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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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동안 읽은 책들에서 생과 사랑과 여행에 관한 문장을 뽑았다. 그리고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을 글에 맞게 배열했다. 사진을 보는 즐거움도 있고 저자가 뽑은 명문장들을 읽는 즐거움도 있는 책이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여행작가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배낭에 책 한 권 넣고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책을 읽고, 중간중간 멋진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고, 그 지역의 맛 집을 탐방하고. 돌아와서 여행을 정리하는 글을 쓰고. 그리고 다시 여행을 준비하고.

 

물론, 실제로 이러한 삶을 살게 된다면 그것도 이것이 직업이 된다면, 심리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무리 즐거운 일도 직업이 되면 즐기기가 어려운 것과 같이, 여행과 사진, 글쓰기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나도 저자처럼 책에서 문장을 뽑아 보았다.

 

"내가 아직 마음에 드는 문장을 쓰지 못하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은 내가 충분히 고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진실하게도 만든다'라는 생각도 부쩍 드는 요즘입니다."

 

"천재들은 대부분 위대한 산책자들이었다. 단, 근면하고 지적으로 풍요로운 산책자들이었다. 종종 예술가나 시인들은 가장 한가하게 보일 때가 가장 일에 몰두하고 있는 때 일 경우가 많다."
- 발터 벤야민, <도시의 산책자> -

 

"언젠가 누가 그랬어.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춰 섰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바람의 그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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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 - 누구나 행복한 사람이 되는 곳
김경희 지음 / 공명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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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과감히 2주간 부탄 여행을 떠난다. 열 살 된 아이가 있지만, 서른아홉과 마흔 사이, 과감히 여행을 나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될 지에 대한 절박함과 함께.

 

부탄은 100퍼센트 유기농을 선언한 국가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유기농을 찾으려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특별히 따로 판매처를 찾아서 주문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부탄은 그런 수고를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왜냐, 100퍼센트 유기농을 선언한 국가니깐. 또 부탄은 차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극소수여서 대부분 걸어 다닌다. 차의 소음과 공해가 없는 천연 자연을 갖춘 부탄이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거의 쓰지 않는다. 신용카드와 관련하여 저자가 부탄 사람과 나눈 대화는 가히 충격적이다.

 

"아, 그럼 신용카드나 대출 같은 게 없다는 말인가요?"

 

"아예 없다기보다는 정부에서 그런 걸 권장하지 않아요. 벌지도 않은 돈을 미리 당겨서 쓴다는 게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잖아요."

 

빚을 권장하지 않는 세상이라니. 금융 자본주의 시대에 부탄과 같은 나라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전화가 울리고 받아보니 xx 카드에서 단기 대출 필요할 때 이용하라고 광고를 한다. 안 하겠다고 해도 당장 필요 없어도 일단 단기로 한, 두 달 대출이 가능하도록 신청하란다. 지금 하면 할인 금리로 대출 가능하다고 하면서. 정말 대조되는 세상이다.

 

부탄은 연간 수용 관광객 수를 정해 놓았다. 그리고 하루 200달러(성수기는 300달러)의 체류비를 내야 한다. 유럽 가는 비용과 비슷하다. 과연 이 비용을 내고 부탄을 갈 만한 가치가 있을지 다들 질문을 던질 것이다. 저자는 이런 부탄이 자신과 같이 삶에 지치고 허덕이는 이들이 꼭 가볼 만한 곳이라고 말한다.

 

제정일치 불교국가인 부탄의 사람들은 매일 아침 기도를 드린다. 그들의 말과 행동 삶에는 불교가 깊이 스며들어 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기도제목이다. 그들은 사사로운 개인의 욕심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 그저, 산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별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그대로 있고 인간이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를 했다.

 

부탄은 불교 국가라서 살생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육류는 전부 인도에서 가지고 온다. 이런 육류도 외부 손님용이지 부탄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파리도 안 잡는다고 하니. 부탄은 자살률도 매우 낮다. 1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미미한 정도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탄을 '특별한 나라'라고 부른다.

