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 - 하워드 슐츠가 감탄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1조 매출의 비밀
주홍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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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인사팀장으로 7년간 재직한 저자가 쓴 <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이다. 책은 스타벅스에 대해서도 언급하지만 주로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서두에 '스타벅스'라는 이름의 유래와 스타벅스 로고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다. 

 

"셋은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커피를 사랑한 일등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스타벅스'라는 회사명을 만들었고, 바다의 신인 '세이렌'을 형상화해 로고를 디자인했다."

 

책에는 한국에 있는 스타벅스에 대한 정보가 당연히 많이 들어 있는데 몇 가지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1. 1999년 이대 앞에 1호점 오픈
2.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2016년 말, 연간 매출 1조 원 달성
3. 전국 매장 개수 1,000개 이상. 전 세계 5위
4.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음주 회식 문화가 없음
5. 전 세계 2만 4000여 개 스타벅스 매장 중 리저브 매장은 800여 개. 한국은 미국, 영국, 일본에 이어 리저브 매장 오픈 4번째 국가.
6. 한국 리저브 매장 개수 약 60여 개
7. 드라이브스루 1호점 - 경주 보문관광단지 : 경주 보문로 DT 점. 현재 80개가 넘는 드라이브스루 매장 오픈
8. 2014년 10월 세계 8번째로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오픈(홍대 대학로 캠퍼스 1층)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인사 · 복지 및 조직문화]
1. 출퇴근 시간 30분 이내. 최대 60분 넘지 못하게.
2. 매출에 따른 인력 관리
3. 333 제도 - 최대 3번 입사. 3개월 이상 근무해야 재입사 가능. 재입사하려면 퇴직 후 최소 3개월 지나야 함.
4. 교육 영상물 직접 기획 제작
5. 팀워크 북돋는 조직 문화 - 호칭은 닉네임으로. 
6. 칭찬 릴레이
7. 인트라넷 자유 토론방 운영
8. 의자 없는 회의실
9. 정시 퇴근 강조 : 5시 30분부터 1시간 이상 음악 틈
10. 장애인 고용 : 200명 넘음
11. 스타벅스 파트너들의 육아휴직 및 출산 전후 휴가 사용률은 100%
12. 출퇴근 택시 이용

 

Q. 스타벅스가 광고하지 않는 이유 : 

 

A. 설립자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를 집이나 학교보다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 혼자서도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일에 얽매이지 않은 채 편안하게 파트너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 즉 제3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이런 개념의 공간을 판매 목적으로 광고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Q. 스타벅스에 벨이 없는 이유? 

 

A.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한 하워드는 길가에 있는 수많은 에스프레소 바의 모습을 보고 원두 판매 사업 이외에 에스프레소 바를 직접 운영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때 카페 주인이 손님에게 음료를 전하면서 직접 손님들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는 '고객의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며 응대한다'는 방침으로 이어졌다. 진동벨을 이용하면 편리할 수는 있겠지만, 기계적으로 손님을 호출하고 음료를 나눠주는 방식은 고객과의 유대감 측면에서 봤을 때 스타벅스의 경영 철학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다이어리 제작 과정, 무료 음료 쿠폰. 콜 마이네임, 한국에만 있는 라벨, 사이렌 오더, 지역사회 공헌, 장애인 고용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여러 내용 중에서 초기에 클러스터 전략을 사용하여 몇 개 도시에 집중적으로 매장을 오픈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다.

 

스타벅스 매장은 알고 있는 것처럼 100% 직영점이다. 그래서 모든 매장을 표준화해서 관리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놀랍게도, 본사에서 관리하는 범위가 굉장히 넓고 매뉴얼도 디테일하다. 메뉴, 매장 인력, 응대 방법 등 모든 상황에 대하여 매뉴얼이 존재하는데 이를 글로벌 서비스 프로그램인 서비스 베이직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인사팀장인 저자가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사업 전략을 이야기하는 점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사, 복지, 조직 문화에 대한 내용은 직접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지만 사업 전략은 기획파트에 더 가까운 업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본사에 있으면서 다른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사람에 비해서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내용을 떠나서, 인사 쪽 일을 한 사람은 인사 관련 내용만을 다루어야 한다는 나의 좁은 시각을 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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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11-23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단기 부동산 임대업..
공간을 구입한다는 말에 공감해요..

