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길을 가다가 다리를 저는 소녀를 봤다. 다리를 절며 걸어가는 소녀를 보자 제일 먼저 내 다리의 건강함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다리를 절지 않아서 참 감사한 일이야.’라고. 그 다음엔 그 소녀가 가엽다는 생각과 함께 수술을 잘 받아 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타자의 불행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인간은 이렇게 이기적이다.

 

 

행복에 대해서도 그렇다. 누군가의 행복을 접하면 겉으론 축하하면서 동시에 마음속으론 ‘그런데 나는 뭐지?’ 하는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왜 비교하게 되는 걸까? 이런 비교 심리가 친구 사이에서 우정이 깊게 자리 잡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강준만 저, <감정독재>에 따르면 행복과 불행은 이웃과의 비교에서 생긴다. 그래서 이웃이 성공하면 ‘나는 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란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웃의 불행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겠다. ‘나는 저 정도로 불행하지 않으니 이 정도면 행복한 거야.’라는 생각으로.

 

 

에밀 시오랑은 “모든 우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드라마이며 미묘한 상처의 연속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어쩌면 우정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말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친구에게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건 어렵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친구에게 진심으로 기뻐해 주지 못하는 것은 친구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친구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 없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비교하게 되어 그런 게 아닐까? 비교하지 않고 그저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면 될 텐데.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해서 자신이 손해 보는 인생을 살게 되는 건 절대 아닐 텐데.

 

 

친구의 불행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라는 게 있다. 예를 들면 친구가 가난하여 편안한 인생이 되지 못해 돈을 꿔 달라고 부탁하거나, 오갈 데 없으니 당분간 얹혀살겠다고 부탁할 때 받는 스트레스가 이에 해당하겠다. 아마 이런 스트레스를 겪고 나면 친구가 행복해지는 일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 싶다.

 

 

친구의 불행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보다 어려운 게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이라면, 진정한 우정은 친구의 불행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에 있지 않고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에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 이 글을 쓸 때 염두에 둔 글 **

 

 

...............
행복은 이웃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이웃은 물리적 이웃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친척과 친구 등 늘 이웃처럼 소통하는 사람들도 포함한다. 그래서 이웃이 성공하면 “나는 뭔가?” 하는 자괴감에 빠져들기 십상이다.(144쪽)  
- 강준만, <감정독재>에서.
...............

 

 

...............
“우리는 우리보다 뒤처져 있는 사람들을 보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불행해진다.” 프랑스 사상가 미셸 몽테뉴의 말이다.
“현실보다는 비교가 사람을 행복하거나 비참하게 만든다.” 영국의 성직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풀러의 말이다.
“행복한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프랑스 작가 쥘 르나르의 말이다.
“거지는 자신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 다른 거지들을 시기할망정 백만장자를 시기하진 않는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142~143쪽)
- 강준만, <감정독재>에서.
...............

 

 

 

 

 

 

 

 

 

 

 

 

 

 

 

 

 

 

 

 

...............
모든 우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드라마이며 미묘한 상처의 연속이다.(143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

 

 

...............
‘행복’하기 위해선 자신이 용케 모면한 불행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늘 떠올리고 있어야 할 일이다.(79쪽)
- 에밀 시오랑,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에서.
...............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5-07-1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타인의 잘됨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게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를 더 사랑해서란 말에 동감합니다.

요즘 강준만의 책을 읽으시는군요.
에밀시오랑의 책은 저도 읽고 싶은 책인데 언제 읽을지 모르겠어요.
에밀시오랑의 우정에 대한 생각이 왠지 얄궂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긴 나이가 드니까 우정이 새삼 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것도 알고 보면 혼자 외롭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인간이란 참...ㅠ

페크pek0501 2015-07-14 22:15   좋아요 0 | URL
타인이란 거울로 자신을 비추어 보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강준만과 에밀 시오랑의 책은 제게는 두고두고 보게 되는 참고서 같은 책이에요. 인용할 게 많거든요.
나이 들어 우정이 귀한 이유는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라 연민이 생겨서가 아닐까 해요. 님의 말씀처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겠죠.
어제는 시원했고 오늘도 견딜 만한 더위였어요.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세실 2015-07-12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불안/알랭 드 보통> 중에서
친구인듯 아닌듯... 가끔 그런 생각드는데 본성인가 봅니다.
친구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하기는 어려운 숙제입니다^^

