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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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화두(話頭)라는 용어가 있다. 화두란 스승이 제자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하여 던지는 질문을 말한다. <숨결이 바람 될 때>의 저자 폴 칼라니티에게도 누군가로부터 던져진 인생의 화두가 있었다. 그 화두는 바로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였다. 그는 이 화두의 답을 찾기 위해 문학을 전공하고 다시 의학을 전공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문학과 의학이라는 두 학문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삶의 의미'라는 바늘로 관통할 때, 그의 진로가 이해가 되고 그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게 된다. 

 

폴 칼라니티, 그는 흔히 말하는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신경외과의가 되기 위하여 혹독한 수련 기간 10년을 견디었고 상급자들로부터 인정도 받았으며 전국 규모의 권위 있는 상도 받았다. 그리고 여러 일류 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았다. 이제 그의 남은 인생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꽃길만 걸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서른여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암 말기 진단을 받은 것이다. 이 때, 그는 다시 한 번 그에게 던져진 화두를 떠올린다.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이 질문은 폴 칼라니티 뿐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은 던졌을 만한 질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평소에 이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란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항상 바쁜 일상에 둘러싸여 있고 수많은 생각들이 우리를 사로잡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철저히 현실적이다. 따라서, 인생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다른 것들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러나, 이 모든 방해물을 제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있으니 그 약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죽음'이다. 

 

'죽음'과 '인생의 의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죽음을 생각하면 인생의 의미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죽음, 즉 인간의 유한성(mortality)은 어쩔 수 없이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언제 줄을 지 모르고, 언젠가 죽게 되는 이 짧은 인생. 무엇이 참 의미가 있을까?'하고 질문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씨름한 폴 칼라니티는 암 진단을 받은 후 '죽음'을 이렇게 받아들인다.

 

"죽음을 이해하고 싶었던 청년에게 불치병은 완벽한 선물이 아닌가? 죽음을 실제로 겪는 것보다 죽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죽음, 인간의 유한성을 직면하고 이해할 때, 삶의 의미 또한 함께 발견되리라고 그는 믿었다. 그래서 그는 용기 있게 죽음이 두렵지만, 도망가지 않고 당당히 맞서기로 결정한다. 폴 칼라니티는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을 인용하여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I can't go on. I'll go on)."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은 듯했다. 바로 관계였다. 

 

"삶의 의미와 미덕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의 깊이와 관련이 있다. 인생의 의미를 뒷받침하는 것은 인간의 관계적 측면, 즉 '인간의 관계성'이다." 

 

"삶의 의미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인간관계라면,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 의미에 또 다른 차원을 더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삶의 의미라는 것은 선택에 따라, 더 풍성해지고 깊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폴 칼라니티 부부는 또 다른 차원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다. 이 결정이야말로 폴 칼라니티가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며 그의 인생은 특별하고 위대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폴 칼라니티는 죽음에 맞서는 용기를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삶의 참된 의미를 발견했을 때 그 기준과 가치대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나의 가치와 신념에 따라 살아간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살아가는대로 가치와 신념이 강화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가치와 신념의 옳고 그름에 따라 이것은 선순환이 될 수도 있고 악순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폴 칼라니티는 그의 용기있는 결정을 통해 선순환을 만들어 내었고 이것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큰 도전이 된다.

 

폴 칼라니티는 책의 첫 장을 '내 딸 케이디에게'라고 시작하고 있다. 그냥 '케이디에게'라고 적지 않고 '딸 케이디에게'라고도 적지 않았다.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케이디라는 작은 존재가 그에게 얼마나 큰 존재이고 기쁨이며 삶의 의미였는지를 이 짧은 문구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책의 처음을 이렇게 시작한 그는 책의 마지막 또한 자신의 딸 케이디에게 쓰는 편지로 마무리한다. 평생을 '삶의 의미'를 찾아 씨름한 그는 마침내 '죽음'을 직면하며, 인간의 삶의 의미가 관계에 있음을 깨닫고 그 가운데 얻은 자신의 딸 케이디에게 마지막으로 그 깨달음을 전한다. 

 

"이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뿐이다. 