 

특이한 점은 부탄 이혼율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이다. 마음이 떠나거나 사랑이 식으면 집착하지 않고 담담히 보내주는 것이 부탄 여자들이라고 하는데, 그리고 대한민국의 쇼윈도 부부와 비교하며 차라리 솔직한 부탄이 낫다고 말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잘 수긍은 가질 않는다. 

 

부탄 사람들은 또한 자존감이 매우 높다. 아무래도, 물질에 가치를 두지 않는 세계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늘 기도하며 평화를 비는 삶. 비교와 경쟁이 아니라, 화합과 하나 됨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삶으로 인해, 그들의 자존감도 높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부탄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나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고 있었고 잃어버렸던 소중한 그 무언가를 재발견하고 돌아볼 수 있는 나라인 것 같다. 돈에 쫓기고 돈에 매몰되고 돈으로 모든 것을 환원시키는 자본주의 시대에 진정한 '나'는 사라진지 오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위해 위해 살아갈지는 중요하지 않는 시대이다. 나의 자식들도 똑같이 교육받고 있다. 오로지 학교 성적과 등수가 중요하고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그 사람의 판단 기준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시대에, 부탄은 제동을 건다. 나를 돌아보고 옆에 사람을 돌아보기 위해 잠시 멈추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행복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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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지 2017-12-14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 여름 제자와 함께 7박 8일 부탄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때의 평온함이 떠올라 기쁨 충만함으로 인사합니다. 탁상곰파 가는 길은 조금 힘들었지만 이 역시 수행의 과정으로 여기며 자연은 황금이라는 팻말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잔잔한 리뷰에 미소짓습니다.

데굴데굴 2017-12-14 13:02   좋아요 0 | URL
위에도 적었지만 부탄 갈 비용이면 유럽에도 갈 수 있는 자금인뎈 부탄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평온함과 여유를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기회가 되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 꼭 가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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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길에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광고를 보며, 소설이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일단 제목이 흥미로워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알쓸신잡>을 보게 되었는데 김영하라는 소설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유명한 소설가 같은데, 사실 나는 처음 들었다. <알쓸신잡>을 여러 편 보면서 그의 박학다식함에 놀랐고 목소리도 좋았다. 그리고 그가 <살인자의 기억법> 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책을 읽게 되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살인자의 이야기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떠오른 영화가 한 편 있었다. 바로 <아이덴티티>라는 영화였다. 지금까지 본 최고의 반전 영화 중 하나였고 그 당시 영화를 보고 나서도 몇 달 동안 내 머릿속에서 마지막 장면이 떠나지를 않았다. 물론,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두 개의 차이점은, <아이덴티티>의 경우는 모든 사건과 이야기, 인물들이 결국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반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살인자의 상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살인자는 책의 처음과 끝에서 반야심경의 한 구절을 되뇐다. 그 구절은 공空에 대한 것이다. 공空 가운데는 물질도 없고 의식도 없다. 따라서 공空 가운데서는 대상도 없고 경계선도 없다. 괴로움도 없다. 물론, 즐거움도 없다. 그야말로 공空이다. 책을 읽으며, 기억이라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 우리는 기억에 의존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마치 우리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실체도 없고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 즐거운 기억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순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라는 잡힐 듯한 대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진다. 그 경계선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인간의 기억은 이렇게 연약한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 기억에 의존하여 많은 일들을 판단하고 수행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그 기억이 공空 인지도 모르고.

 

장편소설이라고 하지만, 200페이지도 채 안되는 분량과 숨 막히는 전개로 인하여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문학평론가 권희철의 해설을 읽는데 그가 김영하의 말을 인용한 부분을 보고 뜨끔하였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그가 <빛의 제국>이 출간된 직후에 한 말인데, 권희철씨는 이 문장을 <살인자의 기억법>을 위해 아껴두었어도 좋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술술 읽힌다고 막 내려가기보다는 곳곳에 흩어져 있는 복선들을 파악하며 읽는 것이 더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다. 