혼자서도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요즘 제가 흠뻑 빠진 메뉴는
‘발렌시아 오렌지 라떼‘ 입니다^^

데굴데굴 2017-11-23 22:49   좋아요 0 | URL
스타벅스는 확실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 편안히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료 와이파이에 자리마다 있는 콘센트까지.

오 발렌시아 오랜지 라떼라는 메뉴가 있나보네요!! 저도 마셔봐야겠네요^^
 
폴트 라인 - 보이지 않는 균열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라구람 G. 라잔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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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라구람 라잔은 국제통화기금 IMF 수석 경제학자를 거쳐 인도준비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그는 모두가 금융 시장의 확장과 증권화 같은 금융 혁신을 찬양할 때, 오히려 '금융 발전이 세계에 더 큰 리스크를 안겨준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한마디로 그는 반항아 혹은 이단아였다. 아니 둘 다였다. 특히, 그는 당시의 인센티브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2009년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인센티브는 금융계에 끔찍할 정도의 왜곡 현상을 가져왔다. 인센티브 제도가 금융계 종사자들이 수익을 내는 경우 엄청나게 큰 보상을 해주는 반면, 손실을 낼 때는 가벼운 징계 정도로만 그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왜곡 현상이 초래되었다고 라잔 교수는 주장했다."

 

저자는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가 과거의 금융 위기와 공통점도 있지만 똑같이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이번 사태는 가장 완벽하다고 평가받는 금융 제도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저,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으려는 행동들이 모여 세게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고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또다시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오늘날 세계 경제에는 깊은 폴트 라인들이 존재한다. 이 폴트 라인들이 생겨난 이유는 통합된 경제, 통합된 세계 속에서 특정 개인이나 특정 기관이 추구하는 최상의 이익이 체제의 최대 이익과 항상 부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폴트 라인 중에서도 몇 개의 훨씬 더 심각한 폴트라인은 경제 분야가 아닌 정치 분야에서 기인한다."

 

이제 제목인 '폴트 라인'이란 용어가 무엇인지 설명할 순서이다. 폴트 라인은 지진이 일어나는 그 판의 접촉면을 일컫는 지질학 전문 용어인데 저자는 이를 경제학에 차용해서 쓰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지구 경제가 어떤 판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판들이 어떻게 서로 충돌해 폴트 라인을 형성하며, 그 폴트 라인이 어떻게 금융 위기를 촉발하게 되었는지 설명하려고 한다."

 

저자는 미국 경제가 아닌 지구 경제, 즉 세계 경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온 세계는 지금 금융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한 나라 금융 시스템의 붕괴는 이제 다른 나라, 나아가 온 세계의 금융 시스템이 '나비 효과'처럼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사태,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는 세 가지 폴트 라인을 이야기한다. 바로, 국내의 정치, 국가들 사이의 무역 불균형, 그리고 이로 인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서로 다른 금융 제도이다.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의 원인도 이 폴트 라인 중 하나인 국내의 정치로 설명한다. 정치권이 소득 불평등 심화 대응책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저소득 가구에 대한 신용 확대 및 주택 보유 확대였다. 결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합작하여 빚으로 소비와 주택 구매를 부추긴 것이다. 이에 대한 부작용 및 끔찍한 결과는 <빚으로 지은 집>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합작에 대해 <폴트 라인>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특히 정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또는 정치적인 고통을 피하기 위해 정부나 중앙은행이 현재 일부 시장에 개입하고 있거나 미래에 개입할 가능성이 큰 경우, 금융계는 조직적으로 동일한 리스크 감수 행동에 뛰어들게 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이번 위기는 정치적 모럴 해저드가 금융계의 모럴 해저드와 만나서 촉발된 것이다"

 

금융기관은 정부가 해결해줄 거라는 믿음으로 오직 인센티브와 수익을 향해 달려갔고 그로 인해 위기가 발생했다. 그리고 정부는 그 믿음대로 위기가 발생하고 바로 개입하였다. 결국, 2008년 서브 프라임 사태는 금융기관도 문제가 있지만, 정부가 부추긴 결과였다. 

