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 - 정의가 부재한 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질문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쉼(도서출판)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휴일 저녁,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박진영이 누군가가 부른 노래를 가지고, 가수가 노래를 잘 하지만 감정 전달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심사평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같이 주억이고 있었다.

 

심사의 대상이 된 친구는 참하고 반듯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노래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그 친구를 향한 박진영의 심사평이 마음에 와 닿았는데,

뭔지 모르겠지만  21년 20년 살았죠?

뭘 굉장히 많이 참은거 같아요.

많이 참아서 가슴에 군살이 이렇게 배긴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자기가 그걸 부드럽게,

막 춤을 추게 하고 싶어도 많이 참았기 때문에,

군살이 배겨서 잘 안되는 느낌...

화나면 소리 지르고 화내 봤어요?

슬플때 막 엉엉 울어봤어요?

누가 좋아서 술 취하고 고백해 본적 있어요?

그러면 평상시에 이런 걸 하나도 안했던 사람이 어떻게 노래할때 나올 수가 있겠어요?

지금부터는 결과에 상관없이 자기 감정을 좀 응원해 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기쁠때 내 기쁜 감정을 응원해 주고,

슬플때 슬픈 감정을 응원해줘서,

이 군살을 조금씩 부드럽게 만들지 않으면,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지금부터인거 같아요.

근데 노래 얘기가 아닌거 같아요.

라고 하고 있었는데,

박진영이 이 친구를 향하여 한 말이, 이친구의 두배나 되는 인생을 살아온 나에게도 통용되는 말이구나 싶자,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도미노마냥 한동안 어쩌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항상 외로워 외로워 하면서도 허물어질 것이 두려워 담을 더 높고 견고하게 쌓아 올렸었던 나를 보는 듯 했다.

 

이런 류의 책은 거의 다 사들이지만,

읽다보면 뚜껑이 열리고 혈압이 오르기 때문에 접어놓거나 내던져 버렸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내 맘이 편치 않다는 핑계로 주의깊게 들으려 하지 않았었고,

현실을 외면하고 차단해 버리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끝까지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는데,

현실을 외면하고 차단해서 나만의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내 맘대로 박탈하고 있는것이라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첫부분 특수활동비에 대해 읽을때까지만 해도 으레 그러려니 했고,

더 자세히 알게 된다고 해도 실체가 없었던 액수의 크기 정도라고나 해야할까?

화가 나긴 했지만 새로운 얘긴 아니었다.

성완종 리스트, 언론 국정화, 국정교과서, N포세대 얘기 따위는 놀라운 얘기가 아닌 것이 아니라 무뎌져서 더 이상 놀랍지 않았달까?

 

내가 화가 극에 달해 뒷목을 잡아 당기면서도 이 책을 놓지 못한건,

2015년 추노이야기라고 해서 등장하는 '초등학생이 받은 채권추심 편지'때문이었다.

 

난 그동안 지극히 도덕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돈을 빌리면 갚는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출처와 항목도 알 수 없는 특수활동비가 어마어마한 나라에서,

(그 특수활동비는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일텐데~(,.))

초등학생이 채권추심을 받는 상황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경.포.대.'의 잘못인것만 같았다.

 

우리나라가 OECD국가비교 통계 중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분야가 바로 '자살률'인데,

자살률이 이렇게 높은 이유가 다른 나라의 그것과는 좀 다른,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단다.

물론 빚은 갚아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살린다는 건 좀 아니, 아주 많이 비겁하지 않은가 싶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장애인인 초등학생 아이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이 빚을 거절할 수 있는 상속포기절차를 몰라서 빚추심이 들어왔다는 얘기는 읽는 내내 속상했다.

이 아이가 파산면책 진술서에 '나는 어려서 나에게 오는 편지는 다 반가웠는데, 그게 알고 보니까 아버지 빚을 대신 갚으라는 편지였다'라고 썼다는 부분을 읽는데,

앞에서의 어마어마한 특수활동비가 생각났고...그러니까 누굴 향하여, 어디를 향하여, 화를 내고 분노를 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흔히 우리는 지구를 우리 아이들에게 빌려쓰고 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지구나 환경만이 아니라,

현실을 외면하고 차단해서 국민의 권리를 포기하는것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암담한 대한민국의 물려주게 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것은 가수에게만 적용되는 규칙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하고 응원할 필요가 있다.

내 삶의 주인은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나'이니까 말이다.

여기서 의미를 확장시키면 '할말은 합시다' 정도가 될 것이다.

 

개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하되,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차원에서) 할말은 하고 사는 개인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인 자유민주주의국가이니까 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4-05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6-04-06 18:1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런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걸 악용하는 거죠.
저만해도 소싯적에 수학은 좀 했었던것 같은데,
아직도 생활에서 숫자 더하기 빼기가 나오면 완전 머리가 뽀글거리는거 있죠~ㅠ.ㅠ

꿈꾸는섬 2016-04-05 22:27   좋아요 1 | URL
정말 뒷목 잡겠어요.ㅜㅜ

양철나무꾼 2016-04-06 18:15   좋아요 1 | URL
뒷목 잡을 때 잡더라도 저 관계는 명확하게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 국민의 건강을 포기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말예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