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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습관 - 예술과 실용 사이 좋은 습관 시리즈 24
김선동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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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습관>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용상 1부에 해당하는, [건축가의 습관]에서는 18개의 키워드로 건축가의 습관을 얘기하고 있다.

먼저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시각화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스케치가 있다. 그리고 건축주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대지를 분석하는 내용, 설계안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내용, 회사의 강점을 소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가는 자기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해야 한다[‘글쓰기’]. 따라서 건축가는 스케치글쓰기를 연습해서 습관화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건축주의 지시에 따라 건물을 짓기만 하는 것이라 여긴다면 그 사람은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기술자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가 되려면 르 코르뷔제(Le Corbusier, 1887~1965) <건축을 향하여(Vers une Architecture)>(1922)나 승효상(承孝相, 1952~ ) <빈자의 미학>(1996)처럼 자신의 건축 철학 혹은 건축 세계를 만들려고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큰 설계사무소에서 7년 정도 실무 경험을 쌓고 작은 설계사무소로 이직한 직후, 업무영역 변화에 저자가 어떻게 적응해갔는지를 소개한다. 이에 따르면, 저자는 이직 후 집짓기에 대한 실무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이를 건축을 잘 모르는 건축주를 대상으로 집짓기의 전체적인 과정과 노하우를 설명한 책들을 읽으면서 보완했다고 한다.


건축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위해서 짓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독서입니다. 물론 건축주를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많은 독서를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두고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pp. 67~68]


나아가 내 건축에 영감을 주는 장소사람’, 그리고 건축물을 이루는 재료를 관찰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디테일관찰해야 한다.


<논어(論語)>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라는 말이 있다. 건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저자는


건축가라고 해도 체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숫자는 제한적입니다. 이 말은 모든 재료를 다 다뤄보기는 힘들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통한 간접적인 학습은 어찌 보면 필수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p. 87]


고 말한다.


건축가 되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건축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여기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어느 사업에서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 건축주나 현장 소장, 설계 사무소의 내부 직원들의 말을 경청(傾聽)’하는 것도 필요하다.


흔히 건축을 예술분야에 속한다고 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건축은 예술이기에 앞서 사업이다. 따라서 사업 전략, 관계자들과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라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부분까지 습관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건축혹은 건축가에 대해 기본적인 흐름을 알려주는 요소임을 확실하다.


내용상 2부에 해당하는, [못다한 건축 이야기]건물이 지어지는 과정건축주가 묻고 건축가가 답하다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는 땅 구매설계 사무소 물색 및 설계 상담 의뢰계약 체결 후 대지측량기본설계1), 인허가 접수, 심의, 실시설계2), 시공사 선정, 착공신고 및 감리자 선정, 사용승인에 이르는 10단계의 과정을 안내하고 있다.


건축주가 묻고 건축가가 답하다는 건축주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녹아있는 답변이 적혀 있다. ‘저자와의 대화같은 이벤트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Q&A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건축가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문답이기에 건축가를 지망하는 사람뿐 아니라, 집을 짓는 것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좋은습관연구소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1) 기본설계(basic design)는 대지 조건과 건축주 상황, 요구 조건 등을 고려해 건물의 전체적인 레이아웃과 구성, 형태, 재료 등이 정하는 작업이다.


2) 실시설계(working design)는 기본설계도에 입각하여, 건물의 디테일 한 사항들, 즉 재료나 세부적인 설비 스펙 등을 결정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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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읽어도 된다 - 50에 꿈을 찾고 이루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23
조혜경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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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읽어도 된다]의 성격

 

처음 <책만 읽어도 된다>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떠오르는 것은 중국 북송(北宋)의 3대 황제 진종(眞宗, 968~997)의 권학문(勸學文)이었다.

