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승리 - 도시는 어떻게 인간을 더 풍요롭고 더 행복하게 만들었나?
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 이진원 옮김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도시 사랑과 애착, 그리고 집요함에 놀랐는데, 정리하다 보니 도시가 가진 장점이 이렇게 많았나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사실, 책을 읽을 때 반감이 들었다. 분명 도시가 가진 장점도 있지만, 문제가 많은데, 저자는 10개를 말하면 그중 9개가 장점이고 1개가 단점이었고 그 단점도 어떻게 극복해야 되는지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이런 일반적인 인식을 알고 있는 듯, 도시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마다 꼭 통계적 수치를 가지고 와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간략하게나마 저자가 말하는 도시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놀랍게도 저자가 중요시하는 것은 사람이다. 흔히, 도시라고 하면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 잘 정리된 도로와 지하철, 깨끗한 거리를 떠 올리기 싶다. 그러나, 저자는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강조한다. 정부가 사람이 아닌, 건물과 인프라에 투자한 정책들이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쇠퇴하는 도시의 대표적 특징은 경제 규모에 비해서 주택과 인프라가 과도하게 많다는 점이다. 주택과 인프라 공급은 많은데 수요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더 많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건물 중심으로 도시를 개편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은 도시는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홍수가 일어나기 전에도 뉴올리언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뉴올리언스의 아이들 교육을 지원하는 데 그토록 절실히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연방 정부가 도시의 인프라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쓴다는 것이 과연 정말로 합리적이었을까? 뉴올리언스의 위대함은 항상 건물이 아닌 그곳의 사람들로부터 나왔다." 

 

"디트로이트와 뉴욕에서 도시 재개발로 인해 흉물스러운 슬럼가가 멋진 신축 건물들로 바뀌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도시의 쇠퇴를 막는 데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런 멋진 신축 건물들은 사실 정치인들에게 성공한 도시를 만든 것 같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세워진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나도 동의한다. 도시든 시골이든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따라서, 정부는 건물에 투자하기 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사람에 투자한다는 것은 대표적으로 교육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대학기관을 지원하고 많은 이들이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인적자본에 투자를 하게 되고 이것은 도시가 번영하게 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 없이 건물만 투자한다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리콘밸리가 괜히 스탠포드대학교 옆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길러진 인재들이 따로 나와서 실리콘밸리를 이루기 시작하였고 산업이 자연적으로 육성되고 성장한 것이다.

 

다음으로 저자는 사람은 모여 있을 때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특히, 현대사회의 정보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그 복잡성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도시는 사람들 모으는 힘이 있고 그렇게 모였을 때 복잡한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결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아이팟이다. 아이팟은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를 한 곳에 모음으로 새로운 '물건'이 탄생하였다. 도시는 이렇게 아이디어가 모이는 장을 마련해준다.

 

사람은 숙련된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생산성이 올라간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어떤 일을 할 때 처음 그 일을 접하는 두 명보다는 숙련자 한 명과 초보자 한 명을 붙여서 일을 시작하면 후자가 생산성이 더 빨리 올라갈 것이다. 도시는 이런 만남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생산성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저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교육과 국가 GDP 사이의 이런 놀라운 상관관계를 경제학자들은 이른바 '인적 자본의 외부효과(human capital externalities)'라고 부른다. 이것은 사람들이 다른 숙련된 사람들과 같이 일할 때 훨씬 더 생산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저자는 도시의 승리와 관련된 여러 사례를 이야기한다. 도시에 모여 살면 평균 수명도 더 길어지고 공동 공간도 사용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도 올라간다고 말한다.  에너지 효율을 설명한 것은 놀랄만한 부분이긴 하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녹지에 둘러싸여 살자고 주장할 때 그것은 환경에 주는 피해를 극대화하게 된다. 저밀도 지역은 결국 더 많은 이동을 요구하고, 그러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널찍한 생활 공간은 분명 나름대로 이점을 갖고 있으나 교외 주택들은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즉, 교외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교외 지역의 가구는 도시 지역 가구보다 평균 27퍼센트의 전기를 더 소비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연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사실은 에너지를 더 소비해서 자연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외에 살기 위해선 자동차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지에 모여 있는 가난한 자들이다. 서울에도 높게 솟은 아파트 너머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판자촌 언덕을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도시의 빛과 그림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화려함 뒤에 감추어진 어두운 그늘이라는 것이다. 도시의 이런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도시를 비판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에 대해 '도시의 승리'저자는 다르게 이야기한다. 도시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들 뿐이지 도시가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서울에 사는 가난한 사람을 서울에 사는 부자와 비교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시골에 사는 가난한 사람과 비교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비교해볼 때, 서울에 사는 가난한 사람은 도시의 좋은 인프라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시골에 사는 가난한 사람보다 삶의 질이 좋다는 것이다.  

