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쓸모 - 옥스퍼드에서 실리콘밸리까지, 교육학자 김선이 풀어낸 언어가 다른 이들과 통하는 법
김선 지음 / 혜화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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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인문학 서적으로 오해할법 하다. 하지만 알고보면 에세이집. 민족사관고를 거쳐 당시 처음으로 옥스포드 대학으로 진학해 교육학자로서 살고 있는 저자의 인생이야기였다. 그러고보면 영어를 잘 못하는데 유학을 가기위해 어떻게 공부를 했다라는 내용도 아니고 영어말고도 다른 언어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아니다. 그럼 언어의 쓸모라는 제목이 어떻게 붙여진거지? 다시한번 책장을 넘겨가며 목차를 살펴보니 내가 영어를 잘해서, 공부를 잘해서 옥스포드 대학교에 갈 수 있었고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더불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영어라는 언어가 이렇게 쓸모가 있다라는 이야기 정도로 갈음할 수 있으려나. 써놓고 보니 다소 부정적으로 보일수도 있겠는데 제목이 안어울린다는 말이지 내용 자체는 저자의 학창시절 이야기로 본다면 납득할 수 있겠지만 지금 제목은 다소 낚시라는 말이다. 


오히려 저자가 교육학을 전공했기 때문인지 간간히 언급된 교육관련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몇가지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개념을 발췌해보자면 12가지 인생의 법칙으로 유명한 토론토대 심리학 교수의 조단 피터슨이 교육에서 강조했다던 power of articulated speech나 종종 접했던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 인문학자 마사 누스바우이라는 사람이 이야기했다는 서사적 상상력narrative imagination 등이 있었는데 이러한 개념을 언어와 연관지어 조금더 풀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아쉬움이 든다. 옥스포드 학생을 중심으로 조선에듀와 제휴해 국내에서 진행했다는 캠프 이야기 속에서 한국학생들이 밥먹어라고 할때 have a meal같은 식으로 말해서 please도 없이 명령조로 말한다며 중간에서 오해를 풀어주느라 애먹었다는 부분같은게 있긴 했지만 다른 에피소드 대비 특별할건 없었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자신과 달리 공부도, 영어도 잘 못했지만 현장 적응력이 뛰어나 캐나다인가로 유학을 가서 컨설팅펌에서 일하고 있다는 오빠라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부러운걸 넘어 이 이야기를 왜하시는거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건 앞서도 언급했듯이 간간히 저자가 인용한 자료나 경험들을 통한 간접경험이 내게 서사적 상상력(맞는 적용인지 모르겠다.)을 자극했기 때문인데,



이런 부분이나



요런 부분들이었다. 표지에 2020 우수 출판콘텐츠 선정작이라는 앰블럼이 붙어있던데 기회가 된다면 저자의 다른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지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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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인문학 - 생명의 근원에서 권력의 상징이 되기까지, 역사와 문학, 신화와 과학으로 살펴보는 물 이야기
베로니카 스트랭 지음, 하윤숙 옮김 / 반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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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Water : Nature and Culture이다. 저자가 영국 더럼대학 인류학 교수로서 인간과 환경, 특히 물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오신 분이라고 하는데 책 내용 역시 물에 대해서 다양한 학문과 관점에서 다루고 있었다. 단적으로 말해 물하면 생각나는 단어를 나열해보라고 할때 전보다 몇개, 아니 조금 과장해서 몇십개는 더 나열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지구상의 대부분은 물론 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게 물이라는 것은 지구과학과 생물학 기초지식만 있다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생명의 근원이 물이기도 하니 우주에서도 생명의 기원을 찾기위해 먼저 찾아보는게 물, 그리고 물의 흔적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고. 우리가 섭취하고 내보내는 물순환을 이야기하며 다룬 NASA의 우주선 물 재활용 이야기에서는 얼마전에 넷플릭스에서 보았던 화성탐사를 다룬 어웨이라는 작품에서 우주선 물정화 장치가 고장나서 물부족으로 모두가 죽을뻔한 에피소드를 다뤘던게 생각나기도 했다.


많은 기원신화에서 등장하는 홍수는 물로 인간세상 자체를 정화하는 이야기이고 이류의 문명이라는 것 또한 물가까이에서 탄생했으며 물을 다루는 치수능력은 국가권력의 바로미터이기도 했을 만큼 물이라는 것은 인류사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물질이다. 책에 실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팔의 정맥을 하천의 흐름에 비유했다는 부분을 보면서는 각 나라의 속담이나 격언에서 등장하는 물을 조사해봐도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는데 아쉽게도(?) 그런 내용은 없더라는.


