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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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뇌경색 진단을 받고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간병한 것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그는 의식을 잃은 어머니를 간병하며 하루 18시간씩 병상을 지켰다. 대학원에 입학하였지만 학업을 중단한 저자는 어머니 병실을 지키며 그리스어 교재를 가져와 읽기도 했다. 저자는 매일 어머니 곁을 지켰지만 어머니 마지막 모습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아버지한테는 "고통 없이 가셨습니다"라고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한다. 아버지에게 힐책당할 것이 두려워서였다. 저자는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나, 꿈속에서나마 아버지에게 '어머니 장례식에 가지 않겠다'라고 본심을 말한다. 이를 통해 드디어 부모님으로부터 자립했다고 고백한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멀리 있지 않다. 내가 누군가한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자식이 더 이상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연락하지 않을 때 큰 외로움과 고독을 느낀다. 그러나, 어렵거나 힘든 일을 당해 전화로 하소연하면 겉으로는 다 큰 어른이 왜 그러냐고 하시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에 힘이 난다. 무엇보다 자식은 부모가 무엇을 해주어서가 아니라 살아계신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을 말로 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식에게 아직 당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부모는 이상하게도 힘이 난다." 

저자는 삶의 가치를 '젊음'에 두면 '늙었다'라는 사실을 회피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젊음에 가치를 두는 것은 무리수이다. 왜냐하면 젊음을 영원히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관점을 배워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으면 과거의 많은 일을 잊어버린다. 특히, 저자는 아버지와 자신 단둘만 경험하고 기억하는 일을 아버지가 더 이상 기억하시지 못할 때, 저자 자신도 증인을 잃고 과거의 일부를 잃었다고 말한다. 물론 책 뒷부분에는 부모님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도 부모님은 여전히 마음속에 영원히 계시기 때문에 부모님과의 추억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과거를 잊으셨습니다. 증인을 잃은 저도 과거의 일부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과거를 잊어버린 걸 지켜보는 일이 괴로운 것은, 단지 부모님들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세월 속의 자신 또한 지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요." 

저자는 굳이 부모님의 말을 정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부모님의 말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말을 반복할 때마다 경청할 수 있는 인내심도 필요하고 요령도 있어야 한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것은 부모님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정신과 의사인 제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의 할머니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잠시 후 "이 이야기, 전에도 했던가?"하고 물으신답니다. 그러면 제 친구는 "전에도 들었어요. 하지만 할머니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재미있는걸요."라고 대답한다더군요. 이야기 듣는 게 좋아서 정신과 의사가 되었나 봅니다." 

간병할 때는 진지해야 하지만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진지하다는 것은 진정성을 가지고 집중하고 배려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힘들다고 한숨 쉬거나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특히, 부모와 형제들이 간병의 고단함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간병이 힘든 일이란 걸 다른 이에게 과시하기 시작하면 간병하는 사람은 진지해지기보다는 심각해지고 맙니다." 

알츠하이머 간병이 특히 힘든 것은 바로, 물리적 힘듦도 있지만 부모님이 나의 수고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즉, 간병을 하는 나의 수고가 쓸데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힘들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이 생각에서 벗어나 부모님을 도울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내게 부모님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내가 부모님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나를 만족시키는 겁니다. 그러니 부모님에게는 어떠한 감사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생각도,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욕구도 결국에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됩니다. 스스로가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면요." 

저자도 항상 아버지와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자는 싸움을 키우지 않는 지혜가 있었다. 아버지의 잔소리에 호통에 군소리 없이 따르는 지혜이다. 

