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부상 - 인공지능의 진화와 미래의 실직 위협
마틴 포드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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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부상>에서 저자인 마틴 포드가 이야기하는 바는 명확하다. 바로 미래에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직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래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되는 직업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하는 직업에 그치지 않고 화이트 칼라 근로자도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람의 직업은 대부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진정으로 창의적인 업무는 별로 많지 않다'고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산업의 성격도 일자리 감소에 큰 영향을 준다. 책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예로 들고 있는데 이들의 시장가치는 엄청나지만 고용 창출은 자동차 산업이나 다른 제조업에 비해 훨씬 못 미친다. 그리고 앞으로 새로 생겨나는 많은 기업이 이러한 형태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측하고 있다. 생산성이 증가하면 임금이 동반 상승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일자리가 증가하던 시대도 이미 지난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많은 로봇이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것이다.

 

<단단한 경제학>에서 세계 경제의 본질적 문제 중 하나가 불균형 누적 경제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단단한 경제학>에서는 나라 간의 불균형을 주로 이야기하지만, 이 불균형은 단지 나라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도 똑같이 문제가 되고 있다. <로봇의 부상>에서 저자는 '고용 시장의 양극화',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 감소' 등의 불균형을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로봇의 부상으로 인해 이러한 불균형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추가로 이야기한다.

 

"소수의 엘리트가 오랜 시간 누적된 사회의 기술 자본을 사실상 독점해도 되는가 하는 윤리적 의문에 더하여, 소득 불균형이 극단을 향해 가는 경제가 전체적으로 과연 건강한가 하는 실질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어떤 분야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시장이 활발해야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데, 그러려면 구매력이 적절히 배분되어 있어야 한다."

 

<로봇의 부상>에서 이야기하는 미래는 이미 알고 있던 부분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놀라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어, 스포츠 기사를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작성하는 세계가 곧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번역 뿐 아니라 작곡도 가능하다. 실제로 기계로 작곡한 곡을 연주한 앨범도 이미 나왔고 연주회도 가졌다. 더 놀라운 것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들었을 때 베토벤이나 슈베르트 등 유명 작곡가의 곡보다 더 좋다는 평도 많다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는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주고받은 메일을 분석해, 기존 직원의 문체로 메일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온라인 공개 수업인 MOOC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MOOC는 기존 교육 시스템과 경쟁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MOOC의 수료증이 공신력을 가지기 위해선 수강생들이 실제로 수강하고 있고 직접 시험을 치르는지 감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인식 알고리즘으로 해결가능하리라 보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로봇이 일부 대체가능하리라 보고 있다. 생명과 관련된 특수 분야이지만 기초적인 검진 및 처방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히려 의사들은 휴먼 에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을 뿐 아니라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는 능력은 로봇이 더 뛰어나다. 또한 의사들은 의료사고 책임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과잉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로봇이 기초 진료를 하게 되면 불필요한 진료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저자가 책에서 초지일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실업이다. 소득이 없으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의료비이다. 미국은 민간의료보험 시스템인데, 일반적으로 회사가 가입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은 적은 금액만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직장을 잃게 되면 개인적으로 가입해야 되는데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몸에 이상이 있으면 가입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실업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의료보험 제도이다.

 

결론적으로 그의 걱정은 기본소득 혹은 최소 소득 보장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말을 인용하는데 그 전문을 여기에 옮기는 것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제까지 정부의 활동이 허용되지 않아온 부분에 관한 전반적 리스크가 또 한 가지 있다... 여기서의 주요 문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시장에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사람들의 운명과 관련되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생활고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의 힘만으로는 충분한 대책을 세울 수 없지만, 일정 수준의 부에 도달해서 모두를 부양할 능력이 있는 사회라면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

일정 수준의 기본소득을 모든 사람에게 보장하는 일, 달리 말해 스스로를 부양할 능력을 잃어도 일정한 선 이하로 생활수준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일, 이는 단순히 모든 사람을 위한 보호 차원을 떠나 위대한 사회의 한 요소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위대한 사회는 자신이 태어난 사회의 특정 집단에 대해 개인이 스스로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이것저것 요구할 필요가 없는 사회이다."

