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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내가 가진 성향 중에 스스로 무서워하는 구석이 있다. 결정하면 실행한다는 것이다. 실행하기로 했으면 중간에 패색이 짙어도 끝까지 간다는 것이다. 나는 늘 과정이 중요하다 노래 부르지만 실은 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인 듯하다. 끝내는 의미때문에 과정을 견디는 사람이었나 싶다. 심지어 끝내지 않은 것은 했다고 여기지 않는 경향도 있다. 좋게 보면 소신과 끈기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결과만을 위한 목적 지향주의로 흘러가기 쉬운 꼴이다.

 

 

   과정의 질, 결과의 여부와 상관없이 또 하나 스스로 두려워하는 성향은 과감한 단절에의 결단력(?)이다. 무엇이든 그 전까지 죽을 만큼 열심이었지만 오늘부터 아니라 판단했다면 때려치운다는 것이다. 물론 결정을 하기까지 미련할 만큼 고민을 한다. (열에 한 번 정도 밤새 고민 안 해도 좋았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결론을 낼 때도 있지만...) 여기서는 필연적으로 때려치우기 전에 내가 이루었던 모든 것을 한 번에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버리는 걸 타고난 탓인지 그 부분에서 시간을 오래 끈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헤어지기로 했으면,

     헤어진다.

 

 

     그만두기로 했으면,

     그만둔다.

 

 

     지우기로 했으면,

     잊어버린다.

 

 

   회사 모든 사람이 사직서를 내어도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 같았던 한 사람이 갑자기 짐을 싸고 인사를 한다하면 그건 나였을 것이다. 지구 끝까지라도 같이 갈 것처럼 아니 죽어도 같이 죽을 것처럼 사랑했으면서 뒤도 안돌아보고 집에 돌아와 책을 보는 여자가 있다하면 그건 나 였을 것이다. 몇 날밤을 아니 몇 십 일을 밤새워 만든 작품이었지만 어느 아침 갈기갈기 찢어버린 여학생을 보았다면 그것도 나 였을 것이다.

 

 

   어차피 사는 건 오늘까지 살다 내일 죽는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일이 있기 때문에 오늘을 버틸 수 있는 것이지만 ... 그동안 나는 지금까지의 나를 죽여 버려야 내일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날들이 많았다.

 

 

 

#2.

 

 

 

   알라딘 서재도 실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리뷰나 열심히 올리고 다른 계획을 위해 깨끗이 지워버리자, 이런 생각을 했었다. 리뷰가 쓰기 싫어 질 날을 기다렸고 그렇게 될 수 있는 계기를 기다렸다가 맞을 것이다. 그러다가 운좋게(?) 그런 기회가 오긴 왔다. 그때 내가 평소 성격과 같이 서재를 때려치우지 않고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던 이유는 막연하게나마 그 시간이 내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었다. 사람은 말로 듣고 눈으로 백날 보아도 자신이 겪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이것이 지난 몇 년간 책 좀 읽고 글 좀 쓴 덕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니다 싶어 그만두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는 생각을, 글쎄 이곳 서재에서 깨닫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아픈 일은 헤어져야 겠다고 제 때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헤어져야 했어도 헤어지지 못하는 일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냥 살고 더 견디고 그러다 다시 웃는 것. 이것이 안 살고 안 보고 우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는 것. 결국 나는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내가 하기 조금이라도 쉬운 쪽을 택한 것 밖에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것. 그런데,

 

 

   서재의 달인이 될 줄, 미처 몰랐다.

   뭐 대단한 감투라도 쓴 것 마냥 호들갑 떨고 싶진 않지만 그러나 분명 이것은 내게 사건이다.

 

 

   첫째, 여러 통계치를 보았을 때 스스로 자격 미달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둘째, 서재에 의지는 했지만 애정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내 서재 활동이 굉장히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운영을 해온 내 입장에서의 자격지심이므로 평가하는 쪽에서는 그만하면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바라고 원하지 않았어도 평가요소를 충족시키는 요소가 있다하면 선정되는 경우이므로 크게 미안해하거나 감사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난 미안하고 감사하고 멋쩍다.

 

 

   달인이란 사전적 의미로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비슷한 말로 ‘명인’이나 ‘고수’를 들 수 있다. 나는 어쩐지 이 어감이 좋게 느껴진다. 온라인 서재에서 유사한 의미로 ‘파워 블로거’, ‘파워 북로거’, 혹은 ‘파워 북피니언’ 이라는 칭호를 붙여주는 것보다 더 기술적(?)으로 다가온다. 김병만도 생각나고 무언가 진정한 희극인의 페이소스처럼 책 읽고 글 쓰는 자의 자세(?) 같은 것이 더불어 떠오른다. 돈 냄새가 덜 난다. TTB 광고나 적립금이라는 제도 하에 속해 있지만 ‘파워’라는 부정적 의미의 권력 냄새가 덜 난다. 잘은 모르지만 이곳이 그래도 떡밥만을 위해 글 쓰는 분들이 다른 곳보다 적다, 아니 그냥 남들 보다 조금 더 책이 좋고 글을 쓰고 싶어 아는 만큼 옮겨 놓는 분들이 더 많은 곳이라 믿어 본다.

 

 

   물론, 고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른 곳 보다 글빨과 말빨이 센 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이 아닌 이곳을 둥지로 삼는 분도 많은 것 아닐까. 그래서 서재의 달인 소식이 더 으쓱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3.

 

 

   숫자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새해라고 결심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어차피 서재활동이라는 것이 의미부여의 기록 및 송수신, 교환의 의미를 가지므로 몇 가지 떠오른 생각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그러니까 달인 된 기념으로 올해엔 이래보자, 이렇게 하겠다(이게 유치해도 또 하는 맛은 있는 법) 이런 의미인 것이다.

 

 

1. 리뷰를 (너무) 길게 쓰지 않는다.

 

 

   작년 초에도 결심한 사항인데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러 길게 쓰려고 작정하는 것은 아닌데 쓰다보면 어느새 여서 일곱 장이 되 버린다. 처음엔 어느 정도 분량을 채우지 않으면 리뷰를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이 좀 바뀌었다. 짧고 핵심만 담으면서도 얼마든지 전달해야 할 것을 정리할 수 있다. 리뷰에 한풀이 하지 않는다. 서론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소설을 쓰지 않는다.

 

 

2. 리뷰를 (너무) 잘 쓰려고 하지 않는다.

 

 

   책을 읽었지만 스스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경우 리뷰를 쓰지 않았다. 즉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거나 주장할 것이 없으면 그냥 패스였다. 리뷰는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기 때문이다. 대충 쓰는 리뷰는 한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 뭐 이런 자존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도 생각이 바뀌었다. 도대체 왜 나는 리뷰를 잘 써야 하는가, 하하하. 왜 스스로 잘 썼다는 기준에 얽매어 뭣 때문인지도 모를 리뷰를 쓰고 있는가. 작년 한해 작위적인 리뷰는 대폭 줄었지만 아직도 대충쓸 거면 아예 쓰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올해는 대충 쓰더라도 성에 안차더라도 그냥 올리겠다.(물론 이것 또한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리뷰에 쏟는 에너지를 대폭 줄이고 싶어서 이다.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고자 한다.

 

 

3.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끝까지 읽는다.

 

 

   이상하게도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대충 읽게 된다. 돈 주고 사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인 것인가. 기간 내에 돌려다 주어야 하니 지금이 아니면 다시 들춰 볼 일이 없다는 생각을 놓지 말자.

 

 

 

4. 중간에 아니다 싶은 책은 끝까지 끙끙대지 않는다.

 

 

   읽다 보면 나와 안 맞는 책이 분명 있다. 가끔 평가단 활동할 때 그런 책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런 책도 다 읽고 나서 리뷰까지 작성해 놓고 나면 뭐라도 하나 교훈은 얻게 된다. 하지만 서평 의무가 없다면 아니 꼭 서평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끝을 봐야 책을 읽었다고 여기는 부담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시간을 두고 나중에 다시 집어든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포기한 책은 다시 안 찾게 될 확률이 더 많긴 하지만.