"순간적으로 화가 끓어오르더라도 부모님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면 가능한 권력 싸움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사이가 좋아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지혜는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좋은 의도를 발견하는 것이다. 서로 오해가 생기면 오해는 점점 커지게 되고 이는 미운 감정으로 발전하여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저자는 부모님이 가족을 하나로 연결하는 상징이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나의 집안만 해도 예전에는 명절 때마다 할아버지 집에 모였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예전만큼 많이 모이지 않고 점점 결속력이 약해지고 지금은 각자 명절을 보내고 있다.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는 부모를 간병한 저자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 경험엔 갈등도 있고 감사와 사랑도 있다. 더불어, 저자 자신도 언젠가는 부모님처럼 나이가 들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인식과 태도도 보인다. 결국, 지금 이 순간 함께 감사하며 즐기며 사랑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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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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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 <도시는 어디서 사는가>를 매우 흥미롭게 읽어서 <어디서 살 것인가>도 망설임 없이 바로 읽게 되었다. 이번 책도 여전히 유익하면서도 흥미롭다.  

건축물은 건물 그 자체, 즉 건축물의 재료와 구조 만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건축물의 진정한 의미는 사람과 맺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을 시작하며 1994년에 발견한 터키에 있는 신석기 시대 유적인 쾨베클리 테페라를 언급한다. 특히 농업혁명(기원전 7천 년경) 이전에 지어진 점이 놀랍다고 말하며 이는 기존의 학설을 반박한다고 설명한다. 즉, 우리는 일반적으로 농업이 시작되며 인류가 정착 생활을 했다고 배웠는데 순서가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오랜 시간 건축물을 지으며 생활하기 위해 농업이 시작되었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저자는 다음으로 학교와 교도소를 비교한다. 담장, 운동장, 똑같은 옷, 똑같은 교실 등 창문 크기를 빼면 공간 구성상 차이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통찰력이 바로 저자의 책을 읽을 때의 큰 즐거움이다. 전혀 생각 안 해봤는데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12년 동안 똑같은 옷, 교실, 식판 등을 경험하는 학교에서 창의성이 자라기는 쉽지 않고 조금만 달라도 이상하게 취급당한다. 

학교 건물은 보통 4-5층으로 지어져서 야외 접근성이 떨어진다. 학교 건물은 1-2층으로 저층화되고 분절되어야 아이들이 쉬는 시간 10분 동안 나가서 뛰어놀 수 있고 접근성이 좋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교실에 갇혀 지내는 것에 비해, 다른 아이들과의 접촉점도 훨씬 많아지고 다양한 친구를 사귀는 기회도 된다. 저층형 교실을 만들면 친구가 늘어날 뿐 아니라 사각지대가 없어진다고 말한다.  

"10분 쉬는 시간에 네 개 층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운동장에서 2,3분 쉬고 다시 뛰어 올라올 아이는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모두 교실에서 지낸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말이다. 학교 건물은 저층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10분 쉬는 시간 동안 잠깐만이라도 바깥공기를 쐬면서 하늘을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일반론적인 이야기이다. 나는 중학교 때 쉬는 시간 10분을 매우 알차게 보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축구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7-8분 열심히 뛰어다니며 공을 차다 다시 헐레벌떡 교실로 들어와 다음 수업을 들었다.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선생님이 쟤는 왜 저렇게 땀을 흘릴까라고 생각했을 것 같긴 하다. 요즘에 이렇게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체육 시간 아니면 운동장에 나갈 일이 없다. 

학교 천장 높이도 교육부에서 지정한 2.6미터로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천장이 높을수록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더불어, 학교 건물 변화가 어려운 현실도 언급한다. 수십 년간 해 오던 것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학교 건물과 관련된 규제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뿐만이 아니라 사옥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애플 사옥의 장단점을 분석하며 사옥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애플 사옥은 동그란 도넛 모양의 순환구조로 중앙에 숲이 조성되어 있다. 숲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실내 공간에서 너무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단점이다.  