 

"도시는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지 않는다. 즉 도시는 가난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도시의 가난은 도시의 부가 아니라 시골의 부와 비교해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판자촌이 부유한 시카고의 교외 지역과 비교해 봤을 때는 끔찍해 보일지 몰라도 그곳의 빈곤율은 브라질 동북쪽 시골의 그것에 비해서는 훨씬 낮다. 가난한 사람들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은 없지만 그들이 도시와 시골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다수는 분별 있게 도시를 선택한다."  
 
이 주장은 어떻게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문제가 있는 접근 방법이다. 실험을 할 때 다른 조건은 동일하게 유지하고 독립변수를 확실히 구분하여 비교하는 것이 맞다. 논문도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질에 대한 문제를 이렇게 접근해서는 안된다. 도시에 사는 부자와 가난한 자, 그리고 시골에 사는 가난한 자 모두 똑같은 생명을 지닌 인간이다.  

 

삶의 질을 평가할 때 단순히 도시의 가난한 사람이 시골의 가난한 사람보다 더 낫기 때문에 도시는 죄가 없다는 식의 주장은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고 궤변이 될 수 있다. 진정으로 사람을 중요시한다면, 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삶의 질이 차이가 나는데, 어떻게 해야 삶의 질의 간격을 좁힐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 없이 그저, 도시는 그래서 여전히 위대하다는 식의 귀결은 곤란하다. 물론, 저자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덜하거나 이 책의 주제와 맞지 않아서 뺐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내용 없이 달랑 몇 가지 비교를 넣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저자는 도시의 승리를 이야기하며 도시로 인해, 인간의 삶은 더 부유해지고 풍요로워졌으며, 기술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고 인간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삶의 의미, 인간다움 등 인생 개개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도시의 삶이 정말로 시골의 삶보다 더 나은지는 답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저자는 도시화가 더 많이 진행된 나라에 사는 사람이 더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그런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울보다 지방에 사는 것이 더 낫다고 모두가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집값이 높은 지역은 도시의 승리에서 예외인가?  

저자는 도시에서의 바쁜 삶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 즉 호모사피엔스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고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도시는 그런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삶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를 계획할 시간과 여유 따위는 주지 않는다. 그저 떠밀려 지하철을 타고 떠밀려 밥을 먹으러 가고 떠밀려 집으로 들어가는 떠밀려 사는 인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가운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는 있다. 그래서 매출이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개인의 인생은 온데간데없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의미 없이 수십 년을 살게 된다.  

 

시골은 다르다. 도시만큼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혼자 조용히 산책을 하며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가 있다. 그 가운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래서 다들 노년에는 경쟁이 없고 바쁘게 돌아가지 않는 도시 근교의 전원주택을 꿈꾸는 것이다. 도시의 인프라, 예를 들면 문화시설이라든지 병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근교의 조용한 지역으로 가서 살고 싶은 것이다. 결국 도시가 모든 답은 아니다.  저자는 이런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그저 도시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도시가 존재할 이유도 있지만 동시에 시골이 존재할 이유도 있는 것이다. 뭐든지 균형이 필요하다.  

 

책을 정리하며, 도시는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그리고 그 장점은 산업의 번영과 특히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그 혜택으로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인간 개개인의 인간다움이 개선되고 향상되는지는 다른 척도가 필요하고 내가 생각할 때는 이 점에서는 도시가 승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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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라 2017-10-21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시예찬론을 펼치는 책인가 보군요 도시가 그렇게 좋다는데도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이 많은걸 보면 도시도 시골도 다 각기 장단점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데굴데굴 2017-10-22 09:4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개인의 취향 혹은 목적에 따라 잘 선택해야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