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 - 아들이 묻고 경제학자 아빠가 답하는 아주 특별한 수업
홍춘욱 지음 / 에이지21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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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국민연금 투자운용팀을 거쳐 지금은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코노미스트다. <환율의 미래>등 다수의 경제 관련 서적을 집필했다. 학부는 사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이라는 이력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에 있을 때 새로 온 상사한테 하루 종일, 주말 내내 시달리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장 먼저 비행기 티켓을 끊고 아들과 함게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다. 이 책은 여행하며 아들이 질문한 내용을 돌아와서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집필하였다. 

"파리에는 왜 높은 건물이 없을까?"가 첫 질문이다. 이는 <도시의 승리>에 잘 나와 있는데 바로 나폴레옹 3세 때의 도시 계획 때문이다. 나폴레옹 3세는 도시 재개발을 하며 넓은 대로를 만들었다. 왜냐하면 혁명의 바리케이드를 쳐부수기 위해서는 대포가 필요한데 대표는 좁은 골목으로 끌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좁은 골목을 다 허물고 방사형 도로를 만들었다. 

'플란다스의 개'의 무대가 되는 지역이 바로 프랑스의 플랑드르 지방이다. 플랑드르 영어 발음이 바로 플란다스인 것이다. 플랑드르는 중세 시대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였다.  

베르사유 궁전에는 거울의 방이 있다. 17세기까지 유리 제조로 가장 유명한 지역은 베네치아였다. 이에, 후발주자인 프랑스의 유리 제품 기술력 홍보를 위해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에 거울로 가득 찬 방인 거울의 방을 만들었다. 루이 14세의 낭트 칙령 폐지로 인해 신교도들은 프랑스를 빠져나간다.  

"낭트 칙령을 폐지하자 신교도는 종교의 자유를 찾아 프랑스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고, 이 덕에 영국과 스위스 등 인접 국가가 큰 이익을 보았죠. 왜냐하면 신교도의 상당수가 상인과 기술자였기 때문입니다. 프랑스가 경쟁력을 잃어버린 대표적인 산업은 '시계 제조업'이었습니다... 루이 14세의 '낭트 칙령 폐지' 정책은 대대적인 시계공의 해외 탈출로 이어져 인재 유출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저자는 서양이 동양과 점점 격차를 벌리며 발전한 원인도 분석한다. 바로, 지리적 환경의 차이, 재산권 보호, 금융 시스템 구축, 농업이다.  

특히, 저자는 농업을 이야기하며 유럽의 밀과 아시아의 벼를 비교한다. 벼는 밀에 비해 수확량도 많고 2모작, 3모작이 가능하다. 즉, 벼는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동양의 장점인데, 왜 서양이 더 발전하는 기회가 된 건가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바로 중국은 많은 인구로 인해 기계 발명의 필요성이 적었다는 것이다. 반대로, 영국은 몸값이 비싸서 기계를 만드는데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는 산업혁명의 근간이 된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에 시작하여 1345년에 완공된다. 저자의 아들은 왜 이렇게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들여서 건축물을 지었는지 질문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첫째는 경쟁, 둘째는 신앙심이라고 대답한다. 신앙심과 관련해서는 예수님이 쓰신 가시관 같은 성유물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는데 바로 성당을 지어 보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에서이다. 실제로 예수님의 가시관은 노트르담 대성장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다음 질문은 "왜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마을들은 다 산 위에 있는가?"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바로 질병에 대한 공포와 사라센의 해적 때문이었다. 무엇이든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저건 왜 저렇고 이건 왜 그럴까'를 질문하는 습관은 지적 탐구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의문을 던지고 의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학습 방법 중 한 가지라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다시 확인하게 된다. 

상류 계급은 끊임없이 자신들을 다른 계층과 구별하고 차별화를 시도한다. 의복이 그랬고 명품과 예술에 대한 안목이 그러했다. 특히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 가문은 부유한 상인으로 시작했다. 가문의 부와 명예를 더 높이기 위해 메디치 가문은 예술가를 후원하기 시작한다.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았다. 미식에 대한 안목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와인과 요리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상류 계급 사교의 핵심 요인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임원들 중, 와인 예찬론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와인은 어떻고 저 와인은 어떻고 하면서 한참 썰을 푸는데 소주, 맥주랑 똑같은 술 같은데 왜 와인만 특별대우를 하는 것일까라고 속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 이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물론, 와인은 숙성, 포도의 상태, 기후 등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몇 년 산이고 어떤 종류인지 알면 더 풍성히 즐길 수 있기는 하다.  

다음 질문도 아주 인상적이다. "왜 창문을 닦는 이들은 다 유색인종인가요?" 일반적으로 기업은 학벌과 학점으로 그 사람의 '성실성'을 평가한다. 반면, 이주 노동자는 그 사람을 알 방법이 없다. 이때 '역선택'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성실성이나 능력을 검증할 수 없어서 일단 최대한 임금을 깎는 것이다. 당연히 단순 반복하는 일은 학벌을 볼 필요가 없다. 그저, 가장 저렴한 임금으로 고용하면 되는 것이고 주로 이주 노동자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현상은 사람들 인식 속에 일반화되어 피부색과 종교로 사람을 구분하고 차별이 고착화된다. 

책을 읽고 나니, 나도 자녀가 성장하면 같이 꼭 여행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녀와서 책도 쓰고 싶다. 그때까지 지식을 습득하고 뇌를 갈고닦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궁금한 것이 있으려면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질문에 답하려면 지식을 찾고 연구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널리고 널린 것이 책이지만 책은 그냥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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