뉴요커들은 좁은 집에 살지만 공원들이 적당한 거리에 있어서 넓은 면적을 영유하며 산다. 공원과 공원을 걸어갈 수 있다. 이처럼 집은 좁지만 집을 나오면 쉬고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전혀 심리적으로 답답하지 않다. 반면, 서울은 그렇지 않다. 공원이 일단 멀고 공원과 공원 사이를 걸어갈 수도 없다. 뉴요커는 집에서 7분 거리에 있는 공원에 갔다가 지겨우면 13.7분만 걸으면 다른 공원에 갈 수 있다. 반면 서울 시민은  일단 집에서 30분을 걸어가야 공원이 있고 다른 공원으로 가려면 다시 한 시간을 걸어야 한다. 즉, 서울은 공원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우리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고 더 행복해지려면 도시 전체를 내 집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보행자 중심의 네트워크가 완성되고 촘촘하게 분포된 매력적인 '공짜'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 건축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도시는 어디서 사는가>에서도 언급하지만 '변화'라는 개념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공간의 변화는 인간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한옥 마당은 매 순간 변하는 공간이라 마당을 바라보며 앉아만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다. 골목도 마찬가지다.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길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저자는 아파트 주거 형태가 많은 현대인들이 외부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골목길 상권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골목길을 유지한 채 재개발하는 것이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고대 무거운 건축물은 제국이 정복지를 통치하는 데 중요했다. 고인돌, 피라미드, 스톤헨지, 지구라트, 콜로세움, 만리장성 등은 세력을 과시하는 용도로 매우 적합했다. 건축물을 보고 상대방은 바로 파악이 된다. 나보다 세력이 더 큰 지 작은 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쓸데없는 전쟁을 피할 수 있다. 물론 과도한 건축물은 노동착취, 궁핍 등으로 연결되어 국가의 존폐와 연결되기도 한다. 

과시하려는 것은 비단, 고대 국가뿐만이 아니다. 한때 세계적으로 최고층 빌딩을 지으려는 경쟁이 있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지금은 누가 봐도 미국이 세계 최강 국가라서 더 이상 경쟁하지 않는다. 저자가 피라미드 등 각종 건축물의 위치에너지를 분석한 내용도 흥미롭고 각 회사별 빌딩 위치 에너지를 시총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국가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남자들끼리 담배, 술 대결을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내가 더 건강하고 세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과시욕이다. 명품도 마찬가지이다. 고인돌이 무덤 말고 특별한 기능이 없이 쓸데없이 과한 것처럼 명품도 비슷하다.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지리적 조건이 인류의 문명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지적한다. 수메르문명과 이집트문명은 공통적으로 건조기후대에 위치해 있다. 고밀화된 도시는 전염병에 취약한데, 비가 내리는 지역의 경우 바이러스 전염이 더 잘 되고 세균의 번식도 용이하다. 이에 따라, 고대는 건조한 기후가 더 유리했다. 물론, 그 시대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또한 도시 형성에 물도 매우 중요한데, 수메르문명, 이집트문명 발상지는 건조하면서도 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이런 지리적 조건으로 농사를 지으며 큰 도시를 형성하고 최초의 문명을 꽃피웠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도서관에 대한 저자의 조언도 눈에 들어온다. 낙후된 도서관을 증축하지 말고 용도 변경해서 비싼 값에 판 다음 도심에 접근성 좋으나 낙후된 땅을 사서 작은 도서관을 여러 개 짓자는 의견이다. 

"5천 평짜리 도서관 5개보다는 5백 평짜리 도서관 50개가 더 좋다. 우리 주변에 작은 도서관들이 많아지면 걸어서 쉽게 도서관에 자주 가게 되고, 그곳은 공동체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세상이 더 화목해지고 갈등이 줄어들기를 원한다. 건축이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건축은 사람들을 더 화목하게 만드는 건축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건축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건축을 더 이해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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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 - 아들이 묻고 경제학자 아빠가 답하는 아주 특별한 수업
홍춘욱 지음 / 에이지21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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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국민연금 투자운용팀을 거쳐 지금은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코노미스트다. <환율의 미래>등 다수의 경제 관련 서적을 집필했다. 학부는 사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이라는 이력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에 있을 때 새로 온 상사한테 하루 종일, 주말 내내 시달리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장 먼저 비행기 티켓을 끊고 아들과 함게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다. 이 책은 여행하며 아들이 질문한 내용을 돌아와서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집필하였다. 