 

정리하면, 저자는 소득 보장 제도를 잘만 고안하면 이 제도를 악용해 사람들이 게을러지고 나태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역동적이고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곳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로봇의 부상으로 실직이 늘어날 것이 확실한 이상, 이런 소득 보장이야말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장치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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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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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인 멋진 신세계는 저자인 올더스 헉슬리가 1931년에 쓰고 1932년에 출판되었다. 그가 그리는 신세계는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세계이다. 사회의 안정, 개인의 안정이 가장 중요한 세상이다. 그래서 계급이 존재하고 계급의 이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지고 그 계급에 맞는 가치관을 세뇌시킨다. 이를 습성 훈련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하급 계층의 반란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사회는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다음의 대화는 이런 신세계를 단면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개의치 않죠.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들은 다른 신분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도 못하는데요. 우리들이라면 물론 못마땅해하겠지만요. 하지만 우리들은 다른 습성 훈련을 받았잖아요. 그뿐 아니라 우리들은 조상도 달라요."

 

"난 내가 엡실론이 아니어서 기뻐요." 레니나가 확신을 얻었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리고 만일 당신이 엡실론이라면 당신이 받은 조건반사 습성 훈련 때문에 자신이 베타나 알파가 아니라는 데 대해서 마찬가지로 감사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하급 신분 계층은 책과 꽃에 대해 본능적으로 증오하는 반응을 보이도록 성장시킨다. 책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일해야 되는데 일하지 않고 책을 보는 것은 낭비이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통해 새로운 생각이나 사상이 주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런데 왜 꽃을 넣었을까? 자연에 대한 사랑도 낭비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시간도 하급 신분 계층에게는 사치라고 보았다.

 

신세계에서는 엄마를 통해 아기가 출생되지 않는다. 인공수정에 의해 대량 생산되고 집단적으로 양육 교육받는다. 또한 신세계는 성생활에 개방적이다.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불안정을 야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그들은 '오늘 누려도 되는 즐거움을 절대 내일로 미루지 말라'라고 교육받는다. '안정'이라는 최고 가치 앞에 모든 가치가 종속되는 신세계이다.

 

SF 소설이지만 여전히 미래에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소설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다. 같은 일을 해도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했을 때 더 뛰어나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체구가 작은 사람보다 큰 사람 앞에서 더 기죽는 경우도 많다. 사람의 본성이 그렇다. 책에서는 신세계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다음과 같이 그리면서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감마들과 델타들과 엡실론들은 사회적인 우월성을 어느 정도까지는 육체의 크기와 결부 지어 연상하도록 길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큰 체구를 중요시하는 최면 학습의 편견은 미약하게나마 만인이 지니게 된 속성이었다."

 

이 신세계에서 최고 신분인 알파 플러스로 살고 있는 버나드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이런 세상에서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 한다. 버나드는 다들 복용하는 환각제 비슷한 소마도 복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버나드는 거대한 집단의 의미 없는 부품 하나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부품이 아니라 자유를 원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는 신세계의 안정 추구와 반대되는 것이었다. 신세계는 '개인이 감정을 느끼면 집단생활이 비틀거린다'라고 가르치는 세계였다. 이 세계에서 버나드는 괴로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버나드가 성공을 하게 되자 그는 소마가 아닌 성공에 도취되어 '진정한 나'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 불만이 가득했던 신세계와 타협하게 된다. 또한 성공을 잃을 두려움에 소마를 복용하게 된다. 책에서 이런 버나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때까지는 꽤나 못마땅하다고 느꼈던 세계와 완전히 타협하기에 이르렀다. 그를 중요하다고 인정해주는 한 세상의 모든 질서는 한없이 좋기만 했다. 하지만 성공으로 인해 타협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기존 질서를 비판하는 특권을 포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비판한다는 행위 자체가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드높였으며 그로 하여금 훨씬 큰 인물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진다. 이런 사례가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가? 현 체제를 비판하던 자가 권력의 자리에 오른 다음, 그 체제를 유지하려고 변하는 경우도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여전히 체제에 대한 비판을 하는데 이는 자신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인식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렇게 연약한 존재인 것이다. 이런 인간의 본성을 정확히 알고 늘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라도 같은 흐름에 빠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책을 읽다가 다음 대목에서 깜짝 놀랐는데 최근에 했던 생각과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친구 관계, 그리고 편하고 가까운 관계를 이용한다는 생각을 최근에 했었는데 그 부분을 콕 집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버나드는 야만인이라면 희생자로 삼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무척 만만해 보였고, 다루기가 아주 쉬운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지닌 한 가지 중요한 기능이란, 적들에게 가하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보복들을(보다 온건하고 상징적인 형태로)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이다."

