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면 으례 그렇듯이 여직원 서넛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마치 내외라도 하는것처럼 남직원들은 또 그들끼리 둘러 앉곤 하는데, 요즘 며칠은 종종 직원들중 젊은편인 남직원B가 우리 자리에 끼어 같이 밥을 먹곤한다.

오늘도 식판에 밥과 반찬을 챙겨와 마주보고 밥을 먹는 도중 누군가가 팀장의 흉을 보았다.

뚜렷이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것으로 보아 팀장의 언행불일치나 사소한 씹을거리 수준이었던것 같다.

거기에 맞장구를 친 B의 대꾸가 말썽이었다.

딴에는 유머라고 생각했던지 <제가 따끔하게 팀장을 혼내줘야겠군요. 하하...>한다.

그러자 마주 앉아 있던 모직원이 싸한 표정으로 < 말이 참 듣기가 불편하네, 누가 누구를 따끔하게 혼을 내?> 하며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물론 백번 만번 젊은 직원의 말버릇이야 나무랄 일이지만 말이 길어져 사내에 온 젊은이는 모조리 싸잡아 싸가지없고, 더불어 이나라의 모든 젊은이의 싸가지까지 도마에 올랐다.

미루고 온 일이 있어 머리속이 복잡하여 맨숭맨숭 대꾸없이 밥을 밀어넣고 있던 나는 슬슬 밸이 꼴리는 거였다.

나: 물론 사내에서의 젊은직원들의 최근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 이전에 이런말을 우리 연배에서 하자면 우리는 선배노릇 어른노릇 잘하고 있나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모직원: 아니 우리가 애들한테 그렇게 무시당하도록 행동을 잘못한게 뭐가 있어요? 선배니까 존중하는건 당연한거지...

나: 선배니까 선배대접을 받기위해서라도 경영진이나 간부들앞에서 어렵고 힘든 말도 나서서 정리해주는것도 당연하지. 과거엔 당연했던 선배로서의 처신을 시대를 핑계삼아 행하지 않으면서 시대가 변해 젊은애들이 싸가지 없어진건 못받아들인다는건 말이 안맞는것 같은데...

모직원: 우리 회사만 그렇다는게 아니고 어딜가나 다 그렇다는거고, 그애들을 내가 일일이 가르칠수도 없고 또 요즘같이 살벌한 때에 내가 무슨 배짱으로 경영진에 맞서냐구...

나: 사회가 그런거야 결국 모두들 내집에서 내가 내자식 잘못가르친거고, 또 처음 신입일때부터 일관성있게 누구나 선배로써 제대로 처신해왔으면 후배들이 아무리 되바라졌다고 어차피 걔네들은 소수였는데 그렇게 버릇을 잡기가 어려웠을까? 이쯤에서라면 먼저 우리세대의 반성이 뒤따라줘야하는거 아냐?

원인제공한 B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던 식당에서 결국은 참지 못하고 내지른 내 말이 도화선이 되어 밥상머리 대화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수시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실리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제 앞가림에만 급급한 노동조합,소도 비빌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그러나 그간 보여온 나이든 이들의 숱한 비열함은 열손가락으로 세어도 부족할 젊은직원들의 싸가지 없는 행동을 덮고도 남는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게다가 한때나마 의기충천했던 나의 비겁까지도 기실 선배대접 못받는 이유중의 하나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누구는 이 불행한 시대에 나만 참고, 나만 정의로와야하는것은 부당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나 그러했기에 오늘 이 사회 여기저기가 병들고 썩는것이고 경륜은 무시받아 마땅한 것이 되는것 아닐까...

불의앞에 용기를 낼줄 모른다면, 젊은이앞에 솔선하지 않는다면 이 변화의 시대에 전광석화같은 지식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에게 우리는 무슨 명분으로 대접을 요구한단 말인가.

남의 뒷통수에서 욕하며 밥먹은 오후, 사는게 부끄럽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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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9-2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이 안나는 말싸움은 무시해버리거나 시작을 안하는 것이 제일 현명하긴
하겠지만 어디 그렇게 되나요...^^ 그렇다고 부끄러울 것 까지야....^^
다 그런걸요 뭘...그래도 페이퍼 내용의 사회문제만큼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물만두 2006-09-2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카페인중독 2006-09-20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무지 화나셨겠군요...
근데요 뜬금없지만...몰라요...난 그런 님이 좋아요~

라주미힌 2006-09-2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현주 목사의 대학 중용 읽기'를 읽고 있는데, '혈구지도'라는 의미와 통하는 페이퍼를 만나게 되는군용. 반성과 성찰이 숨쉬는 삶,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 어렵다는 거 많이들 공감할 것 같습니당.