 

김영하씨가 책 뒷부분에서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라고 고백할 만큼, <살인자의 기억법>은 주옥같은 문장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 문장들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살인을 멈춘 것은 바로 그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전문가는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말할 때까지만 전문가로 보인다."

 

"아무리 치매 환자라도 감정은 남아 있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웃는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자기를 무방비로 내준다는 뜻이다. 자신을 먹이로 내주겠다는 신호다."

 

"인간은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치매에 걸린 인간은 벽이 좁혀지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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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12-13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력에 비해 그닥 대중적이지 않은 작가였던 것 같은데
알쓸신잡에 출연하면서 대중도를 높이고 때마침 영화
까지 개봉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타이밍이라는.

경장편 소설로 예전에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데굴데굴 2017-12-13 09:56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알쓸신잡 통해서 알게 되었네요 말씀대로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인 것 같습니다

저도 역주행까지는 아니지만 다른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데미안 2017-12-13 1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영하 작가님은 단편이 더 재미나는 것같아요. 그리고 에세이가 더 김영하 작가를 잘 말해주는 듯해요

데굴데굴 2017-12-13 17:4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이번에 처음 읽어봤는데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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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시골 촌놈이랑 비슷하려나. 힐빌리는 책의 서두에서 설명하듯,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냥 가난한 시골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지역에는 폭력, 살인, 낙태, 마약, 이혼, 자살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시골이라고 해서 단순히 평화롭고 조용한 들판에서 순진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것보다는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슬럼가, 혹은 그 이상의 지역으로 봐야 한다.

 

책의 저자인 J.D. 밴스는 바로 이런 지역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약물 중독자였고 자살을 시도하였으며 그의 아버지는 이미 법적인 아버지가 아닌 상태였다. 아버지란 의미가 어머니의 남편 혹은 남자친구를 의미했다면 그는 여러 명의 아버지가 있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그러한 불우하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자신이 자랐던 지역에 대해 쓴 <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을 낸 것이다. 

 

책의 서두에 그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을 쓴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내가 책을 쓴 건 특별한 일을 이뤄내서가 아니다. 내가 해냈다고 할 만한 일이라야 지극히 평범한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란 대부분의 아이에게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됐다."

 

<라이프 프로젝트>에서도 코호트 연구를 통해 밝혀졌지만 이혼한 가정,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불리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성공하기 힘들 뿐 아니라 실패의 삶을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  J.D. 밴스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가 자란 환경에서는 "운이 좋으면 수급자 신세를 면하는 정도고 운이 나쁘면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은 복제되고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라며 이런 상황을 묘사한다. 그의 할머니도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정서적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수백만 명이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운명에서 벗어난 저자는 사람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알리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먼저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은 백인들이라고 해서 다 월스트리트나 맨허튼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공략했던 백인 노동자 계층이 바로, 저자가 속한 계층이었다. 특히 저자는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의 핏줄인데 이들은 대부분 대학 교육을 못 받고,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로 살아간다.

 

저자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너무나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그의 가정은 하루가 멀다 하고 어른들이 다투는 일이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욕하고 고함치고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장면들을 볼 때마다 어린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났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주 심한 복통을 겪었다고 회상한다. 이런 복통이 스트레스 표출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어머니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음이 아픈 대목이 많다. 어머니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를 죽이려고 해서 저자는 다른 집에 도망가여 경찰을 불러야 했던 적도 있었다. 또한 동시에, 마약과 불륜을 하면서도 자식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지 계속해서 사과를 했다고 한다. 문제는 사과를 하고 안 해야 되는데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 저질렀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엄마의 사과가 진심이었다고 믿는다고 말하는데, 이 부분도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다. 

