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면 으례 그렇듯이 여직원 서넛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마치 내외라도 하는것처럼 남직원들은 또 그들끼리 둘러 앉곤 하는데, 요즘 며칠은 종종 직원들중 젊은편인 남직원B가 우리 자리에 끼어 같이 밥을 먹곤한다.

오늘도 식판에 밥과 반찬을 챙겨와 마주보고 밥을 먹는 도중 누군가가 팀장의 흉을 보았다.

뚜렷이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것으로 보아 팀장의 언행불일치나 사소한 씹을거리 수준이었던것 같다.

거기에 맞장구를 친 B의 대꾸가 말썽이었다.

딴에는 유머라고 생각했던지 <제가 따끔하게 팀장을 혼내줘야겠군요. 하하...>한다.

그러자 마주 앉아 있던 모직원이 싸한 표정으로 < 말이 참 듣기가 불편하네, 누가 누구를 따끔하게 혼을 내?> 하며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물론 백번 만번 젊은 직원의 말버릇이야 나무랄 일이지만 말이 길어져 사내에 온 젊은이는 모조리 싸잡아 싸가지없고, 더불어 이나라의 모든 젊은이의 싸가지까지 도마에 올랐다.

미루고 온 일이 있어 머리속이 복잡하여 맨숭맨숭 대꾸없이 밥을 밀어넣고 있던 나는 슬슬 밸이 꼴리는 거였다.

나: 물론 사내에서의 젊은직원들의 최근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 이전에 이런말을 우리 연배에서 하자면 우리는 선배노릇 어른노릇 잘하고 있나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모직원: 아니 우리가 애들한테 그렇게 무시당하도록 행동을 잘못한게 뭐가 있어요? 선배니까 존중하는건 당연한거지...

나: 선배니까 선배대접을 받기위해서라도 경영진이나 간부들앞에서 어렵고 힘든 말도 나서서 정리해주는것도 당연하지. 과거엔 당연했던 선배로서의 처신을 시대를 핑계삼아 행하지 않으면서 시대가 변해 젊은애들이 싸가지 없어진건 못받아들인다는건 말이 안맞는것 같은데...

모직원: 우리 회사만 그렇다는게 아니고 어딜가나 다 그렇다는거고, 그애들을 내가 일일이 가르칠수도 없고 또 요즘같이 살벌한 때에 내가 무슨 배짱으로 경영진에 맞서냐구...

나: 사회가 그런거야 결국 모두들 내집에서 내가 내자식 잘못가르친거고, 또 처음 신입일때부터 일관성있게 누구나 선배로써 제대로 처신해왔으면 후배들이 아무리 되바라졌다고 어차피 걔네들은 소수였는데 그렇게 버릇을 잡기가 어려웠을까? 이쯤에서라면 먼저 우리세대의 반성이 뒤따라줘야하는거 아냐?

원인제공한 B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던 식당에서 결국은 참지 못하고 내지른 내 말이 도화선이 되어 밥상머리 대화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수시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실리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제 앞가림에만 급급한 노동조합,소도 비빌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그러나 그간 보여온 나이든 이들의 숱한 비열함은 열손가락으로 세어도 부족할 젊은직원들의 싸가지 없는 행동을 덮고도 남는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게다가 한때나마 의기충천했던 나의 비겁까지도 기실 선배대접 못받는 이유중의 하나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는 이 불행한 시대에 나만 참고, 나만 정의로와야하는것은 부당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나 그러했기에 오늘 이 사회 여기저기가 병들고 썩는것이고 경륜은 무시받아 마땅한 것이 되는것 아닐까...

불의앞에 용기를 낼줄 모른다면, 젊은이앞에 솔선하지 않는다면 이 변화의 시대에 전광석화같은 지식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에게 우리는 무슨 명분으로 대접을 요구한단 말인가.

남의 뒷통수에서 욕하며 밥먹은 오후, 사는게 부끄럽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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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9-2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이 안나는 말싸움은 무시해버리거나 시작을 안하는 것이 제일 현명하긴
하겠지만 어디 그렇게 되나요...^^ 그렇다고 부끄러울 것 까지야....^^
다 그런걸요 뭘...그래도 페이퍼 내용의 사회문제만큼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물만두 2006-09-2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카페인중독 2006-09-20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무지 화나셨겠군요...
근데요 뜬금없지만...몰라요...난 그런 님이 좋아요~

라주미힌 2006-09-2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현주 목사의 대학 중용 읽기'를 읽고 있는데, '혈구지도'라는 의미와 통하는 페이퍼를 만나게 되는군용. 반성과 성찰이 숨쉬는 삶,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어렵다는 거 많이들 공감할 것 같습니당.