"파리에는 왜 높은 건물이 없을까?"가 첫 질문이다. 이는 <도시의 승리>에 잘 나와 있는데 바로 나폴레옹 3세 때의 도시 계획 때문이다. 나폴레옹 3세는 도시 재개발을 하며 넓은 대로를 만들었다. 왜냐하면 혁명의 바리케이드를 쳐부수기 위해서는 대포가 필요한데 대표는 좁은 골목으로 끌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좁은 골목을 다 허물고 방사형 도로를 만들었다. 

'플란다스의 개'의 무대가 되는 지역이 바로 프랑스의 플랑드르 지방이다. 플랑드르 영어 발음이 바로 플란다스인 것이다. 플랑드르는 중세 시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였다.  

베르사유 궁전에는 거울의 방이 있다. 17세기까지 유리 제조로 가장 유명한 지역은 베네치아였다. 이에, 후발주자인 프랑스의 유리 제품 기술력 홍보를 위해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에 거울로 가득 찬 방인 거울의 방을 만들었다. 루이 14세의 낭트 칙령 폐지로 인해 신교도들은 프랑스를 빠져나간다.  

"낭트 칙령을 폐지하자 신교도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프랑스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고, 이 덕에 영국과 스위스 등 인접 국가가 큰 이익을 보았죠. 왜냐하면 신교도의 상당수가 상인과 기술자였기 때문입니다. 프랑스가 경쟁력을 잃어버린 대표적인 산업은 '시계 제조업'이었습니다... 루이 14세의 '낭트 칙령 폐지' 정책은 대대적인 시계공의 해외 탈출로 이어져 인재 유출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저자는 서양이 동양과 점점 격차를 벌리며 발전한 원인도 분석한다. 바로, 지리적 환경의 차이, 재산권 보호, 금융 시스템 구축, 농업이다.  

특히, 저자는 농업을 이야기하며 유럽의 밀과 아시아의 벼를 비교한다. 벼는 밀에 비해 수확량도 많고 2모작, 3모작이 가능하다. 즉, 벼는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동양의 장점인데, 왜 서양이 더 발전하는 기회가 된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바로 중국은 많은 인구로 인해 기계 발명의 필요성이 적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영국은 몸값이 비싸서 기계를 만드는데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는 산업혁명의 근간이 된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에 시작하여 1345년에 완공된다. 저자의 아들은 왜 이렇게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들여서 건축물을 지었는지 질문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첫째는 경쟁, 둘째는 신앙심이라고 대답한다. 신앙심과 관련해서는 예수님이 쓰신 가시관 같은 성유물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는데 바로 성당을 지어 보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에서이다. 실제로 예수님의 가시관은 노트르담 대성장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다음 질문은 "왜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마을들은 다 산 위에 있는가?"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바로 질병에 대한 공포와 사라센의 해적 때문이었다. 무엇이든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저건 왜 저렇고 이건 왜 그럴까'를 질문하는 습관은 지적 탐구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의문을 던지고 의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학습 방법 중 한 가지라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 확인하게 된다. 

상류 계급은 끊임없이 자신들을 다른 계층과 구별하고 차별화를 시도한다. 의복이 그랬고 명품과 예술에 대한 안목이 그러했다. 특히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 가문은 부유한 상인으로 시작했다. 가문의 부와 명예를 더 높이기 위해 메디치 가문은 예술가를 후원하기 시작한다.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았다. 미식에 대한 안목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와인과 요리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상류 계급 사교의 핵심 요인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임원들 중, 와인 예찬론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와인은 어떻고 저 와인은 어떻고 하면서 한참 썰을 푸는데 소주, 맥주랑 똑같은 술 같은데 왜 와인만 특별대우를 하는 것일까라고 속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 이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물론, 와인은 숙성, 포도의 상태, 기후 등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몇 년 산이고 어떤 종류인지 알면 더 풍성히 즐길 수 있기는 하다.  

