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 천로역정
존 버니언 지음, 릴랜드 라이큰 글, 오현미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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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인들과 옛이야기를 하다가 여름성경학교 때 기억나는 프로그램으로 천로역정을 꼽는 경우를 꽤 자주 목도했다. 아쉽게도 모태신앙인 나는 천로역정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명절에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 아동부 교사를 했던 고모의 방에서 성경에 관한 만화에서 얼핏 제목을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그 내용이 어떤지는 몇 년 전 천로역정을 직접 읽어보고 알게 되었다. 물론 내가 처음 접한 천로역정 역시 꽤 유명한 기독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이었는데, 다시금 천로역정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은 천로 역정 앞에 붙어있는 (명쾌한 해설과 그림이 있는)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또한 함께 곁들여진 천로역정 보드판을 보는 순간, 내가 가르치는 유년부 아이들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고 있는 기간이 한참 겨울 성경학교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과거 지인들의 말처럼 우리 아이들 또한 보드판을 통해서라도 천로역정을 한번 접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예배 후 2부 순서 때 활용을 생각 중이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천로역정의 저자는 존 버니언이다. 그는 천로역정의 스토리를 순식간에 떠올리고 집필했다고 한다. 책을 쓰면서 그에 살을 입히는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지만, 이미 쓴 책을 망칠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가 고민했던 것은 비유의 성격을 입은 작품 때문에 주변인들로부터 비판을 받을까봐였다고 한다. (사실 저자의 말처럼 성경 속에도 수많은 비유가 등장한다. 그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는 비판을 받더라도 우선 책을 내보겠다는 생각으로 결국 천로역정을 세상에 내놓았고 예상치 못한 큰 인기를 얻으며 현재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알만큼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과거에 읽었음에도 이 책이 액자식 구성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의 화자는 한 동굴에서 우연히 잠을 청하게 되었고 꿈을 꾸게 되었다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바로 천로역정 속 이야기는 바로 화자의 꿈속에서 마주한 장면인 것이다. 꿈속 주인공인 크리스천은 책(성경)을 읽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너무 무거운 짐이 자신의 등을 짓누르는 탓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기만 하다. 결국 크리스천은 짐을 벗고 싶었다. 그래서 깊은 밤 혼자 울부짖던 중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크리스천은 그를 전도자로 소개한다. 전도자는 크리스천의 고민을 들은 후 그에게 빛을 따라 좁은 문을 향해 가면 그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한다. 그렇게 크리스천은 가족을 남겨두고 길을 떠난다. 알다시피 크리스천의 여정은 쉽지만은 않다. 기쁜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길을 나서자마자 낙심의 늪에 빠지게 되고, 크리스천과 동행하던 팔랑귀는 크리스천을 두고 떠난다. 겨우 늪을 빠져나오지만 이번에는 사기꾼 세상의 현인과 율법주의라는 사람에게 속아 좁은 길을 떠나가게 된다. 또한 아볼루온과 미신, 사심 등을 만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행이라면 그들의 유혹의 때마다 크리스천을 돕는 해석자, 선의, 믿음, 소망 등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이 책은 상당수 비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가 책을 통해 등장시킨 이름들은 이름이 상징하는 것처럼 신앙인의 삶을 가로막고 진리를 놓치게 만드는 여러 가지의 유혹과 시험, 어려움들을 뜻한다. 이 책이 4백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바로 천로역정 속에 등장하는 많은 문제들이 현재에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우리는 많은 유혹과 시험들에 노출되어 있고(과거보다 더 많아졌다.), 그로 인해 우리가 머물고 걸어가야 할 좁은 문을 떠나 엉뚱한 길로 갈 때가 많다. 그리고 크리스천처럼 잘못된 길에 들어섰을 때 우리를 일깨우는 성령의 음성과 예배시간 설교, 기도와 주위 동역자들의 조언들을 통해 다시금 제 길을 찾게 되기도 한다.

천로역정 중간중간 내용에 대한 설명이 어우러져서 한결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고, 책 속의 책이라는 이름으로 천로역정 가이드가 담겨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크리스천처럼 여전히 우리는 쉽지 않은 여정 중에 있다. 당장의 편한 길처럼 보이는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말고, 진리를 향해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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