페크pek0501 2015-07-14 22:18   좋아요 0 | URL
<불안>을 읽으셨군요. 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예요. 제 글에 서머싯 몸의 글 다음으로 알랭 드 보통의 글을 많이 인용한 것 같아요. 알랭 드 보통 자신도 인용문을 많이 쓰는 작가죠.
친구의 행복에 대해서 진심으로 기뻐하기 힘든 것은 시기심 때문이 아니라 무관심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남의 행복이나 불행에 대해서 대체로 무관심하지 않나요? 자식의 진학 문제로 고민을 하는 수는 있어도 친구의 자식의 진학 문제로 고민을 하지는 않잖아요. 그러니 진학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어도 크게 기쁘지 않은 건 당연합니다. 고민거리가 아니었으니까요.
인간에 대해 실망하게 되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어제 초복이었는데 삼계탕은 드셨는지요? 저는 오늘 저녁으로 먹어서 지금도 배가 불러요.

cyrus 2015-07-12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이 인용한 몽테뉴의 말은 몽테뉴가 수백 년 뒤에 나오게 될 SNS의 문제점을 예고한 듯한 느낌이 들어요.

페크pek0501 2015-07-14 22:19   좋아요 0 | URL
위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란 게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어서 시대를 뛰어넘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이기도 해요.
마음이 시원한 여름이 되시길...


마립간 2015-07-13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우정이야말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정서라고 가치판단을 하는데, 그 이유는 수평적 관계에서의 존경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페크pek0501 2015-07-14 22: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부모 자식 간이나 사제지간 같은 수직적 관계가 아니네요. 게다가 친구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타자인데도 불구하고 참다운 우정을 가질 수 있다면 그건 훌륭한 일인 거네요. 그래서 그런 우정은 감동을 주지요.
저에게도 애정을 갖게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마치 형제애와 같은 애정을 느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여름 잘 보내세요. ^^

2015-07-18 0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8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0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2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3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4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난다. TV를 통해서 본 외국 영화로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여주인공은 젊었을 때 무대가 있는 큰 술집에서 노래를 불렀던 가수이다. 노래를 잘 부르고 게다가 미인이어서 그곳에 모여든 남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러 무대에 설 때면 그녀의 손이라도 잡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열광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공주님이었다.

 

 

세월이 흘렀다. 여주인공은 늙고 병든 거지 신세가 되어 거리를 떠돌아다니면서 이렇게 중얼거린다.(내 기억으로 이런 대사였던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 가수였는데... 지금의 나와 달랐다고요.˝ “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 가수였는데... 지금의 나와 달랐다고요.˝ ˝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 가수였는데... 지금의 나와 달랐다고요.˝

 

 

이 말을 하루 종일 중얼거리며 거리를 떠돌아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여자로 취급하여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그녀는 끊임없이 그 말을 되풀이했다.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지금은 형편없이 돼 버렸지만 젊었을 때는 술집에서 ‘굉장히 인기 많은 가수’였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여자’였다는 것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겠지만 그랬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절실한 절규로 들었다. 얼마나 측은했는지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그때 만약 그 거리에서 내가 그녀를 만났다면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었을 것이다.

 

 

과거의 화려한 역사는 세월과 함께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현재의 당신 속에 있다고. 다시 말해 당신 속엔 당신의 과거도 함께 들어 있다고. 처지, 상황,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자신은 딴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자신일 뿐이라고. 예전의 사람 그 자신이라고.

 

 

그런데 정말 처지가 바뀌었다고 해도 ‘나’는 ‘나’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설령 그게 맞다고 해도 나도, 당신도 누구나 한 번쯤은 그녀처럼 슬픔에 젖어 이렇게 말하는 날이 있지 않을까?

 

 

˝옛날에 나는 지금보다 훨씬 멋졌다고요. 정말이에요.“

 

 

무엇이 우리를 예전과 다르게 만든 것인가?

 

 

시간이겠지.