 

 

5. 읽어보지 않은 책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읽고 좋았던 것만 추천하겠다. 어디서 들었거나 보았거나 신문, 서점에서만 들추어 본 책을 마치 그 책을 아는 사람처럼 읽어볼 만하다는 식으로 포장해 위선 떨지 않겠다. 비슷한 내용으로 이런 책이 좋다고 하더라, 다 같이 읽어보자, 누구 읽어 봤냐, 이런 식의 페이퍼는 될 수 있으면 안 쓰겠다. (가능할까? 평가단 그만 둔 이후로 이 죄책감이 없어지긴 했지만 ㅋ) 한 페이지라도, 하다 못해 서문이라도 읽어 본 후 끄적이겠다. 기타 어떤 책을 말하는데 따라오는 참고 서적은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내가 읽은 책이 아니지만 필요에 의해 옮겨오고 싶을 때에도(옮겨와야 할 때)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할 것이다. 비슷한 의미로 TTB 광고도 내가 한 장이라도 들추어 보지 않은 책은 게시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내가 관심이 가서 곧 사들여 읽어 볼 생각인 책들은 매달 부지기수로 쏟아진다. 언젠가 관심 있는 책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광고로 올려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 다음 달 광고수익이 거의 이만원이 된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내 서재에 들어와 내 글을 읽고 그 책을 구입한 분이 쌩쓰투 적립을 했다치면 나도 그러는 바 얼마든지 이해하고 감사할 만한 수익이지만 그냥 내가 읽어보지도 않은 신간들을 올려 놓았고 그 책들을 클릭해 구입한 사람이 많아지면 내 수익도 많아지는 것이 나는 불로소득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런 것이 기득권이고 파워이고 안보이는 권력이라 생각한다.

 

 

   가진 건 없어도 쌩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기 때문에 그런 클릭은 유도하고 싶지 않다. 혹시나 TTB 광고를 별 생각없이 정보차원에서 장바구니 처럼 활용하는 분들이나 운영측에서 잘 이용하라고 한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 뿐인데 혼자만 깨끗한 척 한다 생각하는 분들은 그냥 이 결벽증을 딱하게만 봐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절대 어떠한 오해도 말아주심 더 좋겠다. 박근혜 말을 빌리자면 그게 정답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진 좀 결벽을 떨고 싶으다.(물론, 나는 변덕을 믿는 사람이다. 어디까지나 아직까지다)

 

 

 

 

 

기타,

 

감동받은 글은 뭐라도 남겨놓고 온다.

좋은 글은 꼭 추천한다.

적은 추천과 많은 추천의 차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없다고 서운해 하지 않고 쏟아진다고 우쭐하지 않는다)

남을 비판하는 글에 추천하지 않는다.

나를 비판하는 글에 상처받지 않는다.

오해는 빨리 풀어 버린다.

남의 상처를 구경하지 않는다.

아닌 줄 알면서 침묵하거나 돌아가는 추이를 지켜보지 않는다.

이웃의 행복에 동참한다.

위선이나 기만에 너그러워 진다.

.

.

.

 

 

 

 

 

 

   모두 어떤 글을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책과 글에 임하는 태도, 형식에 관한 내용들이다. 책과 글의 내용에 대해선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기가 힘들어 아직 고민 중이다. 미셸 투르니에는 사람은 누구나 천재성, 재능, 솜씨, 잔재주 이 네 가지 능력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능력이 얼마만큼의 비율로 섞여 있는 가 차이가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이 중에 제일 격이 떨어지는 것은 잔재주이다.

 

 

 

   잔재주를 부리는 예술가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 나머지 자신의 작품을 진짜처럼 보이게 만
  드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무능력과 무지와 모자라는 창의력을 숨기는 것
  이다. 

 

  - p146,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간>, 미셸 투르니에.

 

  

 

   며칠 전 덮은 책에서 자꾸 나를 잡아 당기는 구절이다. 이 말이 가슴을 찌른다. 천재성은 전무하고 재능은 조금 있는 것 같고 솜씨는 연마한다고 노력하지만 늘 잔재주로 나의 무지와 무능력을 숨겨온 것은 아닐까... 혹은 모자란 그 나머지를 채우며 달려 온 것은 아닐까... 달인이라는 존재가 ‘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이라 보았을 때 그것은 결코 잔재주로 이루어질 경지는 아니지 않을까. 나는 아직 서재에 통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달인된 내 스스로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답은 똑 같다.  통達한 달인은 아니시고 더 다그치고 달려야 할 사람으로서 도달하는 과정속에 위치한 미래의 해를 품은 '달인' 이어야 할 것 같다. 해는 매일 뜨지만 달은 어쩌다 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미 뜬 '달인'보다는 아직 뜨지 않았지만 언젠간 꼭 뜨고 말 '달인'이 더 기다려 진다. 누구든 가슴에 품은 해가 달빛에 그윽하게 비추어 오는 날, 그런 날의 주인공인 달인이 되고 싶을 것이다. 내게 달인은 아직 더 달리고 품어야 할 그분인 것이다.

 

 

 

 

 

- 2011년의 한사람 서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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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1-0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너무 길게 쓰지 않는다. 왠지 기대되는 사항인데요? 쿄쿄.
저도 예전에 비해 긴건 참 많이 길어졌어요. 저도 한사람님 따라쟁이 될꼬예요.ㅋㅋ

왜요, 한사람님은 충분히 달인될 자격있어요.
'해를 품은 달' 괜찮은 것 같아요. 책은 안 사 볼 거구요.
암튼 올해도 좋은 글 기대해요.^^

한사람 2012-01-08 08:48   좋아요 0 | URL

성실한 리뷰에 대한 강박을 줄이고 핵심과 압축, 좋은 정보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어요, 하하 물론 잘 될는지는 몰라요 ㅋ

'해품달'은 지나가다 슬쩍 몇 장면 보았는데
뿌리 깊은 나무 끝나고 사람들이 이쪽으로 오겠구나.. 그런 생각은 했어요.
달인은..쫌 제 스스로 아직 어색하네요, 히히

맥거핀 2012-01-06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랬군요. 달인이 되셨군요. 수제자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파란 추리닝 늘 준비되어 있음.

한사람 2012-01-07 12:11   좋아요 0 | URL

예..맥거핀 님 덕에 그때 포기하지 않았던 것도 새삼 고맙네요^^
수제자로 삼기엔 이미 맥거핀님도 달인이죠 ㅋ

가연 2012-01-0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읽어보지 않은 책은 추천하지 않는다, 라는 대목에서 예전에 같이 리뷰했던(이게 벌써 예전이군요!) 코끼리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모 책이 떠오르는구먼요.. 저도 그 책 이후로는 서점에 가서 책을 먼저 휘리릭 훑어보고 있답니다... 구입하거나 어떻게든지 받았을 때 본인 스스로는 만족해야 되지 않겠나, 하는 심정인데..

그러고보니 서재의 달인이셨군요ㅠ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ㅎ 근데 마지막 사진 직접 편집하신건가요?? 다른 건 모르겠는데 파이프가..ㅋㅋㅋ 탐나는구먼요[심지어 책들보다도..]

한사람 2012-01-07 12:21   좋아요 0 | URL

아하...평가단 아픈 추억이죠 ㅋ
온라인 서점의 한계이기도 하고.. 서점에서는 실물이 다른 책들과 같이 놓여 있기 때문에
상대적 비교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 꼭 사려고 한 책 말고 그 옆에 책을 들고 온다는 하하하..

밑에 엽서 사진하고 다이어리 사진만 제가 찍은 것이 아니구요.(볼펜과 다이어리가 가장 제 서재와 비슷해서 ㅋㅋ) 다른 사진은 이어 붙이기만했죠. 거기서 파이프를 찾아 내시는 군요, 예리하신 가연님 !
오늘은 주말인데 여유로우신가요??

울보 2012-01-0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꾹 눌렀어요,

한사람 2012-01-07 12:22   좋아요 0 | URL

예, 울보님 !!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ㅋ
좋은 주말이요^^

cyrus 2012-01-0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독서 습관이 비슷하네요. 조금 다른게 있다면 도서관에 빌린 책보다는 집에 구입해놓고 읽지 않은 책들을
좀 읽어보려고 해요. 작년 초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권 세트를 구입했는데 몇 권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거든요 ^^;;

그리고 서재의 달인이 되신거 축하드립니다. 하긴 저도 작년 같은 경우에는 학업에 충실한 탓인지
관리를 소홀히 했어요. 2년 전에 블로그를 처음 했을 때보다 책을 많이 읽지도 못했고 글도 많이
쓰지 못했고요.

그런데 마지막 사진, 한사람님이 직접 편집하신건가요? 서재 배너나 블로그 바탕화면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네요 ^^

한사람 2012-01-07 12:27   좋아요 0 | URL

그게그게..세트로 구입해서 책장까지 들어온 날은 너무나 기분이 좋은데...
그렇게 꽂아 놓고 잘 손이 안간다는 것이죠, 하하하
주로 민음사껀 도서관에서 빌려봅니다. 저도 집에 쌓아두고 있는 책들이나 읽어야 할텐데...말이죠 ㅠ

두장 빼곤 제가 찍은 사진들이구요. 그냥 이어붙인 건데요 ㅋ
(전문용어로 사기친 건데, 하하)
서재가 책들이 많아져서.. 아주 짜증나요. 쓸데없이 책욕심만 많아가지고 ㅋㅋ

2012-01-25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님 서재는 왠지 실속있게 두툼한 한 권의 책 같아요.