 

이 신세계에서 안정을 추구하며 새롭게 교육시키는 것이 또한 바로 '죽음'이다.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울부짖는 야만인을 향해 간호사가 이 야만인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지적하는 하는 것이다. 야만인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위험한 편견을 불어넣고 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멋진 신세계>는 '진정한 나'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중심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다. 그리고 불안한 생각, 걱정, 근심도 진정한 나의 감정이고 나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누려야 되는 진정한 자유이다. 책을 읽을 자유, 아름다움을 감상할 자유, 죽음을 슬퍼할 자유, 고독을 느낄 자유, 체제에 대해 비판할 자유, 심지어 불행해질 자유 등 이 모든 것이 나의 존재를 드러내는 자유이다. 

 

물론 그 진정한 나를 추구하는 야만인의 모습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분열되는 자아의 모습도 보여준다. 그렇지만 야만인은 신세계로 돌아가지 않는다. 마지막 그의 결정은 아쉽기는 하지만 그는 그런 자아분열까지 자신의 모습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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秀映 2017-11-20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는데 이런 미래 왠지 섬뜩해요ㅜㅜ

데굴데굴 2017-11-20 13:2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요!! 저희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겠지만.. 혹시라도 이런 세상이 올까봐 두렵네요!!ㅠ

낙서 2017-11-20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끔찍한 ‘멋진 신세계‘가 이성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이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체념에 가까운 피로로 어찌되었건 ‘행복‘한 멋진 신세계를 바라는 모순적인 마음을 어찌해야 할까요.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소마를 탈취해 거짓된 행복대신 진실된 불행을 설파하는 야만인의 모습은 영웅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폭력적으로 묘사되기도 하지요.
거짓된 세계의 역겨운 모습으로부터 탈출하기를 바라지만, 바람이 이뤄질 수 없는 야만인이 광기로 치닫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떠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정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언제까지나 고통 속에서 살아야하는 삶이라면, 집착을 버리고 고통으로부터의 자유를 향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런면에서 제게는 야만인이 자신의 광기를 받아들인다기보다는 삶의 바깥과 안의 모순으로 붕괴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 스스로도 서문에 밝히듯 다른 선택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요.

데굴데굴 2017-11-21 08:14   좋아요 0 | URL
인간의 모순적인 마음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이상과 같은 현실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늘 그 사이에서 긴장의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
늘 편안함과 편리를 추구하지만 그러한 세상은 오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이상을 포기하거나 이상과 갈등하거나 아에 세상으로 들어가거나... 결국 모든 사람은 야만인 처럼 선택의 문제에 맞닥뜨리게 될 것 같습니다.
 
투자에 대한 생각 - 월스트리트가 가장 신뢰한 하워드 막스의 20가지 투자 철학
하워드 막스 지음, 김경미 옮김 / 비즈니스맵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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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하워드 막스는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 처음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간다. 

 

"나의 목표는 투자를 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내가 가장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투자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가'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투자를 단순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그 말을 믿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큰 피해를 끼친다."

 

따라서, <투자에 대한 생각>에는 특정한 공식이나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투자를 할 때 고려해야 될 여러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일정하고 기계적인 투자 전략보다는 직관적이고 유연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리스크와 관련해서 리스크는 주관적이고 보이지 않으며 계량화될 수 없다고 책의 중반부에서 분명히 이야기한다. 이어서 금융공학에 의한 과학적 접근이 최고 투자자들의 주관적 판단보다 결코 나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사실, 퀀트투자를 부정하는 말로 들릴 여지가 있다. 퀀트투자는 계량 투자로 객관적 수치를 바탕으로 특정 알고리즘으로 종목을 추려내어 기계적인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퀀트투자에서는 인간의 감정 및 주관적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하워드 막스가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간은 단순한 계산기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객관성을 잃게 만드는 탐욕, 공포, 시기, 그 밖에 다른 감정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언제라도 커다란 실수를 할 수 있다."

 

"가장 큰 투자 실수는 정보나 분석적인 요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에서 나온다."

