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의 기술 - ‘남을 위한 삶’보다 ‘나를 위한 삶’에 몰두하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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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의 <한국 현대사 산책>,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을 읽었는데 <평온의 기술>은 완전히 다른 색깔의 책이다. 인문 에세이라고 소개하는데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 계발서를 최근에 꽤 읽었는데 기존의 자기 계발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저자는 '평온'을 중시하는 행복을 추구한다고 먼저 밝힌다. 평온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문제도 아닐뿐더러 정신적 행복과 물질적 행복의 균형이 중요하다. 저자가 말하는 평온의 핵심은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나를 위한 삶'이다.  

감정이 행동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행동이 감정을 만든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바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다. 그에 따르면 "울기 때문에 슬프고 떨기 때문에 무섭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감정 이론의 핵심이다. 그는 연장선상에서 '그런 척하기 원칙'을 제시한다. 어떤 성격을 원한다면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라는 것이다. 평온해지려면 평온한 척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는 말이다. 

많은 것들이 평온을 방해한다. 그중 하나가 솔직을 빙자한 무례함이다. 특히, 친밀함의 과대평가로 인해 배려나 공손함은 사라지고 솔직을 빙자한 무례함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설이나 추석 때 친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어폭력이 무차별적으로 일어난다. 어쩔 수없이 앉아서 듣고 있자니, 평온할 수가 없다. 무례할 땐 무례하다고 지적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평온을 지키는 것이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평온을 훼방하지 못하게 막는 방법이다. 지적 질하면 뒤끝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사람은 반드시 뒤끝이 있어야 한다고 우리를 격려한다. 

한국은 예민을 탄압하고 둔감을 예찬하는 사회라고 저자는 말한다. 둔감해서 상처를 주는 사람은 괜찮고 예민해서 상처를 받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저자는 이에 반기를 들며 예민한 사람한테 좀 둔감해지라고 권하는 것뿐만 아니라 둔감한 사람에게도 민감해지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민한 사람은 평온해지기 위해 스스로 주눅 들지 말고 계속 민감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화를 내거나 저항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사회'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평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도 옳고 남도 옳다'라는 자기 긍정-타인 긍정의 태도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 태도를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누가 긍정 평가하면 영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의 긍정을 인정하는 단계에 나아가야 한다. 관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저자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인용한다. 

"나의 의지는 굳다. 너는 고집이 세다. 그는 어리석을 정도로 완고하다." 

영국 한 잡지사는 주어에 따라 표현이 다르게 변하는 유형들을 모집했다. 

"나는 정의에 따라 분노한다. 너는 화를 낸다. 그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날 띈다." 
"나는 그것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너는 변심했다. 그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했다." 

이어서, '장점의 단점 법칙' 개념을 설명한다. 개인의 장점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단점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순발력-급함, 신중-느림, 신념이 강한-완고 등이 그렇다. 그렇다면 반대로 '단점의 장점 법칙'을 적용해 내가 그 사람의 단점이라고 생각한 것이 다른 상황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저자는 논쟁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강준만'하면 논쟁과 토론이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스스로 '논쟁 강박증'을 갖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누가 비판하면 반드시 응하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원칙은 '독선과 오만'을 피하고 '성실과 겸손'을 실천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어 '침묵'의 장점을 인정한다고 말한다. 또한 시간이 어느 정도 해결해준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웃으면서 논쟁하는 법'을 실천한다. 저자는 이렇게 평온을 이루어가고 있다. 

평온을 유지하려면 잘 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없다 하더라도 거절은 쉽지 않다. 저자도 여러 번 마지못해 승낙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애초에 거절하는 것이 옳다고 결론 내린다. 내키지 않는 요청은 거절하는 것이 맞다. 저자는 책에서 김호의 <나는 왜 싫다는 말을 못 할까> 인용한다. 

"거절과 부탁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모든 이들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 많다. 나 역시 그런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가 나를 싫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의 과제이지 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아니며, 이렇게 과제를 분리하는 순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용서도 평온과 관련 있다. 그러나, 강압적인 용서나 부추기는 용서는 자제되어야 한다. 이는 주로 용서받고 마음 편해지려는 속셈이다. 상대방을 위한 용서가 나를 위한 용서가 바람직한 용서이고 감동적인 용서이고 훨씬 인간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가능한 용서는 '남을 위한 이타적 용서'가 아니라 '나를 위한 이기적 용서'다. 이렇게 해서 얻는 평온이 무작정 진정한 용서를 외침으로써 얻는 위장 평온보다 덜 위선적이거나와 수명도 오래간다." 