 

집을 부유하게 하려고 좋은 밭을 사려 말라. [富家不用買良田]

책 속에 본래부터 천 종1)의 곡식이 있다네. [書中自有千鍾粟]

편히 기거하려고 높은 집 지으려 말라. [安居不用架高堂]

책 속에 본래부터 황금으로 된 집이 있다네. [書中自有黃金屋]

문 밖에 나섬에 따르는 이 없다 한(恨)하지 말라. [出門莫恨無人隨]

책 속에 수레와 말들이 떨기2)처럼 많다네. [書中車馬多如簇]

장가가려는데 좋은 매파 없다 한(恨)하지 말라. [娶妻莫恨無良媒]

책 속에 얼굴이 옥같이 예쁜 여인 있다네. [書中自有顔如玉]

남아(男兒)가 평소의 뜻을 펴고자 한다면 [男兒欲遂平生志]

육경(六經) 3)을 부지런히 창 앞에서 읽어야 하리. [六經勤向窓前讀] 4)

 

다행히도 이 책은 제목과는 달리 공부해라, 그러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소개하는 책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저자도 서문에서

 

이 책은 이제라도 책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고, 책은 좋아하지만 글쓰기에 부담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읽어도 좋다. 그리고 300개(현재는 500개) 이상의 서평을 써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책을 읽고, 책을 어떻게 고르며, 또 글은 어떻게 쓰는지,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봐도 좋다.

절대 내가 잘 읽고 잘 쓰고 있다는 걸 자랑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나 같은 보통 사람도 하는데, 당신도 하지 못할 게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뭐든지 때가 있는 법이라고 혹시 나처럼 지나간 시간을 후회할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내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pp. 11~12]

 

고 말하고 있다.

 

 

[책만 읽어도 된다]의 구성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있다.

 

[1부 현재를 충실히 살게 해주는 독서습관]은 ‘전작주의자가 되는 법’, ‘완독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법’, ‘독서 후기를 잘 쓰는 법’, ‘독서 후기를 꾸준히 쓰는 법’, ‘고전을 읽는 법’, ‘시를 읽는 법’,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법’, ‘독서 모임을 하는 법’,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법,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법’, ‘독서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 ‘집중력을 발휘하여 책을 읽는 법’, ‘좋은 책을 발견하는 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소제목들은 Yes24라는 인터넷 서점의 블로그에서 장기간 활동해온 이라면 대부분 한번쯤은 생각해 본 거나 실제로 활용했던 것들이기에 공감이 간다. 그래서 이 책의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 책과 친해지고 싶거나 책은 좋아하지만 글쓰기에 부담을 갖고 있는 새내기라면 도움이 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개했을까?

가장 먼저 나온 ‘전작주의자가 되는 법’을 보면, 저자가 나쓰메 소세키[夏目 石 1867~1916, 이하 ‘소세키’]의 전작(全作)에 도전하는 과정을 얘기한다. 2013년 가을에 읽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저자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세계에 빠져들게 된 계기였다. 드라마 <겨울연가>(2002) 방영 이후 일본 등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주요 촬영지였던 춘천의 남이섬, 거제도의 외도 등을 방문했던 것처럼, 누군가의 작품세계에 빠지면 그 작품 속 공간들을, 혹은 작가가 그 작품을 만들던 공간을 실제 살펴보러 가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행히 저자는 일본으로 취업을 위한 면접을 보러 가는 아들과 동행해서 도쿄대[東京大] 안에 있는, <산시로>의 주인공 산시로가 산책했다는 연못, 신주쿠[新宿]에 있는 소세키의 산방(山房) 기념관을 방문했다. 누군가의 팬이라면 아마도 이런 이벤트를 경험하면 그 시간 내내 행복한 마음을 만끽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당연히 전작주의자가 될 수 밖에.

 

무엇보다도 저자에게 있어 소세키와의 인연은 단지 그의 작품에 대한 전작주의자가 되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나는 소세키와의 인연이 씨앗이 되어 일본어 공부를 하고 번역가에 대한 꿈을 키웠다. [p. 33]

 

라는 말처럼, 50이 넘어서 꿈을 찾고, 하나씩 이뤄가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2부 꿈을 찾아주는 독서 습관]은 ‘버킷리스트 작성해보기’, ‘우리에게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것을 책으로 대신하기’, ‘지금 힘들다면, 독서에 집중하라’, ‘공부의 목적은 확고하고 구체적으로’, ‘꿈과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려면’ 등에 대해 기술한다. 독서 습관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꿈을 이루고 도전하는 이야기인 셈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기회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찾아온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느냐는 다른 얘기다. 기껏 기회가 찾아와도 내가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기회는 헛되이 사라질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후회만 남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뒤만 돌아보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남의 책만 읽고 써야 하나?”

