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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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들 카페에서 '작가와 토론을!' 이벤트에 참여해 사인본을 받았는데, 얄팍하고 경제적인 문고판의 네베엔딩스토리다. 일단 인증샷부터!^^



이 책은 도벽을 소재로 비밀과 거짓말에 감춰진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도벽은 단순한 절도가 아닌 '습관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로, 소질적인 것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나뉘는데 책 속에 나오는 도벽은 두 가지 다 해당된다. 성장기에 부모님 몰래 용돈을 슬쩍했던 경험은 많이들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어려운 살림을 꾸리는 엄마에게 손내밀기 죄송해서 엄마의 전대에서 슬쩍 했던 양심의 가책을 갖고 있다. 3월에 친정가면 엄마에게 이야기하고 '죄사함'을 받을 생각이지만, 잊고 살다가도 이런 책을 만나면 불쑥 튀어 나와 마음이 불편하다.  

열네 살 장하리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장하지 않은 도둑질로 붙잡혀 망신도 당하고, 들킬까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우연히 누군가 화장실에 놓아 둔 음악시디를 보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한다. 그걸 눈치 챈 같은 반 예주에게 꼼짝 못하고 그녀의 도벽에 동참한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어정쩡한 나이 열네 살이 매순간 올바른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순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될 몫이 된다. 요즘 아이들은 남의 물건을 슬쩍하는 걸 '뽀린다'고 하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이런 현상도 진지한 토론이 필요할 대목이다.

하리의 도둑질은 자꾸만 비밀과 거짓말을 낳게 되지만, 하리를 괴롭히는 비밀과 거짓말은 엄마의 도벽이다. 열네 살 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엄마의 도벽을 알고 있는데, 정작 엄마는 하리가 알고 있다는 걸 모른채 일하는 식당에서 계속 훔치다가 쫒겨난다. 엄마의 도벽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하리는 엄마의 고백을 듣기 전까진 이해하지 못하고, 도둑의 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괴롭다. 모녀의 비밀과 거짓말 속에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클라이막스는 가슴 아프다. 

'자신의 행동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내가 한 행동이 들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그 순간 작은 비밀을 만든다. 그때는 양심이 발바닥을 빠져나와 땅속으로 들어가 버린 뒤다.'(72쪽)

작가는 '범의귀'라는 꽃에 주목하도록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간다. 우리가 흔히 바위취로 아는 식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집 화단에도 한두 뿌리 심은 것이 지천으로 퍼져 5월이면 꽃대를 피워 올리는데 바로 요렇게 생겼다.^^ 

 

범의귀는 날씨가 더워 조금 시들었지만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다. 두 개의 꽃잎만 기형적으로 큰 것인지 아니면 세 개의 꽃잎이 기형적으오 작은 것인지 볼수록 알 수 없다. 내가 도둑질을 하다가 엄마한테 들킨 건지 아니면 엄마가 때문에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건지, 희한 꽃, 범의귀. 이 꽃처럼 내 머리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내 눈에는 범의 귀가 나를 향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난 다 알고 있어. 어쨋든 넌 도둑질을 했어! 너에게 도둑의 피가 흐른다고.'(76쪽)  

따뜻한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는 친절하지 못한 아버지, 생활전선에 서는 일이 벅차 딸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는 엄마는 하리에게 상처가 된다. 에픽하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에 마음을 열었던 성민이의 이중성에 실망하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사람취급도 하지 않는 담임선생님께 분노하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던 하리가 선생님의 부당한 편애를 당당하게 지적하는 건 청소년들이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명장면이다.  

열네 살의 비밀과 거짓말을 풀어낼 출구가 필요했던 장하리는, 잘못을 고치려는 아빠 엄마의 노력으로 행복한 가족으로 자리 잡는다. 도벽이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로 진실을 깨닫고 진정한 자아찾기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바꿔가면서 범의귀를 새롭게 발견하는 플롯은 돋보이지만, 지극히 모범적인 결말은 작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큰 것은 아니었나 살짝 아쉽다. 

어른들은 우리 중학생을 보고 덜 자란 것 같아 불안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가 다 자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전에 난 꽃잎이 두 개인 범의귀가 불안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꽃의 꽃잎 크기가 모두 같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범의귀 자체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를 불안하게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처럼.(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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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이끼 2010-03-0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범의 귀 꽃도 함께요^^

순오기 2010-03-07 21:37   좋아요 0 | URL
범의귀는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인데
보통은 이름 모를 식물이라 생각하지요.^^

꿈꾸는섬 2010-03-0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리뷰에요.^^ 읽고 싶은 책이네요.^^

순오기 2010-03-07 23:53   좋아요 0 | URL
괜찮은 책이었어요.^^

오월의바람 2010-03-08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의귀가 토끼귀처럼도 보이는데요.'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문제를 만든다' 멋진 대사네요.우리를 불안하는 만드는 어른들의 시선이라... 청소년 도서는 늘가슴을 후비는 힘이 있어요. 늘 반성하게 되죠.도벽이라 정답은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네요.