 

그는 기술적 분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는 기술적 분석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모멘텀 투자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근거로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것에는 결국 끝이 있기 마련이다'라는 경제학자 허브 스타인의 말을 인용한다. 물론 모멘텀 투자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모멘텀 투자자들은 가치 투자자처럼 2,3년씩 보유하지는 않는다. 여러 백테스트를 통해 모멘텀 투자를 할 때, 보유기간을 얼마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시장을 뛰어넘는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있어 기본적인 전제는 시장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내재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찰력과 모험을 통해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의 어떤 점을 통해서 가치를 평가할지가 중요한데, 하워드 막스는 회사를 분석할 때 소득과 현금의 유동성이 중요한 요소라고 집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합리적인 가격에 사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저자의 '리스크'에 대한 개념 정의도 그의 뛰어난 통찰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보통은 '리스크=변동성'으로 많이 이해하는데, 그는 이에 대해서 다른 관점으로 해석을 한다. 리스크는 변동성이 아니라 돈을 잃을 가능성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어디에 투자를 했을 때 리스크는 변동성이 얼마나 큰 지가 아니라 원금 손실의 가능성으로 이해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리스크가 비록 계량화할 수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저자는 실력이 뛰어난 투자자들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어떤 리스크가 존재하는지 '가치의 안정성과 신뢰성', '가격과 가치의 관계'를 토대로 판단 및 짐작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투자에 대한 생각>은 리스크와 관련해서 여러 챕터에 나눠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중에 하나는 다음과 같다.

 

"나는 투자에서 리스크는 가장 인지되지 못하는 곳에 가장 크게 도사리고 있고, 반대로 가장 큰 리스크가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곳에 가장 적은 리스크가 있다고 확신한다."

 

즉, 아무도 리스크라고 생각하지 못할 때 가장 큰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일 것이다. AAA 등급을 받은 모기지 채권 POOL이 손상되리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손상되기 위해선 대부분의 집 가격이 하락해야 되는데 이런 재앙이 발생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런 곳에 오히려 바로 큰 리스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우량 자산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보통 우량 자산은 리스크가 거의 없고 어느 정도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실제로 투자하게 되면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반면, 자산의 가격은 올라가게 되어 리스크는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하워드 막스는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호평이 커질수록 잠재 수익은 감소하고, 리스크는 증가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의 투자 선호 대상은 '매출이 저조하고, 관심의 대상도 아니고 평판이 안 좋은 저가매수의 대상이 되는 증권들'이다. 

 

리스크를 리스크로 감지하기 어려운 이유는 리스크는 부정적인 상황에서 노출되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리스크가 있는지 인지하기가 어렵다. 잠재된 리스크를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워드 막스가 추구하는 투자는 확실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호황에는 시장만큼 수익을 내고 불황에는 시장보다 적은 손실을 내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투자 가치관이 가장 빛나는 대목이다. 보통은 호황에서도 시장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시장이 손실이 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그는 시장만큼만 먹고 덜 손실을 보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실제 투자를 하고 큰 손실을 입은 사람들은 이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것이다.

 

"불리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확실히 하는 것과 유리한 환경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양립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의 기본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따라서 하워드 막스는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가 무엇을 쥐고 있는지 모른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매우 다르게 행동할 것이다. 분산투자를 하고, 리스크에 대비하고, 레버리지 사용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고, 미래가치보다는 현재가치를 중요시하고, 자본 구조를 탄탄히 하고, 가능성 있는 여러 결과에 단단히 대비할 것이다."
 
결국, 투자자는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즉,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방어적 투자', '손실회피전략'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 많은 수익 보다 투자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즉, 리스크관리가 1순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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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ximalism 2018-10-05 0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에서 짙은 내공이 느껴지십니다.
책 구매를 망설였었는데, 데굴데굴님 리뷰를 보면서
한번 사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데굴데굴 2018-10-06 13:2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읽고나서 좋은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내용은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건질 것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극한육아 상담소 : 엄마 마음편 - 엄마 되기 나만 힘들다고 느껴질 때
한혜진 지음 / 로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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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육아 상담소>를 읽다 보면 공감 가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저자는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며 다른 엄마들과 소통을 하면서 쌓인 질문과 대답들을 비슷한 분류로 묶어서 책을 내었는데, 상담하는 구어체로 쓰여서 조언들이 마음에 더 와 닿는다.

 

육아가 정말 '극한'육아인가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 육아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육아를 하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육아를 했는데 극한까지는 아니던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럼 감사하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육아는 결코 쉽지 않다. 나는 육아를 하면서 군대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육아처럼 몸과 마음이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을까란 생각도 했다. 육아는 진짜 몸과 마음이 다 힘든 몇 안되는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러나 다행히 희망도 있다. 이 힘듦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육아도 처음 1년이 가장 힘들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첫아이를 기르는 1년이 헤비메탈급으로 가장 다이내믹하고 2년째부터 미디엄 템포로 바뀌다가 3년째가 되면 재즈부터 클래식까지 우아한 음악을 마음대로 선곡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몇 년 지나고 나면 키우는 동안의 슬픔과 아픔은 추억이 되고, 기쁨과 감동은 배가 되어 남아요."

