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되지 않는 법 소노 아야코 컬렉션 3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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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소설로 등단한 작가이자 NGO활동도 열심히 하시는 걸로 보이는, 70세가 훌쩍 넘은 할머님께서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그리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조언을 담고 있다. 나이에 따라 나라에서 주어지는 혜택도 함부로 받아서는 안된다고, 건강으로 인해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되니 자기관리도 잘 해야한다고,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해야한다고, 심지어 혼자노는 습관도 길러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 책은 같이 고령화 사회를 헤쳐나가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통하는 이야기였다. 제목만 보고는 인문학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진 않았고.


주제와는 상관없지만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일년에 만엔정도 내면 무제한 승차권을 준다고 하며 저자는 이것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며 의존적인 삶을 경계해야한다고 언급한 부분이나 70, 80이 넘어서까지 현업에 있지 말고 젊은이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 자녀에게 의지하지 말되, 적당한 수준의 경제적 환경은 갖추고 때로는 여행이나 스포츠 같은 다양한 모험도 즐길줄 아는 삶, 그리고 나이에 관계없이 말이 통하는 지인들과 식사시간을 함께 하며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며 있는듯 없는듯 살다가는 삶이 아름다울 것이라는 이야기 등을 쭉 읽고 있자니 이 책의 제목은 '노인이 되지 않는 법'이 아니라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쪽이 더 어울리는게 아닐까 싶다.


설날을 앞두고 진정한 새해를 앞둔 지금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지 반성해보며 다이어트를 비롯해 함께 늙어가며 말이 통하는, 통했던, 통할것 같은 친구들도 떠올려 보았던 책. 언젠가는 나도 사람 또는 사람들을 초대해 내가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날이 올까 생각해보았던, 아니 일단 요리라고 부를 수 있는걸 만드는 법부터 알아보고 실습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 또 반성할 수 밖에 없었던 책. 저자는 50세 정도에 시력을 잃을 뻔한 경험이 있었다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모니터 또는 티비만 바라보는 내 눈을 조금 더 아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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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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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는 것만 짐작한채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보기 시작했는데 꿈 백화점이라는게 정말로 꿈을 파는 백화점이었고 판타지 소설이었다. 잠든 고객이 꿈 백화점에 찾아와 원하는 꿈을 주문하고 기대한 느낌을 받아 만족했을때 특수한 형태로 보상이 지급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일상을 잠시 보여주며 이들이 꿈을 통해 인생의 한걸음을 더 내딛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 아이디어가 좋았다. 꿈을 판매한다는 프레임을 바탕으로 각각의 사연과 엮어내는 컨셉이 멋졌다고나 할까.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 생각나기도 했고, 보지 않아서 정확한 줄거리는 모르지만 아이유가 죽은자들을 다루는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비롯해 마지막 즈음 어릴때 아이를 잃은 부부 이야기를 보면서는 오래전 방영했던 감우성, 손예진 주연의 연애시대가 불쑥 떠오르기도 했다. 이밖에도 업무적으로만 만나던 남녀가 작은 호의를 바탕으로 사랑으로 연결되고, 스스로를 얽매던 좋지 않은 기억을 극복하는 이야기들을 꿈이라는 장치를 통해 풀어내는 줄거리를 따라가다보니 오래전 보았던 TV나라 동화세상...이 아니라 TV동화 행복한 세상이라는 파스텔톤 만화가 생각날 정도로 청소년도서스럽기도 했다. 등장하는 사람이고 뭐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이 모두 판타지 아니랄까봐 해리 포터스러운 것만 수정한다면 에피소드만 성인버전으로 바꿔놓으면 요새 발달한 CG를 바탕으로 공중파 드라마로 제작될 가능성도 있을 듯. 