 

금융기관은 단기성과에만 치중한 무분별한 인센티브 제도, CEO의 야심과 경쟁심, 리스크관리직의 회사 내 지위 등 다양한 문제가 있었다. 이 모든 문제가 위험 감수를 당연히 여기는 분위기로 나타났고 이것이 곧, 금융 기관의 모럴 해저드였다. 

 

저자는 현재 금융이 경제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본다. 따라서, 기존 금융 제도 체제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부의 개입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책의 많은 부분을 이 주제에 할애하고 있다. 저자는 모든 정부 개입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이상 금융기관이 정부의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분명히 이야기한다. 또한 '금융 개혁은 처음부터 국민의 결정권을 박탈하는 쪽으로 가기보다는 자신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제대로 인식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계속해서 빚으로 소비를 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인식시켜 줘야 한다는 것이다. 빚을 내어 소비하고 집을 살 때, 그저 내 돈을 들이지 않고 살 수 있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규제가 필요 없을 만큼 경제가 호황기에 있을 때 오히려 규제가 필요하고 규제를 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 경기가 불황일 때 강력한 규제에 대한 신념이 나타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대체적인 심리는 실제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물론, 이처럼 경기 사이클에 맞게 규제를 하려면 지금이 경기 사이클의 어느 지점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그 잣대를 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인센티브 제도와 관련해서는 실적에 보수를 연동시키는 성과급 제도를 없애고 보수가 아닌 지위 부여나 승진을 연동시키는 보상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또한 성과급의 경우 이연 지급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증권사들은 '성과급 이연지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저자는 임금 불평등 및 부의 양극화와 관련하여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을 경제가 아닌 교육에서 찾고 있다. 바로 해결책은 '더 나은 인적 자본을 갈고닦을 수 있는 기회와 관련된 불평등을 줄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놀라운 사실은, <폴트 라인>의 저자인 라구람 라잔만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라이프 프로젝트> 등에서도 기회의 평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폴트 라인>에서는 구체적으로 수업 일수와 학습 기간을 늘릴 것을 제안한다. 즉, 정규과정 이외의 시간(방학 등)에서 사적으로 공급되는 교육의 질에서 차이가 나는데 이 질의 차이는 곧 부의 차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저자의 해결책은 나름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부의 양극화, 부의 재분배와 관련하여 대부분 주장하는 것이 대기업의 착취에서 비롯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폴트 라인>의 저자는 부의 재분배는 교육의 문제이고 결국, 평등한 교육의 제공이 해결책이라고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사회 안전망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구체적으로 실업급여와 의료 보험 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실업 급여와 관련해서는 기간을 미리 정하여 제공해야 하고 경제적 상황을 반영한 일정한 공식을 통해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의료 보험 제도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에도 자세히 언급되어 있는데, <폴트 라인>에서는 미국의 의료 보험 제도는 직장 의료 보험 위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직장을 잃으면 의료 보험 헤택을 거의 받을 수 없거나 개인적으로 몇 배의 의료보험료를 내고 가입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특히 미국의 의료비가 비싼 구조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국가 간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칠레, 독일, 일본,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같은 나라들은 수출 지향적 성장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빌려줌으로써 미국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는 자국 내 수요를 창출하기보다는 외국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안정적인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또한 국가 간 협력을 위해 이제는 톱 다운 방식이 아닌 바텀 업 방식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각 나라의 정치인들이 만나서 협의하는 것에는 각 나라의 이해관계로 인해 한계가 존재했다는 것이 저자가 IMF 수석 경제학자로 지내면서 내린 결론이다. 따라서 이제는 바텀 업 방식, 즉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국가 간 협력을 추진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금력 탄탄한 국제 금융 기구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된다.

