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로지 - 히어로 만화에서 인문학을 배우다
김세리 지음 / 하이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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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로지(Marvelogy)]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만화계의 빅뱅과 마블의 탄생에서는 마블 코믹스 탄생의 배경과 역사를, 2마블학의 시작에서는 슈퍼 히어로의 존재론적 고찰과 슈퍼 히어로 만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그래픽 노블, <왓치맨><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 대한 얘기를, 3마블과 신화에서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들의 특성 및 신화 적 기원을, 4마블이 일군 철학적 생태계에서는 슈퍼 히어로들이 어벤져스라는 이름으로 연대하여 겪게 되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히어로와 빌런


선천적으로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DC 영웅들과 달리 마블의 영웅들은 대부분 선천적 능력을 지녔다기보다는 불의의 사고로 초자연적 능력을 갖게 된 인간들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히어로가 되어버린인물들이다. [p. 36]

예를 들면,

스파이더맨은 우연히 방사능에 오염된 거미에 물렸고, 헐크는 우연히 감마선에 노출되었으며, 엑스맨의 선천적인 능력은 초자연적 힘이 아닌 돌연변이성 능력이었기에 주로 사춘기를 기점으로 드러났다. 아이언맨은 신체적 약점을 지닌 영웅이며, 캡틴 아메리카 역시 슈퍼 혈청을 주입하는 인위적인 방식으로 본디 허약했던 육체가 인간 병기화된 경우이다. 닥터 스트레인지 역시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초자연적 마법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p. 37]

따라서 마블 히어로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마블 히어로들의 주 무대는 가상의 공간이 아닌 뉴욕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 속에서 벌어지는 히어로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언제든 그들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친숙함을 선사했다. 또한 다른 세계의 존재처럼 여겨지는 DC의 초월적 영웅들과 달리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현실적 고민을 짊어진 채 고뇌하는 불완전한 마블의 영웅들에게 독자들은 강한 연민을 느낀다히어로들의 약점은 도리어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냈고청소년은 물론 성인까지도 포섭할 수 있었다. [pp. 39~40]


빌런의 경우에도 단순히 처음부터 구제불능의 악()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타노스처럼 자신들이 정의를 구현한다고 믿기도 한다혹은 <베트맨> 시리즈에서 나오는 정의로운 지방 검사 하비 덴트가 빌런 투 페이스로 바뀐 것처럼 자신의 정의가 좌절된 후 선()에서 악()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선()을 지키면 히어로, ()을 넘으면 빌런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슈퍼 히어로에 대한 고민


우리 고전 소설을 보면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서지>을 펴내고 유럽에서 처음으로 한국사 강의를 개설한 프랑스 외교관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 1865~1935)한국의 고전소설은 두세 권만 읽으면 전부 읽은 거나 다름없다. 그러하니 (…) 그러하니 우리네 아동용 우화 가운데 가장 졸작보다도 오히려 재미가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왓치맨><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이전의 슈퍼 히어로 만화도 따지고 보면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힘을 가지고 거침없이 불의를 행하는 이들에게 정의(正義)라는 잣대로 심판을 내린다.  우리는 만화나 영화라고 그냥 넘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애꿎은 민간인들이 피해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정의 실현과정에서의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천재지변(天災地變)처럼 여길 수도 있고, 물질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돌이킬 수 없는 장애가 생겼다면……. 그때도 묵묵히 피해를 감수해야 할까?


그래서 누가 감시자들을 감시할 것인가? (Who watches the Watchmen?)’라는 말도 나온 것이고, <왓치맨>킨 법령 <시빌 워> 시리즈의 초인등록법같은 슈퍼 히어로 통제법안도 나온 것이 아닐까?