그러고보니 최근에도 종종 꿈을 꾸긴 했던것 같은데 아침에만 간혹 기억나고 제대로 기억하는건 하나도 없다. 다음번에 꿈을 꿀일이 생기면 일어나자마자 부분부분이나마 기록해볼까. 일단 잠을 규칙적으로 푹 자는게 우선일듯 하지만.


ps. '2번 군대 가는 꿈', '2달 만에'라는 표현이 거슬렸는데 둘다 '두번'으로 써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 검색해보니 뉴스에서도 쓰이는 표현. 나만 어색하게 보이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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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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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어떤 상징이라거나 특수한 사건을 지칭하지 않는다. 저자는 정말로 죽은 자의 집을 주로 청소해주는 특수청소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인, 주로 자살이나 병사 등 혼자사는 사람이 죽음으로 인해 남게된 흔적들을 정리하며 보고 겪은 일들을 엮어낸 이 책은 분명 어두운 책임에도 이상한 매력이 있어 단숨에 읽어버렸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마감하려는 사람, 혹은 이를 실행한 사람은 뉴스에서만 간간히 보던 소식이었으나 최근 몇년간 이런저런 경로로, 사연으로 주변 소식으로 들려오는 일이 생기고 있던 와중이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호스피스라고 하던가, 죽음을 앞둔 분들의 간병인이 쓴 책을 오래전 본 기억이 있는데 그것과는 전혀 다른 시점에서의 이야기이다. 이미 사건이 벌어진 이후, 관련인들의 연락을 받고 대부분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찾아간 저자를 맞이하는건 살인사건이 벌어진 현장 또는 자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이었다. 후반에는 집안을 쓰레기 산으로 만들어놓고 처리를 요청하는 정신병이 분명한 사례도 나오긴 하는데 앞선 이야기들로 인한 감정의 충격에 비하면 납득할만한 수준. 자살을 염두에 두고 전화를 걸어 처리 비용을 물어보는 사람의 심정을 저자와 더불어 상상하는 일은 얼마나 슬픈일이었던지. 저자의 블로그를 보고 자신의 자살방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물어보려다가 저자의 기지로 자살을 막아낸 에피소드는 오히려 봐줄만했다.


무서운 생각이지만,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전히 힘든 요즘 시기에 이분의 일거리가 늘었을 것 같아 슬퍼진다. 누군가의 추천사에서 읽어볼만은 하지만 두번 읽고 싶지는 않은 책이라고 했다는데 내게도 그러했던 책이었다. 저자분께서 글재주가 있으신 부인지 출판사쪽에서 잘 포장한 것인지 모르곘지만 자칫 단순한 사건나열로 보일 수 있는 소재를 감정이입을 돕는 적절한 혼잣말과 대화재연을 통해 한장한장 끝까지 넘겨볼 수 있었다. 이건 좀 무리수로 보였지만. 


'씩씩거리며 옆집 벽에 대고 '임마누엘 칸트'에서 앞 두 음절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을 가까스로 참았다.'


혼자 또는 팀원과 같이 움직이시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짐작컨데 높은 확률로 실제 현장에 도착했을때는 참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 아니 이정도 일을 하시는 분은 그렇게라도 감정배출을 해야하지 않을까, 그래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임마, 왜 죽느냐고, 죽었냐고, 죽을 수 밖에 없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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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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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Habitus는 '가지다, 보유하다, 간직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habere에서 파생한 단어라고 한다. 태어나 자라면서 경험한 모든것이 만든 가치관, 선호, 취향, 행동방식, 습관 등을 통칭하는 표현. 인문학 서적으로 생각했는데 이러한 아비투스를 재료로 쓴, 직설적이다 못해 적나라하고 시니컬하기까지한 자기계발서였다. 약간은 거부감이 들 정도로. 이런 부분 중 몇가지 눈에 띄는 부분을 옮겨보자면.


- 고정 마인드셋에는 장점이 있다. 심리학자 가나자와 사토시의 연구에 따르면 가정에서 배운 틀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보다 평균적으로 아이큐가 약간 낮다. 그 대신 더 만족스럽게 살고, 가족과 친구를 더 많이 돌보고, 더 많이 번다. 오스트리아 기자 에리히 코키나의 말 처럼 모두가 말괄량이 삐삐일 필요는 없다. 아니카와 토미도 삐삐만큼 중요하다. '아니카들이 계속해서 현상 유지를 해줘야' 삐삐도 있을 수 있다.


- 칭찬에는 교묘한 암시가 숨어있다. 칭찬하는 사람은 칭찬하는 대상과 자신을 같은 수준에 둔다. 


- 부자들 중 88%가 하루 30분 이상 독서를 하며 주로 전문서와 비소설, 위대한 인물의 전기를 읽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훨씬 적게 읽고 주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책을 읽는다.


- 취향이란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 것도 취향이다. 그래서 같은 행동이나 소비 제품이라도 사회적 지위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평가된다. 예를 들어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는 주로 젊은이와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 관심이 높다. 탈락한 다수의 후보자는 참가만 할 수 있다면 팔이라도 자르고 싶겠지만 상류층은 때때로 그것을 천박한 일로 분류한다.