 

세 번째 폴트 라인인 각 나라의 금융 제도와 관련해서는 각국의 통화 정책을 이야기한다. 인위적인 통화 정책은 국내 경제를 왜곡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수출업자를 위한 자국 통화 가치 저평가 정책이 국내 경제를 엄청나게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 때문에 국내 소비가 증가하지 못하고, 노동력이 지극히 풍부한 나라의 산업이 자본 집중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금융 산업이 저개발 상태로 남게 되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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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 메디치 WEA 총서 4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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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하여 역사의 사건들을 통해 재조명하는 책이다. 재밌는 것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과 다르게, 임진왜란 전까지는 한반도가 지정학적 요충지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일본의 항해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려와 조선은 북쪽에 군사력을 집중했다. 그러나, 일본의 항해기술이 발달하며 대륙으로 진출을 꾀하자 한반도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대륙 세력은 일본을 막기 위해 한반도를 이용하려고 했고, 일본 세력은 대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고자 한반도를 정복하려고 했다. 이때부터, 한반도는 전략적으로 '지정학적 요충지'가 된 것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 중 하나는 한국인이 한반도를 침략한 중국에 비해 일본을 더 싫어하고 증오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 한반도의 독립과 번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국가를 굳이 들자면, 일본이 아닌 중국이다'라고 조언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의 침략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특히, 일본침몰설 때문에 일본이 언젠가는 대륙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풍문도 돈다. 일본의 대륙 진출에 대한 한국인의 시각에 대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한국 일부에서는 여전히 일본이 대륙 진출을 노리며 북한에 접근하고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북한을 번병으로 거느리고 있다고 해석한다. 필자는 이를 '역사가 반복된다'라는 가설을 지나치게 기계론적으로 해석한 데에서 비롯된 오류이자, 일본을 세계사 속에서 불변하는 절대 악으로 간주하는 이원론적 종교관의 영향 탓이고, 기술 문명의 발달이 이끌어낸 인류사의 비가역적(irreversible)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저자는 '역사가 반복된다'라는 것을 기계론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지만, 여전히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것을 책 여러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소개하면서 이 역사적 사건과 너무나 흡사한 다른 역사적 사건을 여러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전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 상에 존재했고 존재하는 모든 세력은 자국이 외부에 전개하는 전쟁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그 누구도 자신들이 탐욕스러워서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전쟁으로 일으켰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저자는 흔히 궁금해하는 일본의 발전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그 원동력을 '유럽으로부터 얻은 새로운 무기와 탈중국 중심적 세계관' 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아시아의 다른 모든 국가들이 서구 세력으로부터 굳게 문을 잠그고 있을 때 일본은 부분적으로 개방하여 그들의 과학 기술과 의학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차이는 엄청났다. 사실, 일본이 개방한 것은 서구 와의 무력 충돌에서 패배한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패배를 통해 서구의 힘을 일본은 느낀 것이다. 그에 반해 조선은 프랑스의 침략을 물리쳤고 이는 쇄국정책의 강화로 이어졌다. 패배를 통해 더 빨리 문물을 받아들였고 이로 인해 더 빠른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또한 저자는 한국인은 <삼국지>적 세계관을 탈피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염려한다. 한국인은 미국, 혹은 미국과 중국만이 알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한반도 통일 문제는 미국,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일본도 중요한 플레이어라고 이야기한다. 이 측면에서 흔히 <삼국지>라 불리는 <삼국지연의> 보다는 <열국지>나 <소설 손자병법>을 읽을 것을 권한다. 국제관계를 두세 개 국가가 아닌 수많은 국가가 얽힌 관점으로 바라볼 때 더 잘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이 한국과 독도 영토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책에서는 일본이 독도뿐만 아니라 현재 네 개의 영토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하며, 이를 잘 파악하는 것이 독도 문제 해결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참고로 일본은 현재 네 개의 영토 문제를 안고 있는데, 그 가운데 힘을 쏟고 있는 곳이 바로 이 러시아령 쿠릴열도 남부다. 중국, 타이완과 충돌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는 일본 관할, 독도는 한국 관할, 북태평양의 외노토리섬은 일본이 관할을 주장하고 있지만 영유권 인정을 받지 못하는 환초다. 일본 정부는 쿠릴열도 남부 도서를 분쟁지역으로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반면, 센카쿠열도가 분쟁지역이라는 것은 부정함으로써 상충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이 처한 이러한 모순된 상황을 파악하면 독도 문제를 고찰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 중 또 하나는 조선통신사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조선통신사를 통해 조선의 선진 문화를 일본에 전파해주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일본의 해석은 이와 다르다. 일본은 자기들이 세계의 중심이고 그에 따라 여러 문화들이 일본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해석했다. 각국이 자기중심적 해석을 하고 국민들 또한 그 해석대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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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필 나이트 지음,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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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추천한 2016년 올해의 책에 포함된 <슈독>이다. 나는 창업자도 아니고 기업가도 아니고 기업의 임원도 아니라서 사실 나이키의 창업 이야기인 <슈독>을 그렇게 읽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그저 독서광이라고 알려진 빌 게이츠가 추천해서 조금 두껍지만 믿고 읽었다. 

