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다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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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딱 설명하긴 어렵지만 일본작가스러운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작가명을 확인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읽다보니 그대로 드라마로 옮겨도 될듯한 짜여진 장면장면들이 상상되며 새삼 일본 작품이구나 싶었다는. 아래는 간략한 줄거리. 


주인공은 직장때문에 고향을 떠나와 도시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회사 생활에 어떻게든 적응해보고자 노력했으나 커다란 계약을 앞두고 난데없는 실수로 인해 큰 문책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실수는 주인공의 잘못이 아니라 신입이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아 큰 계약을 따면 자신의 목표는 그만큼 더 높아지고 실적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것을 예상한 상사의 컴퓨터 조작때문이었던 것.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주인공은 좌절에 빠지게 되고 자살시도까지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려는 순간 나타난 미스테리한 인물이 난데없는 동창이라며 접근하는데... 마저 더 쓰자면 이 미스테리한 인물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말도 잘 들어주고 매력이 있어 술친구가 되었는데 어느순간 미심쩍은 일이 발생, 이 미스테리한 인물의 정체를 파헤치며 뭔가 반전이 기대되었으나 네버.(더 밝히면 너무 스포) 아무튼 이 이타적인 인물의 행동배경을 이해한 주인공은 결국 자신있게 회사를 그만두고 그 미스테리한 인물마냥 자신도 좌절에 빠진 한 이방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제부터는 생각나는대로 끄적여보는 감상.


- 일본은 영업직인데 노트북이 아니라 데스크탑을 주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암호도 안걸어놓고 아무나 자신의 컴퓨터를 켜서 파일을 조작할 수 있게 오픈해놓다니 주인공은 컴맹인건지 멍청한건지.


- 우리나라 지하철의 스크린도어가 참 좋은 시설이었다. 아직 설치되지 못한 역이 몇개 있는것 같던데 어서 빨리 모든 역에 설치가 완료되어 충동적으로 뛰어드는 기회자체를 없애버려야 할듯. 얼추 4년정도 지났는데 일본의 스크린도어 설치 상황은 어떠려나.


- SNS를 통한 신상추적이 어째 우리나라보다 인구수가 두배이상 많은 일본에서 더 수월한듯.


- 일본 회사문화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파워하라, 세쿠하라 뭐 이런거.


결론은 지나친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회사생활은 재밌게 하는게 맞다고 다시한번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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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 무너뜨리기 - 세상을 지배하는 가부장제의 교묘한 작동 원리를 파악하고 해체하는 법
캐럴 길리건.나오미 스나이더 지음, 이경미 옮김 / 심플라이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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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why does patriarchy persist?', 그러니까 '왜 가부장제가 지속되는가'이다. 가부장이라는 말 자체를 오래만에 접했는데 구글에서 찾아보니 말그대로 가장이 강력한 지배권을 가지고 가족을 통솔하는 가족 형태라고 되어있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가장은 남성쪽인 경우가 많으나 분명 가모장제도 있을터이니 여기서의 가장이란 남성임을 명시해서 구별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사전을 찾아보니 역시나 '가장인 남성이~'라고 되어있다.


서양에서 촉발된 미투운동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또 달라지는 중이다.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닌 것처럼.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는 말을 쓰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시대가 온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눈 사고방식에 기초한 질문이라는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 당연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가부장제 또한 이러한 젠더 이분법에 기초한 문화라고 이야기한다. 


남성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숨길줄 알아야 한다는, 즉 생각과 감정을 분리할 줄 알아야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받으며 자라나고, 그리고 여성은 돌봄을 내면화하고 관계를 중시하며 관계를 망칠 우려가 있을 경우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숨길줄도(심지어 그게 강간이라고 하더라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은 때로는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때로는 이성을 조금더 이해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읽은 82년생 김지영에서 등장하는 부부간의 대화 또한 이러한 가부장제에 입각해 있지 않았던가. 그 착한 남편이 김지영을 위한다고 말하는 것이 '함께 하자'가 아니라 '내가 더 집안일을 도울께' 였으니.