저자는 자기 계발서에 대해서도 옹호하는 입장이다. 넓은 의미로 모든 책이 다 자기계발을 위한 것이다. 독자들도 자기 계발서에서 나름 필요한 것만 취하는 능동적 독해를 한다. 미키 맥기를 인용하며 자기계발을 사적 영역에서 공적 영역으로 이끌어내는 운동도 좋은 제안이라고 언급한다.  

성공을 위해 행운과 능력 둘 다 중요하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그러나, 부의 축적에선 운이 큰 역할을 하는데도 사람들은 능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행운의 힘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성공에 행운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행운의 중요성은 사회적 연대에도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보상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평온을 유지하고 싶지만 사회는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회적 구조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긍정적 태도를 가지라고 강요한다. 대학서열병, 속물근성, 내리갈굼, 갑을 관계도 우리의 평온을 방해한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그것이 불의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견뎌내기가 훨씬 쉬어진다. 자책을 하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이 잘못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까지 생겨나면서 오히려 힘을 얻게 된다. 스트레스에 강하다고 뽐내는 사람을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 경멸하는 마음, 이게 바로 변화를 위한 출발점이다." 

한국만큼 의전 문화, 조직 문화가 발달한 곳도 없을 것이다.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 승진의 길이고 살 길이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밤낮, 주말 가리지 않고 상사가 호출하면 즉시 달려가야 한다. 그러나 과도한 충성심은 조직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조직의 폭력성을 확실히 인식하는 것은 평온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직인간이 조직의 안전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직에 대한 충성이 내부 견제나 감시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절대화되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조직이 망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평온을 유지하려면 적당한 포기와 적당한 성공을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표 없는 삶을 찬양하는 의견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조건 높고 거대한 목표보다는 낮고 작은 목표로 시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기며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다.  

실패에 대한 저자의 뼈아픈 충고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한국처럼 이른바 '패자 부활전'이 없는 나라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믿지 않는 게 좋다.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것도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구조' 탓이 크다. 그래서 소심해져야 한다는 게 아니라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평온한 삶은 단순히 마인드 컨트롤의 차원이 아니다. 개인과 사회가 같이 노력하고 만들어 가야 한다. <평온의 기술>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회 구조의 문제와 한국 사회 특유의 문제도 같이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이 우리로부터 평온을 뺏어간다고 말한다. 무엇이 우리의 평온을 뺏어가는지 알아가면 반대로 그것들로부터 평온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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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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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고수는 달라도 다르구나는 생각을 했다. 조훈현은 다섯 살 때부터 환갑이 넘은 나이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바둑 한 길만을 걸었다. 글에 앞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걱정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인생의 경험들, 즉 학업 경쟁, 취업 경쟁, 진로 고민, 짜릿한 사랑, 직장 생활의 힘겨움 등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이런 내가 삶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말하려 하니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이어서 바둑밖에 몰랐지만 그 안에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경험했고,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 음모와 배신까지도 경험했다고 덧붙인다. 바둑, 그 길에도 인생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담겨 있다. 어릴 때 부모 없이 일본에서 살았고 젊은 나이에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43살에 집에 데리고 살던 제자 이창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경험도 했다.  

그는 이기기 위해 바둑을 두었지만 이제는 승패 관계없이 바둑을 둘 수 있어서 좋다고 고백한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며 내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이란 것이 항상 좋은 날만 있을 수 없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생각, 나만의 확고한 생각들이 인생을 좀 더 즐겁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따라서, 생각을 바꾸고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고 따라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긍정적이고 건강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다. 또한 행복은 단단한 자아에서 온다고 덧붙인다. 그는 바둑판에서 이것을 깨달았다고 하는데, 인생이라고 다를 것 없다.  

"생각의 위대한 힘으로 최선을 다해 자기만의 바둑을 두자. 자신의 영토를 최대로 넓히자. 신중하게 포석하고 거침없이 공격하되 치열하게 방어하자.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이긴 것이다." 

발전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물론, 기본기를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기존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끈질기고 치열한 탐구심의 결과라고 그는 말한다. 창의성의 출발은 질문이고 질문을 통해 다시 창의성이 발달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긍정적인 사람은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음, 건강한 마음, 창의적인 마음은 이렇게 다 연결되어 있다. 