 

"결국 나는 그전에도 수없이 들어봤던 사과를 또다시 들었다. 엄마는 언제나 사과를 잘했다.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미안하다'라는 말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린지 누나와 나는 두 번 다시 엄마와 말을 섞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나는 엄마의 사과가 진심이었으리라고 믿는다. 엄마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항상 자기가 초래한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본인의 약속처럼 '다시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항상 되풀이됐다"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곳곳에 자신이 어떻게 통계를 이겨냈는지에 대한 힌트를 알려준다. 그는 크게 두 가지가 자신을 구원했다고 이야기하는데 바로 '교육에 대한 열정'과 '가족'이다.

 

그의 어머니는 평생 수학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저자를 도서관에 데려다주고 책을 빌려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 주변에 도서관이 널려 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게 뭐 대단한 거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산속에 살고 주변에 도서관이 없는 지역에 산다고 가정해보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마치, 차로 1시간 이상 가야 도서관이 나오는 지역에 살면서 아이가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을 다니는 부모처럼, 저자의 어머니와 할머니도 교육의 중요성을 믿고 자녀의 교육에 열정과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가족에 있어서 그의 할머니와 아버지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하였다.

 

할머니는 저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었다. 먼저 할머니는 저자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정성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셨다. 값비싼 계산기도 사주고 숙제를 잘 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혹독하게 야단을 치셨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할머니의 마음과 사랑을 이해하고 깨닫게 된다. 그래서 더 학업에 매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3년을 '터닝포인트'로 보고 있다. 그 기간 동안 평화롭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숙제도 하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아버지는 혈육의 아버지를 의미하는데, 아버지는 이혼 후, 다른 여자와 결혼하여 살았는데, 저자는 아버지를 초등학생이 되어서야 직접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아버지는 기독교를 통해 많이 변화가 일어난 상태였고 이는 저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을 걱정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어릴 때의 많은 상처가 치유되었다고 저자는 책에서 고백한다. 

 

그는 책에서 어린 시절만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신분 상승을 하며 발견한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도 이이갸하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의 어마어마한 연봉, 그들만의 면접 방식, 인맥 등 그들의 리그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자본의 불평등이 가난한 이들을 더 고립시키고 가진 자들의 담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난한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실재'를 제대로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탁상공론 식으로 정책을 만들고 혜택을 주려고 하지 말고 실제 그곳의 빈곤한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목도하고 들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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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12-12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부터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기 시작했습니다.
예상한 대로 재밌어서 진도가 쑥쑥 나가네요...

힐빌리 출신으로 예일대 로스쿨 졸업생이라니 대단하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전역이 카터 행정부 이후 공화당
으로 넘어갔다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데굴데굴 2017-12-12 15:35   좋아요 0 | URL
저도 재미있어서 마지막에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렇죠.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와보니, 지방에 있는 아이들은 여러 측면에서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보다 in서울 대학에 들어가기가 정말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미국은 오죽할까 싶네요. 미국 예일대 로스쿨은 전세계 학생들이 경쟁하는 곳이니깐요.
그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위치를 되새기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조승욱 2017-12-12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난은 대물림된다는 말이 떠 오르네요.
이 말대로만 된다면 세상사는 재미가 없겠죠. 이런분도 세상에는 있지 싶어
위안과 희망을 얻으면서 한사람의 인생에서 주변환경의 영향이 성공에 미치는 정도는 얼마나될까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좋은글 읽을 수 있어서..고맙습니다

데굴데굴 2017-12-12 15:3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라이프 프로젝트>에서도 나오지만, 가난한 사람은 이미 불리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 야심 찬 학교, 거주지, 가정환경, 그리고 바로 개인의 의욕(의지)에 의해 극복할 수 있다고 하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승욱 2017-12-12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라이프 프로젝트란 책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저 책의 저자는 아마도 불리한 조건을 극복한 사례로 보면 좋겠다 싶네요. 도움주셔서 감사합니다

데굴데굴 2017-12-12 17:26   좋아요 0 | URL
네 통계적으로 불리한 경쟁을 어머니와 할머니의 교육열, 할머니의 애정과 사랑, 저자의 의지 등으로 이겨낸 사례를 너무나 잘 풀어낸 책이네요!!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 타인의 기대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No’하고 우아하게 거절하는 법
재키 마슨 지음, 정영은 옮김 / 윌컴퍼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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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좋은 사람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사람'이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착하고 친절하고 항상 웃는 얼굴의 사람들이다. 문제는 나의 감정과 나의 생각, 나의 욕구가 중요한데 다른 사람에게 맞추다 보니 에너지가 고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내재된 개인적 규칙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소모적인 삶을 반복하게 된다.