정의란 무엇인가


십대 히어로로 구성된 뉴워리어팀이 리얼리티 TV쇼에서 보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고자 빌런 나이트로와 대결하다가 612명의 시민이 사망하는 스탬포드 참사가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히어로를 규제하는 초인 등록법 문제가 대두된다. 이후 초인 등록법에 대한 찬반문제로 히어로 간의 내전이 벌어지는데, 이를 다룬 만화 <시빌 워> 시리즈는 히어로들이 내세우는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시빌 워>는 간단히 말해서, 초인 등록법을 둘러싸고 아이언맨을 대표로 하는 히어로와 캡틴 아메리카를 대표로 하는 히어로가 대립, 갈등을 다룬다. 문제는 그 갈등의 이면에는 정의(正義)에 대한 각자의 정의(定義)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언맨 등의 정의(正義)는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이고, 캡틴 아메리카 등의 정의(正義)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기에 처음부터 타협이 어려운 일이었다.


벤담의 공리주의

칸트의 원칙주의

아이언맨 / 오지맨디아스

캡틴 아메리카 / 로어세크

초인등록법 찬성

초인등록법 반대

안보(안전한 통제)

자유 (자유에 기반한 정의 구현)

미국의 현실

미국의 이상


그런데, 아이언맨 등의 정의를 따라가다 보면, 빌런인 타노스의 정의와도 통한다. 그래서일까? 공리주의적 정의를 추구하는 아이언맨이 초인 등록법 반대파들을 척결하기 위해 빌런들로 구성된 썬더볼츠팀을 꾸리는 것은 뭔가 아이러니하면서도 그럴듯해 보인다. 영화에서의 아이언맨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빌런이 된 히어로라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 빌런을 흡수하지 않았다고 해도 사건의 본질을 잊은 것은 캡틴 아메리카 등 초인 등록법 반대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의미에서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이 <시빌 워: 울버린>이다조선시대 예송논쟁처럼 초인 등록법에 대한 찬반을 두고 히어로들이 다투는 상황에서 그 혼자 사건의 시발점인 스탬포드 폭발 사고를 추적하여 무엇이 히어로인지를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마블의 만화와 영화는 정의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인문학, 그 중에서는 철학(윤리학 포함)적 관점에서 마블의 만화와 영화를 해석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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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건축을 걷다
이용민 지음 / 스페이스타임(시공문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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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뉴욕 건축을 걷다>인가

 

나는 ‘뉴욕’이라고 하면 마천루(摩天樓), 뉴요커, 도시재생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뉴욕’이라고 하면 하늘을 찌르는 듯한 스카이라인을 과시하는 초고층 건물, 마천루(摩天樓)를 떠올릴 것이다. 그것은 1890년 이후 미국에서 세워진 거의 모든 최고층 건물이 모두 뉴욕시에 세워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세계 최초로 100층을 넘기고 39년 간 최고층 건물의 지위를 누렸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931)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는 ‘뉴욕’이라고 하면 브로드웨이로 대표되는 예술과 맨해튼의 5번가로 상징되는 패션을 떠올릴 것이다. 아마 그래서 뉴욕에 살아가는 사람들, 뉴요커들은 세련되고 시크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것일지도 모른다. 의료인 서수민과 영상팀 팀장 안대훈 커플의, “매력 터지는 여친을 영상감독 남친이 촬영하면 생기는 일”이라는 제목의 동영상(https://youtu.be/ufKxOlS3f50)처럼.

 

또 다른 이는 고(故) 박원순 시장이 남긴 ‘서울로 7017’의 모델이며, 이 책에서 5번째로 소개된 ‘하이 라인 공원(The High Line Park)’으로 대표되는 도시 재생을 떠올릴 것이다. <하이라인 스토리>라는 책에서 자세히 언급되어 있듯이 하이 라인 공원은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철거와 보존, 정부와 주민들 사이 많은 갈등이 존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민 참여를 통해 비판을 극복하여 성공적인 도시 발전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이니까.

 

이 모든 것이 ‘뉴욕’이다. 그렇다면 이 ‘뉴욕’이라는 공간을 채우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최고층 건물이다. 하지만 뉴욕에는 이런 최고층 건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건물들이 있을까? 그리고 그 건물들은 어떤 의도로 지어지고,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뉴욕 건축을 걷다>는

 

이 책, <뉴욕 건축을 걷다>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건축의 유형, 즉 문화, 주거, 상업, 교육 건축을 기준으로 4개의 Chapter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베슬

 

사진출처: <뉴욕 건축을 걷다>, p. 67, p. 71

 