또 이런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 2008년에 실시된 '화를 내는 여성은 앞서갈 수 있는가'라는 연구에 따르면 화를 내는 남성은 보상받지만 화를 내는 여성은 남녀 모두에게 무능력하고 권력의 자리에 오를 자격이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실 책장이 잘 넘어가는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부장제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인식속에 박혀있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기에, 나도 이렇지 않은가하고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기에 딱딱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읽어볼만 했던 책이었다. 혹시 몰라 이 책 제목으로 유투브에서 검색해보니 가부장제 및 조던 피터슨에 대한 영상이 몇개 나온다. 유해한 남성성이란 무엇이냐는 제목이 눈길을 끄는데 한번 봐야겠다. 기회가 된다면 서양쪽 말고 우리나라 버전의 책을 접할 기회가 있으면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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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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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출간 3년이 지나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곧 영화로도 개봉할 모양. 그래서 읽은건 아닌데. 아무튼 생각보다 분량이 길지 않아 금방 읽었다. 이제보니 1인칭 소설이 아니라 액자식 소설이라고 해야하나, 정신과 의사가 내원한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풀어내는 형태로 기술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중간중간 개입하는건 아니고 초입부분에서의 정신병 발발 부분이야기를 시작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ADHD로 의심되는 자녀와 잘나가는 치과의사였으나 지금은 전업주부가 된 아내를 둔 정신과의사 본인 이야기를 마무리로 해서 본문은 김지영 이야기를 시기별로 나누어 풀어놓고 있는데 읽다보니 이 책이 페미니즘 관련하여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이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관련하여 눈에 띌수밖에 없었던 것이 르뽀가 아닌 소설임에도 여자 주인공, 그러니까 김지영이 겪는 일들이 있을법한 일들을 모조리 직간접적으로 겪어나가는게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보이이는걸 넘어 심지어 중간중간 저자가 개입하여 관련한 여성차별을 드러내는 설문결과를 제시하며 저자의 의도가 너무 뻔하게 드러나 몰입마저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 오래전 방영했던, 김희애, 최수종 등이 출연한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그것이 알고싶다' 분위기로 전환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러고보니 혹자가 이건 82년생 김지영이 아니라 72년생, 아니 62년생 김지영이라고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생각난다. 그나마 남편이 상식적인 사람이고 어머니는 끼인세대로 등장하는데 아예 처음부터 이러이러한 의도로 심각성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적인 작품이었음을 선언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왜냐하면 뜬금없이 시작해서 뜬금없이 끝나버린 듯한 느낌마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이거 김지영 스토리의 결론이 어떻게 난건지도 애매. 사부인으로 빙의해서 미쳐버렸다는게 끝인가? 


영화 '파이란'은 비슷한 구성으로 감동이라도 느꼈지만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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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이 자기계발서를 쓴다면 - 하버드대 교수들의 진화론적 인생 특강
테리 버넘.제이 펠런 지음, 장원철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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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되지 못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문명화된 외부인이 찾아오면 여지없이 음식과 물, 약품, 무기 등을 훔친다. 이것이 뜻하는것은 소유에 대한 갈망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이 보편적 욕망을 광고가 자극한다. 소유를 갈망하는 괴물은 문명화의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안에 살고 있다.'


소유에 대한 욕망은 보편적인가보다. 그러니 이 욕망에서 벗어난 사람을 성인이라고, 해탈했다고 부르는 것이겠지.


'유전자는 지난 과거의 성취에 관심이 없다. 유전자는 언제나 잡힐 듯한 위치에 토끼를 위치시키고 끊임없이 그 토끼를 향해 내달리도록 우리를 몰아간다.'


그러니 가진놈이 더 하다는 말이 슬프게도 유전적인 본능에 따른 현실이라는 것.


'이간은 어떤 강렬한 감정이든 한시적으로만 느끼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예를 들어 출산의 고통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여성은 없다. 이 편리한 기억상실증은 진화적으로는 분명한 장점이다. 만약 출산의 고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면 다시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을 것이고, 둘째나 셋째는 태어나지 못할 것이다.'