 

이런 행동이 나오는 이유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거절, 분노, 원망 등)을 드러내면 상대방에게 거절당하거나 관계가 끊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어릴 적 경험한 여러 감정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을 읽으며 예전 모습을 돌아보니, 분명 나에게도 이런 '좋은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항상 웃음으로 상냥하게 대하여야 하고 다른 사람이 어떤 주제를 이야기하면 굳이 반대하기보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편이었다. 특히, 누군가 부탁을 할 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순전히 내 착각이었다. 

 

누군가가 나의 의견에 반대 의견을 내면 내 의견이 아니라 나를 거절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았는데 이런 경험으로 인해 내가 거절하면 상대방도 같은 기분을 느낄 것 같아서 거절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가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는데 나중에 보면 다 알아서 일을 잘 처리하고 있었다. 화를 내면 영원히 멀어질 것 같았는데 막상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면 오히려 더 가까워지고 돈독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조금씩 저자가 말하는 좋은 사람 유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특히 부모에게 이런 좋은 사람 성향이 나타난다는 말을 접하니 순간 아차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가면 고작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2-3시간이 전부이기 때문에 안아 달라면 안아주고 놀아달라면 놀아줄 때가 많았다. 주말에도 아이가 나가자고 하면 나가서 놀고 유모차에 타기 싫다고 하면 바로 내려서 같이 걸어 다녔는데, 이런 나의 모습이 결국 좋은 사람 성향이고 결국 이는 아이와의 관계가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주변에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 많이 있다. 안 쓰러울 정도로 여기저기 치여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약속에 치여 있다. 약속을 거절하지 못해서이고 자신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누군가 부탁을 해서 하나씩 들어주다 보니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경우도 보고는 했다. 조언이 잘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거절하라고 이야기하고 네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도 도통 먹히지 않았다. 책에서 나오는대로 어떤 거절의 말을 할지 작성해보고 연습해도 시원치 않은데 무작정 거절하라고 조언했으니, 먹혔을 리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친절, 상냥, 미소, 선행 등은 절대적으로 좋은 것이다. 저자도 이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화가 나도 억제하고 거절하고 싶어도 억제하는 등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부분들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면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표출되거나 터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 부분을 염려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이는 '존재만으로 사랑받기보다는 행동으로 사랑받고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조건적 사랑과 연관된다'라고 책에서 지적한다.

 

그럼 어떻게 이 좋은 사람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가? 저자는 먼저 이런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신념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챙김과 호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부정적인 생각을 인지할 뿐 아니라 비난의 목소리에 제목을 붙이는 것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실천적 방안도 이야기하며 그 효과도 추가로 설명하고 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사랑해'라고 말하기, 매일 스스로 세 가지 칭찬하기, 미소는 필요할 때만 하기 등인데 직접 해보면 실제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지침들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책을 정리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정신과 건강, 행복과 안위를 위해 자신에게도 베풀어야 한다."

 

"이것만은 기억하자. 자신의 욕구에 주목하고 더 잘 보살핀다고 해서 이기적이거나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욕구를 잘 보살피면 주위에 베풀 때에도 훨씬 더 자유롭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베풀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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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1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굴데굴 2017-12-11 14:0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부모의 사랑으로 인한 책임과 의무이지 부모의 친절로 돌보는 건 아니긴 하네요^^

2017-12-11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굴데굴 2017-12-11 17:55   좋아요 1 | URL
저도 저도 모르게 밝은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미소를 남발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을 보고 나서 조금은 표정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