비자림 2006-09-20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사 시간이 즐거워야 하는데 좀 일이 있으셨네요.
기성세대의 과오부터 먼저 따져 봐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20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그러게요, 사실은 저도 좀 후회가 됩니다. 과도하게 열을 올린것 같아서...^^
물만두님/ 사는게 가끔 심란하지요...^^
카페인중독님/ 좀 서글프더라구요. 지금 우리 사는 모양새가요...^^
산새아리님/ 반성과 성찰...나이들며 체면을 지키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아이들을 나무랄때도 내지른 말이 무색하지 않게...근데, 참 힘든 시대네요...^^
비자림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오후내내 속이 좀 더부룩한게 과도하게 흥분을 했나봐요...부끄러워라...^^
바람구두님/ 그렇네요... 당당하고 싶어도 밥줄이란게 참 어쩔수 없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하지요...
오규원의 시가 와락 가슴으로 들어옵니다...^^ 감사!!

2006-09-20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6-09-2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62992

동감하는데도 왜이리 씁쓸한지...


씩씩하니 2006-09-2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정의감이 투철한 성격인대....동질감이 확 밀려들어요..ㅋㅋ
근대..말싸움으로 몸과 마음의 힘을 빼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너무 어리석은 짓이란 생각이 드는거 있죠..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전에 그저 편한 관계, 편한 마음, 이런 생각을 먼저 하게 되요...
나이가 들었다는 뜻일까여??
암튼 오늘 점심 일로 힘드셨을꺼 같애요,,오늘 밤 푹 주무시고 새로운 낼을 향해 화이팅 해요~~~

건우와 연우 2006-09-2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어째 님이 유난히 아이들을 자분자분 잘 챙기시고 잘 다독거린다 했어요... 경험은 속일수가 없는거지요...
그쪽일이 유난히 힘들고 고되지요. 어린애들 다루고 보살피는게 말이 쉽지 보통 고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게 아니잖아요...그게 쌓여 지금 그렇게 이리저리 살피며 살뜰하게 사시는 거지요. 사실 직장생활 삐까뻔쩍하게 잘해도 집에 있으면 마냥 바보가 되곤 하는게 현실인걸요..... 님이라면 항상 속한 자리에서 표안내고 사브작 사브작 잘하실거예요...^^
반디님, 그리고 씩씩하니님? 좀 씁쓸하지요...
사실은 아까는 사는게 치사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서 세상에나, 눈물이 다 나려고 하지 뭡니까...
나이드니 눈물도 때와 장소를 못가리는지 불쑥불쑥 슬프려고 하지 뭐예요...^^
이거 주책인거 맞지요...
오늘은 일찍 자려구요, 자고 나면 또 해가 뜨겠지요?

또또유스또 2006-09-2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998

3000을 잡겠습니다


또또유스또 2006-09-2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2999

chika 2006-09-2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3000            또또유스또님의 자리를 대신하여, 삼천입니다.  ^^

또또유스또 2006-09-2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3000

앗싸~~~~~~~~~

건우와 연우님 2222 힛을 제가 놀러 다니느라 지난 여름에 못 잡아드린것을 대신하여 3000을 잡았나이다...

 30분이나 기달렸어여 흑흑흑...

저 잘께요...

님 내일 뵈여~~~~~~~~~~~~~~

 


또또유스또 2006-09-2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고맙습니다... ㅎㅎㅎ^^

꽃임이네 2006-09-21 0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저도 축하드려요님.^^*

로드무비 2006-09-21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점심시간엔 드라마 이야기 정도가 딱인데......^^

건우와 연우 2006-09-2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부비님/ 그치요, 밥먹을땐 드라마얘기가 딱인데...^^
그래도 오래 담아둘줄 모르는 아줌마들이라 하룻밤 자니 다들 잊은듯 또 사는얘기하며 점심먹었어요...^^
밤늦도록 지켜주신 또또님, 치카님, 꽃임이네님 다들 고맙습니다...^^
다들 일이 많아 피곤하실텐데, 오늘은 일찍일찍 주무세요....^^