/ 한사람님과 저는 다르군요. 1. 저는 어떤 일이든 시작은 잘 하지만 끝은 잘 못 냅니다. 2. 저는 긴 리뷰를 쓰기가 무척 힘들어요. 3. 집의 책은 마냥 읽다 말다 하지만 도서관의 책은 웬만하면 다 읽고 반납합니다. (그러나 잦은 연체로 대출불가 회원일 때가 많습니다. 지금도..;;)

여튼 뭔가 읽는 쾌감, 그리고 공감을 주는 명쾌한 한사람님의 글들을 올해에도 기대하는 독자 한 명입니다.^^

한사람 2012-01-25 16: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섬님 !!
저도 어렸을땐 용두사미격으로 시작만 창대하고 끝은 늘 흐지부지했습니다.
일하면서 바뀐거 같아요. 긴 리뷰는 작정하고 쓰는건 아닌데 늘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핵심을 요약하고 압축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시인들이 저는 가장 위대해 보여요 ㅋ)

저는 연체하기 싫어서 안 읽고 반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날짜에 쫒기는게 가장 싫더라구요, 하하

읽는 쾌감이라는 말씀이 울컥...ㅋㅋ 하네요~
독자라는 말씀도 ㅠ

 

 

 

#1. 타인의 계절


오월은 정신이 없었다. 월초에 일주일 여행을 다녀왔더니 너무나 짧았다. 무언가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작 제대로 한 일은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날씨는 초여름에 이르렀고 달력의 무게는 자꾸 줄어든다. 점점 시간에 이끌려 나이를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산다는 건 결국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사용한다는 뜻 일 텐데 언제나 시간이 충분치 않은 것 같고 충분히 있다 해도 야무지게 시간을 지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여행의 후유증이 이렇게 길 줄이야. 나는 누구의 시간을 보내었던 것일까.
 

#2. 타인의 노래


오월은 임재범으로 시작해서 임재범으로 끝났다. 모든 기막힌 뉴스는 그의 더 기막힌 노래에 묻혀버렸다. 내가 생각하기에 임재범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전설은 그런 것이다. 두 번은 필요치 않은 것. 두 번은 울 수 없는 것. 1979년인가. 나는 제 1회 서울 국제 가요제에 참가한 윤항기, 윤복희 남매를 또렷이 기억한다. 그때 우리 집 TV는 아직 흑백이었고 윤복희는 머리에 캡을 쓰고 번쩍거리는 뱀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인터내셔날 서울 송 페스티벌, 엔트리 넘버 ~~ 그때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윤복희의 여러분은 (대상을 받긴 했지만)내게 그다지 특별하진 않았다. 외려, 좀 낯설고 느끼했달까. 그 당시 노래하는 여자 가수들은 다 그런 식이었다. 그 정도 가창력이 없으면 쇼 프로에 나오지 못했었다. 내 (총명한)기억으로 그 대회에 진미령, 장덕, 김수희도 출전했었다. 어이없게도 임재범이 여러분을 노래 할 때 내 기억은 1979년 반포 주공 아파트 339동 406호로 달려 갔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곳은 어떠하신지.

 

#3. 타인의 방


도서관에서 최인호의 ‘타인의 방’을 빌려와 읽었다. 기가 막혔다. 꼭 40년 전에 쓰여진 소설인데, 앞으로 40년은 족히 먹힐 글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타인의 방’때 까지만 해도 최인호 작가는 대중 소설가는 아니었던 듯하다. 순수(?)의 극치를 달리셨다. 이 분의 신간 소식이 알 수 없게 반가웠다. 서평단 신청을 잘 하지 않는데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서평단을 모집한다 하길래 덜커덕 응모해버렸고, 다행히 기회가 주어졌다. 비슷한 제목의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도 내일이면 도착할 성 싶다. 살면서 나이들면서 모든 게 익숙해질 거 같아도 점점 낯선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의외로 많아진다. 타인처럼 낯선 내가 낯익어 지는 과정이 결국 낯선 세상에 적응하는 시간이 아닐까. 이 분들의 소설을 차례로 읽을 생각을 하니 다가오는 유월이 조금은 설렌다.  




‘타인의 방’에서 소름이 끼치던 문장을 옮겨본다.


그때였다. 그는 서서히 다리 부분이 경직되어 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우연히 느낀 것이었다. 처음에 그는 이방에서 도망가리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될 수 있는 한 소리를 내지 않고 살금살금 움직이리라고 마음먹고 천천히 몸을 움직이려 했을 때였다. 그러나 그는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손을 내려 다리를 만져보았는데 다리는 이미 굳어 석고처럼 딱딱하고 감촉이 없으므로 별수 없이 손에 힘을 주어 기어서라도 스위치 있는 쪽으로 가리라고 결심했다. 그는 손을 뻗쳐 무거워진 다리, 그리고 더욱 더 굳어져 가는 다리를 끌고 스위치 있는 곳까지 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그는 숫제 체념해버렸다.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조용히 다리를 모으고 직립하였다. 그는 마치 부활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이후 '직립'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분명한 순간은 없었다. 그리곤 부활이라니....그는 사람이 아니라 사물로 부활한 것이었다.  

 

 

유월달 달력에 두어개 동그라미를 친다. 

그리곤 오월달 달력을 뜯어 버린다.  

 

 

 

 

 

 

 

 

 

읽고나면 어느 분이 더 낯익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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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1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01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6-0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과 낯익은.
낯익은 이란 단어 참 신기하지 않아요?
저는 항상 '낯'과 '익은'을 떼서 들여다보곤 해요.

전 욕심이 많아서, 나의 계절, 나의 노래, 나의 방이 갖고 싶어요. 그것은
항상 타인과 항상 낯익은의 중간에 위치할거 같아요, 나 자신도 가끔 타인 같아서요. ^^

한사람 2011-06-01 10:27   좋아요 0 | URL

저도 욕심이 많은데,
가만 보면 욕심을 부리다 보면 제 자신이 낯설어 지는 거 같아요
실제보다 자신을 과대평가 했거나, 인격수준을 높게 잡은 것이죠..

몰랐던 자신을 알게 되는 과정은 슬픈 것 같습니다..ㅠ.ㅠ

조선인 2011-06-0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79년의 가요제였는지, 그 후 언제였는지 기억은 불분명하지만, 윤복희님의 '여러분'을 처음 듣고 펑펑 울었더랬어요. 전형적인 경상도 억척어멈인 어머니는 아주 질색을 하며 절 혼냈죠. 기집애가 눈물이 헤프다 참 자주 혼났는데, 오늘도 독거노인 무료배식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질질 짰으니... 참 별 수 없는 천성이구나 싶어요.

한사람 2011-06-02 00:42   좋아요 0 | URL

전 어릴때는 거의 눈물이 없는 아이여서..
그리고 윤복희 노래를 이해하게 된건 거의 삼십 넘어서였던거 같아요
윤복희 이후 '여러분'은 코미디언 이상해씨가 자주 불렀었죠
감히, 기성가수들은 도전하지 못했던 노래였는데..

그 노래가 그렇게 서럽게 들릴줄 정말 몰랐습니다..

보물선 2011-06-0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선택은 항상 나와 같구려.
나도 이 두권이 무척 기대된다우~

한사람 2011-06-02 00:43   좋아요 0 | URL

오늘 <낯익은 세상>이 왔지 ㅋㅋㅋ
책갈피도 오고, 노트도 오고, 싸인도 적혀 있고
하루종일 행복했다는 ^^

달사르 2011-06-0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방..타인들의 도시..작가님이 30년에 걸쳐 비슷한 주제의식의 끈을 가지고 계신 느낌입니다. 저는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읽어볼까..생각했더니, <타인의 방>도 다음에 같이 읽어봐야겠습니다. 언급해주신 짧은 문장이 궁금점을 생기게 해주네요. ^^

한사람 2011-06-03 14:12   좋아요 0 | URL

제가 볼드표시한 문장이 저 소설의 하이라이트인듯 합니다^^

지금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읽고 있는데 무척 감각적입니다, <타인의 방>보다도요
흥분되서 아껴서 읽고 있어요 ㅋ
 

 

저는 한권의 책은 한 명의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인연관계라 믿어요.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이라 해도 비슷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라 믿습니다. 읽고 싶은 책도 있고 읽어야 할 책도 있고, 읽기 싫지만 의무적인 책도 있고 또 우연히 읽게 되는 책도 있죠. 사람도 그렇잖아요.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야 할 사람, 만나기 싫은 사람, 우연히 스치는 사람...