세고에 겐사쿠는 조훈현을 열한 살 때 집으로 들어와 살게 한다. 조훈현은 9년을 함께 살게 된다. 그리고 그가 세고에 겐사쿠의 3번째 제자이자 마지막 제자였다. 세고에 겐사쿠는 지도 대국에 인색했고 가끔 복기를 하라는 것 말고는 특별한 가르침은 없었다. 세고에 겐사쿠는 조훈현에게 스스로 답을 찾으라는 말을 했다. 이것이 그의 가르침이었다. 방향을 제시하고 혼자 공부하고 연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생각의 자유를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개성이 강해지고 자아가 단단해진다. 인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끌어갈 자신감과 확실한 인성이 형성될 수 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그 사람의 선택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지위나 배경, 학문적 지식, 집안 등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를 눈여겨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반대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인성과 인품을 기르고 원칙과 도덕이 쌓여야 한다. 인성과 인품은 가르칠 수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인성이고 인품인지를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부모도 자녀를 기를 때 마찬가지다. 

조훈현은 1984년 서른한 살 때, 이창호를 제자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그러했듯이, 이창호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는 창호에게 바둑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이창호가 그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알아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1990년 최고위전에서 조훈현은 15살 이창호에게 3 대 2로 지고 만다. 그들은 여전히 같은 집에 살았기 때문에 그날 경기가 끝나고 같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이창호는 계속해서 조훈현을 이기며 타이틀을 가져갔다. 1991년 말 이창호는 7관왕, 조훈현은 4관왕이 되었다. 이 시점에 이창호는 조훈현의 집을 떠난다. 

결국, 조훈현은 1995년 2월, 20년 만에 무관의 신세가 된다. 놀라운 것은 그날 그의 마음이 유난히 평화로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이 쏟아진다. 

"지키려고 할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막상 다 잃어버리니 자유로웠다."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놀랍다.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것이다. 그는 긍정적인 사고로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자신이 언제든지 질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인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을 그는 완벽히 실천하고 있었다. 이후, 그는 1998년 국수전 도전자가 되어 이창호를 만나고 승리한다.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증명해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조훈현은 항상 어떻게 살고 무엇을 위해 살지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최선을 다해 살고 두려워하지 말고 뛰어들라고 한다. 자신의 가능성의 최대치까지 올라가 보라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했다면 지더라도 당당할 수 있다. 따라서 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사람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한다. 자기계발서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핵심을 아주 잘 짚어낸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막연한 생각을 비판하며 환경을 탓하지 말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은 현실에 불만을 갖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바로는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이 최고의 환경이다. 불만을 갖고 환경 탓을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가 최선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현재 바둑은 속기 바둑이 80%이고 장고 바둑이 20%이다. 조훈현도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인정한다. 박진감과 스릴이 없으면 젊은 팬을 끌어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속기 바둑이 늘어나면 한 수 한 수 깊게 생각할 기회가 줄어든다. 젊은 프로 기사들을 대상으로 속기에 강한 그룹과 장고 바둑에 강한 그룹을 비교했더니 전자 그룹은 20~22세 이후로 실력이 많이 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바둑뿐만이 아니다. 우리도 진지하고 신중한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빠른 것은 쾌감을 준다. 재미있고 짜릿하다. 하지만 그것만 쫓다 보면 신중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정말로 진지하게 오랫동안 고민하여 결정해야 하는 때에 경솔한 판단을 하게 된다."  

시간제한의 중요성도 언급한다. 시간제한 개념은 모든 일에 있어서 중요하다. 특히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고 관리할지 훈련할 수 있다. 동시에 업무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프로가 되고 싶다면 어린 시절부터 시간제한이라는 압박 속에서 많은 일을 성취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바둑은 결정을 못 하고 초읽기 시간을 넘기는 것보다는 차선의 수라도 놓는 것이 낫다고 가르친다" 

바둑은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반드시 복기를 한다. 승자와 패자가 같이 복기를 하며 서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런 복기를 통해 승리한 대국에서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고 패배한 대국에서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고 그는 말한다. 이만한 성찰과 자기반성이 또 있을까 싶다. 이 과정에서 인내와 겸손,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복기는 후회가 아니라 새로운 전략의 수립이라고 덧붙인다.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젊음은 그 자체로 강력한 능력이며 무기이다. 대신 과신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젊고 건강할수록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동시에 나이 듦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건강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젊음은 축복이다. 그것만으로도 젊은이들은 대단한 존재다. 그러나 그 축복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조훈현은 대국이 있는 날을 빼고는 거의 날마다 산에 오른다. 무려 22년째. 몸과 정신은 연결되어 있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신과 맑은 정신을 만든다.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쉽게 말해 롱런할 수 있다.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가 그렇다는 것을 조훈현은 보여준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버티려면 체력이 있어야 한다.  

