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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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눈을 한 새. 검은 깃털이 가득한 것이 까마귀같이 보였다. 흉조로 여겨지는 까마귀라서 그런지,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몸서리칠 정도로 잔혹하다. 작가 김하진. 그는 베스트셀러 여러 권을 가지고 있는 유명 작가다. 그런 그가 변호사를 찾아왔다. 최강운 변호사. 그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형사소송 전문이기 때문이다. 사실 얼마 전부터 하진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가 두려운 이유는 단 한 줄의 댓글 때문이었다.

[네가 누군지 알아.]

이 한 줄이 도대체 하진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사실 하진은 10살 이전의 기억이 없다. 그런 그가 요즘 루머에 휩싸이고 있다. 그가 쓴 소설 속 살인의 이야기가 너무 생생하고 적나라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실제 살인을 저지르고 그걸 글로 쓴 게 아니냐는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하진은 밝힐 수가 없었다. 혹시나 자신의 과거에 그런 기억이 있을까 봐서였다. 그래서 그 한 줄 때문에 그는 강운을 찾아온 것이다.

사실 하진은 자신의 꿈의 기억을 소설로 썼다. 갑자기 잠에 빠지거나, 뭔가가 필요할 때는 의도적으로 팔에 칼을 댄다. 그러면 그는 다시금 꿈같은 상황 속으로 들어간다. 꿈속에서 그는 늘 새의 모습이었다. 종류를 달라도, 그 새는 어딘가 사건이 벌어지는 곳에서 그 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의 기억 속에 맺힌 장면을 글로 썼다. 그의 글에 독자들은 환호했다. 적나라한 살인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이 그를 찾아온다. 박지한 형사라는 그는 하진이 쓴 책을 들고 그가 쓴 책 속의 이야기가 실제 사건과 연결된 부분을 추궁하기 시작한다. 두려웠다. 하지만 실제 사건과 하진의 소설 속 이야기는 마치 실제 사건을 보고 쓴 것처럼 닮아있었다. 최변 덕분에 겨우 위기를 모면한 하진은 자신의 옛 기억의 시작점이 그곳. 만조리의 보육원으로 향한다. 다행히 만조리에 산다는 택시 기사 영길의 차를 타고 만조리로 향한 하진은 보육원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루만 머물기로 했던 계획은 연장된다. 그리고 펜션과 편의점 알바를 하는 친구 진희를 만나게 된다. 하진은 진희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진희는 하진을 알고 있었다. 궁금했다.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진희와 외국인 교사라는 준과 함께 술을 마시다 필름이 끊긴다. 역한 피비린내에 눈을 뜬 하진은 자신의 모습에 경악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오토바이 열쇠. 갑자기 마을이 소란해진다. 얼마 전 들렀던 약사의 아들이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근데, 머리가 없었다. 그가 타고 나갔던 오토바이 열쇠가 사라졌단다. 근데 그 열쇠가 하진의 주머니에 있었다. 정말 하진은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그가 쓴 소설 속 이야기는 자신이 직접 저지른 살인의 일기였던 것일까?

이야기는 조금이 틈 없이 급하게 진행된다. 하진은 늘 살인의 장면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새의 모습이다. 여경 미래의 할머니의 죽음도, 약사 아들의 살해 현장도 하진은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 들어온 최변의 모습까지도...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과연 하진이 가진 열쇠는 어떻게 풀려나갈까?

과거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하진을 사로잡고 있었고, 그 모든 매듭은 갑작스럽게 풀어진다. 과거의 기억이라 해도, 하진이 꾸는 현실 속 살인의 장면은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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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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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부터 피가 거꾸로 솟았다. 부모가 아닌 사람이 읽어도 참혹한 상황에 화가 날 텐데, 책 속 피해자와 비슷한 또래의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인지라 정말 이런 범죄를 저지른 진범을 가만두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기타미노베 여아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30년이 넘었다. 오래된 사건이 다시 공론화된 이유는 해당 사건의 범인 중 한 명인 가메이도 겐이 후두암으로 감옥에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 유독 다른 시각을 가진 인물이 있었다. 바로 당시 사건을 관할했던 경찰서의 서무 담당이었던 호시노 세이지다. 당시 그는 범인으로 구속된 가메이도 겐과 이요 준이치의 기록을 보며 뭔가 찝찝함을 느꼈다. 그들이 범인이라고 하기엔, 뭔가 안 맞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시 DNA 조사 결과 그들이 범인이라고 나왔다는 사실과, 둘 다 자백을 했다는 사실에 사건은 종료되고 그들은 사형은 언도받는다. 하지만 범인 중 한 명인 이요 준이치는 계속 재심을 청구했다.