그래서 저는 한 권의 책을 알게 되고 그것이 손에 들어와 끝내 가슴에 들어오는 책은 분명 지금의 내가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서점에서 책을 들추어 볼 때도 마찬가지죠. 어쩌면 우연을 앞세운 필연인지 모르겠어요.

지난 주말에 우리 사이 오래 끌었던 관계, <깊은 밤, 기린의 말>이라는 책을 덮고 무언가에 이끌려 담 날 아침 리뷰를 적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책은 의무적인 만남이었어요. 송구하게도 어떤 인연으로 출판사로부터 서평을 부탁받은 책이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을 모르지만 제 서평을 보고 또 다른 서평을 부탁받았던 경우가 생각해보니 한 번 더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책을 아직도 손에 들지 못했어요. 꼭 누가 주선해 선보러 나가는 자리 같았거든요. 부탁하시는 분의 성의를 거절하지 못해 약속은 받아놓고 지키지 못한 경우지요. 마음에서 우러 나오지 않는 글을 쓸 확률이 반 이상이라는 생각에 미루고 미루다 보니 작년에 딱 한권 그 책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이 책이 너무 좋다, 감동받았다고 한들 아무도 뭐라 그럴 사람 없지만 글을 쓰다보면 글이 자신을 밀고 나갈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아직 아마추어이고 서평으로 돈버는 사람도 아니지만 꼴에 느끼지 않은 글은 적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은 전문가 수준입니다. (돈도 안받으면서 거짓말 할 필요가 없잖습니까 !)

<깊은 밤, 기린의 말>은 워낙 훌륭한 단편들로 이루어진 소설집이기 때문에 거짓 및 과장의 서평을 쓸 여지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책을 받아들고 한 달간 제대로 읽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탁하신 쪽에서 저에 대한 기대감을 잃어버릴 시간을 보낸 후에라야 글을 쓸 수 있었어요. 그런데 독서에도 다 때가 있는 것인지, 뜻밖에도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문장가를 만났습니다. 이것이 인연이라는 것이죠.

바로, 최일남 작가입니다. 이분의 국어 사용은 제가 접해본 한국의 소설가중에선 국보급의 수준이었습니다. 이미 문단에서 오래전부터 국보급의 대접을 받아 오셨고 여러 차례 문학상을 수상하신 분이니 일개 동네 서평자인 제가 뭐라고 새삼스럽게 이런 평가를 할까...싶지만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아버지 같은 이분의 글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이상한 순정을 발동시키는 분입니다. 그래서 어제 아침 이분의 최근 산문집을 주문했는데 기특하게도 오후 세시 전에 총알 배송이 되어 저는 어제 이분과 좋은 저녁 한때를 보내었습니다. 읽어야 할 다른 책이 있었지만 저는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라는 책에 푹 빠져 다른 모든 걸 잊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통해 바로 지난 일요일에 청승을 떨었던 이유까지도 잘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책을 읽게 되는 과정은 마치 영양소처럼 그 음식이 몸에 필요해 먹고 싶어지는 과정과 같지 않을까요.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 / 최일남 (문학의 문학)>

최일남 작가의 글은 운율이 있는 시처럼 마음을 적십니다. 이분이 음악에 대한 회상을 소회하는 꼭지가 두어 개 있어요. 자신의 일생을 거쳐 온 노래들을 정리하면서 그것의 의미를 돌이켜보는 자리였죠. ‘비목’이라는 가곡에서부터 ‘고향의 봄’, ‘반달’, ‘아리랑’ 같은 우리 민족의 노래와 ‘오 쏠레 미오’, ‘번지 없는 주막’, ‘테네시 왈츠’, ‘체인징 파트너’, ‘사랑했어요’등 장르불문한 노래가 우리네 인생에 끼친 영향을 되짚어 주시더군요.


 

 

  


" 간절한 그리움이나 절실한 동경이 무망한 나이를 퇴색한 가사의 시큼한 잔정으로 메우기 위해 노랫말에 더 쏠리는가. 무엇에 대한 사무침이 도대체 없어 아니라고도 못하겠는데, 어떤 때는 또 어느 가수 어느 절창의 외마디 곡조가 열 배 백 배 낫다. 내 마음 내가 모를 노릇이다. "

 


" 그런 울림이 강퍅한 시대를 위무하는 자기 버전 구실을 하는 수도 있다."

" 발상이 너무 한갓지다면 그만이지만 노래는 그처럼 일상에 쓸모가 많고 요사바사하다."

"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어쩌다 축축한 쪽으로 감정이 기운 자는 우군을 만난 기분으로 더욱 곬로 빠지기도 한다. 살다 보면 그런 경우가 참 많다. 삭은 정서를 모아 등에 업고 둥개둥개를 할 것까지는 없어도 일부러 정신적 침잠을 배가시키려 든다."



살다 보면 그럴 때. 삭은 정서, 오래된 상처, 지금은 다 잊었다고 여겨온 묵은 감정. 새삼 다시 꺼내어 나만 힘들다 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쩌다 우연히 들은 노래 한 마디는 그동안의 이 악물었던 모든 것을 일순간에 허물어 뜨리지 않나요.

어제 저녁, 임재범의 하차소식을 견딜 수 있게(?) 해주던 어떤 아나운서의 자살소식은 어지럽고도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일찌감치 TV를 끄고 독서라는 벗에 의지를 하려고 리모콘을 드는데 그만 잘못 눌려진 채널에서 어느 가수가 흘러간 옛노래를 구슬프게 부르더군요. 대충 부모님을 그리는 익숙한 노래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드라마고 노래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사정없이 끄려고 하던 순간 왜 부모님이 생각나는 거지요?  왜 울컥하게 눈물이 맺히는 것이죠?  저는 가요무대 보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심지어 그런 프로 보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거든요. 예를들면 우리 아버지, 어머니같은 분들이요. 그랬어요. 그 프로는 내 부모님이 즐겨 보시던 프로였고 나는 그 순간이 마치 그분들이 자주 가던 음식점이라도 들어 가게된 것처럼 발길이 멈추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그분들은 가시고 가게만 남은 그 자리에 들른 황망한 심정이었달까...

최일남 작가는 말합니다.

" 모든 노래는 물레방아를 돌리고 흘러가는 물이 정녕 아니라고 믿는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꽁꽁 숨었다가 저를 알아주는 사람앞에 나타나 제 할 일을 하고는 다시 자취를 감출 뿐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면 됐다. " 


요즘, 제 할 일 톡톡히 하는 노래들을 생각합니다. 또 어디선가 꼭꼭 숨어 있을 그들을 생각해요. 혹시 한 곡의 노래도 한 명의 사람이 아닐까요. 임재범이 그랬죠. 그 노래는 내가 부른 것이 아니고 어디선가 내 속에 들어온 무엇이 나를 노래 부르게 했다고요.

노래는 흘러가는 것이 아니었네요. 그런데 왜 그 노래들에 보기좋게 관통당한 저는 이렇듯 정처없이 흘러가는 것일까요. 웃기죠. 멀쩡히 서 있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야 말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모든 곳을 떠도는 존재들이 아닐까요. 어떨 땐 책속에 어떨 땐 노래속에 들어가 사람 아닌 척 하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 슬프고 많이 아파서 살 수 없는 존재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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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약속

책을 받아들면 마음으로 이 책을 언제까지 읽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리고 나는 대부분 책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편이다. 책이 책상에 쌓이고 점점 높이가 높아지는 것만큼 스트레스도 없기 때문에. 누가 언제까지 읽으라고 강요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책을 치우지 않는 책상이 제일로 하루를 무겁게 한다.

#2. 피로

나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은 아니다. 제일 빨리 읽었던 시기는 20대 때였던 것 같다. 엄마가 책을 참 좋아 하셨는데 아주 옛날, 그런 말씀을 하셨다. 이제는 한자리에 앉아서 책 좀 오래보면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해져서 이것도 늙어서 할 짓은 아니라고. 그런데 이 말씀을 이제야 실감한다. 책을 좀 오래 본 것 같은 날은 확실히 눈 상태가 양호하지가 않다. 내 평생 처음으로 책 좀 즐기면서 보려고 눈에 좋다는 영양제를 샀다.

#3. 계획

직장다니지 않고 집에서 시간이 많을 것 같은 주부도 주말이 좋다. 사실 주부는 평일이 더 여유롭긴 한데 이 마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다같이 마음이 여유로와지는 분위기속에서 물리적, 심리적 숙제로부터 얼마간 해방된 느낌? 그래서 언젠가부터 금요일이 되면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하나, 이런 고민을 위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주말을 무사히 넘겼을 때 야릇한 보람까지도.