 

지금까지 성공한 기업의 창업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패, 좌절 등의 어려움을 겪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고 쉽게 회사를 설립하고 탄탄대로를 걸었다는 기업가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또한 혼자 성공한 사람도 없다. 항상 성공한 이들 주변에는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단순 조력자가 아니라 파트너였고 동반자였다. 인생을 걸고 한 배를 탄 동료들이 있었다.

 

필 나이트의 나이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집념의 사나이였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그의 주변에는 든든한 동료들이 버티고 있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항상 맞아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팀을 이루었고 회사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한마음으로 이겨내려고 하였다.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인터넷에서 그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사실, 난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슈독>에 나오는 내용만 봐서는 그는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진지한 상황인데도 그의 우스꽝스럽거나 위트 있는 생각들이 책 곳곳에 적혀 있었다. 호탕한 남자라는 이미지가 책을 읽으며 나에게 박혀 있었다. 실제로 사진을 찾아보니 현재 그는 턱수염을 기른 노인이었으나 나이에 비해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만큼 총명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많은 사진에서 호탕하게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책에 있는 그대로였다. 그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농담을 날릴 줄 아는 그런 사람 같았다.

 

본격적으로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면, 필 나이트는 오리건 출신으로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4살 젊은 시절 진지하게 인생을 고민했다. 어떻게 살아야 될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심 다른 무엇인가를 꿈꾸고 있었다. 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짧고, 한정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시간을 목표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써야 한다. 무엇보다 남들과는 다르게 써야 한다.
나는 내가 태어난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었다.
승리하고 싶었다. 아니, 남에게 지는 것이 싫었다."

 

그는 위대한 육상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이어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육상 선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의 답은 바로 신발이었다. 그는 일본의 신발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았고 일본으로 직접 가서 미국 서부에 대한 판매권을 얻으려고 하였다. 그때 그가 찾아간 회사가 바로 오니쓰카 였는데 지금의 아식스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블루리본'이라는 회사 이름을 만들고 판매권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 둘의 관계는 나중에 틀어지게 되고, 결국 그는 생산 공장을 발굴하여 자체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나이키 창업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육상 코치 빌 바우어만이다. 그는 올림픽 코치로 출전할 정도로 육상계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그리고 필 나이트가 대학 육상 선수일 때 코치이기도 했다. 필 나이트는 오니쓰카 신발을 받자마다 바우어만 코치에게 보내주었다. 바우어만은 단순히 가르치는 코치가 아니었다. 그는 신발에 관심이 많아서 수없이 신발을 뜯어보고 개조하여 자기가 가르치는 선수들을 통해 테스트하였다. 즉, 그는 슈독(shoe dog, 신발에만 몰두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최초 나이키의 지분은 필 나이트가 51%, 빌 바우어만 코치가 49%를 가지게 된다. 이 두 명이 공동 창업자가 되어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때 설립한 회사는 블루리본이었다. 

 

처음 판매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었다. 그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신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믿음을 공감했다. 자신이 판매하는 신발이 달리기에 더없이 좋을 것이라고 필 나이트는 믿었다.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신발을 파는 일은 왜 좋아하는 것일까? 그 일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마일 씩 달리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내가 파는 신발이 달리기에 더없이 좋은 신발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나의 믿음에 공감했다. 믿음, 무엇보다도 믿음이 중요했다."