나도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책 쓸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람 일이란 게 정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써야 한다. 어떤 장르의 책이든 불문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읽기만 하고 끝내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마음에 들어도 혹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냥 습관적으로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글쓰기 실력이 늘게 되어 있다.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에 로망을 품고 있다. 그럴수록 책을 읽고 후기 쓰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독서 후기는 최고의 글쓰기 훈련이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자신의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글쓰기는 자유를 향해 헤엄칠 수 있는 위대한 기회다’라고 하면서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 더불어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대가 열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고 했다. 얼마나 다행이고 위안이 되는 말인가? 그러니 쓰자. 그렇게 읽고 쓰는 시간이 쌓이면 그 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상을 누릴 때가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때가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나처럼 말이다. [pp. 61~63]

 

저자는 단순히 이렇게 책을 읽고 독서 후기를 작성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처음부터 내가 번역가라는 꿈을 꾼 건 아니었다. 힘든 시간에 집중적인 독서를 하면서 3년 정도 지나고 나서 독서로 조금 자신감을 찾았을 때, 일본어 공부를 재개하고 소세키의 작품을 읽고 그러면서 서서히 꿈과 목표를 키워나갔다. 아마도 내가 집중적인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번역가의 꿈을 꿀 수 있었을까(되고 안 되고는 나중 문제다)? 독서는 나약했던 자아를 강하게 변화시키고 어렴풋한 꿈을 찾아내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해준다. 그러니 책 읽기는 우리 인생을 구원하는 행위임이 틀림없다. [pp. 185~186]

 

이 리뷰는 저자와의 인연으로 ‘출판사 좋은습관연구소’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아 작성했습니다

 

1) 천종(千鍾)은 많은 양 혹은 가장 높은 관직의 녹봉을 말한다.

2) 떨기는 식물의 한 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와 더부룩하게 된 무더기

3) ‘육경(六經)’이라는 명칭은 <장자(莊子)>에 처음 나타나며,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기(禮記)>, <역경(易經)>=<주역(周易)>, <춘추(春秋)>, <악경(樂經)>을 가리킨다. 이들은 모두 유교의 가장 중요한 경전으로, 그 중에서 <악경(樂經)>이 진한(秦漢)교체기에 실전(失傳)되어 나머지 경전을 ‘오경(五經)’이라고 부른다.

4) 황견(黃堅) 엮음, <고문진보 전집 (개정 3판)>, 이장우, 우재호, 장세후 옮김, (을유문화사, 2020), pp. 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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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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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정체를 밝히지 않는, ‘생각노트’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기록활동가’ 혹은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책 <도쿄의 디테일>은 ‘도쿄’라는 말이 들어가있지만, 도쿄[東京]라는 도시의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도, 도쿄에서 유행하는 최신의 트랜드를 전해주는 책도 아니다. 굳이 이 책의 성격을 정의하자면, 누구나 알 만하거나 들어 봄직한 ‘도쿄’라는 도시의 곳곳을 경험하고, 도시의 면면을 살피면서 기록하고 생각한 것을 공유하는 수단이다.

 

이 책에서 기록한 디테일은 2017년 12월의 도쿄의 디테일이다. 먼저 집중하기 힘든 기내 안전 수칙을 네이버 웹툰의 주요 캐릭터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극복한 ‘에어 서울’, 항공여행객의 캐리어 보관에 대한 고민이 담긴 ‘나리타 익스프레스’의 ‘캐리어 셀프 잠금 시스템’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본격적인 소개는 100년이 넘게 일본 문구류 시장을 선도하는 ‘이토야(Itoya) 문구점’부터 시작한다. 저자가 방문한 이토야 본점은 1층부터 12층까지 각 층마다 다른 카테고리와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다. 고급스러운 만물상의 지향하는 독특함이 이토야를 ‘문구 덕후의 성지’로 꼽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에 소개하는 곳은 도쿄중앙우체국을 쇼핑몰과 백화점을 결합한 복합 문화 쇼핑몰로 재탄생시킨 ‘키테(KITTE)’ 쇼핑몰이다 어떻게 보면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물인데, 일본 전국의 시니세[老鋪]에게 쇼핑몰의 자리를 먼저 내주는 정책에 의해 전통과 현대의 성공적인 결합도 이루어냈다.