2006-09-22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22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잘못된건지 암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같이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래도 좀 안심을 해도 될까요...^^

2006-09-27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2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평소에 챙기는곳 많으신분이라 추석이 다가오니 아무래도 더 바쁘시겠지요...^^
일녀내내 한가위만 같으라는데 명절이 자꾸 심드렁해지는건 주부증후군인가요?^^
바쁜 와중에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저도 명절지나면 더 자주 찾아뵐께요...^^
 

협력업체쪽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사고라는게 일을 하다보면 발생하는 실수이거나 아니면 부득이한 경우에 발생한다.

사정이 그러하니 어쩌겠는가, 고의가 아니니 수습을 해야하고 결국  업무의 최종책임을 맡고있고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일은 당연히 우리쪽 일이 되었다.

죽을죄를 지은 표정으로 계속 서있는 협력업체 직원을 내려보내고, 업무를 분담하고 수습을 하는데 그간 멀쩡히 해당업무를 해왔던 둘이 작업을 못하겠다고 틀었다.

이런일이 처음이 아니고 그간의 방식이 모두에게 가장 수월하고 빠른일임을 서로가 뻔히 알면서 소속부서장이 그일을 제대로 모르는것을 기회삼아 조금이라도 귀찮은 일은 다른사람들에게 떠넘기려는 뻔한 태도에 울화가 치밀었다.

몇번을 설명하고 분담을 시도해도 부서장이 업무를 이해못하니 그들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실실거렸다.

몇시간을 지루한 반복이 계속되고 한여름 반나절이 지날무렵 속된말로 나는 그만 꼭지가 돌아버렸다.

 

어디한번 해봐. 이거 오늘중으로 안끝나면 어차피 이부분에 대해 나야 보고하면 끝이고 최종책임자야 그쪽 부서장이야.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해줄 업무협의는 없어. 누가 답답한지 해보자. 등등의 말을 하며 기세등등하게 굴었다.

 

최근 몇년동안, 남의 업무에 대해 알아도 아는척하지 않고 남들 듣기싫어하는 말해가며 일처리해주고 욕먹는 악순환은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던 결심히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결국 몇몇이 나서 일은 해결됐고, 그와중에 나와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온갖궂은 일을 말없이 수행해주는 것으로 도와주었다.

퇴근무렵이 되어 작업은 정리가 되었지만 한여름 낮의 패악으로 한밤중까지 마음은 찜찜하였다.

 

오늘 아침 출근하니 어제 일과 연관되었던 이들이 뻘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데 나는 영 표정관리가 되질 않았다. 이러니 좀더 정치적이어야한다는 충고를 들었던 것일까?

언제쯤이면 모든건 더위탓이야하는 표정으로 웃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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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0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의 협박과 공포분위기 조성은 윤택한 직장생활을 보장한다더군요..^^
날도 더운데 풀어 버리시고 속상해 하지 마세요...

야클 2006-08-03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꼭지 제목처럼 '작은일에 분노하신'건 아닌듯한데요. 화를 내야할땐 화를 내야 사는게 덜 고단합니다. 항상 오냐오냐하면 '모뙨'것들은 그 배려를 모르고 오히려 사람을 '물'로 봐요. -_-;;

물만두 2006-08-0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럭 소릴 지르세요. 날도 더운데 ㅠ.ㅠ

치유 2006-08-0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땐 화도 내야 해요..잘 하셨어요..참고 있다보면 병나요..날까지 더운데..

로드무비 2006-08-0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정관리 저도 못합니다.
화 꼭 내야 할 땐 내세요. 너무 참지 마시고요.