비자림 2006-09-20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사 시간이 즐거워야 하는데 좀 일이 있으셨네요.
기성세대의 과오부터 먼저 따져 봐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20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그러게요, 사실은 저도 좀 후회가 됩니다. 과도하게 열을 올린것 같아서...^^
물만두님/ 사는게 가끔 심란하지요...^^
카페인중독님/ 좀 서글프더라구요. 지금 우리 사는 모양새가요...^^
산새아리님/ 반성과 성찰...나이들며 체면을 지키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보기에 부끄럽지 않게, 아이들을 나무랄때도 내지른 말이 무색하지 않게...근데, 참 힘든 시대네요...^^
비자림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오후내내 속이 좀 더부룩한게 과도하게 흥분을 했나봐요...부끄러워라...^^
바람구두님/ 그렇네요... 당당하고 싶어도 밥줄이란게 참 어쩔수 없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하지요...
오규원의 시가 와락 가슴으로 들어옵니다...^^ 감사!!

2006-09-20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6-09-20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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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하는데도 왜이리 씁쓸한지...


씩씩하니 2006-09-2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정의감이 투철한 성격인대....동질감이 확 밀려들어요..ㅋㅋ
근대..말싸움으로 몸과 마음의 힘을 빼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너무 어리석은 짓이란 생각이 드는거 있죠..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전에 그저 편한 관계, 편한 마음, 이런 생각을 먼저 하게 되요...
나이가 들었다는 뜻일까여??
암튼 오늘 점심 일로 힘드셨을꺼 같애요,,오늘 밤 푹 주무시고 새로운 낼을 향해 화이팅 해요~~~

건우와 연우 2006-09-2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어째 님이 유난히 아이들을 자분자분 잘 챙기시고 잘 다독거린다 했어요... 경험은 속일수가 없는거지요...
그쪽일이 유난히 힘들고 고되지요. 어린애들 다루고 보살피는게 말이 쉽지 보통 고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게 아니잖아요...그게 쌓여 지금 그렇게 이리저리 살피며 살뜰하게 사시는 거지요. 사실 직장생활 삐까뻔쩍하게 잘해도 집에 있으면 마냥 바보가 되곤 하는게 현실인걸요..... 님이라면 항상 속한 자리에서 표안내고 사브작 사브작 잘하실거예요...^^
반디님, 그리고 씩씩하니님? 좀 씁쓸하지요...
사실은 아까는 사는게 치사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서 세상에나, 눈물이 다 나려고 하지 뭡니까...
나이드니 눈물도 때와 장소를 못가리는지 불쑥불쑥 슬프려고 하지 뭐예요...^^
이거 주책인거 맞지요...
오늘은 일찍 자려구요, 자고 나면 또 해가 뜨겠지요?

또또유스또 2006-09-21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998

3000을 잡겠습니다


또또유스또 2006-09-2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2999

chika 2006-09-2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3000            또또유스또님의 자리를 대신하여, 삼천입니다.  ^^

또또유스또 2006-09-2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3000

앗싸~~~~~~~~~

건우와 연우님 2222 힛을 제가 놀러 다니느라 지난 여름에 못 잡아드린것을 대신하여 3000을 잡았나이다...

 30분이나 기달렸어여 흑흑흑...

저 잘께요...

님 내일 뵈여~~~~~~~~~~~~~~

 


또또유스또 2006-09-2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고맙습니다... ㅎㅎㅎ^^

꽃임이네 2006-09-21 0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저도 축하드려요님.^^*

로드무비 2006-09-21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점심시간엔 드라마 이야기 정도가 딱인데......^^

건우와 연우 2006-09-2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부비님/ 그치요, 밥먹을땐 드라마얘기가 딱인데...^^
그래도 오래 담아둘줄 모르는 아줌마들이라 하룻밤 자니 다들 잊은듯 또 사는얘기하며 점심먹었어요...^^
밤늦도록 지켜주신 또또님, 치카님, 꽃임이네님 다들 고맙습니다...^^
다들 일이 많아 피곤하실텐데, 오늘은 일찍일찍 주무세요....^^

2006-09-22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22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잘못된건지 암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같이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래도 좀 안심을 해도 될까요...^^

2006-09-27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2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평소에 챙기는곳 많으신분이라 추석이 다가오니 아무래도 더 바쁘시겠지요...^^
일녀내내 한가위만 같으라는데 명절이 자꾸 심드렁해지는건 주부증후군인가요?^^
바쁜 와중에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저도 명절지나면 더 자주 찾아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