 

육아가 힘들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사실을 바꾸거나 회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각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특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나중에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통해 내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그 순간은 견디기 힘들고 도망가고 싶고 이런 어려움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다 감사한 순간들일 뿐이다. 저자는 육아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하고 있다. 

 

"엄마가 된 후 최초의 3년은 여자로서 가장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한번 믿어보세요."

 

"아이가 세 돌이 될 때까지 엄마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육아는 사고 뭉치인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핵무기 같은 시간이에요. 왜냐하면 육아는 인생의 축소판으로서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있기 때문이죠. 특히 엄마 인생의 최초 3년은 희로애락이 극도로 함축되어 있어서 그 강도가 아주 강하게 느껴지는 시기예요."

 

육아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바로 체력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육아는 몸과 마음 둘 다 힘든 일이다. 절대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고 미리 체력을 준비해야 한다. 몸과 마음은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면 마음도 부정적이 되고 아이가 하나도 예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육아 전에 체력을 길러야 되고 체력을 비축해야 된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운동을 하고 체력이 좋다하더라도 아빠도 마찬가지로 지칠 수 있다. 밤에 아기가 잠을 안 자고 1시간마다 깨서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잔다면 아무리 건강한 성인 남자라 하더라도 버틸 수가 없다. 따라서 기회가 될 때 체력을 기르는 것은 엄마, 아빠 모두에게 필수이다. 저자는 특히, 노산 엄마들에게 아기가 잘 때 꼭 같이 자라고 조언한다. 

 

"노산 엄마, 특히 아기가 자주 깨는 노산 엄마라면 더더욱 아기가 잘 때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세요. 낮잠 잘 때도 쉬고, 밤잠 잘 때도 쉬세요...아기가 잘 때, 무조건 쉴 수 있을 때 쉬세요."

 

책에서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모든 부모가 귀담아들어야 되는 내용이다. 보통은 체력이 떨어지고 피곤하게 되면 당연히 화내거나 짜증 내는 일도 많아진다. 인내심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원래 화를 안 내던 사람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화를 내는 경우는 아이가 제어가 안될 때이다. 분명 다른 말귀는 다 알아듣는데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못 알아듣거나 또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첨엔 기분 탓인가라고 생각했다가 두 번, 세 번 그렇게 아이가 행동하면 엄마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럼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되나? 저자는 화가 왜 나는지만 알아도 어느 정도 화가 제어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 하나, 저자의 재밌는 처방은 '아이에게 되로 주면 말로 받는다'라는 원칙이다. 그럼 마법처럼 화가 억제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의 경우는 그냥 저 문제들을 알아차린 것만으로 어느 정도 화가 제어됐어요. 이유 없이 화가 나는 기분이 들 때와 내가 어느 때 화가 나는지 알고 있을 때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나를 아는 것, 나의 내면을 알고 나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말로, 나를 알고 다스리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훈련을 하였다고 고백한다. 놀랍게도 저자는 육아를 하면서 1년 동안 1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고 메모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외에도 부부관계. 고부관계. 자녀출산계획 등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 성실하게 저자의 생각과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 제목대로 책을 읽고 나면 긴 상담을 마치고 상담소를 나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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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 - 한 사람에게 받은 깊은 존중과 사랑이 평생을 살아 낼 힘이 된다
권영애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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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으려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서 책을 읽는 내내 같이 웃기도 하고 같이 마음 졸이기도 하고 같이 코끝이 찡하기도 했다.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의 저자인 권영애 선생님은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경험한 감동의 순간들을 책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그 무엇보다 크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아이는 단순히 교육과 지식으로 변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사랑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할 때, 아이는 변화되고 돌아온다. 저자는 그것을 수많은 아이들을 통해 경험하였고 그 경험을 나누려고 한다.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자녀를 둔 모든 부모가 꼭 읽어야 되는 책이라 생각된다.

 

사랑으로 아이를 바라보라야 아이의 SOS 신호를 알 수 있다. 아이는 직접 도와달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눈빛이나 짜증, 혹은 몸이 아프다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SOS를 요청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자칫하면 이 신호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언제나 사랑과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품어주어야 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은 모른다. 자신이 마음이 아픈 건지, 어떤 상처를 받은 건지, 몸이 아픈 건지 분간하거나 표현할 줄 모른다. 아픔의 이유를 모르는데 어떻게 도와달라고 할 수 있을까? 그저 화내고, 때리고 욕을 한다. 그 힘도 없으면 울지도 못하고 조용히 침묵한다. 가장 힘든 아이, 가장 아픈 아이가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가장 많이 반항한다. 그 신호를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건 살려 달라고 절규하는 SOS이기 때문이다."