‘Chapter 1. 문화 건축: 사람과 도시의 관계’에서는 솔로몬 구겐하임 뮤지엄(Solomon Guggenheim Museum), 뉴욕 클래식 문화를 상징하는 링컨 센터(Lincoln Center),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지형과 조경 등을 이용해 공간을 디자인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기념 공원(Franklin D. Roosevelt Four Freedom Park), 도시 재생을 상징하는 공중 공원인 하이 라인 공원(The High Line Park), 휘트니 뮤지엄(Whitney Museum), 뉴욕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베슬(The Vessel), 맨해튼의 뷰를 최대화한 퀸즈 헌터스 포인트 도서관(Queens Library at Hunters Point)를 소개하고 있다.

 

‘Chapter 2. 주거 건축: 공간과 라이프’에서는 2개의 빌딩으로 이루어진 아파트인 킵스 베이 타워(Kips Bay Towers), 판매를 위한 럭셔리 콘도미니엄인 100 11th Avenue,  ‘New York by Gehry’라고 불리는 비정형(非定型)의 초고층 아파트인 8 스프루스 스트리트(8 Spruce Street), 극단적으로 높고 얇게 디자인된 432 파크 에비뉴(432 Park Avenue),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비아 57 웨스트(VIA 57 West), 젠가 타워(Jenga Tower), 독특한 곡선형의 외관을 가진 520 West 28th Street, 럭셔리 레지텐셜 아파트인 685 First Avenue과 같은 럭셔리 주거 공간의 다양한 시도를 다루고 있다.

 

‘Chapter 3. 상업 건축: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에서는 레버 하우스(Lever House),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 메트 라이프 빌딩(MetLife Building), 포드 재단 빌딩(Ford Foundation Building), 프라다 플래그십 스토어(Prada Flagship Store), 월드 트레이드 센터 마스터 플랜(World Trade Center Master Plan), 오큘러스(Oculus), 애플 스토어 5th 에비뉴(Apple Store 5th Avenue)를 안내하고 있다.

 

41 쿠퍼 스퀘어

 

사진출처: <뉴욕 건축을 걷다>, p. 232, p. 237

 

사진출처: 위키백과

 

‘Chapter 4. 교육 건축: 배움의 공간에 대하여’에서는 뉴욕대학교 도서관(NYU Elmer Holmes Bobst Library), 명문 디자인 학교인 프랫 인스티튜트의 건축 대학이 자리잡고 있는 히긴스 홀(Pratt Institute Higgins Hall), 친환경 건물로도 유명한 쿠퍼 유니언 대학의 뉴아카데미 건물인 41 쿠퍼 스퀘어(41 Cooper Square), 바너드 칼리지의 건축학부와 회화과의 스튜디오, 전시실, 강의실 등이 있는 바너드 컬리지 다이애나 센터(The Diana Center at Barnard College) 컬럼비아 대학의 과학 관련 분야의 연구/강의살, 교수 오피스, 카페 등으로 구성된 노스웨스트 코너 빌딩(Columbia University Northwest Corner Building), 코넬 텍 캠퍼스 마스터 플랜(Cornell Tech Campus Master Plan) 등 다양한 형태의 대학 건물을 소개하고 있다.

 

                                   노스웨스트 코너 빌딩 라파엘 모네오        

사진출처: <뉴욕 건축을 걷다>, pp. 248~249

 

여기에 소개된 30개의 건축물 마다 해당 건축물과 건축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 해당 건축물에 대한 해석과 해설, 가능한 경우에 한국의 유사 건축물 혹은 해당 건축가가 관여한 건축물 순으로 서술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유형별로 뉴욕의 현대 건축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셈이다. 특히 한국과 비교하는 부분은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 도시에 세워질 건축물, 그리고 이들이 이뤄나갈 도시 공간과 문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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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살리는 아이디어 무한창출법
밥 크론.살레나 그레고리-크론 지음, 김기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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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창의력이 떨어지면

 

창의성을 잃어버려 혁신하지 않는 조직은 정체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히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고 그것들을 소개하는 책자들도 많다. 예를 들면,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델파이 방법(Delphi Method), 케프너-트레고 방법(Kepner-Tregoe), 수평적 사고(Lateral Thinking), 트리즈(TRIZ), 인벤션 하이웨이(Invention Highway) 등이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한결같이 ‘개인의 창의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개인의 창의력을 높여 조직을 혁신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 <조직을 살리는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원제:Ideas Unlimited: Capturing Global Brainpower)>은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이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이란?