건우와 연우 2006-08-03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일이 잘 해결되고나니 사실은 좀 뻘쭘해요..^^ 화낸것도 쑥스럽고...
야클님/ 어젠 무지 다급했어요. 근데 모처럼만에 화를 내니 사람들이 저게 예전성질 나오는구나 싶어 좀 경악한것 같더라구요.ㅎㅎㅎ 제가 예전에 한성질했거든요..^^
만두님/ 예. 안그래도 버럭버럭했어요. 그랬더니 켁켁..^^
배꽃님/ 배꽃님도 오늘 화 많이 나셨더랬죠.. 안그래도 화병날것같이 울그락불그락 했는데 이젠 좀 쑥스럽지 뭐예요...^^
따우님/ 그쵸, 따우님. 미안하니 뻘줌하게 웃는거겠죠. 꽁하지 말아야겠어요..^^
로드무비님/ 표정관리를 못하니 나중까지 쑥스럽긴해요..^^ 그래도 로드무비님 말씀대로 적절한 화는 필요한것 같아요. 어쨌든 해결은 됐으니까요...처음엔 좀 까마득했거든요...^^
다들 위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힘이 울끈불끈!!! ^^

춤추는인생. 2006-08-03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페이퍼 보고 어쩌나 했는데 해결잘되셨다니 다행이네요.!
가끔은 화도 필요. ^^ 눈물과 분노는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무지 중요한것 아닌가 싶어요. 다행입니다.*^^*

해리포터7 2006-08-03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화날때 확실하게 화끈하게 내야합니다..저처럼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생기기 전에요.ㅎㅎㅎ

건우와 연우 2006-08-0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추는 인생님/ 더위에 잘 지내시나요? 화를 내니 속이 시원은 했어요...^^ 님 말씀대로 가끔은 눈물도 분노도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나봐요...^^
해리포터님/ 포터님같이 상냥하신분이야 저처럼 화낼일이 있으면 안돼지요...^^.
사막의 표범님/ 표범님맡으신 일은 워낙 규모가 있어서 협조부서 안도와주면 정말 힘드실것 같아요... 표범님도 더위에 기운 잃지 마시구요..저도 힘낼께요..^^

건우와 연우 2006-08-0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 작게작게님이 정말 반가웠다니까요...^^
들려주셔서 고마워요...^^

또또유스또 2006-08-06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 없는 동안에 이런일이..
제가 있었으면 가서 혼내주었을텐데...
날씨도 더운데 우리 건우와 연우님을 분노케 한 사람들..
나빠요...
정치적이지 않고 표정과리 안되는게 전 더 좋아요..
표정관리 잘하는 사람... 왠지 무서워요..
님.. 오늘도 뜨끈한 하루가 시작 되었네요...
맛난거 많이 많이 드시고 파워 업~~~~~~~~~~~~~~~~~~~

건우와 연우 2006-08-0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또또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잖아요...^^
이렇게 격려를 날려주셔서 힘이 솟아요.
매미소리가 거한게 오늘도 더울거야라고 말하는것 같아요...^^
더위에 건강조심하세요...^^

반딧불,, 2006-08-0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날더운데 애쓰셨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6-08-0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반딧불님^^ 님의 서재에서 책소개해주신거랑 늘 잘보고 있으면서도 인사를 못드렸어요...와주셔서 감사드려요..더불어 위로두요..^^
 

우리부서엔 열댓명쯤이 일한다.

 

많지도 않은 숫자고 벌써 몇년을 같은부서에서 일하건만, 최근 몇년을 툭하면 구조조정이다 뭐다해서 이부서 저부서로 이름바꾸고 찍어붙여놓고 해서 어느순간부턴가 사내부서명이나 인원수등을 통째로 잊어버리는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게 뭔 조화속인지...

아주 가끔씩 이 기억상실이 정신질환이 아닐까하는 의심까지 들정도로 새까맣게 기억이 안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우리 부서의 인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쨌든 우리 부서엔 열대여섯명쯤이 일하고 그중의 한명이 임시직원이다.

임시직으로 일하는 그는 아직 젊고 성실하다.  결혼한지 이삼년된것같고 아직 애는 없다.

그는 정규직과 별반 다를바 없는 일을 성실히 한다. 간혹 남들이 싫어하는 허드렛일이 있으면 당연히 그일은

그의 차지가 되곤 한다.

그의 월급날은 월초고 나의 월급날은 월말이다.

어느날 무심코 그의 급여내역을 본몇달전부터 내월급봉투가 책상에 놓여져 있는 날이면 잽싸게 치우곤 하게 되었다.

혹여나 그가 보았을까, 조바심치면서...

월말이면 다른 사람들의 책상위에 놓여있는 월급봉투를 표안나게 서랍에 밀어 넣으며 자꾸만 가슴이 죄인처럼 두근거린다. 행여나 나의 월급봉투가 저이의 분노가 되지는 않을까하고...