받거나 얻거나 가져다 놓고 아직 책거리를 못한 책을 마저 읽기로 했다. 다음의 세권 중에 한권은 서평을 쓸 생각이다. 나는 소설집을 습관적으로 읽는 편인데 여지껏 그 이유를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그냥 내 스타일과 잘 맞아서? 정도로만. 그런데 소설집의 단점은 끊어지기 때문에, 끊어서 쉬어갈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언제라도 끊고 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로 흐름이 툭툭 끊어지는 주부들의 주말엔 소설집이 유용하다. 오늘은 딸아이와 <위대한 탄생>을 봐줄 것이고, 일요일은 임재범 노래를 들으면서 벌써부터 눈물 흘릴 계획을 야무지게 세운 터이다.

그 나머지는


하나, 2011 젊은 작가상 수상집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이 올해로 두 번째인데
이 책을 작년에 받아 들고 ‘젊음’과 ‘젊은 작가’, ‘젊은 소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바퀴 돌아왔다.

첫 수록작이 대상작인 김애란의 작품이다.
이 작가 확실히 성숙해졌다.
<물속 골리앗>은 내가 읽었던 김애란은 아니었다.
뭐랄까. 더 징그러워졌다고 할까.

나는 소설 읽으면서 청승맞게도 잘 우는 편인데
읽으면서 울컥했던 소절을 옮겨본다.
마치 내가 적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   나는 좀 외로웠다. 얼마 전에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어머니마저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했다. 그리고 이럴 때 내게 다른 형제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그들이 존재했다면 이렇게 어두운 날, 그 모든 자식들이 모여 뭔가 상의해볼 수 있었을텐데. 그리고 그중 누군가는 모든 걸 나보다 잘해 나갔을텐데. 아버지를 매장하는 것도, 어머니를 위로 하는 것도, 전구를 갈거나 잡다한 고지서를 처리하는 일 역시 말이다. 하다못해 그들은 나보다 더 잘 울었으리라.   " 

                                                                                                                                - 물속 골리앗 / 김애란

 

두울, 깊은 밤, 기린의 말 (문학의 문학)

이 책을 어쩐 일인지
한 달 넘게, 만지고 쓰다듬고 껴안고만 있을 뿐 아직 다 읽지를 못했다.
그런데 그것이 미안하지 않은 건 박완서 작가의 글 때문인 듯하다.
자꾸 그 페이지만 다시 보게 된다.

죽은 사람의 영화는 애절하기만 한데
죽은 사람의 글은 애절, 애통은 물론 애끓는 유언같다.

이제는 이런 방식의, 이런 내용의 , 이런 글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슬픔이 오롯한 작품이었다.  

 
 


"    찬바람 난 지 언젠데 자꾸 속에서 열불이 나려고 해서 손사래로 부채질을 하다말고 내가 미쳤지, 나는 세면대로 가서 찬물로 북북 세수를 하고 외출준비를 했다. 뭐가 미쳤다는 건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이 판국에 손사래로 바람을 내려는 건 확실히 미친 짓이지만 더 미친 짓은 남편에게 뭔가 하소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였다. 오늘 온종일 내가 무슨 일에 붙잡혀 있어야 하는지 최소한 남편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출근하려는 남편에게 슬쩍 운을 뗀다는 게, 여보 나 왜 이렇게 울화가 치밀고 얼굴이 화끈거리지, 했더니 그가 한다는 소리가 갱년긴가 보군, 했다. 그래 갱년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화상이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지가 여자에 대해 뭘 안다고." 
                                                                                                           
                                                                                                               
-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 박완서 


 세엣, 2011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작가)

이 책은 다른 소설집과는 다르게
같은 작가들이 해당 소설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과정이 지면으로 정리되어 있다.
작가들끼리는 이런 걸 중요시 하는 구나, 이런 글을 잘 쓴 글이라 하는구나 하는
평가기준을 엿볼 수 있다.

세간의 평가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나름대로 해당연도의 문제작들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내겐 흥미로왔다.
수상작도 아니고 순서도 없다.
작년에도 이 책에서 선택된 소설들은 이상하게도 기억이 오래가는 구석이 있었다.
(단편은 원래 잘 잊어먹게 되있다)

그중에 내가 좋아라 하는 편혜영의 작품을 옮겨본다.  


"    조는 언제고 자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우연히 교통사고에 휘말려 그가 없이도 태연히 계속될 이 세계로부터 사라져 버리거나 사라지고 싶어지는 순간이 닥쳐올지 모른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그는 한 번도 삶을 가차 없이 버리고 떠나려는 충동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런 충동을 부채질만한 기막힌 우연을 만난 적도 없었다. 지금의 삶이 그다지 지속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기회도 없었다. 그는 인생이라는 게 공평하고 정연하고 이성적인 게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은근히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을 기다리기도 했으나 막상 그럴 기회가 없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       
                                                                                                                   - 서쪽으로 4센티미터 / 편혜영

 

그래. 

이번 주는 임재범을 비롯한 김애란, 박완서, 편혜영....실로 여러분들과 주말을 견뎌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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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1-05-2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이틀 남았어요. TV 프로그램을 이렇게 날짜 꼽아가며 기다려본 건 인생 처음입니다. *^^*

한사람 2011-05-20 15:38   좋아요 0 | URL

오늘 임재범의 사랑이라는 노래가 떳길래 오전 내내 들었어요 ㅠ.ㅠ


stella.K 2011-05-2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땐간 주말을 즐기는 방법도 가르쳐 주시길 바래요.
견디는 건 좀 힘들잖아요.ㅋ

한사람 2011-05-20 15:38   좋아요 0 | URL

언젠가부터 견디게 되었어요 ㅋ
즐긴적이 있었나 없었나, 싶어요 ㅋ

마녀고양이 2011-05-2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여, 회사 때려치운 이후에는 월요일 오전이 가장 좋답니다.
월요일 오전은 일부러 약속이나 수업, 또는 중요한 어떤 것도 잡지 않아요.
주말 내내 밥 수발 드느라 힘들었는데, 월요일 오전부터 허겁지겁 나가면 삶이 너무 팍팍하게 느껴져서요. ^^

집에 책이........... 너무너무너무 잔뜩 쌓여있어요, 숨막혀요. ㅠㅠ
그런데도 책 사고 시퍼요. 이거 중독 맞죠?

한사람 2011-05-20 23:38   좋아요 0 | URL

맞아요 ~ 월요일 오전의 평화..노동 해방 ㅠ.ㅠ
다 나가고 난후 진정한 자아위로(?)의 시간이죠 ㅋㅋ

그래서 주말엔 진득이 앉아서 책 읽기는 좀 어려울때가 많아요
그런데 또 주말이라고 책을 놓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는 ㅋㅋㅋ

글구 가만보면 집에 책이 쌓여있는 분들이 매번 책에 기웃거리고 또 사고...집어들고 온다는 ㅋ

gimssim 2011-05-20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재범이 맹장수술해서 나가수 녹화가 불투명하다고 ...

번호를 매겨가며 쓰시는 님의 글들은 다가가기가 좀 쉽습니다.
책을 꾸준히 읽으시는 모습도 저에게는 도전이 됩니다.
요즘 읽는 책은 거의 사진에 관련되 책이어서요...

한사람 2011-05-20 23:41   좋아요 0 | URL

흐흑...그러게, 왜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맹장이 터져가지고...
다음엔 김현식 노래 부른다던데, 하차라도 하면 안되잖아요
다들 요즘 낙이 임재범 노래 듣는거던데...

중전님은 사진을 잘 찍으시는 분이군요^^
단편 소설집을 좋아라 하는 분들이 많지가 않아요
그래서 주변에 같은 책을 읽는 분들이 거의 없답니다
이곳에나 와야 책동무를 만나니까요

cyrus 2011-05-2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주일 중에서 주말이 좋은거 같아요, 확실한건 학교 안 가고 늦게까지 자도 되잖아요 ^^;;
무엇보다도 토요일은 무도, 일요일은 나가수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종결자들이 있어서
항상 주말이 오면 뭔가 설레면서 기대됩니다. 가끔 운 좋으면 친구 만나서 공짜술 얻어먹으면
금상첨화구요 ㅎㅎ


한사람 2011-05-20 23:43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저와 TV취향이 같으세요^^
저도 토요일은 무도, 일요일은 나가수 !!