기타미노베 여아 연쇄살인사건은 초등학생인 기노시타 리카와 야나세 사나에라는 아이가 납치. 살해된 사건으로, 아이들의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게 훼손된 것을 비롯하여 항문과 생식기의 열상, 고관절은 빠진 상태로 매장되었다. 추후 시신을 검시한 결과, 리카의 실제 사인은 질식사였는데 목의 조임 자국이 없는 걸로 리타는 생매장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매체와 국민들을 울분을 터뜨렸고, 그랬기에 해당 사건의 범인에 대한 사형 판결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가메이도 겐의 병사와 함께 얼마 전, 재심 결과 무죄로 판결된 사건들의 공통점은 당시의 DNA 조사의 허점이 많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요 준이치가 주장하는 무죄가 맞을 수도 있다는, 당시부터 뭔가 석연치 않은 판정에 형사를 은퇴한 세이지는 친구인 기자 출신 오노데라에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언론의 이슈화가 되면 자신도 참여하겠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세이지는 외손자 아사히에게 사건의 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청한다. 아사히는 소꿉친구이자, 영상 제작의 재능이 있는 이시바시 데쓰에게 사건을 도와달라고 요청하지만, 데쓰는 세 가지 조건을 댄다. 우선 해당 사건을 정확히 파악한 후, 정말 이 둘이 진범이 아니라는 확신이 드는 경우 참여하겠다. 그리고 해당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 전부의 동의, 마지막으로 해당 영상을 시청할 사람 100명 이상을 찾을 것이다. 다행히 데쓰가 말한 조건을 충족한 아사히는 평소 열심히 연습한 그림 실력을 토대로 리카 부녀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린다. 그리고 그 웹툰이 어느 정도 반향을 일으키자, 구체적인 사건을 조금씩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세이지의 생각처럼, 실제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책 안에는 그 진범의 목소리가 세이지 등이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와 함께 드러난다. 세이지에 의해 해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자, 진범은 화를 느끼고 자신의 존재(그동안 숨겨두었던 피해자들의 유류품과 신체 일부 등)를 우편으로 보내온다. 점점 드러나는 진범의 이야기와 사건을 풀어가는 세이지 일행의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드러난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 전혀 예상치 못한, 어찌 보면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드러난 필요악의 이야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재심 사건이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다.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를 찝찝함이 진범이 밝혀짐으로 풀리나 싶었지만, 이 책은 그 찝찝함이 끝까지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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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기분파 이용사 필기 - 유튜브“미용관”채널 동영상강의 2025 기분파 시리즈
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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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이발소가 요즘은 종종 눈에 띈다. 물론 요즘은 미용실이 대중화되어서 남자들도 미용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 미용에 좀 더 전문적인(이발뿐 아니라 면도 등도 이용할 수 있기에) 이발소를 찾는 경우도 많다. 이용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관련 직종을 운영하는 것뿐 아니라 전문 스트일 리스트나 다양한 이미용 교육계로의 진출에 용이하기에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꼭 취득하는 게 좋다.

2025년 기분파 이용사 필기 자격증은 이름 그대로 최신의 기출문제를 분석하여 단시간의 수험생들의 합격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과 문제를 중심으로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우선 이용사 필기의 출제과목과 검정방법, 시험시간 및 합격기준 등을 알아보자.

이용사 필기는 총 5개 과목(이용이론, 공중보건학, 소독학, 피부학, 공중위생 법규)으로, 전 과목 혼합으로 60문항의 객관식이 출제된다. 1시간 안에 100점 만점 중 6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합격할 수 있다. 필기시험은 CBT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해당 필기 응시 절차는 책 안에 그림과 사진 등으로 자세히 설명해두었으니 검정 전에 꼭 참고하면 좋겠다.

 

 

1장에서 4장까지는 각 과목별 내용요약과 각 소단원 말미에는 기출문제가 정리되어 있다. 특히 기출문제 위에 별은 해당 과목에서 출제가 얼마나 많이 되었는지를 표시하는 것이기에, 별이 많은 문항은 꼭 숙지하는 게 좋다. 각 문제 아래에는 해당 문제에 대한 짧은 해설이 담겨있기에 문제와 답만 외우기 보다, 해당 문제가 변형되어 나올 수 있기에 꼭 내용 또한 기억하는 게 좋겠다. 특히 과목의 서두에는 해당 과목에서 보통 출제되는 문항수나 특히 더 집중해서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담겨있으니 꼭 체크해두고 숙지하도록 하자.