도쿄의 번화가인 오모테산도[表參道]에 있는 독특한 점포들도 소개되어 있다. 자신이 느낀 바를 현장에서 기록하고, 다른 관람객이 어떤 점을 느꼈는지 방명록을 통해 볼 수 있는 전시공간인 ‘디자인 페스타 갤러리’, 푸드트럭도 고정적인 위치에서 운영하는 식당, 나아가 복합 문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커뮨 세컨드(COMMUNE 2)’ 등이 그것이다.

롯폰기 미드타운을 대표하는 ‘21_21 디자인 사이트는 전시회마다 색상이 바뀌는 둥근 스티커 입장권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으로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디렉터의 메시지, 관람을 마친 후 건물에 대한 호기심을 간직할 수 있게 한 굿즈 등이 돋보인다.

 

이런 디테일들이 저자를 매혹시킨 것이 아닐까?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소한 디테일 때문입니다. 그 디테일이 누군가에겐 보잘것없는 부분일 수 있지만 저에겐 도쿄행 티켓을 끊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p. 24] 

 

사실 이런 특성은 우리가 ‘일본인’하면 떠올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가 도쿄 구석구석의 디테일한 물건들과 장소들에 얘기하고, 삶을 편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획과 디자인에 대해 얘기해도 오히려 친숙함을 느끼게 된다.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는 도쿄’ 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도쿄’의 시시한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지행합일(知行合一)하지 않고, 공리공론(空理空論)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을까?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는 많아도, 그것을 제대로 알아채고, 적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오히려 우리들은 ‘대충’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디테일한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이 생활화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 깜빡할 뻔 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디테일’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사용하는 ‘디테일’과 다소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디테일은 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한 점의 오류도 없이 완벽한 상태를 마주했을 때, 우리는 “디테일이 잘 살아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칫 놓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썼다고 느껴질 때 그렇게 말하죠. 또한 세부 사항을 의미할 때도 디테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 내용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알려줘”라고 말할 때처럼요.

중략 ~

<도쿄의 디테일>에서는 완벽한 상태 또는 세부 사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체감하는 감동의 순간을 ‘디테일’로 정의했습니다.  [p. 325]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도쿄의 디테일>은 도쿄의 디테일한 물건을 보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이를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의 아이디어를 보면서 영감을 얻거나 습관을 기르기를 권유하는 책이다. 손질된 생선을 먹기 좋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얘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발견한 것을 기록하는 ‘성실함’과 생각한 것을 공유하는 ‘전달의 힘’을 가지고 ‘나의’ 아이디어를 만들면 된다. 처음에는 시원찮은 결과만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에 실명하지 않고 반복하다 보면 이런 방식이 체화(體化)되어, 어느 순간 디테일에 강한, 그러니까 고객의 마음을 울리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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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즈니스 산책 - 나는 런던에서 29가지 인사이트를 훔쳤다!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
박지영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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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런던은 어떻게 금융 중심지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은 몰락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 비즈니스맨은 런던에 주목한다. 그것은 ‘시티 오브 런던’이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더불어 금융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런던은 어떻게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을까?

첫 번째는 “런던이 가진 천 년 이상의 역사와 그 속에서 다져진 ‘시스템’이다.” [p. 7]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런던의 모든 일은 시스템 속에서 원활하게 움직인다시스템인 하드웨어가 굳건하면 이를 실행하는 소프트웨어가 그리 잘나지 않아도 된다. 영국인 학생들을 보면 저렇게 굼뜨고 악바리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수재들만 간다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에 가나 싶다. 변변한 교과서도 없이 빈 가방만 매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초등학생 아들을 보면 저렇게 대충 가르쳐서 어떡하나 싶다. 그런데 알고 보면 다 이유가 있다. 아이들은 시스템 속에서 자란다. 초등학교 때 헐렁하게 배운 듯했던 수학이나 과학은 기초를 굳건히 다지는 단계였고, 중학교 이상 가면 그 난이도가 한국 학생이 따라가지 못할 수준에 이른다. 결국 시스템이 아이들을 경쟁력 있는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에 따라 하루하루 성실하게 가르치면 된다.” [p. 7]

두 번째는 “런던이 뿜어내는 무한한 창조성” [p. 8]이다.