 

 

 

시간은 그들을 태우고 멈추지 않고 나를 앞지른다. 건강, 능력, 기억, 사람, 중독……. 이들을 제때,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할 때 몸에 남아 병이 된다. 미련과 후회, 그리움이 지나치면 ‘떠나보내라’고들 한다.(68쪽)

-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삼라만상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은 시간. 시간은 모든 것을 완전히 변질시킨다.(94쪽)

-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가끔 시간의 흐름이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7-09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9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9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9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5-07-09 0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시겠지만, 저의 2015 새해 결심이 `과거에 대한 감사, 미래에 대한 희망, 현재에 대해 행복감을 느끼자`를 매주 1회 이상 외친다입니다.

요즘에는 한가지 더 추가되었습니다. `내일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은 오늘을 살도록 최선을 다하자`

죽음과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약화되니, 시간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약화되더군요.

페크pek0501 2015-07-09 12:48   좋아요 0 | URL
몰랐어요. 후후~~
님이 도덕 선생님과 같은 과의 분인 건 알았습니다만...

감사, 희망, 행복 그리고 최선이군요. 좋군요.

저는 아직... 죽음과 노화에 대한 두려움을 졸업하지 못했어요.
저도 약화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거울을 보고 후진 내 얼굴에 깜짝 놀라곤 해요. 아, 이럴 줄 몰랐어... 이러면서요...

세실 2015-07-09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나혜석이 떠올랐어요.
능력있는 남편 만나 부유한 삶을 살면서 유럽여행을 갔지만, 그곳에서 만난 한 남자때문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죽을땐 내 몸 누울 방 한칸 없었던.....
님 말씀처럼 과거가 모여 현재, 미래가 되지만.. 최소한 과거, 현재보다 미래에는 더 아름답게(?) 살고 싶어요.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님이 언급하시는 책은 다 읽고 싶어요^^ㅎㅎ

페크pek0501 2015-07-09 12:45   좋아요 0 | URL
하하하~~~ 저보다 많이 읽으시는 분이 제가 언급하는 책을 다 읽고 싶다고 하시면 어떡해요?
기분 째지잖아요.(요렇게 속되게 표현하면 재밌어요.ㅋ)

정희진처럼 읽기, 꼭 보세요. 추천합니다. 님처럼 연재하시는 분은 꼭 봐야 할 책이에요.
남들은 어떻게 리뷰를 썼는지를 보는 건 좋은 공부가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리뷰 읽기가 좋은 점은 제가 읽지 못한 책에 대한 정보와 느낌을 알려 주기 때문이지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잖아요. 그것의 대안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잘 쓴 책이에요. ^^

stella.K 2015-07-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고, 죽을 때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다 버리고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던 박경리 선생 같았으면 좋겠어요.
참, 박경리 선생이 정말 저렇게 말했던가요?ㅎㅎ
언니는 제가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아실 줄 믿습니다.ㅋㅋ

페크pek0501 2015-07-09 16:35   좋아요 0 | URL
하하~~

늙고서도 웃을 수 있는 자, 행복한 사람이지요. 사실 나이들어 가면서 느껴지는 것 중 자신의 초라함 같은 게 있어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렇게 스스로 생각되는 부분이 있답니다. 그래서 늙으면 너그러워질 것 같지만 사실 속이 좁아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해요. 자신감이 상실되고 초라함을 느끼게 되면 서글픈 게 많아지고 섭섭한 게 많아지고...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늙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저는 반만 비운 것 같아요.
진행 중입니다...

cyrus 2015-07-09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년 전에 있었던 일이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제 모습을 보면 지나갔던 과거 일이 마치 꿈에서 본 듯한 장면처럼 느껴져요. 조금은 서글퍼져요.

stella.K 2015-07-09 18:42   좋아요 0 | URL
ㅎㅎ 너무했다. 아직도 젊은 청춘이면서...
너 진짜 60되고, 70될 땐 어쩔래?
사람의 나이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넌 아직 아침 시간에 해당할 거야.^^

페크pek0501 2015-07-10 14:30   좋아요 0 | URL
시루스 님은 서글퍼지는 연령은 아닐 듯해요. 헤헤~~
더 나이 들어 보세요. 서글픔을 달고 다녀요.
우울한 갱년기, 라고 이름은 들어 보셨는지요? ㅋㅋ

페크pek0501 2015-07-10 14:33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

사람 나이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저는 해질 무렵이 될까요?
딱 제가 좋아하는 시간인 걸요. 해질 무렵.
어제 해질 무렵에 (가까운 마트를 가지 않고 20분 이상 걸어서) 시장에 갔다 왔어요.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았어요. 산책 겸 운동 겸 장보기 겸 음악감상 겸.
이어폰을 꽂고 다녀요.
좋은 여름 보내자고요...