중심지에는 반드시 인상적인 분수를 설치해야 국가의 수도가 완성되었다며 제네바 호수에 있는 140m의 제트분수, 사우리아라비아의 제다의 260m짜리 킹파드 분수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진자료로는 베르사유와 부다페스트에 있는 분수만 나와서 도대체 100m도 그렇지만 200m를 훌쩍 넘는 분수는 어떻게 생겨먹었나 싶어 찾아보기도 했다. 이건 뭐 분수라기보다는 물을 뿜어올리는 기계가 아닐까 싶게 생겼는데 홍해 바닷물을 그대로 뽑아올리는 구조이고 높이는 책에 언급된 높이보다 더 높은 312m라고 하니 더 성능이 높아진 모양이다.


조금 이상했던 부분은 댐이야기를 하는 챕터였다. 댐 건설로 인한 이주민, 자연환경 변화 등을 이야기하며 많은 국가가 댐 건설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지만 인도, 중국, 한국 및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부정적으로 언급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 위에 언급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화력이나 원자력이면 몰라도 수력발전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청정에너지원 아니었나 싶었기 때문이다. 잠깐 찾아보니 역시나 친환경에너지원으로서 수력발전 기술 국산화에 힘쓰는 것은 물론 포천, 홍천 등에 양수발전소 건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 해외 수력발전소 건설에도 많은 투자가 진행될 계획이라고.


이 밖에도 기후변화와 물부족 위험을 다루는 부분을 보면서 앞으로 물을 사마시게 된지 얼마나 되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면서 우리나라도 곧 물부족 국가에 들어서며(벌써 그렇다는 말을 들은듯도 싶지만) 생수가격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페트병이 계속 나오는게 좀 찔리던 참이었는데 정수기로 바꿔야하나 살짝 고민하기도했다. 아참 책 말미에 이루마의 곡 '네 안에 강물이 흐른다'를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이루마가 유명한건 알았지만 이 곡은 생소했기에 한번 들어봤는데 왠지 익숙한 멜로디였다는. 듣다보니 가사도 있었다. @.@


다양한 자료사진들과 더불어 살펴볼 수 있었던 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 그리고 물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 책. 특히 우리나라의 하수처리 및 물공급 시스템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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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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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사진작가와 더불어 가이드로서 저자를 모시고 로마를 제대로 돌아보는 가이드집을 보는 느낌이었다.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명화들 사진을 설명과 함께 보는 것이 분명 나중에 90%이상은 잊어버리겠지만 유익하게 볼 수 있었는데.


'우리가 스페인 광장이라고 부르는 공간을 로마사람들은 피아차 디 스파냐라고 부른다. 피아차는 영어의 플라자로 발전했고, 그래서 서울시청 앞 광장을 마주보고 있는 호텔이 플라자 호텔이 된다.'


'키케로는 인문학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되는 후마니타스, 즉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는 개념을 처음 생각해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본격적으로 정치에 몸담기 전에 키케로는 공익 변호사로 명성을 떨쳤다.'


같은 것들에서 부터


카이사르에 대해 영웅전의 저자 플루타르코스는 천하의 악당이라고 평할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음에도 우리나라에서 호의적인 이미지로 고착된 이유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때문이라는 사실, (그의 루비콘강 도하는 명백한 반란행위이며 인륜을 저버린 파렴치한이라고)


판테온 신전의 천장에 뚤린 지름 9미터의 구멍을 눈이라는 뜻의 오쿨루스oculus라고 부른다는 걸 보고 VR기기 제조업체인 오큘러스가 여기서 따온 이름이구나 하고 뒤늦게 깨닫게 만들어주기도 했고,



유명한 흉상인 아그리파라는 사람이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친구이자 부관이자 사위였고 그에게 항상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었던 사람이었고 심지어 그가 먼저 죽자 아우구스투스 자신이 묻히려고 했던 황실무덤을 내주기까지 했다는 이야기 등,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다양한 정보들을 화려한 시각자료와 함께 접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스토아철학자이자 로마의 황제였던, 플라톤이 국가에서 제시한 철학자 황제의 그것이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한말을 인용하며 마무리.