 

블루리본의 최초 영업사원들은 대부분이 육상 선수 출신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누구보다 신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신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네트워크도 형성되어 있었다. 이것 또한 블루리본의 초기 매출이 급성장하는 큰 원동력이었다.

 

그는 회계사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회계 사무소에서 일을 하면서 블루리본을 운영하였다. 즉 투잡이었던 것이다. 회계사였던 까닭에 그는 숫자에 밝았다. 그렇지만 그는 동시에 기업가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이 두 모습을 잘 절충하면서 블루리본을 이끌어갔다. 

 

"회계사인 나는 항상 이런 위험을 인식하지만, 기업가인 나는 가능성만 본다. 나는 이 두 가지를 절충하면서 블루리본을 계속 꾸려갔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금 조달과 현금 흐름이었다. 제대로 수익이 나지 않는 회사에 대출을 해주는 은행이 거의 없었다. 지금과 같이 벤처캐피털도 없었던 시대였다. 최초 대출도 필 나이트의 아버지가 보증을 서서 받았다. 그러나 회사 매출액이 증가하며 규모가 커지자, 기존 대출을 받은 은행도 리스크를 관리해야 될 필요가 생겼다. 매번 블루리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은행은 대출을 중단하게 되고 이때, 일본 무역상회인 니쇼가 더 많은 대출을 지원하여 나이키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책 곳곳에는 회사 운영의 어려움 중 하나가 자금조달이었음을 알려주는 많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여러 위기를 경험하면서 심지어 파산을 각오하기도 했다. 만약 파산을 하더라도 그 자체가 귀한 무형의 자산, 지혜가 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아가, '실패할 운명이라면 가급적 빨리 실패'하기를 바랐다. 필 나이트의 철저히 현실적이고 냉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바라는 게 있다면 내가 만약 실패할 운명이라면 가급적 빨리 실패하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어렵게 얻은 교훈을 써먹을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나는 목표를 두고 많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그는 몇 번이나 주식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그는 경영권 유지를 위해, 그리고 그의 회사가 만들어 놓은 경영 방침과 문화를 보존해야 된다는 생각이 커서 주식 공모 계획을 철회하였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했다. 물론, 나중에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공모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 결국, 상장을 하게 된다.

 

물론 자금 조달 이외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회사의 직원이 배신하여 아이다스로 가기도 하고, 협력업체의 소송에 휘말리기도 하고 경쟁 업체들의 계략으로 큰 금액의 수입관세를 맞기도 하고 새로운 생산 공장을 발굴해야 하는 등 정말 셀 수 없는 어려움과 위기가 있었지만, 그들은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결국 지금의 나이키를 만들었다.

 

책에는 나이키 로고를 만든 일화와 회사 이름을 나이키(NIKE)로 정하게 된 일화도 나온다. 둘 다, 충분한 회의를 거치지 못하고 촉박하게 결정된 부분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 어떤 로고보다 멋있고 회사 이름도 잘 지었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데 나이키가 성공한 회사라는 인식 때문에 그들의 나머지도 모두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이는 후광효과 아닐까 싶다.

 

책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그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신이시여, 어찌 감히 처음부터 다시 살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대신, 나의 경험과 인생 역전을 많은 젊은이들과 나누고 싶다. 그리하여 그들이 시련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와 위로가 되고 싶고, 때로는 충고가 되고 싶다. 젊은 기업가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화가, 소설가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한마디로 사기꾼이다. 기업가는 때로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포기해야 할 때를 알고, 다른 것을 추구해야 할 때는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포기는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가는 결코 중단해서는 안 된다."