듣고보니 맞는 말. 가까운 사람을 먼저 떠나보냈을 때도 마찬가지. 그래서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려나.


사람들이 자신을 평균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느 긍정적 환상인 '워비곤 호수 효과'의 연장선에서 사람들이 과도한 자신감이 로또를 사는 이유라고 한다. 1부터 1800만 사이의 어떤 숫자 하나를 상상하고 있을때 맞출 확률과 비슷함에도.


이 밖에 형제 자매 등 가족구성원들간의 적대감이 보편적이라는 이야기나 헬스클럽 멤버십을 할인받아 구입할수록 더 안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 진화론 관점에서 해석해보는 남녀간의 근원적인 차이(사물의 위치를 기억하는 능력을 계속 움직이는 사냥감을 추적하는 남성과 아기근처에서 고정된 식물을 채집하는 여성의 차이로 접근), 그리고 더 많은 종족번식을 위한 동물의 진화(최근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이와 관련한 주제를 다루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자기절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이야기 (첫째, 말그대로 의지력을 강화하는 것 / 둘째,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만드는 것(저칼로리 식사, 다이어트 코크 등) / 셋째, 나쁜 행동을 할수 없도록 스스로에게 제한을 거는 것(구입한 음식을 받자마자 반을 버리거나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 / 넷째, 결정하기 전에 욕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먼저 하는 것(마트에 장을 보러가기전에 간단한 식사를 먼저 하는 것)) 등 여러 이야기들 속에 교양을 넓힐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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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안성민 지음 / 디벨롭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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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치가 퇴보했다니, 한세대전보다 속도는 느릴지언정, 부침은 있을진정 나아가고 있는거 아닐까싶은 마음에 읽어보게 된 책이다. 저자 프로필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정치에 몸담고 있거나 몸담았던적이 있었던 사람도 아니고 그냥 보통, 청년, 직장인 같은 그저 우리네 삶을 주제로 책을 쓰고 있는 12년차 직장인이라고 소개되어있는 문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부럽기도 하고. 전작의 제목들이 하우투 워라벨, 생계형 인문학, 미세유행 2019인걸 보니 정말 제목만 보아서는 다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느낌.


거대담론을 담은 책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있는 책이니만큼 청년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권장한다거나 비판하는 책이라고 보긴 힘들고 왜 청년정치가 지금 상황인지에 대한 생활분석서에 가까운 느낌. 뒷부분은 현실정치 비판쪽에만 치우쳐 있는데 어쩔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대안제시가 부실해보이기도 했다. 다만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정당별 평균나이를 제시하면서 우리세대의 이익을 대변해줄 정치단체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부분은 귀기울여 들을만한 부분이었다. 특히 뒷부분에 실린 청년정치지망생을 대상으로 기성 정치인이 그저 꼭두각시 취급하더라는, 오래되지 않은 사례라며 인용한 부분은 왜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는지 안타깝기도. 


노인들이 정치적인 실권을 잡는 사회체제를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라고 한다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용어였다. 정당별로 청년정치인을 나누는 기준나이가 상이하며 일반적으로 청년당원을 만 45세로 규정하고 있다는 부분도 흥미로웠던 부분. 이와 별도로 투표권을 갖는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유관순열사도 당시 18세로 십대였다는 이야기는 오히려 그때보다 훨씬 더 의식이 성숙해지고 심지어 학교에서 부족한 점이 있을지언정 정치과목까지 배우고 있는 오늘날 시급히 처리해야할 문제가 아닐까 싶더라는. 하여간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정치카르텔 안에서 청년 정치인은 그저 얼굴마담으로만 써먹는, 게다가 비례대표로 뽑힌 청년의원들이 보여주는 미숙을 넘어 비상식적이고 무식한 모습을 보며 정치혐오를 조장한다고 해도 될법한 모습에 더욱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다.


처음 접해보는 저자의 책이지만, 더군다나 정치를 딱딱해보이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앞부분은 사회비판서로서 뒷부분도 말그대로 보통사람이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정치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었던 기대이상의 인문사회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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