 

저자인 밥 크론은 다방면에서 쌓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해 ‘익명’으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을 제시한다.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은

핵심 집단의 구성원들이 사전 질문에 서면으로 응답하게 함으로써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정보와 아이디어를 수집한다. 이 수집된 정보들을 분류하고 다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유도하며 창출된 아이디어를 융합하고 정리해나가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직원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제거하기 위해 구성원들은 익명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pp. 13~14]

 

언뜻 보기에는 ‘브레인스토밍’ 같은 공개적인 의견 수집 방식과 비슷해 보이는데, 저자에 따르면 조직 구성원의 참여 의지를 오히려 낮추는 ‘브레인스토밍’과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은 다르다고 한다.

 

무엇이 다른지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적합한 사람[핵심 집단]에게 필요한 질문만 하라. 아이디어를 모으기에 앞서 조사 주제에 관한 전문 지식과 상당한 경험이 있는 핵심 집단을 선정한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촉발하기 위해 설문[질문 또는 설명서]를 설계한다. 이때 진단용 워크숍, 단일 설문 도구, 문제점 간파를 위한 순차적 설문, 인터뷰어가 아닌 인터뷰이가 지신의 직접 글로 적어서 제출하는 인터뷰, 회의와 세미나, 순환식 설문 등의 도구를 사용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이 기법이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하나의 전제는 어떤 조직을 막론하고 현장 업무 담당자들이 바로 그 “조직의 업무 혁신이나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과 아이디어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p. 22]

 

둘째, 익명의 의견이 가장 창의적이다. 핵심 집단은 완성된 설문에 대한 의견을 익명으로 종이쪽지에 적어 제출한다. 조직의 의사결정자가 의견을 밝히기 전에 수집된 솔직한 의견들은 최종 아이디어 도출에 필수적인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이 방법의 모체는 크로포드 슬립 기법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하고 있는 업무에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업무에 자기도 기여하고 있으며, 우리의 의견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은 이러한 사람들의 자긍심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익명’으로 의견을 제안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법은 자신의 견해가 타인의 비판이나 반격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제거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 점이 브레인스토밍 등 기존의 기법들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특징이다. [pp. 35~36]

 

셋째, 최종 아이디어 도출은 전문가에게 맡겨라. 의견을 모두 수집했다면 자료 분석 전문가가 후반부 작업을 진행한다. 자료 분류자료 범주의 규모 축소우선순위 부여와 안정된 윤곽(stable outline)에 도달할 때까지 대범주들의 세밀한 조정최종 제품으로 편집이라는 4단계 경로를 통해 가공되지 않은 의견들에서 최종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저자에 따르면,

  1. 과학적 기준을 충족하는 체계적인 조사 도구로 활용한다
  2. 빠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한다
  3. 높은 품질과 양적으로 많은 자료를 제공한다
  4.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을 적용하지 않고는 밝혀지지 않을 혁신적 아이디어의 추출이 가능하다
  5. 실제로 활용할 아이디어는 개별적인 응답 자료에서부터 직접 창출하거나, 수집된 자료의 분석 과정에서 발견한 유사한 아이디어들을 통합하여 생성한다
  6. 최고 전략부터 단순 조립라인의 개선에 이르기까지, 어떤 수준의 세부 사항이든 관계없이 모든 문제 해결에 적용이 가능하다
  7. 아이디어 제안자가 익명으로 의견을 제출하게 함으로써 타인의 간섭이나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하게 제안할 수 있게 한다
  8. 의사결정자와 직원 간의 거리를 좁혀준다
  9. 응답 자료의 조직화와 아이디어 선별 작업을 통해 유사한 아이디어를 걸려내거나 통합하여 그 수를 축소하는 절차가 있다
  10. 응답자에게 집단적 업무의 참여 의식을 촉진한다
  11. 문화적인 편견이나 제한을 배제할 수 있다
  12. 전 세계적 의사결정 참가자 집단의 온라인 사용이 가능하다
  13. 아이디어 수집에 참여하는 응답자에게 사전 경험이나 훈련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14. 업무 성과를 확실하게 증진시킨다 [p. 49]