 

그 메시지는 간단하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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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2017-11-29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케이디는 폴의 과거에서 비롯되었지만 벅찬 현재와 대단한 미래를 갖을 수 있게 되었죠. 그러니까 아버지의 과거의 슬픔으로인해 삶의 의미가 단단해진 것 아닐까...저도 이책 읽으며 눈물을 펑펑

데굴데굴 2017-11-30 16: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케이디는 분명, 건강하고 밝은 자아를 가진 아이로 자라날 것 같아요. 폴이 남긴 책만 읽어도 슬픔 보다는 위로와 격려가 더 클 것 같아요. 저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네요
 
[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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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이후, 7년 만에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이다. 1,2권 합쳐 1,2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7년이라는 시간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책에는 일본의 중국 난징 대학살이 언급되는데 이로 인해 출간 당시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의 우익 세력으로부터 맹비난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에도 이슈가 되었다. 이 기사를 접하며 <기사단장 죽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현실과 또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러 관점으로 이야기를 해석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시간'과 '고리(관계)'를 중심으로 풀어가고자 한다.

 

먼저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기사단장 죽이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전부 해결해줄 것이다', '시간이란 위대한 존재이다' 등 강박적으로 시간에 대한 여러 표현들이 다양한 인물을 통해 내뱉어진다. 저자는 왜 그렇게 '시간'에 집착하는가?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간과 관련된 중요한 특징은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가고 흘러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주인공이 아마모토 도히코를 병문안 갔다가 또 다른 세계로 사라졌을 때이다. 보통은 다른 세상, 미지의 세계, 내세 등을 경험하는 경우, 그 경험을 다 하고 돌아왔을 때 현실의 시간은 멈추어 있는데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는 현실의 시간도 여전히 흘러간 상태였다.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는 것을 책에서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로 보이는 강에 대한 묘사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내고 있다.

 

"이 강은 '나는 강물이며, 쉼 없이 흐른다'라는 한 가지 사실에만 너무 많은 의식을 집중한 듯 보였다."

 

이 강은 시간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의 관계가 단순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준다. 경계로 보이는 강은 다르게 보면 현실과 비현실이 공유하는 강인 것이다. 즉, 현실과 비현실은 연결되어 있으며 시간은 여전히 그 양쪽에서 동시에 흐르고 있다. 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영적인 세상, 혹은 관념의 비현실적 세상과 현실이 단순히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저자의 관점이다. 이 관점은 소설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의 아내인 유즈의 임신도 같은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현실과 비현실은 알 수 없는 통로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두 세계는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주인공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사람은 무언가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 나는 생각했다. 어떤 특수한 채널을 통해 현실이 비현실이 될 수 있다. 혹은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현실과 비현실의 연결은 다음으로 이야기하려는 고리(관계)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개념이다. 고리(관계)는 사람 간의 관계이기도 하고 현실과 비현실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의 발견이 바로 현실과 비현실과의 관계의 시작이다. 주인공은 책의 말미에 자신이 그 그림을 발견하여 고리를 열었다고 회상한다.

 

"실제로 나는 그 그림을 발견함으로써 하나의 고리를 열어버렸다."

 

고리(관계)를 설명할 때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빚'이라는 개념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저자는 '빚진 마음'을 나름 강조하고 있다. 먼저 <기사단장 죽이기>를 그린 아마모토 도히코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음을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세계의 거대한 흐름에 역행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무력감, 절망감, 그리고 또 자기 혼자 살아남았다는 정신적인 빚도 있었어."

 

즉, 아마모토 도히코에게는 그 시대에 대한 빚이 있었던 것이다. 흡사, 이 빚은 일본이 그 당시 침략한 나라(한국, 중국 등)에 대한 빚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으로 주인공과 멘시키의 관계에서도 빚이라는 개념을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은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더 이상 멘시키와의 관계에서 빚이 없음을 덧붙인다.

 

"멘시키와 나 사이에 더는 빚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좁은 골짜기 너머에 사는 이웃일 뿐이었고, 가능하면 계속 그 관계에 머물고 싶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이데아와 메타포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는데, 주인공이 현실과 이데아를 통해 경험했던 것들이 결국 메타포로 작용해서 그의 길을 안내했던 것처럼 메타포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암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현실에서 만났던 멘시키라는 인물에 대한 느낌이 비현실에서의 길을 안내하는 것이다.

 

"색이 없는 멘시키 씨의 무의식적 교시에 따라, 냄새도 맛도 없는 물이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내려간다 - 그것은 뭔가를 암시하는 지도 모른다. 혹은 아무것도 암시하지 않는지 모른다."