비로그인 2015-07-10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서재에서도 이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었죠.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페크님..~~

페크pek0501 2015-07-10 14: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새벽숲길 님.
님의 어떤 글을 보고 댓글을 쓰다가 생각난 영화였어요. 댓글에서 글감을 얻는 일이 종종 생깁니다. 그러니까 남의 글도 많이 읽고 댓글도 많이 써야 하는 거예요.

잘 지내시죠?
이번 여름은 보내기가 수월한 것 같아요. 걱정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7월 중순이 다가오네요. 한 달만 견디면 무더위가 물러날 듯해요. 8월 중순이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할 테니까요.
저는 벌써 늦여름을 기다립니다.
시원한 여름만큼 매력적인 날씨가 또 있을까 싶어요.
여름 잘 보내세요...
 

 


어쩌면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말하기 위함이라고. 글을 읽는 것은 남이 알고 있는 진실에 귀기울이기 위함이라고.

 

 

저마다 알고 있는 ‘무엇에 대한 진실’이란 게 있다. 진실이라고 알고 있던 것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진실이 아닐 수가 있기도 하겠다. 자신이 잘못 알았다고 깨닫게 될 때가 있기도 하겠다. 하지만 혹시 그릇된 정보로 또는 그릇된 해석으로 진실을 잘못 아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무엇에 대한 진실’을 말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진실’이 있다고 해도 ‘진실 찾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사는 날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이것은 글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과제가 아닐까. 아니다. 이 땅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과제가 아닐까. 달리 말한다면 우리 모두는 깊이 생각해야 할 것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옮겨 보는 글이다. 

 

 


세상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면 나머지는 쉽사리 하찮아진다. 심지어 인간의 존엄과 생명마저 돈보다 순위에서 밀린다. 돈이 가치 사다리의 꼭대기에서 선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 지경에 이를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 바로 세월호 참사가 아닐까. 수명이 다한 중고 선박을 구입해 과도하게 운항한 것이나 규정 이상으로 화물을 적재한 행위 모두 돈에 대한 탐욕이 시킨 일이다. 수백 명 학생에게는 자리를 지키라고 해놓고 자기 몸만 쏙 빠져 나온 선장은 비정규직이었다. 수백의 인명을 책임진 자리에마저 비정규직을 앉힌 경영 논리에는 무엇이 자리 잡고 있을까. 참극이 빚어진 와중에도 해경 간부는 민간 잠수업체에게 돈벌이 기회를 만들어 줄 궁리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줄줄이 폭로되는 부정한 유착 고리들에 분노했지만, 그 비정상이 사실상 우리 일상에 만연해 있음을 뼈아프게 자각했다. 그렇게 돈 중심의 사회가 꽃다운 학생 수백 명을 희생시켰다.(68~69쪽)
- 박세길,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에서.

 

 

 


1983년 KBS에서 이산가족 찾기 운동을 전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단일 주제로 무려 138일 총 435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어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수많은 이산가족이 출연해 사연을 호소했고 온 국민이 지켜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당시 그 기막힌 사연들을 TV로 지켜보던 나는 어떤 의문을 떠올렸다. 흔히 이산가족이라면 남북이 가로막혀 발생한 경우를 떠올린다. 그런데 당시 KBS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산가족은 대부분 남한 땅에서 헤어진 경우였다. 남북 사이에 발생한 이산가족은 그 프로그램에 출연할 이유가 없었다. 북한 땅에 있는 이산가족이 방송을 보고 만나러 올 리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전쟁 시기라지만 남한에 살던 주민들 사이에서 왜 그토록 많은 이산가족이 생겼던 걸까. 이 의문은 한국 전쟁사를 공부하면서 풀렸다. 결국 남한 이산가족의 대부분은 미 공군기의 무차별 폭격이 만든 ‘난리통’에 생긴 것이다.(145~146쪽)
- 박세길,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에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5-07-09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책인데 페크님은 벌써 시작하셨군요.^^

