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 - 누구나 행복한 사람이 되는 곳
김경희 지음 / 공명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과감히 2주간 부탄 여행을 떠난다. 열 살 된 아이가 있지만, 서른아홉과 마흔 사이, 과감히 여행을 나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될 지에 대한 절박함과 함께.

 

부탄은 100퍼센트 유기농을 선언한 국가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유기농을 찾으려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특별히 따로 판매처를 찾아서 주문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부탄은 그런 수고를 전혀 할 필요가 없다. 왜냐, 100퍼센트 유기농을 선언한 국가니깐. 또 부탄은 차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극소수여서 대부분 걸어 다닌다. 차의 소음과 공해가 없는 천연 자연을 갖춘 부탄이다. 그리고 신용카드를 거의 쓰지 않는다. 신용카드와 관련하여 저자가 부탄 사람과 나눈 대화는 가히 충격적이다.

 

"아, 그럼 신용카드나 대출 같은 게 없다는 말인가요?"

 

"아예 없다기보다는 정부에서 그런 걸 권장하지 않아요. 벌지도 않은 돈을 미리 당겨서 쓴다는 게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잖아요."

 

빚을 권장하지 않는 세상이라니. 금융 자본주의 시대에 부탄과 같은 나라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전화가 울리고 받아보니 xx 카드에서 단기 대출 필요할 때 이용하라고 광고를 한다. 안 하겠다고 해도 당장 필요 없어도 일단 단기로 한, 두 달 대출이 가능하도록 신청하란다. 지금 하면 할인 금리로 대출 가능하다고 하면서. 정말 대조되는 세상이다.

 

부탄은 연간 수용 관광객 수를 정해 놓았다. 그리고 하루 200달러(성수기는 300달러)의 체류비를 내야 한다. 유럽 가는 비용과 비슷하다. 과연 이 비용을 내고 부탄을 갈 만한 가치가 있을지 다들 질문을 던질 것이다. 저자는 이런 부탄이 자신과 같이 삶에 지치고 허덕이는 이들이 꼭 가볼 만한 곳이라고 말한다.

 

제정일치 불교국가인 부탄의 사람들은 매일 아침 기도를 드린다. 그들의 말과 행동 삶에는 불교가 깊이 스며들어 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기도제목이다. 그들은 사사로운 개인의 욕심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 그저, 산이 있어야 할 자리에, 별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그대로 있고 인간이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를 했다.

 

부탄은 불교 국가라서 살생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육류는 전부 인도에서 가지고 온다. 이런 육류도 외부 손님용이지 부탄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파리도 안 잡는다고 하니. 부탄은 자살률도 매우 낮다. 1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미미한 정도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탄을 '특별한 나라'라고 부른다.

 

특이한 점은 부탄 이혼율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이다. 마음이 떠나거나 사랑이 식으면 집착하지 않고 담담히 보내주는 것이 부탄 여자들이라고 하는데, 그리고 대한민국의 쇼윈도 부부와 비교하며 차라리 솔직한 부탄이 낫다고 말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잘 수긍은 가질 않는다. 

 

부탄 사람들은 또한 자존감이 매우 높다. 아무래도, 물질에 가치를 두지 않는 세계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늘 기도하며 평화를 비는 삶. 비교와 경쟁이 아니라, 화합과 하나 됨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삶으로 인해, 그들의 자존감도 높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부탄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나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고 있었고 잃어버렸던 소중한 그 무언가를 재발견하고 돌아볼 수 있는 나라인 것 같다. 돈에 쫓기고 돈에 매몰되고 돈으로 모든 것을 환원시키는 자본주의 시대에 진정한 '나'는 사라진지 오래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위해 위해 살아갈지는 중요하지 않는 시대이다. 나의 자식들도 똑같이 교육받고 있다. 오로지 학교 성적과 등수가 중요하고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그 사람의 판단 기준이 되어 버렸다. 이러한 시대에, 부탄은 제동을 건다. 나를 돌아보고 옆에 사람을 돌아보기 위해 잠시 멈추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행복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성지 2017-12-14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 여름 제자와 함께 7박 8일 부탄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때의 평온함이 떠올라 기쁨 충만함으로 인사합니다. 탁상곰파 가는 길은 조금 힘들었지만 이 역시 수행의 과정으로 여기며 자연은 황금이라는 팻말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잔잔한 리뷰에 미소짓습니다.

데굴데굴 2017-12-14 13:02   좋아요 0 | URL
위에도 적었지만 부탄 갈 비용이면 유럽에도 갈 수 있는 자금인뎈 부탄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평온함과 여유를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기회가 되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 꼭 가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