 

 

29개의 런던의 비즈니스 모델들

 

저자는 ‘나는 런던에서 29가지 인사이트를 훔쳤다’라는 부제에 걸맞게, 29개의 사업과 사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일 먼저 소개된 필립 그린(Sir. Philip Green, 1952~ )은 ‘중고 옷 판매로 시작해 소매점의 황제로 등극’했다고 하지만, 그보다는 대우그룹의 창시자인 김우중처럼 은행 대출을 통한 인수합병의 대가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간의 차이가 있다면, 필립 그린은 인수합병을 한 후 그 기업[백화점, 스포츠용품 전문 업체]들을 되팔아 거액의 종자돈을 만들어 생활용품 소매점 BHS[2016년 도산]과 패션 브랜드 Topshop를 인수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소개된 리처드 브랜슨(Sir. Richard Branson, 1950~ )도 취미로 시작한 중고 레코드 통신 판매에서 성공을 거두자 아예 음반산업에 뛰어들어 ‘버진레코드’를 설립하고 파격적인 행보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항공산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는데, 한국이었다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비난 받을만한 행적을 보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재벌이잖아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세 번째 소개된 제임스 다이슨(Sir. James Dyson, 1947~ )의 이야기는 짧지만, 앞에서 언급한 런던이 뿜어내는 무한한 창조성을 떠올리게 한다.

 

중고에 대해 우리와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런던의 다양한 벼룩시장과 중고 품을 파는 자선단체 옥스팜(Oxfam)에 대한 소개는 ‘런던’이라는 타이틀을 걸맞은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여기서 중고에 대한 개념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런던에서는 중고품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부자라서 새 것만 쓰고 가난하다고 중고품을 쓰는 게 아니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다들 중고품에 열광한다. 런더너들은 모두 공짜나 싼 것을 좋아하는 대머리 기질을 가지고 있는 걸까? 물론 아니다. 이것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다.

중략 ~

영국인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오래된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가 빠진 접시들을 고이고이 모아 찬장에 진열해 놓았다가 손자며느리에게 물려주고, 100년도 더 된 집을 부수는 대신 곳곳을 손봐가며 살아간다. 한번 산 물건은 평생 애용하고 남이 쓴 물건이라도 필요하다면 거리낌 없이 자신의 물건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과거의 유물이 미래의 기술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동안 영국인들의 피에 흐르는 이 실용성과 검소함이 오늘날 중고품을 사랑하는 영국인들을 낳았을 것이다.” [pp. 163~164]

 

이런 점에서 런던 사람들은 오래된 것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새롭게 추구하는 가치를 이루어나가는 방식을 터득한 자일지도 모른다. 흔히 일본의 교토[京都]를 소개하는 글에서 보이는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도시 사람들의 여유로운 삶의 자세 말이다.

 

또한, 참고서의 요약정리처럼, [Business Insight]라는 제목으로 각각의 이야기마다 해당 사업의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자신의 방식으로 한번 더 짚어주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단순한 요약 정리가 아니기에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이처럼 이 책이 보여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29개의 사업과 사업가에 대해 장점 위주로 짧게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어서 보다 범위를 줄여 심층 취재를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거의 10년 전인 2013년에 출간된 만큼 현재 시점에서는 다소 시의성(時宜性)을 잃은 부분도 있다. 예컨대 스물 네 번째 이야기인 “욕쟁이 요리사를 필두로 한 음식 비즈니스”에서 욕쟁이 셰프 고든 램지와 거리의 청년에게 요리를 가르쳐 요리사로 성공시키는 제이미 올리버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인 [Business Insight]에서 한국에는 이렇다 할 TV요리프로그램도 없고, 스타 요리사가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리즈의 강레오, [골목식당]의 백종원, [냉장고를 부탁해]의 최현석, 이연복 등 요리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지고, CF에도 출연할 만큼 인지도를 높인 스타 셰프들이 나오면서 의미 없는 지적이 되었다.

