은 천로 역정 앞에 붙어있는 (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또한 함께 곁들여진 천로역정 보드판을 보는 순간, 내가 가르치는 유년부 아이들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고 있는 기간이 한참 겨울 성경학교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과거 지인들의 말처럼 우리 아이들 또한 보드판을 통해서라도 천로역정을 한번 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예배 후 2부 순서 때 활용을 생각 중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천로역정의 저자는 존 버니언이다. 그는 천로역정의 스토리를 순식간에 떠올리고 집필했다고 한다. 책을 쓰면서 그에 살을 입히는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지만, 이미 쓴 책을 망칠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가 고민했던 것은 비유의 성격을 입은 작품 때문에 주변인들로부터 비판을 받을까봐였다고 한다. (사실 저자의 말처럼 성경 속에도 수많은 비유가 등장한다. 그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는 비판을 받더라도 우선 책을 내보겠다는 생각으로 결국 천로역정을 세상에 내놓았고 예상치 못한 큰 인기를 얻으며 현재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알만큼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과거에 읽었음에도 이 책이 액자식 구성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의 화자는 한 동굴에서 우연히 잠을 청하게 되었고 꿈을 꾸게 되었다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바로 천로역정 속 이야기는 바로 화자의 꿈속에서 마주한 장면인 것이다. 꿈속 주인공인 크리스천은 책(성경)을 읽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너무 무거운 짐이 자신의 등을 짓누르는 탓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기만 하다. 결국 크리스천은 짐을 벗고 싶었다. 그래서 깊은 밤 혼자 울부짖던 중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크리스천은 그를 전도자로 소개한다. 전도자는 크리스천의 고민을 들은 후 그에게 빛을 따라 좁은 문을 향해 가면 그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한다. 그렇게 크리스천은 가족을 남겨두고 길을 떠난다. 알다시피 크리스천의 여정은 쉽지만은 않다. 기쁜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길을 나서자마자 낙심의 늪에 빠지게 되고, 크리스천과 동행하던 팔랑귀는 크리스천을 두고 떠난다. 겨우 늪을 빠져나오지만 이번에는 사기꾼 세상의 현인과 율법주의라는 사람에게 속아 좁은 길을 떠나가게 된다. 또한 아볼루온과 미신, 사심 등을 만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행이라면 그들의 유혹의 때마다 크리스천을 돕는 해석자, 선의, 믿음, 소망 등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 책은 상당수 비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가 책을 통해 등장시킨 이름들은 이름이 상징하는 것처럼 신앙인의 삶을 가로막고 진리를 놓치게 만드는 여러 가지의 유혹과 시험, 어려움들을 뜻한다. 이 책이 4백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바로 천로역정 속에 등장하는 많은 문제들이 현재에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는 많은 유혹과 시험들에 노출되어 있고(과거보다 더 많아졌다.), 그로 인해 우리가 머물고 걸어가야 할 좁은 문을 떠나 엉뚱한 길로 갈 때가 많다. 그리고 크리스천처럼 잘못된 길에 들어섰을 때 우리를 일깨우는 성령의 음성과 예배시간 설교, 기도와 주위 동역자들의 조언들을 통해 다시금 제 길을 찾게 되기도 한다.

천로역정 중간중간 내용에 대한 설명이 어우러져서 한결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고, 책 속의 책이라는 이름으로 천로역정 가이드가 담겨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크리스천처럼 여전히 우리는 쉽지 않은 여정 중에 있다. 당장의 편한 길처럼 보이는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말고, 진리를 향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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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그림찾기 문화 365 - 숨은그림찾기 + 다른그림찾기 + 그림 따라 그리기 무한도전 놀이터
김현정 그림, 큰그림 편집부 기획 / 도서출판 큰그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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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가장 빨리 사라지는 책은 바로 숨은 그림 찾기다. 문제집처럼 미션을 완료하고 나면 다시 보지 않기도 하지만, 그만큼 집중력 있게 책 한 권을 완독(?)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종종 시간을 정해놓고 숨은그림찾기 책을 펼친다. 좀 컸다고 큰 애는 부지런히 찾아서 동그라미 치기 바쁜데,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작은 애는 입을 삐죽거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큰 아이와 눈으로 사인을 주고받으며 작은 애를 위해 몇 개의 문제를 남겨두기도 한다. 근데 숨은 그림 찾기에도 난이도가 있다. 그래서 때론 큰애가 너무 쉬워하는 책은 슬며시 작은 애에게 건네기도 한다.

얼마 전에 아이들과 함께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아직 어린아이들과의 여행은 솔직히 몸에 남은 에너지를 다 소진시키고 일주일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상 컨디션을 못 찾게 만들기는 했지만,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의 경험들은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다행이라면 책 속에 실제 다녀온 곳이 등장해서 그런지 더 반갑게 책을 마주하기도 했다.