중간중간 인용된 격언들도 시니컬하다.  '나는 어렸을 때,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나이가 든 지금, 나는 내가 옳았음을 안다. -오스카 와일드', '돈만으로는 행복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우는 것보다는 택시에서 우는게 더 낫다.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독일 문학 교황이라고 불리는 분이라고)' 등. 아무튼 통계나 연구결과는 그렇다치고 뭐 대충 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상하게 남들에게 추천하기는 꺼려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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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카피어블 - 아마존을 이긴 스타트업의 따라 할 수 없는 비즈니스 전략
짐 매켈비 지음, 정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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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들어와 있지 않은걸로 알고 있는데 스퀘어사는 휴대용 카드결제 단말기로 미국에서 성공한 업체이다. 심지어 아마존이 이 시장을 보고 뛰어들었는데 결국 포기하고 철수 했을 정도로 대단한 기업. 한기업의 탄생에서부터 안착에 이르는 히스토리를 보는건 사실 재미를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 지난번에 보았던 넷플릭스의 창업자 마크 랜돌프가가 쓴 '절대 성공하지 못할거야'라는 책만큼 괜찮았다.


- 우리나라에서는 상황이 다르기도 하고 지금이야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유명한 기업가의 강연을 듣고 난후 그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깔끔한 복장과 매너를 갖추고 찾아가 공항까지 태워주겠다는 거부하기 힘든 제안을 통해 더욱 많은 지혜를 나눔받을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 그 용기와 실행력, 그리고 아이디어가 너무 대단해보였다. 오늘날 저자와 같은 잠재력을 지닌이들은 남들과는 어떻게 다른 차이를 만들어가고 있을까 궁금해질 정도로. 


- 거의 모든 비즈니스 문제의 답이 모방이라는 파트 또한 뻔하지 않아 신선했다. 환대 산업(hospitality business)에서는 사람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에 모든 레스토랑은 똑같은 인재 풀에서 인력을 고르며 성공한 쉐이크쉑 또한 여러기업의 모방을 거쳐 성공했다는 이야기, 지인이 대학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면서 알게된 제자들 모두가 수업시간에 다룬 기업들에 들어가거나 자신과 똑같은 사업을 창업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는 무조건 새로운 아이디어만 추구하는 진부할 수 있는 조언과 반대되는 말이기에 그런가보다 했으나 해당 챕터 마지막에는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언급하며 유성생식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과 필요성으로 마무리하고 있어 다음챕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참 잘썼다고 느꼈졌기 때문이다. 뒤에는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부사장을 지내고 사우스웨스트 항공으로 옮겨 CEO를 3년간 지낸 하워드 퍼트넘이 '유나이티드에서 배운 것을 절대로 실행하지 않은 것'이 자신이 한 가장 훌륭한 일이었다는 인용도 나온다.


- 사람들이 행운을 인정하지 않고 성공의 어떤 비결을 '발견'하고자 하는 부분을 맛깔나게 비판하는 부분도 좋았다. 간략하게 정리해보자면 동전을 던져서 열번 연속 앞면이 나오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1024명을 모아서 뒷면이 나오는 사람을 탈락시켜가면서 총 열번을 던지게 만들면 확률적으로 1명이 나오게 될텐데 구경꾼들은 그 한사람에게 비결을 물어보고 경청한다는 것. 써놓고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똑똑해서 시큰둥할지도. 그러고보면 로또 초기에는 당첨자 인터뷰를 통해 무슨 꿈을 꾸었냐는 등의 질문들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사실 신용카드를 받아본적이 없는 영세상인들에게 소형 카드결제 단말기를 공급한다는게 왜 어려운 일인지 오늘날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일이다. 휴대폰과 연결해 신용카드 결제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만들며 각 카드회사에 결제처리가 가능하도록 설득하고, 또 이의 보편화를 위해 소형 카드결제 단말기를 본적도 없는 판매자들에게 써보라고 설득하는 건, 그것도 신생기업이 이러한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한다는건 누가봐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비슷한 사례일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스타트업으로서 이런 사업이 가능하다고 싶을 정도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하지만 오늘날 분명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받는 토스를 만든 비바 리퍼블리카가 생각났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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