 

어쨌든 런던 거리를 걸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아이템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동진 등의 <퇴사준비생의 런던>과 비슷한 관점에서 런던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들을 함께 비교해가며 읽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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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리즈의 유쾌한 창조성 가이드 - 아이디어 탐색자를 위한
존 클리즈 지음, 김평주 옮김 / 경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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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클리즈는

 

존 클리즈(John Cleese, 1939~ )는 영국의 코미디 배우이자 작가, 영화제작자로 ‘코미디계의 비틀스’로 일컬어지는 영국의 전설적인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선(Monty Python)’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는 아내인 코니 부스와 함께 영국 영화협회가 선정한 ‘최고의 영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100선’에서 1위를 차지한 BBC의 시트콤 “폴티 타워스(Fawlty Towers)”(1975~1979)을 제작, 출연해서 성공을 거두었고, 1988년 아카데미상과 BAFTA의 최우수 각본상 후보에 오른 영화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1988)를 공동 집필하고 제작을 총 지휘했을 뿐 아니라 출연까지 했다.

 

 

창조성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습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저자가 ‘전설’라고 불릴만한 코미디 배우이자 작가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창조성’ 혹은 ‘아이디어 개발’이 천재(天才)의 영감(靈感)처럼 타고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창조력을 발휘할 만한 환경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지” [p. 12]를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창조성은 간단히 말해 “새로운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의식은 아이디어를 선사한다.

 

저자는 케임브리지 대학시절, 교내 연극 클럽 ‘풋라이츠(Footlights)’에 가입했다. 이 클럽에서 매달 공연하는 ‘스모커(smoker)'라는 쇼에 모든 멤버가 참여해야 했다. 그래서 저자도 공연을 위한 코미디 대본을 쓰고 연기에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내내 머리를 쥐어짜다가 결국 포기하고 잠이 들어야 했던 문제가 아침에 일어나 다시 책상 앞에 앉으면 저절로 확 풀리는 기적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다. 친구 그레이엄 채프먼과 함께 교회 설교를 패러디 해서 써둔 작품을 그만 잃어버렸는데, 친구의 질책이 두려웠던 클리즈는 어쩔 수 없이 모든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다시 썼다. 나중에 잃어버린 원본을 찾아, 두 대본을 서로 비교해봤더니, 놀랍게도 기억에서 끄집어내 만든 것이 훨씬 나았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그는 “무의식이 항상 뭔가를 연구하고 있다는 것”[p. 25]을 확신하게 되었다.

 

 

무의식이 선사하는 아이디어를 포착하려면

 

문제는 우리가 무의식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없고, 무의식의 언어로 대답한 것을 제대로 해석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이 클랙스턴(Guy Claxton, 1947~ )의 <토끼의 두뇌, 거북이의 마음(Hare Brain, Tortoise Mind)>는 두 가지 생각의 길을 제시한다. 하나는 토끼처럼 빠른 두뇌가 수행하는 또렷하고 분명하고 능률적인 생각[토끼의 두뇌]이고, 다른 하나는 거북이처럼 느린 마음의 명상적인 생각[거북이의 마음]이다. 토끼의 두뇌가 선종(禪宗)에서 얘기하는 ‘점수(漸修)’와 유사하다면, 거북이의 마음은 ‘돈오(頓悟)’와 유사하다.

 

여기서 저자는 창조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거북이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무의식이 선사해주는 아이디어를 포착하기 위해 놀이와 명상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놀이의 경우에는,

어린아이들이 놀이하는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아이들은 지금 하는 일에 너무나 열중한 나머지 한눈 파는 법이 없습니다. 그저 …… 탐험을 하는 중이죠. 어디로 가는지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놀이하는 아이들은 몹시 즉흥적입니다. 실수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규칙을 지키지도 않죠. 아이들에게 “아냐, 그러면 안 돼.”라고 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놀이에는 목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무 걱정도 하지 않습니다.” [pp. 49~50]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실수를 저지를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휩싸이는 것이다.