라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이 한국에서 어떻게 적용될 지 잘 모르겠다. 만약, 한때 유행처럼 시작되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던 과거의 수많은 혁신활동처럼, 조직 적용에의 충분한 숙고 없이 도입된다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 하다가 사장(死藏)될 것이다. 누군가 이 리뷰를 보고,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에 관심을 가져서 조직에 도입할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아이디어 무한창출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기를 기대한다.

 

 

이 리뷰는 김영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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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쓰임 - 사소한 일상도 콘텐츠로 만드는 마케터의 감각
생각노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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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의 시대

 

국민 MC’라는 방송인 유재석이 있다. 그는 <놀면 뭐 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가수인 ‘유산슬’, 뉴트로 댄스그룹 싹쓰리 맴버 ‘유두래곤’ 등 다양한 부캐로도 활동하며 소위 ‘부캐의 시대’를 열었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사회집단의 구성원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꼼수라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하나의 아이돌 그룹에 속하는 이라면, 해당 그룹이 추구하는 바에 어긋나면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펼쳐 보이기는 어렵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래퍼나 탁월한 춤꾼이라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직에 속하게 되면 내 관점 혹은 내 생각을 온전히 드러내기가 어렵다.

 

아마 IT 마케터라는, 이 책의 저자 ‘생각노트’도 그런 딜레마를 경험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다른 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체념하기 쉬울 텐데, 저자는 본업에서의 아쉬움을 ‘생각노트’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에 올렸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혹시 ‘관심종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노트’는 철저하게 익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치 쾌걸 조로나 배트맨 같은 히어로들이 가면을 쓰는 것처럼.

 

 

[생각의 쓰임]의 구성

 

이 책, <생각의 쓰임>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생각을 담는 그릇, 생각노트’은 저자가 ‘생각노트’라는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사소한 생각을 콘텐츠로 만든 사례 등을 얘기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뱉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볼 수 있는

새로운 자아가 필요했다.

사람들에게 나의 관점과 생각을

자유롭게 전달하고 나누는 ‘나’다운 것들이 쌓이며

생각노트가 되었다. [p. 17]

 

‘2장 사소한 생각을 찾아보는 콘텐츠로 만들기’에서 생각노트라는 블로그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3장 생각의 재료를 모으는 인풋 루틴’에서 기록의 재료가 되는 인풋 소스를 어떻게 소화하는지를, 저자가 좋아하는 유형인 활자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다 보고,

다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모든 순간을 남기려던 때가 있었다.

콘텐츠 강박은 심한 피로감을 남겼고,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핏(fit)이었다. [p. 189]

 

 

마케터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뽑아내는가

 

세상에는 수많은 블로거들이 있다. 따라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위만으로 주목 받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자의 경우에는 본업인 마케터의 관점을 접목해 분석적, 전문적인 글을 썼기 때문에 남들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되었다. 학부시절 타과의 전공 수업을 들어본 이라면 알겠지만,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해당 수업을 강의하는 이나 듣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수 있다. 그만큼 ‘차별화’는 대체하기 어려울수록 더 큰, 나만의 무기로 작용한다.

 

저자에 따르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생각노트를 시작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늦은 시간,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공간, 내 영역, 내 방을 갖고 싶다.”

심적으로 느껴지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pp. 17~18]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수많은 블로거들과 차이가 없을 듯한 시작이었지만,  ‘생각노트’는 그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공간, 서비스를 기록하는 ‘혼자만의’ 마케팅 기록을 다른 사람들이 찾아보는 콘텐츠로 만들어나갔다.

 

사소한 일상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물론 이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에 그치면, 그것은 일기장에 쓴 일기처럼 사적(私的)인 것에 머문다.  하지만 여기에 나의 질문과 해석이 더해져서 나의 관점이 담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콘텐츠의 본질은 해당 콘텐츠를 만든, 당신의 질문과 해석이 담겨있는가 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콘텐츠라면, 당신이 써 내려간 콘텐츠가 쌓여 나갈수록 당신의 포토폴리오는 강력해지고 풍부해질 것이다.