다음 질문도 아주 인상적이다. "왜 창문을 닦는 이들은 다 유색인종인가요?" 일반적으로 기업은 학벌과 학점으로 그 사람의 '성실성'을 평가한다. 반면, 이주 노동자는 그 사람을 알 방법이 없다. 이때 '역선택'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성실성이나 능력을 검증할 수 없어서 일단 최대한 임금을 깎는 것이다. 당연히 단순 반복하는 일은 학벌을 볼 필요가 없다. 그저, 가장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하면 되는 것이고 주로 이주 노동자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 인식 속에 일반화되어 피부색과 종교로 사람을 구분하고 차별이 고착화된다.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자녀가 성장하면 같이 꼭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녀와서 책도 쓰고 싶다. 그때까지 지식을 습득하고 뇌를 갈고닦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궁금한 것이 있으려면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질문에 답하려면 지식을 찾고 연구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널리고 널린 것이 책이지만 책은 그냥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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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은 엄마와 이별한다 - 하루하루 미루다 영원히 후회할지 모를 당신에게
최해운 지음 / 이와우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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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든 일이 그렇듯 효도에도 때가 있다. 부모님은 무작정 자식이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시지 않는다. 이제 조금이나마 부모님의 고마움과 사랑, 헌신을 깨달았는데, 이미 부모님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은 경우도 많다. 혹은 연로하셔서 여행 보내드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부모님께 연락하고 감사하다고 하고 사랑을 전해야 한다. 

저자는 <누구나 한 번은 엄마와 이별한다>를 쓰며 이 책은 '어머니께 쓰는 때늦은 반성문이자 미처 하지 못한 고백이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40대 후반에 남편을 여의고 여덟 자식을 홀로 키워내셨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바쁜 자식들 대신하여 손자, 손녀 학교 데려다주고 밥 먹이고 챙기며 그나마 건강하고 거동할만한 60-70대를 보내게 된다. 손자 손녀는 중학생만 되어도 각자의 삶을 살기에 바빠 자연스레 할머니, 할아버지와 멀어진다. 결국, 70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는 다시 외로운 신세가 된다.  

저자는 15년 동안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저자는 처음에 오머니를 모셔 온 것은 아기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많은 세대가 사실 이렇게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 이렇게라도 모시고 살며 함게 시간을 보내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른들의 마직만 시간을 뺏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여간, 저자는 이렇게 15년을 어머니와 살았는데도 여전히 마음에는 후회와 아쉬움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15년 동안 어머니와 마냥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저자의 고백을 들으며 나를 돌아본다. 

"살아보면 사실은 고부 갈등보다 모자간의 갈등이 더 자주 일어나고 정도도 훨씬 더 심각하다. 나는 어머니로 인해 짜증 내고 힘들어했고 어머니는 자식 때문에 무던히도 서운함으로 속을 태우셔야 했다." 

저자는 결국, 암이 걸린 어머니를 호스피스에 모시게 된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집을 나서는 저자의 발걸음과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그리고 어머니의 심정이 어땠을지 가히 상상하기 힘들다.  

"항상 그러셨던 어머니는 그날 신발을 돌려놓지도, 현관문을 열지도, 엘리베이터를 누르지도 않으셨다. 나와 아내가 먼저 나와 현관문을 열고 한참 있을 때까지, 어머니는 방에서 나와 거실을 한번 둘러보고, 아이들을 한번 안아주고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셨다. 어머니 생에서 가장 느린 나들이 걸음이었다." 

저자의 어머니는 평소 차를 타면 가장 말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호스피스 가는 길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저자가 인용한 죽음에 대한 몽테뉴의 말은 주기적으로 읽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인상적이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살지 못하고, 삶에 대한 걱정으로 제대로 죽지 못한다. 죽음에 대한 걱정은 우리에게 고통을 주고, 삶에 대한 걱정은 우리에게 공포를 준다. (중략) 어떤 실질적 훈련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람은 경험과 습관을 통해 고통과 수치와 가난과 그와 유사한 어려움 또는 시련에 맞서 자기를 굳건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은 평생 단 한 번밖에 겪어보지 못한다. 죽음에 직면해서 우리는 모두 초심자이다." 

저자는 어머니의 삶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머니는 스스로 '한평생 잘 살았다'라고 하신 삶을 사셨다. 사람들의 대단한 관심과 칭송을 받는 유명인도 아니고, 세상에 크게 남긴 업적이 없더라도 어머니의 삶은 위대한 것이다. 모두의 삶 하나하나가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 없으리라." 