 

또한 주인공도 책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나에게는 믿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좁고 어두운 장소에 갇힌다 해도, 황량한 황야에 버려진다 해도, 어딘가에 나를 이끌어줄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순순히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간과 관계, 그리고 빚과 메타포라는 개념을 연결하여 주관적으로 정리하면 국가 간이든 개인 간이든 관계 가운데 존재하는 빚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만, 시간이 직접적으로 해결해주기보다는 (주인공과 멘시키의 관계처럼) 시간이 흐르는 동안 누군가가 그 빚을 갚음으로 문제가 해결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빚을 갚을 때 계속해서 이 좁은 세상에서 저 너머에 있는 이웃으로 계속 머물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서, 저자는 책 전체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세계와 메타포를 형성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이라는 비현실과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사이의 메타포. 그리고 결국은 책에서 담고 있는 이야기와 메시지를 통해 현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즉, 빚진 일본이 사과해야 한다고.

 

뭐 이건 어디까지나 아주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다. 현대 사회는 포스트모던 사회이고 개인의 해석은 존중받아 마땅하니깐. 덧붙이면, 주인공 이름을 기억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생각이 안 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책에서 주인공 이름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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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17-11-28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타포-. :-)

데굴데굴 2017-11-28 22:07   좋아요 1 | URL
단순한 소설은 아닌 것 같아요! 그게 하루키의 묘미 같기도 하고요!!
 
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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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울만을 몰랐지만 <동급생>을 읽으니 그가 어떤 작가였고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 궁금해졌다. 그만큼 <동급생>은 강렬한 소설이다. 내용이 그렇게 길지도 않다. 빨리 읽는 사람이면 1-2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동급생>은 193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유대인 의사의 아들인 한스 슈바르츠와 독일 귀족 소년인 콘라딘 폰 호엘펠스, 열여섯 두 소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한스의 1인칭 관점에서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마치 저자의 개인 경험인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한스. 그의 반에 한 전학생이 등장하게 된다. 그의 등장은 처음부터 심상치, 아니 범상치 않았다. 바로 교장 선생님을 대동한 등장이었고 교장 선생님도 뭔가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독일 귀족 집안의 자제였다. 독일 귀족의 이름에는 작위와 <폰>이 붙는데, 그래서 그의 이름에도 <폰>붙어 있었던 것이다. 한스 반에 있는 똑똑하고 잘난 여러 아이들이 콘라딘에게 다가갔으나 콘라딘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스가 콘라딘을 친구로 삼으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마음먹었다고 물론 일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한스는 콘라딘이 어느 날에는 자신의 친구가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발표도 하고 체육 시간에 먼저 나가 시범을 보이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인다. 마침내 그들은 친구가 된다. 한스가 취미 생활로 모집하던 오래된 동전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나아가 콘라딘은 한스 집에 자주 놀러도 오고 철학과 예술 등을 토론하며 함께 놀러도 다니는 등 깊은 우정을 맺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우정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었다. 바로, 그 때의 시대적 상황에 한스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지금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순수하게 오래 지속될 우정이었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이라는 옷이 입혀지면서 그 우정은 지속될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짧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느낌을 받은 이유를 생각해보니 아마도 콘라딘과의 우정을 이야기할 때의 생생함, 순수함, 희망, 열정 등의 분위기와 그 이후 자신과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와 학교 친구들을 이야기할 때의 무미건조함, 단순한 서술, 딱딱함 등의 분위기가 너무나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마치 꿈과 같은 환상의 도시에 있다가 빠르게 현실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열여섯, 열일곱 소년의 우정에 대해 한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데 깊이 공감이 간다. 대개 고등학교 때까지만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대학을 진학하면 그런 우정을 경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말에 동의되지 않고 이해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 한스의 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는 있었다.

 

"열여섯 살에서 열여덟 살 사이에 있는 소년들은 때때로 천진무구함을 심신의 빛나는 순결함, 완전하고 이타적인 헌신을 향한 열정적인 충동과 결부시킨다. 그 단계는 짧은 기간 동안에만 지속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강렬함과 독특함 때문에 우리의 삶에서 가장 귀중한 경험 가운데 하나로 남는다."