 

나의 생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기록 생활’은 포토폴리오가 된다. 어쩌면 진짜 나를 설명해주는 포토폴리오가 될 수 있다. 회사에서의 프로젝트는 나의 힘만으로 되는 경우가 적다. ~ 그런 점에서 나의 ‘기록 생활’은 순수한 나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나의 역량이 어디까지인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점점 더 이직 제안 메일이 잦은 주기로 여러 회사에서 오는 걸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회사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 반갑다. 본업과 부캐가 서로를 기르는 생활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p. 81]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여기에 공유나 공유경제에 대한 논의도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생각노트’가 말하는 ‘생각, 기록, 공유’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생각노트 브랜드를 시작하며 정했던 세 가지 핵심 운영 원칙이 있다. 바로 생각, 기록, 공유이다. ‘치밀하게 생각하고, 꼼꼼하게 기록해서,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과 나누자’는 지금까지 생각노트를 운영하며 지켜온 나름의 철학이다.

그 중에서도 사적[私的]인 생각이 콘텐츠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공유다. 나의 생각과 기록을 나 혼자 가지고 있으면 콘텐츠라고 할 수 없다. 뭐가 됐든 세상에 내놓아야 콘텐츠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 콘텐츠가 될 수 있다. [pp. 63~64]

 

생각노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생각, 기록, 공유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그 길의 끝에 성공이 있을지, 실패가 있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길을 걷기 시작하면 또 하나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옛 말대로, ‘시작이 반이다.’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받은 책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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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보로스
임성순 지음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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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제목, ‘우로보로스’는 “꼬리를 삼키는 자’' 라는 뜻으로 연금술에서 꼬리를 먹는 뱀, 혹은 용의 문양을 가리키는 단어(로) 영원함, 완전함, 불사를 상징한다. ~ 중략 ~ 네트워크 이론에서 우로보로스 효과는 어떤 사건의 순환적이고 본질적인 잠식 효과를 의미한다. 어떤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시도가 오히려 의도치 못한 결과를 이끌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 경우 일종의 아이러니와 자기 소멸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일반적인 실패와는 다른, 최악으로 전락해가는 나선을 의미한다.” [p. 2]

 

첫 번째 글인 ‘PROLOG’는 마치 중세 수도원에서 서고를 정리하는 이의 수기(手記)같은 느낌이 든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떠오르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두 번째 글인 ‘Q&A’는 대학의 양자역학에 대한 교양 과목의 마지막 강의를 묘사하고 있다.

 

세 번째 글인 ‘아톰’에는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고, 소수의 성공한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간들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상현실로 도피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곳에서는 “일을 하지 않아도 기본수당은 나왔지만 기본수당은 일정 비율 이상 가상 화폐로 환전할 수 없었다. 한때 기본 수당 전부를 가상 세계에 쏟아 부어 결국 현실의 몸이 죽어 버리는 과몰입 아사 사건이 (현실보다 가상현실을 더 중시하는) 이계인들 사이에 번번했고, 정부에서는 최소한의 육체를 유지하는 기본 생활비를 정해 가상 화폐로의 환전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올해는 하루에 한 번 현실로 강제 로그아웃 시키는 법안이 통과됐다”[pp. 75~76]

뿐만 아니라 인간을 위해 일자리 할당을 법제화했지만, 법의 의도와 달리 인간은 로봇도 하지 않는 더럽고, 힘들고, 부가가치 없는 일만 했다. 남겨진 일이 그 모양이니 당연히 인간들은 더더욱 노동을 기피했고 그 결과 노동수당이 만들어졌다. 어떤 형태든 노동을 하는 이들은 임금과 별도로 정부로부터 받는 기본수당의 두 배를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로봇을 많이 고용하는 기업에서 내는 로봇세로 지급하는 수당이었다. 하지만 이런 법조차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수당에 만족했고, 젊은이들은 일을 할 바에는 이계라 불리는 가상 세계의 삶을 택했다.” [p. 81]

이처럼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한 탓인지, 영화 <맨인블랙>처럼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거나 보았을 경우 요원에 의해 기억이 지워진다.