부모의 고민 중 하나가 노는 시간이지만 뭐라도 알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는 것이다. 기왕이면 놀면서 지식도 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생각이기도 하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해주시게 엄마 입장에서 만족스럽다. 책 속에는 다양한 우리나라의 문화들과 함께 세계의 랜드마크 그리고 다양한 테마들을 따라 그릴 수 부분까지 담겨있다. 조금만 해도 질려 하는 아이들인지라, 숨은 그림 찾기와 다른 그림 찾기 그리고 그림 따라 그리기까지 3가지 테마를 통해 흥미를 끌어올릴 수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숨은 그림 찾기나 다른 그림 찾기만 있었다면 한번 답을 찾고 바로 버려지는 신세(?)가 될 수 있었는데 다양한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는 페이지가 있기에 앞 페이지의 답을 다 찾고 나서도 버려지지는 않을 것 같다. 6~7살의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생까지 그림의 순서에 따라 똑같이 그려보는 연습을 통해 그림과 한결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나 같은 똥손 엄마의 경우 아이들이 무언가를 그려달라고 할 때마다 진땀을 흘리게 되는데, 여러 번 반복해서 그리면서 순서를 외워버리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 첫 장에 담겨있듯이 각 그림 안에는 외계인 한 눈 기자와 한 눈썹 기자가 등장한다. 각 내용과 별개로 다양한 체험을 하는 두 기자를 찾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 같다. 또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랜드마크들을 통해 간접적인 여행 경험과 세계의 색다른 모습을 마주할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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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역사가 - 주경철의 역사 산책
주경철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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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주체가 나 자신이 아닌 사회는 '천국'이 되기는 애초에 글렀다.

흔히 그러하듯 잘못된 유토피아 기획은 디스토피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p.320

두 번째 만나는 역사가 주경철의 책이다. 정리되지 않던 중세 시대를 말끔히 정리해 준 책 덕분에 그의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평일은 역사연구에만 골몰하다 보니, 일요일에는 쉬면서 색다른 작업을 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첫마디는 평일을 직장에 매여있는 직장인들에게도 공감이 가는 바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 가벼운 역사의 텍스트를 만날 거라는 내 예상과 달리, 역시 직업병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싶기도 하다. 우선 역사라는 범주에 문학이나 예술 등의 접점을 찾아 연결했던 것은 흥미로웠지만, 그 깊이가 깊다. 역사 전문가이자 교수이기에, 깊이의 선은 가지고 있어야겠다 싶지만 산책이라는 제목이 가벼움보다는 기분전환의 의미로만 쓰인 것 같다.

책의 시작은 세계 최초의 서정시로 일컬어지는 길가메시다. 다행히 몇 년 전 길가메시 서정시를 읽은 적이 있어서 낯선 이름은 아니었는데, 책 내용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까지 함께 접할 수 있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사자를 제압하는 영웅 상을 통상 길가메시라고 추측한다. 지금은 석판 그대로의 색을 드러내고 있지만 원래는 색이 입혀져 있었고, 특히 눈에는 밝은색으로 색칠이 되어 있었다고 하니(그래서 관람자가 석판을 보면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원래의 색으로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책 속에는 길가메시 서정시 속에 등장하는 대홍수에 관한 내용에도 집중한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며 성경 속 노아의 홍수를 떠올렸는데, 또 다른 서사시 아트라하기스의 이야기와도 같다고 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세 이야기의 공통점은 바로 신의 선택이다. 친한 친구인 엔키두를 잃은 길가메시 역시 죽음의 문제에 대해 큰 번뇌 속에 있었는데 결국 신에게 노여움을 받았기에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내려놓게 된다.

그 밖에도 중세 하면 연관되는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와 에드워드 벨러미의 작품 『뒤를 돌아보면서』와 얽힌 사회 구조와 유토피아를 향한 생각들이 사회운동 내셔널리스트 운동으로 이어진 이야기 또한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그게 진리 혹은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지만 후세에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특히 마녀사냥은 모습이 다르긴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임에 틀림없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 중세 시대 마녀사냥에 대한 내용을 현대의 시각에서 보자면 정말 말도 안 되고, 생각할 가치조차 없다고 여겨지지만 그 시대는 그게 악의 원인이자 진실로 비쳤다니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1888년 작품인 뒤를 돌아보면서는 한참 미래라고 불리는(우리는 지나왔지만) 2000년대의 모습을 소설로 그린 것이다. 21세에서 24세까지 직업교육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여 일하고, 45세에는 은퇴 후 삶을 즐긴다. 모두가 같은 급여를 받고, 위험하다 여겨지는 직군의 경우 노동 시간을 줄여준다. 어떻게 보면 2024년인 현재에도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점은 군대 조직에 있다. 군대 조직으로 이루어진 정부에 의해 이 모든 것이 주도된다. 좀 더 나가면 사회주의와 그리 다르지 않게 보인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이 상황은 절대 유토피아로 여겨질 수 없는 가장 큰 오류를 가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타인에 의해 굴종하는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의 소유만큼이나 중요한 자유의 가치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역사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영어의 history(He+Story) 안에도 이야기를 뜻하는 단어가 담겨있지 않은가? 역사 밖 역사 이야기를 통해 역사만을 위한 역사가 아닌 타 학문과의 접점을 통해 또 다른 역사를 만났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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