 

책의 마지막 문장은 역대급 반전 및 엔딩이라 할 정도로 큰 울림을 준다. 몇 번이고 그 문장을 읽었다. 마치 영화가 마치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극장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그 여운을 느끼듯, 책을 덮고 마지막 문장을 수없이 되새김질하며 잠시 동안 멍하니 책의 여운을 느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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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 구글 인사 책임자가 직접 공개하는 인재 등용의 비밀
라즐로 복 지음, 이경식 옮김, 유정식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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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최고인적자원책임자인 라즐로 북의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이다. 인사책임자답게 그는 책의 서두에 인간에 대한 기본 믿음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 믿음을 기반으로 구글에서 여러 정책이 시행착오를 거쳐 자리 잡았음을 이야기한다. 그는 서두에 다음과 같이 밝힌다.

 

"이 책은 사람은 본래 선하다는 믿음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밝히는 책이다. 직원에게 자유를 줄 때 얼마나 큰 힘이 발휘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본능에 의존하지 안고 과학적인 방법론에 입각해 의사 결정을 할 때 얼마나 굉장하고도 올바른 선택이 가능한지 알려주는 책이다."

 

이에 따르면 인사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선함, 자유, 과학적 방법에 입각한 의사 결정 이 세 가지 꼭지를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인력을 관리하고 조직을 이끌어 갈 때 구글과 같은 기업 문화를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물론, 이 요소 하나하나가 간단한 것은 아니다. 직원에게 자유를 어디까지 줄 것인가? 상사가 어떤 업무를 지시할 때 그 업무를 왜 하는지 꼭 해야 되는지부터 직원과 조율해야 한다면? 만약, 직원이 그 일이 적합하지 않다면 상사의 권위는 어떻게 되는가? 등등 많은 이슈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회사는 자유와 재량권을 주지 않고 그저 상명하복의 방식, 수직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최소한 머리 아프고 골치 아픈 일은 안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많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자유와 재량권이 높아질수록 성과가 개선된다는 사실이다.

 

성과뿐이 아니다. 직원들이 왜 일을 하는지를 알게 되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으며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다. 그래서 저자는 당신이 전력을 당해 일을 하면서도 어떤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다면 무언가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가로 설명한다.

 

구글은 애완견을 데리고 가도 되는 회사로 유명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정책이 직원이 10명이던 시절에 도입되었던 정책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구글의 정책들 중에는 창립자인 세르게이와 래리가 설립 초기부터 만들어졌던 것들이 이어져오는 경우가 많다. 즉, 기업의 정책, 멋진 시설에서 보통 많은 감명을 받지만 중요한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그 기업의 정신이다. 그리고 그 정신은 창립 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저자는 구글의 기업 문화를 이야기하며 세 가지 측면을 말하는데 바로 사명, 투명성, 목소리이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 매력적인 사명을 발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직원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런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에 능력 있는 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인사는 많은 일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채용이다. 저자도 책에서 구글의 채용 방식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채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상위 10%를 분별하는 것이다. 모든 회사가 그렇지만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구글은 특히 특출난 상위 몇 명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런 특출난 인재가 들어오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가는 것과 이런 인재를 조기에 발견하고 영입하여 좋은 인재로 길러내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재를 발견하는 방법이 바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채용'하고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채용하라'는 법칙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그 사람이 성취한 것을 중요시하는 원칙에 따라, 아이비리그 평균 정도의 졸업생보다 주립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지원자를 더 선호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입사자의 소양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겸손함과 성실함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똑똑하기만 한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글은 여러 실험과 통계, 분석을 통해 의사 결정을 하는데, 그중 하나는 대학 성적은 졸업한 지 2,3년까지만 유효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래서 최근 졸업생들만 성적표를 제출하고 그 외에는 성적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책에서 여러 면접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 평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당신을(회사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의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준다. 거의 모든 회사가 기본적으로 면접의 기능은 평가 및 채용으로 제한되는데 저자는 이 면접이 바로 지원자의 회사에 대한 첫인상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실제 회사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또 재밌는 것은 면접을 보는 횟수와 관련해서이다. 그들은 여러 실험 끝내 4차례의 면접이 86퍼센트 신뢰도로 적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90에서 180일이 걸리든 채용기간을 평균 47일로 줄였다고 말한다. 

