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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접전지인 대전과 제주에서 지원유세를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전에서는 짤막하게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주세요, 제가 보증합니다라고 했단다.

아, 정말 짜증난다. 왠지 익숙하게 돌아가는 선거운동의 양상을 보며 접전지의 접전내용도 짜증나고, 잠시나마 피습당한 그녀의 인생유전에 연민을 느꼈던 나에게도 짜증이 난다.

그녀는 뭘 보장한다는 것일까?

이나라의 유구한 왕조정치를? 혹은 부패의 전국적인 고착화를...

뭐 하기야 그녀의 출신지가 아니어도 칠십이 넘은 친정아버지와 친정엄마는 그래도 나라가 안정되어야 준공무원인 딸의 직장이 편안하리라 하시며 줄창 극우의 외길을 걸어 오셨다. 꼭 한번 지난 대선만 나의 공갈 협박에 굴복하셨던 듯하다. 그도 사실 확실치는 않다.

친부모조차 합리적인 설득이 아니라 반우격다짐으로 제발 그런 사람찍어 자식발등찍지 말아달라는 협박이나 겨우 통할까 말까하니...

단체에서 활동했던 남편이 최근 몇년사이 조직상황에 회의할때 소주잔을 나누며 위로랍시고 했던 말이 있었다.

<아직 덜 썩어서 그래, 완전히 썩고 나면 그걸 발판으로 다시 시작할수 있을지도 몰라...>

그때 근거없이 한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다 보면 혹시라도 그말처럼 다시 시작할 희망도 어딘가에서 썩는만큼 자라나고 있지 않을까?

아, 부탁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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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5-29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대책없이 짜증내게 되는것은 사실 무서워서다. 나이먹을수록 사는데 낙관적이질 못하게 된다.
 

금요일 오후 1시 38분, 휴대폰에 낯선번호가 떴다.

나: 여보세요?

발신자: 안녕하세요 기호0번 후보 자원봉사입니다.

나: <버럭> 여보세요? 내 전화번호 어떻게 알아냈어요?

발신자: <뜨악한 목소리로> 휴대전화번호야 여기 저기 많이 있잖아요?

나: <버럭 버럭>댁들이 내가 그 동네에 사는지 어떻게 알구 번호를 알아냈냐구요?

발신자: <더듬 더듬>주차해놓은 차에 전화번호가 있어서요...

나: <싸늘한 목소리로>나는 운전안하거든요.

발신자: <더듬 더듬>왜 연락번호 남겨놓으시는거 있잖아요?

나: <다시 버럭>아 그러니까 어떤 놈이냐구요? 내 연락번호는 나한테 연락하라구 알려줬지 댁들한테 넘겨주라고 준거 아닌데 어떤놈이 넘겨줬냐구요?

발신자: <더듬 더듬>그게 저...

나: <싸늘한 목소리로>몇번 운동원이라구 하셨지요?

발신자: 아니요 저기 죄송합니다......

 

전화가 끊겼다. 그녀는 아마도 재수 옴붙었다고 생각할런지도 모른다. <뭐, 이런 여자가 다있어. 나이는 먹을만큼 먹은 여자가 세상 참 힘들게 사는군 쯧쯧...> 혹 그렇게 혀를 찼을지도...

어쩌면 내가 지지하려고 했던 후보가 표다지기 차원에서 전화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내편이든 남의 편이든 그런식의 룰을 깨트리는 행위가 싫다. 그냥 싫은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혈압이 확 오를정도로...

그럴때마다 사람들은 불편해한다. 이제 대충 넘어갈 나이 아니냐고...

혹은 피해의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거기까지일뿐이다. 휴대폰에 남아있는 전화번호를 보면서 이걸 정말 끝까지 확인해볼 생각은 나지 않는다. 아마도 몇년전이었다면 기운이 펄펄넘쳐 끝까지 확인해보고 따져댔으리라.

그래, 이렇게 대충 넘어가고 있다. 세월을 따라 노쇠해감에 씁쓸해진다.

사무실밖에서는 선거운동원들의 요란한 연설이 들리고 초등학생들이 한무리 지나가고 있다. 건우나이쯤 되었을까?

숨을 들이키며 생각한다. 아이들아, 빨리커라. 어른들이 더 비겁해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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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5-2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난하고 까탈스러워서 그런 게 아닌데 그런 의심을 받게 될 때가 있어요.
저도 물어봅니다.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셨죠?"
그러면 대개 깨갱하는 분위기.
 

며칠전,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가 투기와 세금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백궁정자지구에 누가 빌딩을 샀다는둥. 그게 몇배로 불어서 몇년만에 백억을 남겼다는둥.

그리고 숱한 탈법행위들이 줄줄이 화제에 오르고...

사람들이 열을내며 대화를 하는 도중에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났다.

동료들이 그들을 비난하는게 아니라 노골적으로 부러워해서...

그리고 어느새 수다의장에서 고립무원이 돼버린 외로움으로 인하여...

한때나마 같이 노조간부를 하기도 했던 모모가 결국은 내가슴에 비수를 날렸다.

<나도 능력만 돼면 투기할거야. 그리고 절대 세금 안내!>

순간 그녀보다 조금더 초라한 나의 살림살이가 슬펐고 주변을 설득할 용기를 상실한 나의 말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나는 쓸쓸히 패퇴했다. 다만, 뒤통수에 한마디 남겨주었을 뿐이다.

<그래, 열심히 해라. 그렇다면 나의 비난을 불만스러워하지 마라. 그 행위를 씹는건 유리지갑을 지닌 월급쟁이의 천부인권이다.>

나는 건우와 연우가 공정한사회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그리고 또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많이 외롭고 서글퍼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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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5-2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부터 그러려니 하던 사람의 말은 화가 날 것도 씁쓸할 것도 없는데......

건우와 연우 2006-05-2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포기가 잘 안돼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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