시루스님은 꼭 공부하는 시동생 같아요 ㅋㅋㅋ

달사르 2011-05-2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저는 토, 일만 되면 날짜 감각이 없어져서 오늘 오전 내도록 나가수 방송시간 알아봤더랬어요. 근데 컴맹이어선지 제대로 설명된 곳을 못 찾아서..에이..이러고 있었는데, 하하. 일요일 방송이로군요. 한사람님, 일요일인건 이제 알았는데, 방송 시간은 몇 시인지..
저도 임재범 사랑, 어제부터 종일 들었네요. ^^

음..김애란은 저는 위의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징그럽다는 말, 완전 공감입니닷. 징그럽게 글을 잘 써서, 징그럽게 이쁜 작가같애요.

한사람 2011-05-21 14:52   좋아요 0 | URL

'나가수'가 일요일 5시 20분일 걸요? ㅋㅋ

임재범의 사랑이 오늘 생각해보니까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인것도 같고
비까지 오는데 목소리는 깔리고....ㅠ.ㅠ
참..임재범은 그동안에도 쭈욱 가수말고는 한일이 없는 사람인데,
이제와 예능 하나때문에 이렇게 열렬한 팬이 될 수 있다는게 신기해요, 창피하기도 하고 ㅋ

달사르님도 저 책 읽으셨다고 하니 왜이리 반갑지요?
김애란은 확실히 변했죠?
마치 펜에 칼이나 송곳을 댄 사람같아요

대단했습니다 !!!

gimssim 2011-05-22 12:50   좋아요 0 | URL
김애란에겐 은근슬쩍 질투가 나요. 젊은 친구가 대단하죠?
 

 


요즘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까 생각을 정리중이다. 정확히는 어떤 서평이 '좋은 서평'일까라고 말하고 싶다.

우연히 알라딘 인문 MD 서재에 실린, <인터뷰> ‘서평계의 두 고수 고명섭기자와 로쟈 이현우를 함께 만나다’ (http://blog.aladin.co.kr/bookeditor/4786365) 라는 글을 보았다. 마지막에 좋은 서평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로쟈님의 견해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이현우 : 저는 좋은 서평의 조건보다는 효과 면에서 말씀을 드릴게요. 저는 어떤 책을 안 읽도록 설득해주는 서평이 제일 좋아요. 돈과 시간을 절약하게 하거든요. 별 하나짜리 서평을 설득력 있게 쓰는 거죠. 본인은 불만이겠지만 다른 많은 이들에게는 유익하니까요. 별 다섯 개짜리 서평보다 오히려 하나짜리 좋은 서평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마존에서 서평을 볼 때 별 하나짜리와 다섯 개짜리를 보는데, 하나짜리도 짧은 거는 특별히 새길 게 없어요. 그런데 길게 차근차근 왜 이 책이 별 하나인가를 알려주는 서평은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그 다음으로 좋은 서평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서평. 돈과 시간을 요구하는 서평이죠. (웃음) 사서 꽂아두기라고 해야겠다는 마음을 부추기는 글 말이에요. 세 번째는 잘 정리해주는 서평인데, 살 수도 있고 안 살 수도 있지만 읽은 척할 수 있게 해주는 서평이죠. 어디 가서 한 마디 던질 수 있는 서평이요. 고명섭 선생님께서 이런 서평을 많이 써주시죠.


자연 내 서평은 어디에 속할까를 갸우뚱해보고 나는 1. 어떤 책을 안 읽도록 설득해주는 서평 2.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서평 3. 잘 정리해서 읽은 척 할 수 있게 해주는 서평 中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나는 여지껏 좋은 서평을 쓰려고 노력해 왔다기 보다는 그냥 좋은 글을 쓰려고 안간힘을 써오지 않았나 싶은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하다 보니 확실히 꼭 일년 전의 내 서평보다는 지금의 서평이 발전을 이룬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과연 내 서평이 좋은 서평인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주저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니체의 말>에 가슴을 때리는 문장을 만났다.

해석의 딜레마
모든 일은 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하다. .....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해석을 하는 순간부터는 그 해석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국 해석에 사로잡히고, 그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시점에서만 사물을 보게 된다. 요컨대 해석 또는 해석에 기인한 가치 판단이 자신을 옴짝 달싹 못하도록 옭아매는 것이다. 그러나 해석하지 않고서는 상황을 정리할 수가 없다. 여기에 인생을 해석한다는 것의 딜레마가 있다. - 농담, 음모 그리고 복수 中

정확한 이유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던 갑갑함을 시원하게 뚫어주던 한 구절, ‘해석 또는 해석에 기인한 가치 판단이 자신을 옴짝 달싹 못하도록 옭아매는 것’ 에서 나는 좀처럼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어떨 땐 어쩌다 (큰 고민없이)시작된 해석의 틀에서, 주어진 분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그대로 침몰한 채로 글을 마감하곤 했던 것. 혹시 나는 깊숙하게 해석한 것이 좋은 서평의 토대라고 믿어온 것은 아닐까.

나는 솔직히 지나간 내 서평은 다시 쳐다보지도 않는다. 길고 지루하고 해석은 또 얼마나 세세한지 다시 읽으면 깨끗이 삭제하고 싶어 질까봐 그냥 모아두는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다수 리뷰대회 수상이나 온라인 서점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이주의 리뷰같은 행운은 거의 성실성(?)과 분량, 그리고 잘 써보겠다는 의지(?)가 반이상이었다고 느껴진다. 그동안 새롭고 창의적인 해석이라기 보다는 그저 주어진 책 자체에 종합적인 분석을 해온 내 경우, 적어도 이 사람이 책은 꼼꼼하게 읽었구나, 하는 태도 하나는 어필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성실성과 태도, 혹은 기교만 늘어가는 필력들만으로는 좋은 서평이 되기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좋은 서평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고명섭 기자와 로쟈 이현우님처럼 전문적으로 서평을 쓰고 그 서평이 영향력을 미치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나는 드디어 ‘좋은 서평’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놀랍다 놀라워) 그런데 분명한 답이 있을 것 같은 질문이 외려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처럼 더 애매하고 어렵다. ‘안 좋은’ 서평은 알 것도 같은데 말이다. 세상에 책 많이 읽은 사람, 글 잘쓰는 사람은 너무도 많은데 책 많이 읽었다고 글 잘 쓴다고 꼭 서평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책 많이 읽고 글을 잘 쓰면 서평을 잘 쓸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서평을 자꾸 쓰다보면 결국 서평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어쩐지 서평은 쓸수록 어려워진다. 그런면에서 거침없이 휘갈겨온 지난 일년이 그립다 그리워!)

 

 

<내가 생각하는 ‘안 좋은’ 서평>


1. copy & paste & transform

- 신문기사, 백과사전, 기존의 책 인용이 과도하게 사용된 경우-어디까지가 기사이고 어디서부터 의견인지 구분이 안 가므로 언뜻 보기에 굉장히 유식해 보인다는 가시적 효과는 발생한다.(주로 라틴어 어원, 그리스 신화, 기호및 사회학 용어, 신종언어의 인용도 포함-물론 나도 포함, 내 이웃님들은 절대 오해를 하시면 안됨. 어디까지나 '과도'하게 의지할 경우임)

- 처음엔 객관적 사실 인용에서 시작해 마치 자신의 견해인듯 변형하는 행위-기사를 가져와 사건이나 현상에 대한 환기를 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번 유사하거나 반박하는 결론으로 매듭지어 또 다른 새로운 기사를 만드는 행위. 결론이 기사를 통해 사유한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기존내용에 업어가는 습관을 형성하므로 기사없이는 절대 서평을 쓸 수 없다.

2. 작위적인 개인경험

- 소설의 내용과 비슷한 개인의 경험을 그럴듯하게 과장 및 2차 주형(사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 경우는 리뷰대회 접수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서평의 첫 시작일 경우가 많다. 극적인 個人史는 분명 글로써 임팩트한 매력을 제공하기 마련이므로. 나 역시도 나도 모르게 이런 방법을 자주 사용해왔다. 이른바 리뷰의 소설화 ! 지난 일년 간의 경험상 이 방법은 잘만 활용하면 거의 수상권에 안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번 맛들이면 극적인 개인경험의 시나리오에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한다. 다시 말해 내 인생에서 누구하나 죽었거나 다리가 부러지지 않고는 이야기의 시작을 할 수가 없다. 정말로 소설과 똑같은 일이 내게 벌어졌을 수도 있지만 매번 이런 방식의 구라로(우연히 꼭 같은 경험-그러므로 공감백배-절대 잊지 못함) 서평을 완성하면 극적인 個人史 없이는 어떤 서평도 완성할 수가 없다. 언제나 미완성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대부분 개인사의 감동적인 주형은 어느 정도 필력이 있는 서평자들이 꺼내드는 카드일 경우가 많다. (또 출판사에서는 대부분 이런 서평을 선호한다) 그리고 좋은 글, 감동을 선사하는 글이 될 확률이 높다.(하필 그 소설의 주인공처럼 나도 도둑질을 했다니까) 그런데 대회같은 가시적인 표식을 배제하면 과연 좋은 서평인가는 모르겠다. 앞으로 스스로 지양하고 싶은 방법이다.