 

구글은 수직 문화와 위계질서를 완화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도입했다. 개인의 결정으로 채용할 수 없을뿐더러, 자신의 휘하에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승인 없이는 연봉과 승진을 결정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상사의 권위, 다른 말로 하면 당근과 채찍을 줄이면서 그만큼 팀원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고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관리자에 대하여 여러 조언을 하는데 특히 다음 조언을 한국의 모든 관리자가 귀 기울일만하다.

 

"관리자가 깨닫지 못하는 사실은 통제 권한을 아주 조금 포기할 때마다 자신은 추가로 확보된 시간을 새로운 과업에 쏟을 수 있고 팀에게는 한 걸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당신의 부하직원이 좌절감을 느끼는 영역이 어디인지 찾아내고 직원들이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허용하라. 돈이나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거나 혹은 다른 제약 조건들이 있다면 직원들에게 현재 당신의 조직 혹은 부서가 놓여 있는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하라. 직원들에게 모든 걸 투명하게 털어놓고, 직원들이 팀이나 부서 혹은 회사의 어떤 틀을 주인의식을 갖고 만들어나가도록 권한을 부여하라. 그러면 이 직원들이 결국 거둬들이고야 마는 엄청난 성과를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구글에서도 설문조사를 하면 승진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직원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특정한 업무나 자리, 사업에서 승진자가 나온다는 문제 제기는 비단 구글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구글은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그 의견이 전달되어 개선이 될 여지가 있는 반면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목소리조차 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아주 큰 차이이다. 

 

성과 평가 제도는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이다. 구글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금의 시스템에 도달했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 직원 등급을 몇 십 개로 구분하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5등급으로만 평가를 하고 있다. 또한 초안에 대해서 여러 관리자로 구성된 등급보정위원회에서 등급 보정 과정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관리자 한 명에 의해 자신의 등급이 최종 결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구글의 많은 직원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관리자가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과정을 거쳐서 성과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직원들도 어느 정도 평가에 대해서 신뢰하고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회사의 골칫거리 중 하나는 하위 5%의 퍼포먼스를 내는 직원을 어떻게 할 지이다. 단순히 그들을 쫓아낼 것인지, 아님 스스로 사퇴하도록 한직을 부여할 것인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을 처리하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구글의 가치관을 소개한다. 이들이야말로 가장 개선의 여지가 큰 직원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상위 5%의 직원들이 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은 먼저 하위 5%의 직원에게 다음과 같이 부드러운 메시지를 통해 당사자들의 위치를 알려준다.

 

"귀하는 구글 전체 직원 가운데 하위 5퍼센트의 성과를 내는 집단에 속합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임을 저도 잘 압니다. 이 사실을 귀하에게 알리는 것은 귀하가 스스로를 보다 더 낫게 개발하고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즉,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충분한 기회와 교육, 혹은 충분한 동기를 제공받지 못해서 일 수도 있고 이런 경우는 회사가 적절한 방안을 제시하면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이 새로 인원을 채용하는 방식보다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훨씬 저렴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기회를 주었는데도 이런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서로를 위해 지체하지 말고 직원을 내보내라고 권면한다.

 

또한 저자는 내재적 금전 보상(우리의 과제와 초심을 잃지 않을 것, 투명성을 강조하고 실천할 것, 회사 운영에 직원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반영할 것, 탐구하고 실패하고 학습할 자유를 보장할 것, 협력을 용이하게 해주는 물리적 공간을 확보할 것 등)과 외재적 금전 보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네 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마련했다.

 

1. 공정하지 않게 보상하라
2. 성취를 축하하는 것이지, 보수를 주는 것이 아니다
3. 사랑을 퍼뜨리기 쉽게 만들어라
4. 실패를 해도 사려 깊은 실패에는 보상을 하라

 

특히 첫 번째, 공정하지 않게 보상하라가 눈에 띈다. 이와 관련 빌 게이츠의 말을 인용한다. "위대한 선반공은 평균적인 선반공이 받는 임금의 몇 배를 받는다. 그러나 위대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평균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비하면 1만 배나 큰 가치를 지닌다." 즉, IT에서는 위대한 개발자의 부가가치가 상상을 초월하고 이는 몇 백 명의 IT 개발자로는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는 수십 배의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위대한 개발자'는 다른 회사로 떠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구글에서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성과 및 금전 보상의 차이는 100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 명의 직원이 열 명의 몫을 한다면 10배는 아니더라도 5배는 보상해야 되는 것이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힌다. 이것은 그 직원을 붙잡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에게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직원의 역량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유능한 관리자를 확보해야 한다.

