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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평점 :
유발 하라리니까 이런 책도 쓸수 있구나 싶다. 완독하고 나서 원제가 혹시 다를까 싶어 확인해보니 그건 아니었고 거의 직역한 수준. 레슨lesson을 제언으로 바꾼 정도인데 테마별로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고 보긴 어려우니 굳이 따지고 들자면 이렇게 의역한 제목을 붙일 수 도 있을 것 같다. '21세기를 사는 내가 나누고픈 사피엔스로서의 21가지 생각'.
키워드별 나열된 글의 배치가 무작위인 것은 아니지만 사실 어느부분 부터 읽어도 상관없어 보인다. 특히 마지막 명상 파트는 21가지를 맞추기 위해 다소 억지스럽게 끼워넣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뭐 최근들어 명상 열풍이 불고 있는건 사실이긴 하다. 국내 출간된지 1년 반이 넘었고 확인은 안되지만...이라고 쓰고 혹시 몰라 아마존에서 확인해보니 영문판도 같은 시기에 출간되었다. 그간 인기에 힘입어 이 책은 한영동시 출간된 듯. 하여간 명상meditation앱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미라클 모닝이나 정신건강 관련한 테마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도 비슷한 듯 하니 억지스러운건 아닌듯도 하고... 키워드만 봐서는 비중이 떨어져보여서 그렇게 느꼈으려나.
아무튼 모든 챕터에서 저자의 분명한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가벼이 볼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저자가 유대인임에도 종교파트에서 유대교를 에둘러 비판한 부분은 신선했는데 추가로 눈에 띈 문장들을 옮겨본다.
- 아마도 21세기 포퓰리즘 반란은 사람들을 착취하는 경제 엘리트가 아니라 더 이상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제 엘리트에 맞서는 구도로 전개될 것이다. 이는 지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착취에 반대하는 것보다 사회와 무관해지는 것에 맞서 투쟁하기가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 슬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자 저자의 통찰이 드러난 부분
- 브렉시트 투표 관련한 리처드 도킨스의 비판 '차라리 아인슈타인이 대수학을 맞게 풀었는지 결정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거나, 조종사가 어느 활주로에 착륙해야 할지를 두고 승객에게 투표하게 하는 것이 낫겠다.' > 철인정치가 생각나는데 토론주제로 삼을만한 부분.
-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퍼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작동하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답하지 못한다. 이를 두고 스티븐 슬로먼과 필립 페른백은 '지식의 착각'이라고 불렀다. > 지식의 저주, 지식의 착각... 사람은 참 연약하고 간사한 생물인듯.
- 좋든 나쁘든 허구는 인류가 가진 도구들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에 속한다. 종교적 신념을 통해 사람들을 한데 뭉치고 대규모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군대와 감옥은 물론 병원과 학교, 다리도 지을 수 있다. > 신천지, JMS같은게 먼저 떠오르는걸 보면 사람들은 종교와 점점 더 멀어지고 있고 국교가 있는 나라가 아닌다음에야 사회적인 대규모 협력을 이끌어내기는 더 힘들어지는 세상인듯. 특히나 정치를 종교화하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