참고로 1장은 다른 장에 비해 이용사의 기본이자, 실제적이 부분이어서 출제 비중이 높은 편인데, 그중에서 4번째 섹션인 조발술(헤어커트)는 특히 출제 비중이 높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4장의 공중위생관리법, 소독학 일반의 경우 어려운 과목이지만 법령이나 용어 정의 등을 암기하는 게 좋다.

 

각 단원별로 내용 숙지와 기출문제를 통해 출제경향을 익혔다면, 5장부터 이어지는 실전 모의고사를 통해 실제 필기시험에 대비해 보도록 하자. 아래 쓰여있는 해설과 답을 보지 않고 문제를 풀어가며 내가 부족한 부분을 체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2025기분파 이용사 필기 수험서의 장점이라면 바로 6장이 아닐까 싶다. 최신 경향 핵심 120제와 부록으로 담긴 핵심 이론 써머리 노트를 이용해 시험 당일 짧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2025 기분파 이용사 필기를 통해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수험생 여러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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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숲 - 신비로운 옛 신전이 품은 26가지 이야기 씨앗
김헌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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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흥미롭다. 위엄을 찾고, 뭔가 대단한 존재의 신이 아닌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때론 인간보다 더 한 신들의 모습이 다채롭게 그려져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몇몇 이름을 제외하고는, 늘 정리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뭔가 정리되고 연결되지 않고 따로 떨어진 이야기들을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역사서가 아니다. 시간의 흐름을 연결되긴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방대하기도 하다. 과연 어떻게 읽으면 좀 더 정리되고 기억에 남을 수 있을까?

저자의 이름이 낯익은 이유는, 몇 년째 내 위시리스트에 담겨있는 책이 바로 김헌의 그리스 로마신화이기 때문이고, 얼마 전 한 프로에서 그리스 로마신화를 다루었는데 그때 전문가인 김헌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다.

신화의 숲에는 세 종류의 숲이 등장한다. 신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랑에 관한 숲, 신을 향한 인간이 촉발한 저주와 재앙의 숲, 그리고 큰 획을 그은 용감한 인물들의 숲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통 신화의 시작은 대지의 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우라노스 등으로부터 시작되지만, 이 책은 에코로부터 시작된다. 산에서 울리는 메아리를 뜻하는 에코는 어떻게 목소리로만 남게 되었을까? 그리고 에코가 사랑했던 남자는 누구였을까? 에코를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르키소스와 연결이 된다. 그리고 사랑의 숲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신은 단연 에로스와 아프로디테다. 에로스가 쏜 화살이 촉발한 사랑의 이야기는 과연 각 인물들에게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특히 에로스 본인의 이야기도 상당 부분 등장하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한편, 두 번째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신의 저주를 받거나, 인간의 욕심 등으로 인해 저주를 받게 된 사연들이 소개된다. 물론 자신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일들도 있지만, 인간 못지않게 질투가 심한 신들 덕분에 벌어진 이야기도 상당수다. 그중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칼리스트와 아르카스의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는 밤하늘의 별인 큰 곰자리, 작은곰 자리와 이어진다. 이번에도 시작은 또 바람둥이 제우스다. 아르테미스의 추종자였던 칼리스토에게 반한 제우스는 칼리스토를 꼬시기 위해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분하여 칼리스토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를 범하고 만다. 아르테미스는 순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처녀신이기에, 제우스에게 순결을 잃게 된 칼리스토는 쫓겨나고 만다. 결국 아들을 낳은 칼리스토. 하지만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가만있지 않았다. 결국 헤라에 의해 곰이 된 칼리스토는 아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다. 한편, 헤르메스는 칼리스토의 아들인 아르카스를 자신의 어머니 마이아에게 데려가서 훌륭하게 키운다. 아르카스는 사냥을 즐겼는데, 어느 날 사냥을 갔다가 곰을 마주하게 된다. 그 곰은 바로 아르카스의 어머니인 칼리스토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아르카스는 칼리스토에게 창을 겨눈다. 급작스러운 상황에서 제우스는 두 모자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든다. 하지만 이번에도 헤라는 이 사실에 분개해 큰 곰자리와 작은 곰자리를 하늘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사연들이 책 속에는 꽤 자주 보인다. 잘못은 제우스가 했는데, 피해는 칼리스토와 아르카스가 보게 된 것이다. 억울할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신들의 모습이 흥미를 자아낸다고 할 수 있겠다.