 

"성공에는 행운도 큰 역할을 한다. 그렇다. 나는 행운의 위력을 공개적으로 인정한다. 운동선수, 시인, 기업가에게는 행운이 따라야 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훌륭한 팀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고, 머리도 좋아야 하고, 결단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행운이 결과를 결정할 수도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 자신에게 믿음을 가져라. 이런 믿음에 대해서도 믿음을 가져라. 믿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 정의하는 믿음이어야 한다. 믿음 그 자체는 당신의 마음속에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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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래에 조금 먼저 도착했습니다 - 북유럽 사회가 행복한 개인을 키우는 방법
아누 파르타넨 지음, 노태복 옮김 / 원더박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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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인 희망은 기회가 실제로 존재할 때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로 기회가 있다면, 심리적 에너지나 열정에 대한 끝없는 요구라든가 온갖 어려움에도 살아남는 영웅적 이야기의 남발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책의 저자는 핀란드 출신의 기자로 결혼을 계기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핀란드와는 다른 미국의 사회 시스템에 놀라게 되고 여러 지인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같은 경험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조사와 연구를 통해 핀란드와 미국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의 결론은 책 제목과 같다. 핀란드가 미국보다 조금 더 나은 미래라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사실 한국어 제목은 아주 겸손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실제로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인데 말이다.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핀란드는 북유럽에 위치한 노르딕 국가(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중 한 나라이다. 이 나라들이 미국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는 바로 교육 시스템, 의료보험 제도를 포함한 사회복지, 정부의 역할 등이다.

 

교육에 있어서 핀란드는 일단 대학까지 전부 무료이다. 유치원을 가든, 대학원에 가서 박사 과정을 밟는 모두 공립이다. 따라서, 부모들은 등록금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또한, 대한민국처럼 좋은 학군으로 들어가기 위해 무리하게 이사할 필요도 없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할 필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더 건설적인 일에 쓰일 수 있다.

 

다음으로 의료보험 제도인데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는 복잡한데 일단 우리나라처럼 국가 차원에서 운영되지 않는다. 미국은 의료보험이 개별 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회사가 가입을 하고 직원들이 그 회사에 고용이 되어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고용된 상태가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의료보험을 들기가 몹시 까다롭고 비용도 비싸다. 미국에서 개인 파산의 가장 큰 이유가 의료비라고 한다. 결국, 이런 시스템은 노동자들이 고용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책에서 이야기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을'이 될 수밖에 없고 휴가 쓸 때마다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일을 많이 하는데 주 90시간을 일해야 하고,  출산 후 몇 주만에 바로 복귀해야 하며, 육아휴가를 쓰는 것도 몹시 어렵다고 한다. 물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불안감과 스트레스도 뒤따라 온다.

 

반면, 핀란드는 이런 나라가 실제로 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사회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나가는 핀란드인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놀랍다. 먼저, 핀란드는 의료보험 제도가 '베버리지 모델'인데, 의료 서비스는 세금을 통해 정부가 제공하고 비용을 지불한다. 그리고 의사는 정부의 상근 직원이다. 정부가 협상을 통해 여러 의료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그 결과 중병 발생 시 비용 부담이 미국의 새 발의 피라고 할 정도로 적다. 물론 급하지 않은 수술은 오래 기다려야 되는 단점이 있는데, 같은 베버리지 모델을 도입한 영국의 경우는 많이 개선되어 대기속도가 미국에 이서 세계 4위라고 한다. 즉, 핀란드도 비록 지금은 대기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개선 가능하다는 것이다.

 

핀란드는 따라서 미국처럼 의료보험 제도 때문에 고용주에게 종속될 필요가 없다. 물론 의료보험 제도만으로는 안된다. 다른 사회보장제도도 뒷받침되어야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가 갑과 을이 아닌 평등한 관계가 될 수 있다. 핀란드의 기본 방침은 의료 및 기본적 사회장 서비스는 개인의 고용 상황과 무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다닐 때는 학생 수당을 제공하고 직장을 못 구하면 실업수당을 제공한다. 따라서 급하게 직장을 구하지 않고 자신의 계획에 따라 준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제공한다.

 

그래서, 핀란드는 노동자가 아무런 눈치 없이 자신의 권리를 사용할 수 있다. 1년 병가를 신청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한 사회 전체적으로 고용주는 휴식과 건강이 생산성에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재직 1년 차부터 매달 2일의 유급휴가를 받게 된다. 따라서, 1년에 정기휴가가 4-5주나 된다. 우리나라와 도저히 비교가 안된다. 출산 후, 3년을 쉴 수 있는 권리도 보장된다. 남자도 물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책에 따르면 '20년 전에 아버지들은 집에 있으면 당혹스러웠지만, 지금 핀란드 아버지들은 휴가를 얻지 않으면 더 부끄러워한다.'라고 나와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런 시스템이 국가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예외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처럼 유명무실한 제도가 아니라 현실에 그대로 반영이 되는 제도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단순히 법을 개정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고 모든 회사가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핀란드에서 중요시하는 정신은 바로 '독립성'이다. 진정한 독립성이 있을 때 건강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가장 좋은 예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이다. 부모 부양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오히려 부모와 자녀 관계는 더 건강해지고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책에서 이야기한다. 