그는 스마트폰도 없고 휴대폰도 없다. 운전면허증도 없고 신용카드도 없다. 남들이 다 하더라도 자신이 필요를 느끼지 않으면 따라가지 않는다. 나중에 얼마든지 해도 되는 일에 몰두하느라 진짜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하루에 10분이라도 휴대폰을 끄고 나 자신과 대면하는 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창의적인 생각은 비워내고 멍하게 있을 때 번쩍 떠오른다. 삶에 대한 그의 통찰력은 정말 대단하다. 책 읽는 내내 그의 예리함과 날카로움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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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 할아버지의 낡은 여행 가방 - 인생을 바꿔 주는
앤디 앤드루스 지음, 강주헌 옮김 / 뜨인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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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로 유명한 앤디 앤드루스의 책이다. 존스 할아버지를 통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7가지 관점을 이야기한다. 성공하는 삶을 위한 7가지 관점은 바로 사랑, 걱정, 지혜, 은퇴, 성공, 용서, 변화이다.  

고난과 역경이 닥치더라도 가능성을 찾아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생각하고 배우고 기도하며 계획을 세우고 꿈을 가지면 변할 수 있다고 존스 할아버지는 먼저 조언한다. 존스 할아버지는 책을 여러 권 추천하는데 윈스턴 처칠, 윌 로저스, 조지 워싱턴 카버, 잔 다르크, 링컨, 빅터 프랑클 등의 이야기이다. 

존스 할아버지는 가진 것에 집중하고 '감사'하면 행복이 절로 찾아온다고 말한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불평불만하면 점점 삶은 나빠진다.  

사랑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해야 한다. 존스 할아버지는 4가지 방식이 칭찬, 배려와 행동, 접촉,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게리 채프먼의 <사랑의 5가지 언어>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5가지로 구분한다. 이 중에서 상대방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분별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남자는 봉사가 사랑의 언어라 아내를 위해 이것저것 바쁘게 움직이는데 아내는 함께하는 시간이 없어 오히려 불만이 증폭된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 중 40%는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이고 30%는 과거에 있던 일이라서 걱정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다. 12% 정도가 건강과 관계있는 것이다. 10%는 남의 시선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이다. 나머지 8%만이 합리적인 걱정이라고 존스 할아버지는 말한다. 걱정과 두려움을 떨쳐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근거가 있는 걱정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존스 할아버지는 지혜를 '현재의 선택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보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것과 가장 좋은 것의 미세한 차이를 분별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결혼할만한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여자 친구가 나의 친구들을 좋아하는지를 보라는 것이다.  

"네가 좋은 사람들, 현명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해 주고 모임에 함께하도록 독려해 주니? 아니면 반대로 너를 친구들과 떼어 놓으려고 하니?... 남자 친구든 여자 친구든 단둘만 있고 싶어 하면서 너희를 친구나 가족에게서 떼어 놓으려 한다면 잘못된 거야."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추가로 우선순위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당연히 1순위여야 한다. 친구들, 모임, 사회생활도 다 중요하지만 가족이 1순위여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변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존스 할아버지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변화는 즉각적이고 순간적이다. 다만, 평판이 바뀌는 데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물론, 결심만 해서는 안되고 변화된 모습을 바로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할 때는 실수인지 선택인지를 먼저 분별해야 한다. 실수는 '죄송합니다'만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만 선택은 진정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균형 잡힌 관점을 가지는 것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 어려움과 고난이 닥쳤을 때 특히 새로운 방향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고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 이것이 존스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주는 인생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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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벌 흑역사 - 하 한국 재벌 흑역사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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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창업자에 대한 기록은 많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직접 적거나 말한 평전이나 자서전, 기업에서 발간한 책을 참조해야 한다. SK는 창업자 최종건이 47세 나이로 요절해서 최종건에 대한 기록은 그의 입에서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전해 들은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즉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창업자 행적 미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더욱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종건 평전은 정말로 온전한 승자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다. 이병철이 남긴 것 같은 자그마한 실수도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저자는 최종건은 한반도를 수탈하고 전쟁에 간여한 일제 기업의 충실한 관리자였고 해방 직후에도 일본 점범기업 간부들의 탈출을 도왔다라고 해석한다.  