사실 그의 급여를 짐작못했던 것도 아니었건만 내눈으로 보기전에는 무의식적으로 눈감고 있었으리라.

또한 지금 알고 있다고 해도 딱히 어찌해볼 의지도 사실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새가슴처럼 여기저기 펼쳐져있는  월급봉투를 숨기며, 마음속의 화끈거림을 숨기는것밖에는...

그리고 나는 비겁하게 건우와 연우를 다그칠뿐이다. 이무시무시한 경쟁사회에서 너희는 무엇으로 살겠느냐고...

우리 아이의 미래가 월급봉투처럼 컴컴한 서랍속으로 디밀어지고 있는 월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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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시직...이건 100% 사측의 노동력 갈취라고 생각됩니다..

sooninara 2006-06-2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다른나라나 우리나라나 비정규직 아니면 일자리가 없죠.
그들이 정규직이 되기가 얼마나 힘들지...ㅠ.ㅠ 저도 아이들에게 밥값하고 살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된다고 말해요.

물만두 2006-06-27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암담합니다 ㅠ.ㅠ

야클 2006-06-2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래도 전 님의 따뜻한 배려가 더 크게 느껴지네요. 왠지 그분의 분노 보다 마음아픔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 아닐가 싶어서요.^^

모1 2006-06-2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오와 연우님..멋지십니다. 그 배려...

치유 2006-06-2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따뜻한 보이지 않는 배려..
아마 그분도 눈치 채시고 속으로 그 배려에 감사해 하실것 같아요..

건우와 연우 2006-06-27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맞습니다, 노동력갈취. 김대중정권때 가장 잘못한 일이 비정규직문제였다고 생각해요. 더우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앞장서야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정부산정 최저임금으로 그들을 옭아메는 만행을 저지르는데 앞장서곤 하지요ㅠㅠ

건우와 연우 2006-06-27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정말 슬픈일이예요. 젊은이들에게 성실한 노동에 대한 비젼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봐요..
수니나라님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재진이나 건우 연우 같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빨리 비정규직의 문제가 해결돼야될텐데요...

건우와 연우 2006-06-27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치만 소심해서 그런게 먼저라는...ㅠㅠ

건우와 연우 2006-06-27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 저 소심한거예요. 거기다 살짝 비겁하기도... 그치만 모1님이나 배꽃님까지 이렇게 말씀하시니 울끈 불끈 용기를 내서 꾸준히 노력해볼께요..
모님, 배꽃님, 두분다 더위에도 즐겁게 보내세요^^

씩씩하니 2006-06-2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그렇게 세심한 배려를....
저를 반성해봅니다..그냥 무심한 행동으로 혹여 상처를 준 적은 없을까여...
봉투를 감출 수 있는 그 맘을 못가졌었다는게...많이 미안하네요...

건우와 연우 2006-06-2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반가워요. 다들 제소심함을 그렇게 따뜻하게 이해해주시다니 ㅠㅠ
그래도 조만간에 그가 더 나은곳이나 혹은 그런 조건에서 일했으면 싶어요...

씩씩하니 2006-06-2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새로운 직장을 위해서 기도할께요,,아자~

치유 2006-06-2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님의 댓글에서 매니저를 둬야 한다고 하시더니
어젠 정말 매니저를 둬야 할 만큼 바쁘고 일도 많게 지나갔어요..
그러기에 내내 님께서 하신 그 말에 너무 황홀해 하며 즐거워하던 나를
상상하며 바빠도 즐거웠답니다..
사람에게 한마디 할때마다 힘을 준다는 말은 정말 약인것 같아요..
그 약발에 힘을 얻고 또 방방 거리면서도 행복해 할수 있고..
피곤했지만 피곤한줄도 모르고 지치지도 않고..
어젠 대표 기도도 있어서 오전 내내 찬송을 들어야 했고
손님 오신다기에 청소도 비지땀 흘리며 해야 했고
말씀도 타자해야 했지만
밤에 기도를 마치고 목사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이
기도에 너무나 은혜를 받았다고 하시기에 모든 피곤이
다 가셔버리더라구요..
오늘도 날 기다리고 있는 사소한 일들이 많지만 그래도
또 난 매니저 둘 생각으로 열심히 동동거리며 지내려 합니다..
이렇게 부지런히 알라딘도 오가면서..
님의 한마디에 천군만마를 얻은듯 행복했던 배꽃이었습니다.