비단 어머니의 삶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개개인은 다 자신만의 짐을 지고 인생을 살아간다. 짐의 무게와 모양은 다르지만 각자 고유하고 특별한 삶을 산다. 비록,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대단한 업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인생 그 자체만으로 고귀하고 위대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더 자주 못 뵈고 더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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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1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굴데굴 2018-08-21 17:38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저도 이 글 쓰고 나서 어머니께 전화드리고 왔네요.
적어도 2-3일에 한 번은 전화드리려고 하는데 이 마저도 잘 안될 때가 많네요ㅠ

하나 2018-08-21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너무나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어머니의 사랑과 배려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 같아요.

데굴데굴 2018-08-22 13:0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책 읽을 때도 그렇고 리뷰 쓸 때도 그렇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작은 책 - 30일의 기적, 미루지 않고 살아보기
페트르 루드비크 지음, 김유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안 좋은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물론,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작심삼일로 인해, 결단해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작은 책>은 매번 실패하는 우리를 위한 고마운 책이다. 특히, 미루기 좋아하는 사람은 책 읽는 것도 미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저자는 쉽게 읽고 익힐 수 있도록 요약 그림을 중간중간에 넣었다. 

미루는 습관을 이기는 네 가지 핵심 요소는 바로 동기부여, 자기 훈련, 성과, 객관성이다. 이 요소들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면 습관을 바꾸고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  

동기부여는 크게 외적 동기부여와 내적 동기부여가 있는데, 특히 외적 동기부여는 오히려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도파민을 적게 분비하여 창의력과 학습 능력이 감소한다. 따라서, 내적 동기부여에 주목해야 한다. 

내적 동기부여의 핵심은 바로 과정 중심의 동기부여이다. 저자는 '개인적 비전은 결과 아닌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목적지가 아닌 과정을 중시한다'라고 말한다. 과정 중심의 동기부여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몰입 상태이다. 몰입 상태는 목표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일시적 기쁨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도파민을 분비한다. 더불어 이타적 동기부여와 의미를 추구하고 의미를 집단과 공유하는 것도 내적 동기부여에 있어서 중요하다. 집단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비슷한 가치관과 비전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해야 한다. 

자기 훈련의 핵심은 자기통제력이다. 저자는 덧붙여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것을 인지 자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지 자원은 당 섭취, 운동, 산책 등을 통해 재충전할 수 있고 그 결과 자신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저자는 습관 리스트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바로, 만들고 싶은 습관과 매일 해야 하는 최소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습관의 숫자가 적을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3~5가지 습관을 작성하고 매일 체크해야 한다.  

"나는 3년 동안 매일 습관 리스트를 기록했다.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기, 아침에 찬물로 샤워하기, 운동하기를 습관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규칙적으로 나의 비전을 떠올렸고, 하루하루 나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성과는 물질적인 성과와 감정적인 성과가 있다. 비전을 성취할 때 우리는 성과를 얻고 행복을 느낀다. 저자가 말하는 긍정적인 몰입 회로에 대해서도 주목할만하다. 

-> 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 나는 기분이 좋다 
-> 나의 능력은 향상되고 있다 
-> 나는 나 자신을 믿는다 
-> 나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실패를 나쁘거나 수치스러운 것이 아닌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로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도 필요하다.  

객관성은 주변과 자신에 대해 잘못 인식한 부분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즉, 발전하고 보완하기 위한 출발점을 마련해준다. 나의 약점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알아야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다. 말은 쉽지만 객관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본성을 거스르는 행위이다. 저자는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능할수록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한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일단 공부해야 한다. 더불어 신뢰할 만한 출처의 정보를 얻어야 하고 모르는 부분은 단정 짓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나의 직관을 의심해야 한다. 더불어 외부에서 피드백을 찾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계발하는데 힘써야 한다. 동시에 내 생각을 반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부 본성을 거스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실천이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책을 읽으며 습관 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전히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생각'만해서는 안 되고 '결심'만 해서도 안 되고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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