 

물론, 금전적 보상에 따른 문제점도 분명히 언급하고 넘어간다. 구글에서 실제로 매년 우수한 팀을 선정해 주식을 제공했는데, 비기술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거의 그림의 떡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사기를 저하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금전적 보상은 양날의 검이다. 이를 어떻게 지혜롭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직원에게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구글은 주식, 즉 돈이 아니라 그만한 가치에 해당하는 선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여행권, 2인용 식사권, 넥서스 7을 준다든지 등등. 즉, 금전적 방식이 아닌 경험적인 차원으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사실은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 책에서도 돈 버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던 학생들이 20년 후에 훨씬 덜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식과 현금 등의 보상을 시행하고 있다.

 

책에는 또한 말로만 듣던 구글의 엄청난 복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ATM 서비스, 자전거 수리, 세차 및 엔진오일 교환, 드라이클리닝, 유기농 농산물 및 육류 배달, 이발관 미용실, 아동도서관 등 다양하다. 놀라운 사실은 구글에서 정책으로 도입한 것도 있지만 직원들이 필요에 의해 요구하거나 직접 업체와 연결한 경우도 필요시 반영한다는 것이다. 또한 카페를 설계하며 우연한 충돌을 고려한 부분(<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서 이런 만남이 중요하다는 이론을 행동 물리학을 통해 보여준다)이라든지, 스타벅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의 제3의 공간을 고려한 부분 등은 여러 이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구글의 뛰어난 면을 살펴볼 수 있다.

 

구글의 위대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직원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에게 10년 동안 직원의 월급 절반을 지급한다. 또한 자녀가 있다면 20살(혹은 전업 학생 신분을 유지할 때는 24살)까지 매달 1,000달러를 지급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회사가 있었던가? 아니 조금이라도 비슷한 회사가 있었던가? 그런데 저자의 그다음 말이 더 놀랍다. 현재, 이러한 비용이 직원 총 급여의 0.1퍼센트만이라는 사실이다. 즉, 다음 해 월급 인상에서 0.1퍼센트만 줄여도 모두가 이런 안전망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출산휴가가 3개월일 때 구글은 5개월로 늘렸다. 

 

그리고 넛지라는 개념을 설명하는데, 모든 일에 있어 약간의 암시를 주면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팁을 준다. 예를 들면 신입 직원이 첫 출근을 하는 일요일에 관리자에게 짧은 행동지침을 담은 메일을 보내는 식이다. 이것만으로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 '넛지'의 힘이다.

 

구글은 직원의 노후도 걱정해준다. 그래서 여러 연구를 통해 저축을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노후 자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고 직원들에게 저축을 늘리라고 끊임없이 촉구한다. 진짜 이런 회사가 있을까 싶다. 직원들이 저축을 많이 할수록 회사도 연금 기여금을 더 지불해야 되는데도 구글은 마다하지 않는다. 비만과 각종 질병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한다. 식단을 바꾸기도 하고 설탕이 들어간 과자는 진열장 구석으로 배치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직원의 건강을 걱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학습과 관련해서는 스웨덴 출신 심리학 교수 안데르스 에릭손의 이야기를 인용하는데 그에 따르면 '전문가가 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학습에 투여하는가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전문가들은 자기가 하는 활동을 쪼개어 그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반복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Work Rules - 회사 내에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려면

 

1. 일에 의미를 부여하라.
2. 사람을 믿어라.
3.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을 채용하라.
4. 역량 계발과 성과 관리를 혼동하지 말라.
5. 최고의 직원과 최악의 직원에게 집중하라.
6. 인색하면서도 동시에 관대하라.
7. 불공정하게 보상하라.
8. 넛지, 슬쩍 옆구리를 찔러라.
9. 점점 커지를 기대를 관리하라.
10. 즐겨라! 그런 다음 1번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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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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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최근 저작인 <호모 데우스>이다. 책을 읽는 내내, 유발 하라리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란 생각이 들었다. 온갖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뒷받침한다. 그의 예측이 얼마나 타당하고 실현 가능한지 여부를 떠나서 방대한 자료 수집 능력과 그것을 풀어내는 능력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하다.