페크pek0501 2015-07-09 13:01   좋아요 0 | URL
아무개 님, 오랜만입니다.
제가 원래 남들이 다 읽고 리뷰를 다 올리고 나서 책을 구입하는,
뒷북치는 스타일인데, 이번엔 빨랐아요. 신문에서 신간 소개를 보자마자
이건 사야돼, 하면서 바로 구입했어요. 아마 제가 이 책에 대한 첫 글을 쓴 듯요. 이 책 살 때 리뷰도 백자평도 없더라고요.

괜찮은 책입니다. 아직 다 읽지 못했으니 아마 님이 구입해서 읽으면 저보다 빨리 읽으실 듯요. 저는 이달 안으로 다 읽는 것이 목표일 뿐이에요. 다른 책과 함께 읽고 있어요.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여름 보내시길...^^

stella.K 2015-07-0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책이 있었군요!

맞아요. 저도 한국이 조그만 땅덩어리라고 하고 그중 남한이 반인데
어떻게 30년 가까이 못 만나고 있었을까 의문이 가더군요.
그런데 언니 글을 읽으니 새롭게 알았네요.

저는 요즘 <생각 수업>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장하성 편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생각 보다 심각하구나 싶어요.
그래서 선장도 일견 피해자일 수도 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죠,
아, 정말 우리나라는....ㅠㅠ

페크pek0501 2015-07-09 16:30   좋아요 0 | URL
잘 지냈나요?

딱딱할 것 같지만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는 책이에요. 사라져가는 것들, 잊게 될지 모를 일들, 왜곡된 또는 은폐된 진실에 관한 것들. 이런 것들에 대한 글은 언제나 관심이 갑니다. 열한 가지 질문으로 이루어진 글이 마치 열한 권의 책을 읽듯 풍성한 느낌을 줍니다.

<생각 수업>을 읽고 계셨군요. ^^
 

 

‘가트맨의 부부 감정 치유’라는 책에 대해 쓴 서평을 읽다가 내가 재밌게 읽은 부분을 옮겨 본다. <집 나간 책>이란 서평집에 있는 글이다.

 

 

...............
아내 : 아니, 나랑 상의도 없이 그따위 별장을 사다니, 당신이 인간이야?
남편 : 아니, 여보. 당신은 지금 들고 있는 명품 백 살 때 나랑 상의했어?
아내 : 별장이랑 명품 백이랑 비교가 돼?
남편 : 당신이 지금까지 산 명품을 다 합치면 그게 더 비쌀걸?(153쪽)

 

 

나쁜 예:여보, 입을 옷이 없잖아! 집구석에 있으면서 빨래도 안 하고, 뭐하는 거야!
좋은 예 : 여보, 오늘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서 그냥 팬티 바람으로 출근할게. 사랑해.(154쪽)

 

 

나쁜 예:내가 ‘처음처럼’을 사다달라고 했는데 ‘참이슬’을 사오면 어떡해? 당신, 글 읽을 줄 아는 거야?
좋은 예 : ‘처음처럼’을 더 좋아하지만, 오늘은 ‘참이슬’을 마실게. 하지만 앞으로는 꼭 기억해줘. 당신 아내가 ‘처음처럼’을 더 좋아한다는 거.(154쪽)

 

 

- 서민, <집 나간 책>에서.
...............

 

 

부부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말을 이렇게 예를 들어 보여 주니 좋네. 하지만 이런 글을 읽고도 잊어버리고 조심하지 않을 수 있으니 기억해 놓기로 한다.

 

 

저자가 신문에 사회 비판적인 글만 쓰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면 저자의 새로운 면을 본다고 할 것 같다. 


 
(참고로 저자 서민 님은 알라디너 마태우스 님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7-06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의 감정이 달라져요. 그냥 가볍게 뱉은 말이 상대방의 마음을 기분 상할 수도 있어요.