 

"나는 이 이론을 '사랑에 관한 노르딕 이론'으로 부르고 싶다. 노르딕 시민에게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과의 관계 면에서 개인의 자족과 독립이다.

"미국에는 부조가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에도 뒤를 봐줘야 한다는 도덕적인, 어느 정도 합법적인, 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부모가 자녀에 대해 권력을 행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구시대의 매우 부담스러웠던 여러 경제적 의무에서 해방되면 우리는 가족, 친구, 연인과의 관계를 순수한 인간적인 유대 위에 세울 수 있다. 또한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독립성과 더불어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기회의 평등'이다. 미국은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미명 아래 그들의 제도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사회보장제도는 오히려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고 게으르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건설된 초기에는 이 말이 사실이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사람도 있으니깐.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 말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니, 적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더 이상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진 자는 더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한다. 사실, 아예 게임이 안된다고 보는 게 맞다. 이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성공하는 것은 가뭄에 콩 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책에서도 이에 대해 '상향 사회이동은 미국에서 감소했으며, 다른 나라 특히 북유럽에서 그중에서도 노르딕 지역에서는 증가했다'라고 이야기한다.

 

기회의 평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교육이다. 이와 관련해서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바네르지오 뒤플로가 확인한 두 번째 교육관은 무엇일까? 이른바 '공급' 접근법이다. 여기서 교육은 부모가 원할 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으로 여겨진다. 이 목표는 개별 부모가 자녀를 위해 무엇을 선택할지 또는 한 가정의 처지가 어떤지와 무관하다."

 

즉, 교육은 기본적인 인권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에서는 부모의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아이의 성적을 결정한다. 이것은 사실 한국도 마찬가지이고 많은 이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코호트 연구'에서도 이미 밝혀진 바이다. 결국, 공교육 시스템이 바로 잡히지 않으면 한국도 미국도 기회의 평등과는 먼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시급한 문제이다. 재능 있는 가난한 사람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재능 없는 부자의 자녀가 기업을 운영하는 사회적 낭비가 동반되는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핀란드는 공립학교들이 모든 학생에게 무료 급식, 의료 혜택, 심리 상담, 개별 학생 지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만한, 정말 우리에겐 가까운 미래가 아닌, 먼 미래의 일이라 할 수 있다.

 

교육, 의료, 육아 서비스 등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다. 여기에 시장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안희정의 <콜라보네이션>에서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오는데 이처럼 교육, 의료, 육아 서비스 등도 시장 질서에 맡겨야 되는 영역이 아니라 정부의 영역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경제 정책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시장 질서에 맡겨야 하는 영역이 있다. 두 영역을 재정립하면 좋겠다. 실질적으로 현재의 정치 지도자가 할 수 있는 경재 정책은 한정되어 있다. 정치와 정부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 환경에 맞게 일하는 방식과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정리하면, 핀란드와 미국은 구조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이다. 그리고 정부의 역할이 여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핀란드를 비롯한 노르딕 국가들은 똑똑한 정부를 창조했다. 그래서 기회의 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공립학교를 통해 부모의 경제력과 관련 없이 아이들의 재능과 노력이 정직하게 결과로 반영되는 사회가 되었다. 노인들도 노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어 자녀와 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노동자들과 고용자들과 어느 정도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이용하게 되었다. 이를 저자는 '인적자본을 키워왔다'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궁극적인 희망은 기회가 실제로 존재할 때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로 기회가 있다면, 심리적 에너지나 열정에 대한 끝없는 요구라든가 온갖 어려움에도 살아남는 영웅적 이야기의 남발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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