'아침이 밝아 오면 너 자신에게 말하라. 오늘 또 분주한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교만한 사람, 나를 속이려 드는 사람, 질투심이 가득한 사람, 그리고 무뚝뚝한 사람들이 오늘 나를 찾아올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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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 법을 지배한 자들의 역사
한홍구 지음 / 돌베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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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시작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어쩌다보니 최근들어 가장 사법부가 시끄러울때 완독하게 되었는데 사법부가 어떻게 권력에 휘둘려왔는지, 엄혹한 시절 어떻게든 사법독립을,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판사들이 내쳐졌는지, 정치적인 판결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는지에 대해 시간순으로 다루고 있는 사료집에 가까운 책이었다. 부제를 붙일 수 있다면 '사법부, 오욕의 역사' 정도가 적당할 정도.


대부분 사실 기술 중심이나 간혹 저자가 직접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때가 있는데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요새 이슈가 되는 판사 뒷조사는 당시 안기부에서 입맛에 맞는 판결을 위해 해왔던 일이었는데 이때는 조사로 끝나는게 아니라 판사배정 등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으니 그나마 이런점은 줄어들었다는게 조금은 나아진 점이려나. 물론 경제 등 다른 쪽으로 엮여서 안좋아진것까지 하면 쌤쌤이려나 싶지만.


최근 뉴스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말이 귀에 들어와서 이 책에서 본것 같은데 싶어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부분이었다. 오늘날의 사법부에게 필요한 연구회는 무엇일까, 혹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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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늑대 - 바이킹의 역사
라스 브라운워스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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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이킹의 역사를 배경으로한 게임을 종종 하는 중이라 이왕이면 관련 정보와 함께하면 좋을 것 같아 선택한 책이다. 바이킹이라고 하면 꼬깔모자? 노르웨이? 덴마크? 정도만 알고 있는 내게(그러고보니 넷플릭스에 바이킹이라는 드라마가 있는걸 본듯) 제대로된 바이킹에 대한 정보를 접한건 처음이었다. 책한권 일독했다고 뭐 제대로 알았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잉글랜드 각 지역에서의 전투, 그리고 그들의 문화와 더불어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오늘날의 캐나다 서부해안인 빈란드 지역 탐험에 이르기까지 생각이상으로 유익하게 볼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게임에서는 영국 각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수도원 약탈을 통해 물자를 조달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실제로 영국의 수도원들은 내부의 약탈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해안가에(바다쪽은 수비를 안해도 되므로) 주로 지어 바이킹들의 손쉬운 타겟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수도원은 부자들의 헌금 뿐만 아니라 귀중품을 보관하는 용도로도 쓰여져 1순위 목표였다고. 바이킹들의 배는 롱쉽이라고 불리는 폭이 가늘고 긴 배였는데 기동성이 뛰어나 색슨족들이 구원요청을 해도 이들이 오기전에 빠르게 물러가는 바람에 별 효력이 없었다고 한다.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이 부분을 보면서는 고려나 조선시대 당시 해안가를 중심으로 들끓었던 왜구가 생각나기도 했다. 세키부네인가 하는 배가 바이킹의 롱십이랑 성격이 비슷하기도 하니.


또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잉글랜드에서 한개의 부족만 빼고 바이킹이 전멸시켰기에 오늘날 잉글랜드가 하나의 나라가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책 말미에 나온다. 이건 좀 반발이 있을 수 있겠는데 싶어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바이킹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8세기후반부터 11세기정도까지는 우리나라의 발해-통일신라시대(남북국시대)에서부터 고려시대였다. 몽골의 여러차례에 걸친 침략이 있었던 시기랑 비슷할까 싶어 좀더 알아보니 이건 13세기에 있었던지라 시기상 차이가 있었긴하지만 후삼국시대의 혼란, 거란이나 여진족의 침략이 있었던 때이니(언제 평온할때가 있었긴 했냐마는) 얼핏 비슷해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렇게 찾아보며 비교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문득 오래전 재밌게 본 김상훈씨였나가 쓴 통세계사 시리즈가 생각나기도.


바이킹들이 오늘날 프랑스 지역으로 진출했을때는 약탈한다고 신호를 보내면(?) 알아서 공물을 바치기도 했었다는데(이걸 지칭하는 용어가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바이킹들은 피해하나 없이 공짜로 뜯어낼  있는 기회니 자주 활용했고 이는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고 한다깡패들이 삥뜯는거 마냥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이들은 국력을 키워나갔고 나중에는 커진 국력을 바탕으로 바이킹족들의 무력을 사서 러시아쪽인가의 지역을 침략할때 용병으로 활용했다고 하니 노르망디 공국같은게 있었긴 했지만 서서히  나라의 부족으로 흡수되며 하나의 국가로 정착하지 못한 바이킹족의 명멸을 엿볼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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