페크pek0501 2015-07-07 09: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 그걸 실감합니다. 그래서 위의 글이 마음을 끌었나 봐요.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지요. 부부 사이에서만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도,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말을 아무렇게나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솔직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 아니죠. 야구로 말하면 직구보다 변화구가 좋을 때가 있어요. ^^

마태우스 2015-07-1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페크언니가 제 책의 한 구절을 가지고 페이퍼를 쓰셨군요ㅠㅠ 부끄럽습니다 흑흑흑. 제가 당근 ㅗ내드렸어야 하는데, 정말 면목없네요. 저도 저렇게 써놓고는 아내한테 상처주는 말을 할 때가 있어요 새삼 반성하게 되네요.

페크pek0501 2015-07-19 23:18   좋아요 0 | URL
ㅋㅋ 저자께서 납시셨네요. 안녕하세요?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제가 아는 분이 책을 내면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책을 살 수 있답니다.
부부 사이에서도 인간은 완벽할 순 없으니 더러 실수도 하겠지요. 하지만 아내 분한테 사과를 하는 건 잊지 마시길요. 중요한 건 잘못했다는 부분이 아니라 사과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 반성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님의 책에서 많이 배우겠습니다.^^
 

 

 

소설가나 드라마 작가에 대해 감탄할 때가 있다. 결혼을 해 본 적이 없는 작가가 부부 갈등이나 고부간의 갈등 또는 외도 등에 대해 잘 그려 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업에 실패해서 폐인이 되어 본 적이 없는 작가이면서도,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 본 적이 없는 작가이면서도, 노동자의 삶을 살아 본 적이 없는 작가이면서도 그런 삶의 모습을 잘 그려 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체험하지 않았으면서도 온갖 것을 다 체험한 듯 인간의 사실적 모습을 탁월하게 그려 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혹시 작가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을 직접 만나 취재했을까? 노동의 현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공감하기도 하면서 삶의 체험이 쌓이게 했을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체험 부족’을 뛰어넘을 만큼 관찰력과 상상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것이겠다. 이런 게 바로 ‘작가적 재능’이리라.

 

 

글을 잘 쓰려면 둘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삶의 체험이 많든지 작가적 재능(관찰력, 상상력, 통찰력 등)이 있든지.

 

 

이것도 저것도 없는 사람은 글쓰기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작가적 재능이 없고 삶의 체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글쓰기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작가적 재능은 노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므로 ‘독서하기’밖에 없을 것 같다. ‘남의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로서의 독서를 하면 되지 않을까.

 

 

이 글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글.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 기술만으로 쓴 글은 누구의 마음에도 안착하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돌다 사라질 뿐이다.(264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누구든 노력하고 훈련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해낼 수 있다.
논리 글쓰기는 문학 글쓰기보다 재능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 조금 과장하면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59쪽)
-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위의 인용문을 이렇게 읽었다.

 

 

훌륭한 글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만 필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생각과 감정이 필요하다는 것. 생각과 감정은 삶과 연관이 있으므로 결국 삶으로 글을 쓴다는 것. 그러므로 올바르게 살아야 글을 잘 쓰게 된다는 것.

 

 

노력하면 시나 소설을 잘 쓰게 되는 건 아니지만 에세이나 서평은 잘 쓸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쓰고 보니 머릿속 생각이 정리가 됩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시나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나 서평이니까 희망을 가져도 되겠지요?)

 

 

 

 

 

 

 

 

 

 

 

 

 

 

 

 

 

 

 


 

 

 


댓글(6)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7-0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를 쓰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시를 쓰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고 직접 만나서 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

페크pek0501 2015-07-04 16:19   좋아요 0 | URL
님은 시에 관심이 많은가 보군요. 저도 시를 쓰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흉내도 낼 수 없어서요. 시 쓰는 친구가 있는데 시만 잘 쓰는 게 아니라 산문도 잘 써요. 문학적으로 써요.
시 쓰다가 소설가가 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랐는데 모든 글은 하나로 통한다, 가 될 것 같아요. 저도 시에 관심 있어서 한때 시집만 사서 읽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시는 전혀 못 써요. ㅋ

무플이 될 뻔했는데 첫 댓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우벅~

2015-07-05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6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6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7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