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여진
성매매 학대가 미치는 영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유사하다고 밝혀졌다.
- [다음 단계를 위한 시책]
˝이 책은 아일랜드 역사상 아주 적절한 시기에 출판된다. 아일랜드는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고 있으며 이례적으로 실업률도 높다. 매일같이 집들이 압류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가난이 문 앞에
도달했을 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스스로를 팔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온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최근에 성매매를 떠올려 봤을 가능성이 있는 나라에서 현재를 산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여진이다. 그리고 성매매를 떠올렸다면, 즉각적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정확하게 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 참을 수 있을까? 라며 몸서리를 쳤겠지만 부엌에 놓인 은행 주택담보 대출 체납 편지옆 공과금 용지들과 성매매 둘 중 하나를 생각하면 많은 수는 어찌됐건 그 가능성에 관해 계속 생각했을 테다.˝(398-399쪽)
이 글을 읽고나면, 성매매에 뛰어든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을 더이상 믿을 수 없게 된다.
성매매가 미치는 심리적인 영향은 측정할 수 없다. 폐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발현된다. 폭력을 견디는 능력이 증대됨과 더불어 폭력을 가하는 경향이 증대되는 모습을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목격했다. 이 현상에 대한 나만의 이론이 있다. 폭력은 표현되지 않은 슬픔에서 비롯되고, 슬픔을 가두고 있는 우리의 범위를 반영하는 건 아닐 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 P397
슬픔을 변형시키고 억류하는 그 구조는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인간의 무능력이고, 애도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 자체가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각해보면 성매매 여성만큼 자신들의 슬픔을 표현할 수 없는 그룹도 없는데, 슬픔을 혼자만 간직하게끔 돈이 지불됐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슬픔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위험하다. - P397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능 혹은 표현하지 않으려는 비자발성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은 부정적인 결과로 증명된다. 슬픔은 표현될 때 해소된다. 해소되려는 목적을 지닌다. 그렇지 않을 때 슬픔은 억지로 억류되고, 깊어지고 악화되어 결국에 폭력으로 발현되며, 내면이나 외면으로 향한다.
그럼에도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성매매 여성을 지켜주는 갑옷이자 또 다른 필수 요소이다. 성매매가 일어난 후 매번 바로 애도할 수 있었더라면 성매매를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표현되지 않은 슬픔과 폐해를 받아들이는 작업은 그 자체로 막대한 여진이었고 아직도 해결하려 붙들고 있다.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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