여러분이 창조력을 발휘할 때 결코 실수 따위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떤 길을 잘못 가고 있는지 아닌지는 다 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면, 그 생각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서 그게 정말로 유용한지 아닌지 확인해야 합니다. 탐험을 하면서 자기가 어디로 향하는 건지 꼭 알 필요는 없습니다. 일찍이 아인슈타인도 꼬집은 바 있지만, 뭔가를 조사하는 사람이 자기가 뭘 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면 이미 그것은 연구가 아닙니다.” [pp.56~57]

 

명상의 경우에는

“무의식은 우리에게 힌트와 자극을 아주 살며시 보내줍니다. 바로 그 때문에 고요함을 유지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일종의 명상을 실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p. 67]

 

이런 과정을 통해 무의식에서 불쑥 떠오른 새 아이디어를 포착해도 끝이 아니다. 방금 튀어나온 새로운 관념이 천천히 조금씩 명확해지도록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그 후에 토끼의 마음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평가하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가의 시점이다. 농작물의 싹이 빨리 자라지 않는다고 잡아당겨 늘여놓으면[발묘조장(拔苗助長)] 죽어버리듯이, 새로운 아이디어도 명확해지기 전에 너무 성급하게 평가하면 압살(壓殺)당한다.

 

 

창조성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요령

 

첫째, 자신이 아는 것을 가지고 쓴다.

여러분이 이미 잘 알면서 관심을 쏟는 분야에서 창조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p. 82]

 

둘째, 동경하는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려라.

초보자가 훌륭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서 창조적인 작업을 시작하기는 어렵다. 그럴 때는 먼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놀면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든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다른 이가 해놓은 것을 맹목적으로 똑같이 베끼라는 것이 아니라 ‘모작(模作)’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창작(創作)’을 하라는 얘기다.

 

셋째, 차질이 생겼다고 의기소침하지 마라.

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튼슨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낡은 아이디어를 버리기 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다.” 베이트슨의 통찰 덕분에 저는 불모의 시기를 풍작을 위한 준비 기간, 더 나아가 전체 창작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흐름이 막혀 있다고 해서, 자책하면서 차라리 머리 깎고 산속으로 들어가 버릴까 고민하지는 마세요. 그냥 빈둥거리며 놀이를 하다 보면 무의식이 뭔가를 토해 낼 수 있을 겁니다. 의기소침해져 있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pp. 94~95]

 

넷째, 지나친 자신감을 경계하라.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며 자신만만해하면 창조성이 무너지더군요. 그런 사람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확신을 가지면 자연히 배우기를 그만두고 기존의 패턴만 고수합니다.” [p. 104]

 

다섯째, 아이디어에 집착하지 마라.

창작 과정을 시작할 때 작가는 마음에 꼭 드는 대단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바로 ‘애인’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글을 전개하다 보면 이야기가 조금씩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애인’이 새 내러티브(narrative)에 어울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죠.

훌륭한 작가라면 애인을 버릴 겁니다. 그보다 좀 뒤처지는 작가는 애인에게 매달리면서 이야기가 탈바꿈하는 것에 훼방을 놓겠죠.” [p. 110]

 

여섯째, 자신의 생각이 명확해졌을 때, 다른 의견을 구하라.

경험이 풍부한 작가라면, 자기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 줄 때 던져야 할 질문이 네 가지 있습니다.

1. 어떤 대목이 지루했는가?

2.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은 어디였는가?

3. 설득력이 부족한 대목은 어디였는가?

4. 감정을 헷갈리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는가?

이 질문 들에 대한 답을 듣고 나서는, 한발 물러서서 과연 그런 지적이 타당한지 판단하고…… ‘직접 고치세요’.” [pp. 112 ~113]

처음 초고를 쓰고 4~5명에게 위의 질문을 던져 피드백을 받고, 두 번째 초고는 새로운 독자 2~3명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 피드백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사람들의 반응이 만족스러워질 때까지 계속한다.

 

 

[아이디어 탐색자를 위한 유쾌한 창조성 가이드]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사람들은 창조력 하면 순전히 예술 쪽에 있다고만 생각합니다. 음악이라든가 그림, 연극, 영화, 춤, 조각 같은 분야만 떠올리는 거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창조성은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서 드러납니다. 과학을 연구할 때도 발휘되고, 사업을 벌이거나 스포츠 활동을 할 때도 나타납니다.” [p. 9]

라고 말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주로 글쓰기 분야다. 모든 분야를 다루지 못한 것은 아마도 이 책이 제목 그대로 아이디어 탐색자, 그 중에서도 글 쓰는 창작자를 위한 창조성 가이드 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쉽지만, 저자가 코미디 배우이자 작가이기 때문이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창조성이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고, 창조력을 발휘할 만한 환경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지를 얘기하려면, 저자의 말처럼 잘 알면서 관심을 쏟는 분야여야 할 테니까.[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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