최종건은 식민지배 아래에서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하고 선경작물에 입사한다. 선경직물은 선만주단이라는 회사와 경도직물이라는 회사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였다. SK가 여기서 나왔다. 선경직물은 소전직물로 흡수된다. 이승만은 일제치하에서 해당기업의 주주 및 경영인, 관리인, 채권자 순으로 적산을 차지할 수 있는 순위를 부여한다. 일본을 가장 가까이서 도운 자들이 기업을 받는다는 황당한 조치였다. 최종건도 선경직물을 불하받을 계획을 세운다. 

"최종건을 비롯해 한국 재벌들 중 자수성가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들 대부분은 민족의 재산을 찬탈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기반을 닦았다. 그게 한국 재벌의 부정할 수 없는 뿌리였다는 이야기다. 
재벌들은 조상이 한 행위를 자수성가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자수성가'가 아니라 '민족 재산의 찬탈'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민족의 재산을 친일파들의 손에 넘겨준 채 오늘도 그들의 승승장구를 지켜만 보고 있다." 

SK그룹의 정경유착은 박정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건과 친했던 이병희라는 인물이 516군사 쿠데타에 가담한다. 김종필에게 선경직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김종필이 박정희에게 선경직물을 추천한다. 박정희는 쿠데타에 성공하고 네달 뒤에 선경직물을 방문한다. 이 때부터 선경그룹은 승승장구한다. SK그룹은 전두환 시절 유공(대한석유공사) 을 인수한 덕분에 재벌로 들어설 수 있었다. 당시, 유공은 대기업 순위에서 매출 6281억으로 한국 1위였다. 반면, 선경그룹은 매출이 유공의 3분의 1도 안되었다. 이후,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다.  

SK그룹은 최근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축이 정유와 텔레콤이었는데 이 두 사업 모두 민영화 과정에서 얻은 것이고 정부의 규제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SK그룹은 이 모든 혜택을 노소영을 중심으로 한 '노태우' 고리로 풀어나갔다.  

SK(주)은 영국계 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싸움을 벌인다. 소버린이 14.99% 지분을 사들이며 1 대 주주에 오른 것이다. 당시 최태원 지분은 1.39%에 불과했다. 이어 이사 선임안 개정안을 낸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인물은 이사직을 맡지 못하게 하는 안이었다. 즉, 최태원은 이사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경영권 분쟁으로 SK(주) 주가는 급등한다. 그러나 주총에서 반대가 60% 정도 나와 SK와 최태원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며 소버린은 주식 전량을 처분하며 9437억 원의 차액(5000원에 매입하여 10만원으로 급등)을 남긴다. 과연 소버린의 패배이고 최태원의 승리였을까?  

최태원은 회사 돈을 개인적으로 횡령해 베넥스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에 맡긴다. 그 금액이 무려 수천억원에 달한다. 최태원은 여의도 맨 출신인 김원홍이라는 점쟁이에 빠져 있었다. 2005년에는 선물과 옵션 투자금으로 무려 6,000억을 김원홍에 건네기도 했다. 결국, 최태원은 2013년 횡령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는다.  

SK그룹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최철원의 폭행 사건이다. 이는 영화 베테랑의 모티브가 되었다. 최철원은 지각한 직원에게 엎드려뻗쳐 시킨 뒤 곡괭이자루나 삽자루 등으로 두들펴 팼다고 한다. 한 중견 간부는 골프채로 맞기도 했다. 여직원에게 불만 많다고 라고 말하며 도베르만 개 줄을 풀고 "물어!"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최철원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2개월 뒤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저자는 금수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금수저들은 자신의 성공을 환경적 요인이 아니라 노력과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실험에서 알 수 있듯 금수저는 오만하며, 법을 무시하고, 나눔의 정신도 심ㄱ가하게 부족하다.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다 자기보다 못난 사람들이어서 멸시받고 천대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프는 이 실험의 제목을 '돈이 당신을 사악하게 만들까?'라고 지었다." 