 

이 SOS 신호를 읽고 아이를 진심으로 돌봐주는 '단 한 명의 어른(one caring adult)'이 있을 때 아이는 변한다고 책에서는 하버드대학교 교육학 대학원 조세핀 킴 교수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 명의 어른은 선생님만이 대상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바로 그 한 명의 어른이 되어야 한다.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고 양육할지는 비단 선생님의 고민일 뿐만 아니라 자녀를 둔 모든 부모의 고민이기도 하다. 훈육 방식에 있어서도, 단호하고 엄격하게 아이에게 규율을 가르치고 혼을 낼 것인지, 아니면 무한한 사랑으로 품어주고 안아주고 허용할 것인지 고민이 된다.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에서 저자도 이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저자도 교실에서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웃음기 없는 얼굴을 하고 엄격하게 아이들을 통제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 결과 교실엔 비난과 평가, 판단이 많아지고 자신이 어느새 감시자가 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난 후 저자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교사가 끌어당기는 대로 아이들의 색은 변한다. 교사가 따뜻하게 인도하면 아이들도 긍정적이고 희망찬 모습으로 변해 간다. 교사가 아이들 내면의 선함과 변화 가능성을 믿으면 아이들은 정말 선해진다."

 

책을 읽는 내내 먼저 저자의 인성과 인내에 감탄하였고 다음으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 기회를 통해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정기적으로 보냈었는데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아서 가끔은 아이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빛, 말투, 태도에 흔들릴 때도 많았고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막막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그럴 때 저자는 더 자신을 낮추고 진실하게 아이들을 허물없이 대하려고 하였다. 반응이 없거나 반항하는 아이들을 향해 "사랑한다", "존중한다", "미안해", "속상하다"등 그때마다 솔직한 감정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데 저자는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언급하듯이 '나에게서 나오는 존중으로 아이는 존중을 배우고, 내게서 시작되는 배려로부터 아이는 배려를 배운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다.

 

사랑으로 대할 때 결국 진심은 통하고 그 진심이 아이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저자는 수많은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으로 대할 때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고 '호감'과 '존중', '신뢰'가 쌓이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뿐 아니라, 곧 변화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론으로 수없이 들었던 내용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을 듣는 것보다 더 설득력 있는 이론은 없을 것이다. 저자는 확신에 찬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랑을 받아도 변하지 않는 아이를 나는 보지 못했다. 사랑을 충분히 받으면 아이들은 다 기적으로 화답했으니까."

 

정말 기적이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아이가 변한다니. 내가 만난 많은 초등학생들 중에도 '과연 저 아이는 변할까?' 싶은 아이들이 몇몇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직접 그 아이와 관련이 없이 지켜보기만 했었는데, 내가 그 아이를 직접 맡게 된다면 너무나 힘들 것 같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 아이가 변한다면 정말 그건 기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에는 그와 같은 아이들 중에 변하지 않은 아이들이 없었다.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변화의 핵심은 바로 사랑과 진심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과정을 칭찬하기, 작은 성공을 이끌어주기, 그 아이만의 가치를 찾아내 인정하기. 수치심이 아닌 격려와 도전하기, 아빠와의 대화의 중요성, 어릴 때 상처로 인한 부모의 지나친 분노. 행정 업무로 인해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되는 현재의 시스템. 나만의 명상을 통한 에너지 회복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에서 '내 존재와 만나기'는 모든 사람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내 안에 답이 있다'는 말, '내 존재와 만나라'는 말을 나는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한다. 왜냐하면 그게 정답인 것을 지금은 확실히 알기 때문이다. 내 안에 나와 만나는 시간, 내 존재와 만나려는 의지는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내 지금이 있다. 내 존재는 내 영혼이 평온해야 나에게 다가온다."

 

나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시작이다. 나의 내면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 아이의 내면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소명의 시작은 세상이 원하는 바가 아니라 내 본성, 내 자아가 기뻐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책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서도 정말 다 맞는 말인데 과연 내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며 자신감이 없어진다. 내가 '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이 되려면 믿고 행하는 수밖에는 없다. 그리고 그 결과 변화의 기적이 일어나는 '단 한 명의 아이'를 경험하게 될 때 선순환이 시작되리라 믿는다. 그 경험을 한다면 힘을 얻어 또 다음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기적의 연속이 나의 삶에도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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