2006-06-29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6-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연우는 받는것만큼 쓰는걸 즐깁니다. 님덕분에 쓸곳이 생겨 좋아라합니다.

2006-06-29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29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7-04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직한 중량의 페이퍼네요.

건우와 연우 2006-07-0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임시직문제는 가슴에 얹힌 돌덩이같아요...

푸하 2006-07-0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마음, 보고 미소짓고 갑니다.
소심한 제게 먼저 손내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_;

건우와 연우 2006-07-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와주셔서 감사감사!! 님서재에 몰래 다녀오는거 그만하고 인사하길 잘했네요^^
 

오후의 졸음에 겨워 인터넷을 뒤지다가,  베를린장벽에 미선이와 효순이의 영정사진이 그려져 있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속에서 두 아이는 아주 오래된 옛날 사진처럼  흐릿하다.

흐릿해서 더 마음이 짠한 얼굴로 요며칠 월드컵에 들떠있던 마음을 슬며시 부끄럽게 한다.

그아이들이 죽은게 이때쯤이라니, 아마도 그아이의 부모들은 월드컵의 열기가 상처에 들이붓는 소금같았으리라.

함께 아파하며 어깨를 두드리지는 못할망정 어린자식을 키우는 어미가 되어, 이리도 쉽게 그참담한 죽음을 낯설어하게 될줄이야...

월드컵이 열리는 축제의 함성뒤로 땅에 묻힌아이는 땅속에서,  살아남은 어른은 땅을 딛고, 이땅 어딘가에서 더 생생히 살아오르는 눈물을 씹고 있었겠구나.

오늘은 월드컵 호주와 일본의 경기가 있는날.

히딩크가 있어 마치 우리나라대표팀이 뛰는것같은 날이지만, 히딩크보다 더 익숙한 얼굴을 한 효순이와 미선이의 영정사진이 세상엔 월드컵만 있는게 아니라고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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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12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쩔 수 없어 잊고 싶나 봅니다. 6월의 그 모든 일들을요.

치유 2006-06-12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기사를 보며 맘 아팠었어요..
쉽게 잊혀지는 기억..하지만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있는이도 있다.

건우와 연우 2006-06-1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만두님,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도망가고 싶었는지도요...
배꽃님. 문득 이렇게 잊고사는 내가 야속하다 싶었어요..

2006-06-13 1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6-1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감사하죠..연우가 아주 좋아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넙죽 받아도 될까요?


2006-06-13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14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6-1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비도 그치고 좋은 아침이예요.
"땅은 엄마야" 안그래도 님이 써 놓으신 리뷰보고 아이들이랑 함께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저야 너무 감사하죠.. 근데 너무 뻔뻔한가요?^^

2006-06-15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15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텔레비전 경기를 보면 막상 조금 흥분되고 응원을 하게 되는데
사람들이나 방송의 지나친 열기는 정말 공포스러워요.

건우와 연우 2006-06-16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그러신가요? 저도 재미나게 응원을 하다가도 문득 문득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

2006-06-16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1 2006-06-2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아이들까지 죽었는데도 아직까지도 왜 sofa개정을 안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정도면 대단한 일인데요. 쳇....

건우와 연우 2006-06-27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사람이 죽는다는게 이렇게까지 무참하게 잊혀질수는 없는 일인데요ㅠㅠ
 

노조임원들이 왔다.

지난번 노조선거에서 나는 반대쪽이었다.

그건 모두에게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선거기간 내내 모두에게 활짝 웃으며 격려와 안부를 보냈다. 그리고 모든 후보에게 지지의 인사를 날리곤 했다.

사람들은 내가 지지하는 쪽을 피곤해했고, 경영진은 과거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집요했다.

선거는 예상대로 무참히 깨졌다.

당선인사를 다니는 그들에게 활짝 축하하며 인사를 했었다.

그리고 계속 황당한 일을 하는 그들을 보며 속이 썩지만 오늘도 신뢰를 듬뿍 담아 인사했다.

....

음, 조만간 나도 노회한 40대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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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0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접대용 페이스를 너무 남발하면 그게 굳어져 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더라구요...^^

치유 2006-06-08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건우와 연우 2006-06-0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네. 안그래도 그게 고민이랍니다.^^
배꽃님/^^ 잘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