 

네 번째 글인 ‘지도에 대한 열정’은 제국 전체의 지도제작을 명령 받은 신하가 황제에게 올리는 글이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점차 이 책이 단편모음집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각 글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띠고 있고, 서로 다른 시대를 다루고 있으니……. 어쩌면 서로 다른 시공간에 걸친 여섯 개의 스토리로 구성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처럼 구성된 것일 수도 있겠다.

 

다섯 번째 글인 ‘스트럭쳐’는 빅뱅 직후를 재현하는 실험 전후로 연구소 조정팀 팀장의 심리를 다루고 있다. 인공출산 1세대이기에 ‘나’의 복제아를 자연출산하여 자신을 증명하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친숙했다. 어쩌면 부모들은 자식의 성공을 통해 자신의 삶이 실패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닐까.

 

여섯 번째 글인 ‘ROLLBACK’은 지금까지 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가상현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첫 번째 글인 ‘PROLOG’와의 연결고리를 드러낸다.

 

일곱 번째 글인 ‘함수’는 다섯 번째 글인 ‘스트럭쳐’와 이어진다. 기계의 손에서 나고 자란 ‘나’는 자연출산으로 얻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랐다. 첫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다 그렇듯이.

안드로이드가 오기 전까지 나는 늘 수면 부족 상태였고, 아이는 원하는 걸 알지 못하는 엄마 탓에 계속 울어야 했다. 육아휴직 기간이었지만 집 안은 말리는 젖병과 쌓여 가는 일회용 기저귀 쓰레기, 아이의 밀린 빨래로 엉망이었다. 그 모든 혼돈을 육아 안드로이드는 도착한 지 두 시간 만에 해결했다. 나는 구원이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가장 놀랐던 건 안드로이드가 아이와 정서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안드로이드는 나보다 아이에게 잘 웃고 더 다정했다. 아이가 원하는 건 즉각 알아채서, 아이가 태어난 지 몇 달 만에야 원하는 걸 즉각 해결해 주면 거의 울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동안에 사람과 같은 체온이 됐다. 차가운 로봇이라는 내 기억은 편견일 뿐이었다. 육아 안드로이드가 온 후로 나만큼이나 아이도 행복해 보였다. 감정은 인간 고유의 것이므로 안드로이드 손에 자라는 것은 정서 발달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안드로이드의 감정은 가짜였고, 그것을 보여 주는 리액션들도 그저 치밀한 알고리즘으로 계산된 결과일 뿐이었다. 그러나 가짜도 충분히 그럴듯하면 형편없는 진짜보다 낫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보육 안드로이드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자괴감 느끼실 필요 없어요. 부모는 처음이신 거잖아요. 다들 처음에는 서툴기 마련이죠."

보육 안드로이드가 돌아간 직후 나는 구매 신청을 하고 있었다. 부모로서 완패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기계의 손에서 자란 나는 아이를 어떻게 대하고 아이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 로봇에게 배웠다.” [pp. 173~174]

 

여덟 번째 글인 ‘인터뷰’는 강인공지능 로봇과 연구소의 이사장의 인터뷰를 다루는데, 마치 사람과 사람의 인터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또한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짐을 암시하는 것일까?

 

아홉 번째 글인 ‘바다’는 일곱 번째 글인 ‘함수’와 이어진다. 초기 우주를 재현하려는 실험은 시공간의 굴절을 가져왔고, ‘나’는 유한한 닫힌 공간, 즉 다른 위상공간에 빠져들었다. 재난의 현장을 빠져나가려는 노력 끝에 ‘나’는 주임으로 알고 있던 존재와 만났다. 그리고 그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무기력하게 종말을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가상 현실을 통해 일상을 유지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그 선택의 결과가 그려져 있다.

 

솔직히 다 읽어봐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현대 물리학 이론을 엮어 ‘인간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같은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만 들 뿐. 나중에 다시 읽으면 지금처럼 각 글마다 요약하는 것보다는 나은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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