 

저자는 먼저 인간이 해결한 것들을 언급한다. 대표적으로 기아, 역병, 전쟁이다. 과거에는 이 세 요인으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제는 '관리할 수 있는 난제'가 되었다고 정리한다. 특히,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과거에는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 해결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신에게 기도하였던 문제들을 인간이 바로 해결하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제 인간의 그다음 목표는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성공은 야망을 낳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함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인간과 신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가 바로 'mortal' 과 'immortal'이다. 즉, 죽음이다. 그 경계선을 허무는 작업을 이제 인간이 시도하고 도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 경계선이 허물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간이 신이 되는 즉, 호모 데우스가 되는 것이다.

 

이 경계선을 허무는 작업은 과학으로부터 시작된다. 과학은 죽음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문제로 본다. 저자는 2200년 혹은 2100년에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여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한다. 그러나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죽음을 극복한다고 해서 죽은 이를 살린다는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자동차의 부품을 교체하는 것처럼, 노화되는 몸의 일부를 교체하는 개념이다. 즉, 이미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신을 믿는 이유 중 하나는 행복한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대부분의 종교가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이런 행복을 생화학적 약물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성은 앞에 나오는 두 개념을 포함한다. 이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인간이 또 어떤 일을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미지의 세계가 열리는 셈이다. 즉,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하게 되는 세상, 바로 신성을 가진 인간, 즉 호모 데우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좀 심하게 말하면, '아니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다. 앞에 멋들어지고 장황하게 인간이 드디어 신이 되었다고 말해놓고는 자신의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고 여지를 두는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가볍게 읽으라는 뜻인지, 아니면 빗나갈 경우에 비난을 회피하려는 것인지. 어쨌든 여기서도 그의 천재적인 이야기꾼 기질이 드러난다.

 

"가장 중요한 점인데, 이 책의 예측은 예언이라기보다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선택들에 대해 논의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논의로 인해 우리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그래서 내 예측이 빗나간다면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데 무엇 하러 예측을 하겠는가?"

 

"이것이 역사 지식의 역설이다 행동을 바꾸지 못하는 지식은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행동을 바꾼 지식도 곧 용도 폐기된다. 우리가 데이터를 더 많이 보유할수록, 역사를 더 잘 이해할수록 역사는 그 경로를 빠르게 변경하고, 우리의 지식은 더 빨리 낡은 것이 된다."

 

저자는 인간을 해체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먼저 감정이다. 감정은 인간뿐만 아니라 포유류도 가지고 있다. 물론, 연민, 잔인함, 경이감 등은 인간만 가지고 있는 듯하다.(그렇지만 반대로 동물들만 가지고 있는 감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감정은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다음으로 '영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영혼을 가졌다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전혀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반박한다. 또한, '영혼이라는 개념 자체가 진화의 기본 원리에 모순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추가로 설명하면, 영혼은 분리되지 않고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인데, 이러한 성질의 것은 단계적 진화를 통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그는 영혼이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재밌는 것은 저자도 과학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단, 현재의 과학이라고 단서를 붙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현재 과학이 마음과 의식, 감정(고통, 분노, 사랑 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는 10년 내지 50년 안에는 확실한 설명이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건 순전히 그의 추측(예측이 아니라)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는 설명할 수 없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모른다면 '마음'이라는 개념을 폐기하자고 이야기한다. 마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그저 사회적, 법적 관습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과감한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랍다. 저자가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진위 여부를 떠나서 정말 저자의 사고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어미 코끼리는 사자가 자기 새끼를 해치려 하면 곧장 달려가 목숨을 걸고 새끼를 구하는데, 그런 행동 역시 그 새끼 코끼리가 자신이 몇 달 동안 애지중지 기른 자기 새끼임을 기억해서가 아니라, 사자를 향한 알 수 없는 어떤 적개심 때문이다. 주인이 돌아오면 개가 좋아서 팔짝팔짝 뛰는 것은 새끼 때부터 자신을 먹이고 보살핀 사람을 알아보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설명할 수 없는 황홀감에 휩싸인 것뿐이다. 우리는 이런 주장들을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는데, 이것이 이른바 '다른 마음의 문제'의 변형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것은 감정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고 영혼도 아니라고 단호히 이야기한다. 그는 여럿이 소통하는 의사 소통 능력과 유연한 협력 때문에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사피엔스만이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의 논리에 따르면 동물들도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할 수 있지만 인간이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여간, 이런 사피엔스의 능력으로 인해 새로운 것들을 창조할 수 있게 된다.