3. 화제만을 유도하는 전략적 수사

- 가령 지금 세간에 유행하는 어떤 책이나 어떤 현상이 있다고 치자. 어떤 책의 서평을 쓸때 당연히 지금 주요이슈인 사회문제나 트렌드를 떠올리게 되며 그것에 비추어 내 사고를 정리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꼭 별 상관없어 보이는 ‘신정아’나 ‘고현정’을 들먹이며 단순화제성으로 갖다 붙이는 사람들이 있다. (끝까지 읽어보면 해당책의 서평이 아니라 신정아 비판이다. 헐) 깊이있는 서평이라야만 좋은 서평인 것은 아니다. 나조차도 서평엄숙주의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중이니까. 그런데 제발, 그 이야기 하고 싶으면 그 책의 서평을 쓰는 게 어떤가. 자신은 그런(?) 책들에 관심없는 사람이므로 그 책은 사지도 않는 사람이지만 이말 만은 꼭 하고 싶다며 신랄한 비판을 하는 대상이 왜 절대 그녀의 책은 아닌 것인지.

4. 논리의 전개가 퍽이나 주관적인 비판

- 내가 감동받은 책이 또 다른 서평자의 입장에선 정말 실망일 수가 있다. 소설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그런데 자기 맘에 안 들면 꽝이고 들었으면 훌륭하다 식의 비판을 ‘그냥’ 이 한마디로 밀고 나가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 물론, 대부분의 알라딘 서평자들은 논리의 아름다움을 중요시 하는 분들이므로 이런 분들은 거의 없다고 보고 싶지만 간혹 알려진 서평자들도 자세한 이유를 들지 않고 ‘실망이다’, ‘수준이하다’ 식의 간단명료한 글을 올린 것을 본 적이 있다.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는 강박, 나는 솔직한 서평자라는 자부심, 솔직한 글에 대한 열렬한 지지등의 여러 이유로 한번 잡은 방향이 여지를 주지 않고 뻗어나가는 경우가 있다. (시원하게 솔직한 글일수록 추천은 늘어난다. ㅋ ) 하지만 니체 식으로 말하면 솔직이라는 해석의 딜레마에 빠져 그 안에서 꼼짝없이 갇혀버린 것이다.

이럴때 나는 흔들린다. 거짓인 서평은 ‘안 좋은’ 서평인 것이 맞으나 솔직한 서평은 ‘좋은’ 서평인가, 하고 말이다.


그야말로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았다. (원래 안좋은 거 말하기는 좋은 거 말하기 보다 훨씬 쉽다 ㅋ) 

이제 좋은 서평을 정리할 차례이다. 하지만 난 아직 그럴싸한 답을 정리하기 어렵다. 로쟈님과 고명섭 기자처럼 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 좋은 서평은 말이죠, 결국 자기 맘에 드는 서평이 아닐까요? 자기 완성도에 다다른 것인지는 자신만이 알잖아요. 혹은 좋은 서평이라는 게 말이죠,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 책이 이런 책이구나 깨닫게 해주는 서평 아닐까요? 뭐 이런 식의.  

 

그런데 꼭 좋은 서평을 써야하나요?  

누구를 위해 좋은 서평은 존재하는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출판사? 작가? 독자? 평론가?  아님, 서평자 자신?

결국 책좀 읽고 글좀 쓰는 분들이군요 ! 

흑, 그럼 좋은 서평은 적어도 서평을 읽어줄만한 사람들을 위한 글인 건가요?
그렇담, 굳이 (지들끼리 ㅋ)좋은 서평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하는 회의가....그래도 서평없이는 상황을 정리할수 없으니, 여기에 서평의 딜레마가 존재하네요, 니체는 천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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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5-1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다 놀라워"에 하이파이브를 하고픈 심정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내주제에 무슨 서평(책에 대한 평가)이냐 싶어서 '리뷰'라는 말을 더 선호하는데요. 저의 사라져가는 기억을 되살리는데도 유용하고 그 내용울 참고하거나구매여부는 제글을 읽는분들에게 판단하도록 맡겨두고 싶어서에요. 꼭 이것이 지켜지는건 아니지만 도움은 되는듯해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한사람 2011-05-15 13:40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제 자신도 이런 생각을 하게되다니 말입니다.
반딧불이님 말씀보고 언젠가 의아하게 생각된 -유사하게 사용되는- '리뷰'와 '서평' 그리고 '독후감'의 차이를 생각해봅니다.
리뷰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전체를 대강 살펴보거나 중요한 내용이나 줄거리를 대강 추려 냄'이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방송용어로는 '영화, 라디오, TV, 연기자에 대한 비평'이라는 뜻이 존재한다는군요
그러니까 책을 리뷰하는 리뷰어는 서평자와 동의어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대부분 출판사에는 '서평'대회보다는 '리뷰'대회라고 칭하죠
'평가'보다는 '다시보기' 하는 아마추어리즘을 더 강조하기 위한 것일까 싶기도 하고...

제가 얼마전, 서평단과 평가단은 역할이 틀린 것이라는 내용을 리뷰에 삽입한 적이 있는데,
저는 사실 리뷰와 서평은 같은 것이라고 여겼거든요^^
독후감이라고 하면 '평가'보다 '감상'이 위주가 되는 글이라 생각했구요...

하지만, 반딧불이님 처럼 '리뷰'가 '서평'보다는 덜 무겁게 느껴진다는 생각,
듣고보니 깨닫게 됩니다.





마녀고양이 2011-05-1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여, 어려운 서평은 일단 on,no! 랍니다.
수사적인 문구, 현학적인 문구, 너무나 전문적인 문구들 있잖아요. 그리고 언어를 위한 언어도 어렵더라구요.
물론 서너번 되씹어도 고소한 맛이 나는 글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그럴듯하기만 하고 읽어도 핵심이 무엇인지 잡아낼 수 없는 서평은 힘들구요.

요즘은 서평이나 리뷰보다는, 이런 블러그를 통한 자신만의 재해석이라는 새로운 차원이 있다네요.
즉 책 리뷰 같지만, 그를 통하여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던데요.
멋진 서재를 보면 그런 말에도 동감하게 됩니다,, 끄덕끄덕.

참, 좋은 글이네요.

한사람 2011-05-15 17:0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일단 어려운 용어들이 많으면 서평을 끝까지 읽기도 힘들죠^^
그런데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들어요, 그런 분들은 외려 쉽게 쓰기가 더 어려운 것은 아닐까..하고요
이건 글을 잘쓰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데, 원래부터 글쓰기 방법으로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자기 방식이 되어버린 것이죠. 어떤 분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글이나 대회용으로 접수한 글이 아니더라도
아주 오래전부터 교양있는 문체와 해박한 지식, 현학적인 용어들로 리뷰를 완성하시더라는 거죠.
즉, 아는 만큼, 읽은 만큼 토해내는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분들, 분명히 본받고 싶더라구요
(원래 그날 하루 멋낸 사람이랑 쭈욱 그렇게 멋내온 사람이랑 틀려보이듯이요 ㅋㅋ)

그리고 '블로그를 통한 자신만의 재해석'이 아주 맘에 드는 분야로 생각되요
잠시 마녀고양이님 서재에 다녀왔는데..어쩌면 마녀고양이 님이 작성하시는 방법이 그런게 아닌가 싶었답니다..

서평을 좀 써왔다 생각을 해서 그런지 요즘, 여러 생각이 드네요^^

stella.K 2011-05-15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님 글 읽으니 약간 뜨끔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제 글을 두고 하신 말씀 같아서.
그런데, 전 이즈음 서평이든, 리뷰든 목숨걸지 말자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바로 말씀하신, 각종 리뷰대회, 이주의 당선작이 어느 정도까지는 사람들에게
쓰는 것을 독려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변질되어 버린다는 거죠.
물론 한사람님의 이런 고민들이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저는 이즈음, 무슨 정신으로 리뷰대회를 열고, 매주, 또는 매월 리뷰 당선작을 뽑느냐고
주최자들에게 묻고 싶어집니다.