세 번째 장에서는 페르세우스, 테세우스 등의 영웅들이 등장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어려움을 극복하며 용감하게 개척해나간 모습들을 등장한다. 좌절할 법한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은 승리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강인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각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는 앞의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나 생각할 여지들이 짧게 담겨있다. 삽화도 종종 곁들여져 있기에,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야기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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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키 호택 - 한국판 돈키호테 임택, 당나귀하고 산티아고
임택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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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궁금했다. 얼마 전 돈키호테 비디오에서 벌어진 힐링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왠지 반가웠다고 해야 할까? 티브이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기에, 저자가 출연했다는 사실도 책의 표지를 보고 알았다. 근데 그 문구보다 더 눈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당나귀! 설마 당나귀와 함께 산티에고 순례길을? 제목만큼이나 당나귀와의 여행기라는 사실에 나 역시 관심이 마구 생겼다. 근데,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많은 사람들이 당나귀와 여행을 하는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줬다고 하니 말이다.

우선 나처럼 제목이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책의 제목인 동키호택은 바로 표지에 담긴 당나귀에게 저자가 붙여준 이름이다. 반려견(?)처럼 당나귀와 여행을 하려는 의도로 시작한 여행기는 아니고, 당나귀에게 짐꾼 역할을 맡기기 위해 계획한 여행이었다. 근데, 우리나라 태생 당나귀와 함께 여행은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고 한다.(동물 비자부터 시작해서 당나귀를 스페인까지 데리고 가는 것 자체가 비용 부담이 무지 컸다.) 결국 당나귀를 수소문한(?) 저자는 프랑스의 한 당나귀 농장에서 호택이를 만난다. 산골에 살던 당나귀는 그렇게 저자의 여행 메이트가 되어 산티에고 순례길을 동행하게 된다. 당나귀에게 붙여진 이름은 바로 호택이다. 당나귀(dongkey) 호택! 근데 또 저자가 이름을 참 잘 지은 게, 동키호택을 떠올리는 순간 바로 돈키호테가 떠오르니 말이다. 거기다 호택의 택은 저자와 또 돌림자(?) 느낌이니... 아무튼 그렇게 호택이와의 여행기가 시작된다.

근데 산티에고 순례길에는 동키 서비스라는 게 있다고 한다. 가방이나 짐을 대신 옮겨주는 택배 같은 서비스를 말하는데, 여기에도 바로 당나귀가 들어간다. 그만큼 당나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산티에고 순례길을 가면서 참 많은 환영을 받는다. 물론 당나귀 호택이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당나귀 농장 주인에게 당나귀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건넸을 때 그렇게 반응했나 보다 싶었다. 어디서 머물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이유는, 어딜 가나 예쁨을 받고 환영을 받았기 때문이다. 호택이를 본 사람들은 스스로 먹이가 풍부한 곳을 알려주기도 하고, 딱딱한 빵(당나귀 같은 동물 전용 빵)을 건네기도 하고, 특식이라 할 수 있는 귀리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호택이를 부러워할 때가 많았다.) 고집이 센 수탕나귀 호택이와의 여행은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둘은 진정한 여행 메이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행길에서 겪는 어려움들 속에서 저자와 호택이는 조금씩 서로를 인정한다. 당나귀와 알베르게에서 머물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알베르게 보다는 거의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수준으로 순례길을 걸었던 것 같다. 호택이가 먹을 빵과 같은 음식들을 받으면서 저자의 음식을 얻기도 하고, 당나귀를 조금 더 보기 위해 뇌물(?) 같은 식재료를 받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호택이와의 여행은 길어진다.

나라면 쉽게 불평이 터져 나올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저자는 참 긍정적인 것 같았다.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웠고, 멋진 여행기를 마주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오히려 호택이를 통해 저자는 여행뿐 아니라 인생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었다고 하니, 누구에게도 배울 줄 아는 열린 마음(?)의 저자여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저자가 호택이와의 여행 전에 마을버스로 세계여행을 했다고 하는데... 낯설지 않다. 근데 블로그의 서평을 쓴 내역은 없다 보니, 조만간 역주행으로 저자의 전 작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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