저자는 최태원의 불륜도 언급한다. 마찬가지로 사생활의 영역인데, 사생활로 끝나지 않고 공적 영역으로 연결시켜서 문제이다. 불륜 상대인 재미교포 김 모씨가 아파트를 사고 팔 때 차익 8억을 남기는데 SK가 관여한다. 김 씨가 시세차액을 남긴 아파트를 분양한 곳이 SK건설이었고 김 씨가 매도한 상배당이 SK그룹 해외 계열사였다.  

재벌들의 행태를 보면 회사돈도 내 돈이라는 인식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여러 차례 알 수 있다. 저자는 이 부분도 짚고 넘어가며 여러 사례를 소개한다. 수천억, 수조원 자산가들이 회사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회사 돈이라는 인식이 없어서이다.  

재벌가문의 병역 면제율도 언급한다. 재벌가의 병역 면제율은 무려 333%이다. 10대 그룹으로 좁히면 56%로 치솟는다. 삼성 가문으로 축소하면 73%나 된다. 반면, 일반인의 병역 면제율은 6.4%에 불과하다. 유전병, 허리 디스크, 과체중, 영주권 등 다양하게 병역 면제를 받는다. 싱가포르는 8~12억, 에콰도르는 약 3,000만원, 캄보디아는 약 4억원을 내면 국적을 준다. 그래서 재벌들 중 에콰도르, 캄보디아 국민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역시 미국 국적자가 제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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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벌 흑역사 - 하 한국 재벌 흑역사
이완배 지음 / 민중의소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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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슈는 도대체 어느 나라 기업이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롯데의 뿌리와 그 과정을 살펴야 한다. 또한 현재 롯데는 한국 롯데 매출 비중이 90%를 넘는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은 자수성가한 경우다. 신격호는 결혼한 지 1년 뒤인 1941년 가족을 버리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당시 부인 노순화는 남편을 기다리다 친정으로 돌아가 30세 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일본으로 건너간 신격호는 와세다 공업고등학교 화학과에 입학한다. 이후, 사업가 하나미쓰가 신격호에게 5만 엔이라는 거금을 빌려주며 사업을 권한다. 

첫 사업은 커팅 오일과 밥솥 만드는 공장인데 실패한다. 다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비누와 화장품 공장을 차린다. 이 사업은 성공한다. 1947년 껌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신격호는 한때 작가를 꿈꿨는데 회사 이름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주인공 샤롯데를 떠올리며 롯데를 설립한다. 

신격호는 1959년 용산 갈월동에 껌 공장을 차리고 한국 사업을 시작한다. 한국 롯데를 지휘한 것은 그의 동생 신철호와 신준호였다. 1967년 롯데 제과를 설립하고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다. 롯데 껌은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며 성공한다. 그런데 1970년 11월 롯데 껌에서 쇳가루가 검출된다. 박정희는 신격호를 불러 호텔롯데를 지어달라고 요청한다. 서울 중심지 반도호텔을 인수하고 롯데백화점을 짓는다. 롯데의 자금 대부분은 '외국 자본'으로 인정받아 외자도입법에 의해 각종 세금도 감면받는다. 쇳가루가 오히려 박정희의 지원으로 연결되고 외국 자본 특혜까지 누리며 지금의 롯데 재벌을 이루는 발판을 마련한다.  

제2 롯데월드 부지 2만 6000평은 이명박 시절이 아닌 전두환 정권이 끝나기 직전인 1987년 12월에 차지했다. 이 일은 11월 신격호와 전두환이 독대한 사실을 주목하게 만든다. 신격호는 독대하며 전두환에게 50억을 건넨 것이다. 전두환 시기 롯데는 정권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물론, 외국계 기업으로 각종 세금을 감면받았다. 신격호는 노태우, 김종필, 김영삼 모두와 각별한 사이였다. 김영삼도 제2 롯데월드는 차마 들어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교통 혼잡이 눈에 뻔했고 인근 군사기지인 성남 비행장의 안전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격호는 2005년 이명박과 고려대 동기인 장경작을 호텔롯데 대표이사로 영입한다. 이는 세간에서 '친구 게이트'라고 불린다. 이명박은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롯데호텔 31층 스위트룸에 머무는 등 롯데와 끈끈한 관계를 보여준다. 마침내 2009년 신격호는 제2 롯데월드 건축 승인을 받는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계열사도 46개에서 79개로 늘어나고 총자산도 49조에서 96조로 늘어난다.  