이건 약간 주제를 벗어나는지도 모르겠는데, 타 매체는 제가 관심이 없어 잘 모르겠고,
알라딘만 보더라도 이달의 당선작으로 변환한 뒤 그 변질의 정도는 이전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알라딘으로선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거라고 하지만, 그 전에 한사람님 만큼이나 좋은 리뷰는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고 뽑는지? 그걸 묻고 싶어졌습니다.
처음 저도 적립금 받을 요량으로 안 쓰던 감상문인지, 리뷰인지 모를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는데
요즘엔 이게 자꾸 발목을 잡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어도, 저는 뭐가 좋은 리뷰냐 보단 조금 더 자유로운 내 글을 쓸 수 있어야 하고 그게 공감도 얻고 당선도 되고 그러면 좋겠는데, 그러기 전에 자꾸만 뭔가에 신경을 쓴다는 거죠.
어떻게 하면 규격에 맞는 글을 써서 적립금을 받아 볼까?
추천 못 받으면 괜히 비교당하는 것 같아 위축되고, 당선작 축에도 못들면
열등해져 버리는 것 같고. 점점 통속적이 되간다는 느낌.
무엇보다 내 글이 적립금 하나로 가치가 평가되는 걸 정말로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보다 못하거나, 아니면 더 가치가 있거나, 둘중의 하나 아니겠습니까?
암튼 여러모로 고민이 많습니다.
이 얘기 한사람님 서재에 다 쏟아 놓을 건 아닌데, 또 말이 길어졌네요.
좀 더 정리한 다음 나중에 제 서재에 따로 올려보던가 그러겠습니다. 미안해요.ㅠ

한사람 2011-05-15 17:19   좋아요 0 | URL

에고...전혀 아니어요~(오해들 하실까봐 제 이웃님들이 아니라고 사족을 붙였는데 ㅠ.ㅠ)
스텔라님의 서평에서 위의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를 느껴 본 적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들 서평자 모두는 위의 방식에서 결코 자유롭지가 못하죠..
다들 자신들도 모르게 해온 습관이고 또 별 문제를 못느끼는 글쓰기 방법인걸요
다만 좋은 서평, 안 좋은 서평이라고 구분 짓는다면 퍼뜩 떠오른 안 좋은 서평이라는 생각으로 쓴 글이랍니다^^(안 좋은 방법을 빼고 나면 좋은 방법이 남겠지 식으로요)

그리고 알라딘의 이달의 당선작에 대한 생각은...
저는 사실, 스텔라님만큼 그 문제를 생각해본적은 없어요..
온라인 서점에서 선정하는 리뷰들은 솔직히 어떤 공신력있는 기준에 대한 결과라기 보다는
회원의 충성도에 대한 격려나 신규회원의 확장을 위한 방편, 신간및 구간 판매량에의 제고등과 연관된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뽑혀도 안뽑혀도 크게 갸우뚱거리며 생각을 안해봤는데..

어떤 리뷰가 선정 될 만한 '좋은 리뷰'인지 당선작에 대한 기준에 대한 문제는
순전 온라인 서점의 권한이 아닐까요 ㅠ.ㅠ
어떠한 선정될만한 규격에 맞는 글이 따로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그저 자주 보이는 분들이(?) 자주 선정되는구나, 정도로 밖에....

이 부분은 나중에 스텔라님의 제기하시는 글을 보고 더 생각해볼께요^^

네오 2011-05-1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성하게 하는 글이었고 동감하는 글이었습니다. 사실 근래에 들어와서 책에 대한 '리뷰'쓰기가 어려워 근심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독서가 재미없어졌으며 활자가 아니 이미지(트위터,페이스북)로만 감각의 수용이 작용하니 이제는 깊고 사유하는 글이 싫어지더군요~ 신속하고 재빠른 접속의 속도에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시간을 활용하면서 책을 접한다는 행위는 이제는 불필요한 행동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저또한 '어렵고' '현학적인' 글들을 좋아하지만 나중에는 저의 머리속에는 텅빈여백처럼 오랜기억을 가지고 그 활자들을 재생산이 수월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점이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지금 읽고 있는데 좋은 글은 역시 쉽고 재미있는 글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로자의 글을 인용하시며 왜 이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리뷰의 효과를 언급하셨는데 그러면 그 나쁜책에 접근해야하는데 무엇인가의 선행과정이 용이하게 이뤄져야 겠지요? 한번 건드려보고 싶은 영역이네요~

한사람 2011-05-15 23:38   좋아요 0 | URL

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하지 않아서 재빠른 속도의 시대를 실감하지는 못하는 경우랍니다
어떤 매체가 새롭게 등장하고 그것을 운용하는 유틸리티가 보편화되면 분명 주어진 시스템에 적응하고 그것에 매달리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아직도 허벅지 누르며 꾸욱 참고 있어요 ㅋ
우리 사회는 새로운 매체의 사용을 거의 폭력적으로 종용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네오님의 서평을 보고 전공과 지식을 바탕으로한 해석툴이 부럽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마치 논문쓰던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주제넘지만, 그 현학적인 데이터들로 귀결되는 결론부에 조금만 더 감성이 보태어 진다면 하는 생각 ㅋㅋ 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책이 왜 별하나 인지를 알려주는 서평을 설득력있게 쓰는 것은 결국
논리적 비판의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신만의 논리는 오랜 독서와 사유의 힘에서 나올테구요

그런데, 저도 얼마전 그런 리뷰를 나름대로 써본적이 있는데
사람도 모든 면이 별하나 이지 않듯이 책도 분명, 모든 점이 별 하나인 책은 역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싶어집니다. 그러기 참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찬찬히 뜯어보면 그래도 좋은 구석이 있기 마련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다 뜯어보았는데 그래도 별 하나이다라는 책일거라면 애초부터 읽게되지 않을 확률이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만약 우연히라도 그런 책을 읽고 별 하나의 완벽한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것은 필히, 리포트이거나 숙제, 혹은 의무가 아니었을지요 ㅋㅋ

穀雨(곡우) 2011-05-1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위적인 서평에서 크게 공감...^^ 누구 하나 다리 부러져야 한다는...ㅎㅎㅎ
서평이 주관적 사유가 바탕이 됨은 불가피하겠지만 저 같은 경우, 너무 사변적이거나 감상적으로 흐르려고
해서 늘 고민입니다. 게다가 전문비평가가 아님에도 지식의 섣부른 남용이 무엇보다 더 큰 고민....

그런데 글이라는 게 자꾸 쓰고 끼적이다 보니 생각의 그릇을 확장시켜 주는 것은 사실이더군요. 머릿속
생각으로만 머물던 고리들이 문장과 문장을 이어주는 어휘의 선택, 내용의 연결은 분석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생각을 거르는 거름망처럼 작용하더라는 말이지요.

물론 글 깨나 쓴다는 분들 앞에 비하면 맹물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한사람 2011-05-16 15:46   좋아요 0 | URL

곡우님...제가 아는 곡우님도 글깨나 쓴다는 분들에 속합니다 !!!

제가 느꼈던 곡우님의 서평은 '지식의 남용'이라기 보다는 '지식의 용해'였어요.
감상적이라기 보다는 감성의 절제였구요
사실, 이렇게 서로를 칭찬해도 자기가 부족한 것은 자신이 제일 잘알고 또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은 남들이 부러워 해도 크게 위로가 되지 못하죠 ㅋ

하지만, 곡우님이 이미 알고 계신 다양한 지식이 분명 곡우님의 머리와 가슴을 관통한 후
곡우님만이 할 수 있는 해석과 감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는 느낌만은 기억합니다^^

작위적인 서평이 되는 이유는 아마도 더 잘 써보고 싶은 욕망때문일 터 인데,
저는 지난 일년간 이 작위적인 서평을 실컷 원없이 써보았기에 이제서야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거 같아요 ~(누구보다도 서평으로 소설써온 일인이지요 ㅋ)






가연 2011-05-2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글 좋네요. 오랜만에 들렀습니다ㅠ 뭐라고 더하거나 뺄 말이 없네요. 무엇보다도 마지막 문단에 고개를 끄덕입니다ㅠㅠㅠㅠㅠ 정말 좋은 서평은 그 서평을 읽어줄 사람을 위한 건가요ㅠㅠ 무슨 형가와 고점리도 아니고.. 지들끼리 글 쓰는 건데ㅠㅠㅠ 그래서 항상 글을 쓸 때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물론 별로 많은 글을 끄적이지도 않았었지만ㅠㅠ

한사람 2011-05-21 14:56   좋아요 0 | URL

으흑...저는 글 잘썼다는 말도 감사하지만
글 좋다고 하시면 감동먹어요^^
글 좋다고 말하는 거 정말 맘에 들어서 좋아야 말한다는거..알거든요..

요즘은 4분의 3서평을 써볼까 생각해요
너무 완벽하려 애쓰지 않고 조금 남겨두는 식으로요

가연님은 어쩐지 바쁘신 분같아요...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주말이 여유로우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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