 

그는 무신론자답게 종교를 창조한 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며 단지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도구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기독교를 대놓고 공격하고 비판한다. 기독교인들이 죽는 날까지 망상을 붙들고 산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성경을 허구, 신화, 오류가 넘쳐나는 책이라고 말한다. 종교가 단순히 윤리적 판단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실적 진술을 주장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지성인답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구가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첨언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그의 천재적인 이야기꾼 기질을 발휘한다. 허구는 사회가 돌아가는데 꼭 필요하다고 말하며, 돈, 국가, 기업, 규칙 등을 예로 든다. 하지만 이들은 단지 도구이기 때문에 도구를 위해 우리의 생명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긋는다.

 

그는 자본주의를 찬미하는데, 자본주의가 오히려 종교보다 훨씬 더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생산이 증가하고 치료제가 만들어져서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극복하였기 때문에 그 공을 자본주의에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의 폐해도 존재한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자본주의에 이어 새롭게 나타난 종교가 바로 인본주의라고 말한다. 그는 인본주의는 한 마디로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자신에게 충실해라. 자신을 믿어라.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라. 자신이 좋다고 느끼는 것을 해라'라고 장 자크 루소의 말을 인용한다. 즉, 남에게 피해만 안 준다면 아무 문제없다는 것이다. 이 논리로 동성애도 사적인 문제이고 개인적 감정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부연 설명한다.

 

이 인본주의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사회주의적 인본주의(공산주의), 진화론적 인본주의(파시스트)이다. 그리고 이 분파들에 대해 저자는 인본주의 종교전쟁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914년부터 1989년까지 인본주의 세 분파 사이의 살벌한 종교전쟁이 맹렬하게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자유주의가 연거푸 패배를 당했다. 공산주의 정권과 파시스트 정권이 수많은 나라를 장악했을 뿐 아니라, 자유주의의 핵심 사상들은 매우 위험한 생각까지는 아니더라도 기껏해야 순진한 발상으로 보였다. 개인들에게 자유를 주면 세계가 평화와 번영을 누릴 거라고? 설마, 그럴 리가."

 

"자유주의는 여전히 개인의 자유를 다른 무엇보다 신성시하고, 유권자와 고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어쨌거나 21세기 초에 우리가 선택할 만한 것은 자유주의뿐이다."

 

"현재 개인주의,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이라는 자유주의 패키지를 대신할 이렇다 할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불멸, 행복, 신성은 결국 자유주의적 인본주의의 전통적 이상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인본주의의 결과로 이룬 발전들이 도리어 인본주의의 해체와 붕괴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본주의의 근본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바로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에게 집중하는 것인데, 과학의 발달로 인해, 나의 사고 체계에 대한 알고리즘이 생기면 이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투표를 해야 하는데 나는 A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컴퓨터로 나의 모든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B를 선택해야 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나의 자유의지 판단이 틀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유의지의 붕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는 기술 인본주의와 데이터 종교가 신흥 기술 종교라고 결론 내린다. 특히, 그는 데이터교가 흥미롭다고 말한다. 즉, 이 종교는 정보의 흐름을 떠받든다. 그래서 결국 인간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하여 인간을 밀어낼 것이라고 예언한다. 

 

정리하면, 책 <호모 데우스>는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결국은 고대 종교로부터 시작된 흐름은 자본주의, 자유주의 인본주의, 기술 인본주의를 거쳐 데이터 종교로 이어질 것이고 인본주의를 통해 신이 되고자 한 인간은 결국 데이터교로 인해 지구 상에서의 인간의 절대적 위치를 빼앗길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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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11-23 2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상적인 서평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유발 하라리가 다루는 여러 개념들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한데 윗글 인용문 중 《우리는 이런 주장들을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는데, 이것이 이른바 ‘다른 사람의 문제‘의 변형된 형태이기 때문이다.》에서 ‘다른 사람의 문제’는 ‘다른 마음의 문제’가 아닌가요? 혹시 오타가 아닌가 해서요. ^^

데굴데굴 2017-11-23 22:56   좋아요 2 | URL
그렇네요 저도 읽어보니 문맥상 마음이 맞는 것 같아서 다시 찾아보니 ‘다른 마음의 문제’가 맞네요!! 감사합니다^^

책을 읽고 처음에 정리하는데 정리가 잘 안 되서 꾸역꾸역 글을 썼는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