신격호 동생 신춘호는 롯데공업을 세우고 라면 시장에 진출한다. 1971년 '새우깡'이 대박을 친다. 이어서 농심 라면도 1975년 히트를 친다. 신격호는 동생이 성공하자 심술을 부린다. 롯데공업에서 롯데를 떼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춘호는 롯데공업을 농심으로 바꾸고 형과 결별한다. 신격호는 이런 식으로 4명의 동생 중 3명과 갈등을 일으킨다. 형제의 난 원조격이다. 

저자는 롯데 가문 신동학의 엽기적 폭행 행각을 이야기하며 한국 재벌들의 주먹질 역사를 쭉 훑어준다. 책에서 언급하는 기업과 인물은 한국시티즌공업, 한화그룹, SK그룹, 한진그룹, 대림산업, 현대BNG스틸 등 너무 많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안하무인 인물들이다.  

신격호는 3명의 부인이 있다. 갑자기 신격호의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은 왜일까? 사생활이 사생활로 끝나면 사실 언급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주주와 사회에 환원되어야 할 기업의 이익이 사적으로 쓰이면 그것은 더 이상 사적인 일이 아니라 공적인 일이 된다. 셋째 부인 서미경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 맥락에서다.  

롯데그룹 산하에 유원실업이라는 회사가 있다. 소유주는 서미경, 신유미 모녀이다. 유원실업은 롯데 지원하에 매점 운영권을 헐값으로 넘겨받아 매출 200억 원을 올리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774억 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는다. 

롯데는 줄곧 정권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유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라이벌 관계였던 박근혜가 정권을 잡으며 롯데의 고난이 시작된다. 물론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과 친했던 CJ, 포스코, 효성에도 칼을 휘둘렀다. 그 결과, CJ그룹 총수 이재현을 구속했다. 효성그룹 회장 조석래는 징역 3년, 벌금 1,365억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도 기소되었다. 저자는 나쁜 놈들끼리의 대결이라 누가 맞는지 판단이 어렵다고 말한다. 보복성 수사도 나쁜 것이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에 횡령을 반복한 재벌도 나쁘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롯데로 돌아가서, 2013년 롯데홈쇼핑이 세무조사를 맞아 600억 원대의 추징금을 낸다. 롯데홈쇼핑 갑질도 밝혀진다. 이렇게 사고가 터질 때마다 롯데는 신기하게도 상생을 강조한다. 롯데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많은 재벌이 검찰 수사나 고난을 당할 때, 상생을 강조하고 사회 친화적 행동을 보인다. 

신동주와 신동빈의 대결은 한동안 계속 이슈였다. 복잡하고 치열한 난타전 끝에 신동빈이 승리한다. 그 과정에서 아버지인 신격호가 치매에 걸렸다는 등 차마 자식 된 도리로 해서는 안되는 언행도 난무한다. 신동빈은 아버지에게 모든 죄를 덤터기 씌기도 한다. 또한, 이들의 승계 싸움은 신동빈의 최측근이었던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자살하며 사람 목숨까지 앗아간다. 

롯데는 상장 주식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다.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주가가 100만 원을 넘어갔는데 액면분할을 하지 않아서였다. 롯데는 주주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IR도 연 적이 없다. 롯데쇼핑을 상장하며 드디어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가 새롭게 확인되기 시작했다. 2015년 공정위가 발표한 롯데그룹 지배 구조를 보면 너무 복잡해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복잡한 계산 끝에 호텔롯데를 지배해야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런데 호텔롯데의 주주를 따라가보니 일본에 있는 직원도 3명뿐인 골판지 포장재 만드는 영세 업체가 진짜 주인이었다. 이후, 2018년 현재는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해소하여 지배 구조가 많이 깔끔해졌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롯데는 어느 나라 기업인가? 롯데는 그동안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한국에서 각종 혜택을 받았다. 롯데는 한국 기업 이미지가 유리하다 싶을 때는 태극기를, 국내법 규제를 받아 불리하다 싶으면 일장기를 내세웠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롯데는 국적과 관계없이 돈과 시류를 좇았다고 결론 내린다. 

롯데 신동주와 신동빈은 병역의무를 이해해야 할 때 일본인이었다. 40대 이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신동빈 아들 신유열은 시게미츠 사토시라는 일본인이다. 한국 언론은 적당한 나이가 되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해 3세 경영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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