순오기 2010-03-08 12:22   좋아요 0 | URL
흐흐~ 나도 범의귀보다는 토끼귀가 더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청소년을 불안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시선, 나도 여기에 동참할 때가 많아요.ㅜㅠ
 
<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 문익점과 정천익>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문익점과 정천익 - 따뜻한 씨앗을 이 땅에 심다 푸른숲 역사 인물 이야기 5
고진숙 지음, 독고박지윤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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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고 중.고딩 남매에게 문익점과 정천익의 관계를 물었더니 모른다. 흐흐~ 이럴 땐 바로 엄마의 잘난척이 발동한다.^^ 정천익은 문익점의 장인이라고 했더니, 오호~ 단번에 엄마의 잘난척에 호응해 주었다. 고려말에 문익점과 정천익의 노력으로 목화재배에 성공하고 목면으로 의생활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공로를 알려주는 이 책은 초등 고학년 이상 일독을 권한다.

위인전기 영향인지 모두들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들여왔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박은봉의 '한국사 편지 2' 끝 부분에 문익점에 대한 고려사와 태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자세히 기술했는데, 붓두껍은 나오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왔다고 되어 있다. 역사왜곡은 국토의 영유권 주장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이런 경우도 해당된다.  

문익점은 스승 이곡에게 글을 배웠고 그 아들 이색과 친구였다.  당시 고려는 원나라를 섬기느라  왕에게 '충'자를 붙였다. 비로소 공민왕이 왕위에 올라 '충'자를 떼어 버리고 인재를 끌어 모아 독립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다. 문익점은 서른두 살에 과거에 급제했는데 정몽주가 일등이고 그는 7등이었다. 원나라는 공민왕을 못마땅해 충숙왕의 동생인 덕흥군을 왕으로 세우려 했고, 원나라로 가는 사신 일행의 서장관으로 뽑혀 간 문익점은 원나라에서 덕흥군 편에 섰기에 곧 귀국하지 못했다. 돌아와서 문익점은 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벼슬에 나갈 수 없어 낙향했다.

문익점은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장인 정천익이 재배에 성공했고, 백성들에게 목화재배를 보급하고 비로소 따뜻한 옷을 입을 수 있는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이 책은 문익점이 활동한 고려 말의 시대상황과 목화재배 과정을 풀어낸 한 편의 동화처럼 재밌게 읽힌다. 문익점과 정천익은 원나라에서 가져온 농사법 책을 보며 농사를 발전시켰고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실사구시의 선구자였다.  

나는 어려서 시골에 살았는데, 엄마가 짜던 베틀에서 내려오면 얼른 올라 앉아 제법 그럴싸하게 베를 짰다. 언니는 좀 성글게 짜서 다시 풀어야 했지만 꼼꼼한 나는 풀지 않아도 될만큼 잘 짜서 칭찬도 받았었다. 베틀의 추억과 더불어 목화를 심고 씨를 자아내던 물레를 돌리던 겨울밤도 떠오른다. 작년에 도서관 아래 철길 건널목에 보이던 목화가 반가워 찍은 사진이다. 




문익점이 가져온 목화씨를 정천익과 나누어 심었으나 문익점이 심은 씨앗은 싹이 트지 않았고, 정천익이 심은 씨앗 중 한 개만 성공했다. 달랑 한 개만 재배에 성공했지만 3년 후에는 백성들에게 보급하고 따뜻한 이불을 덮고 목면 옷을 입게 되었으니 놀랍다. 또한 목화에서 실뽑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원나라에서 온 승려 홍원의 도움을 받아 물레를 개발하고 베틀을 만드는 등 온갖 노력을 했다. 목화로 만든 섬유를 무명이라 한 것은 문익점의 손자인 '문영'의 이름에서 유래했고, 목화 씨앗을 잣는 물레도 손자 이름인 '문래'에서 따왔다는 것으로 그들은 대를 이어 목화 보급과 섬유 개발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책 말미엔 우리 의류의 변천과 발전과정을 정리해 놓아 도움이 된다. 또한 역사의 진실과 오해가 엇갈린 부분을 추가로 설명해 놓았는데, 문익점이 붓두껍에 목화씨를 가져왔다는 것은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대나무 붓두껍을 이용했을 거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보림에서 나온 전통과학시리즈 '옷감짜기'에 솜에서 옷감이 되기까지 전 과정을 12쪽에 펼쳐진 전면 그림과 더불어 자세히 알려주니까 같이 보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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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3-06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친절한 리뷰라니! 눈에 콕콕 박혀요! 베틀이나 물레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이걸 설명해 놓은 책을 보아도 확실하게 이해되지 않는 게 아쉬워요. 베틀 짜는 순오기님이라니, 너무 근사하잖아요! 리뷰만 보면 별 다섯을 줄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었나봐요. 아무튼 정성스런 리뷰 잘 읽었어요.^^

순오기 2010-03-06 21:55   좋아요 0 | URL
하하~ 별 다섯으로 올려줄까요?
목화씨에 직접 거름을 묻혀 심었다고 나오는데, 그렇게 심었는제 우리 엄마한테 여쭤보려는데 전화를 못했어요.ㅜㅜ
물레와 베틀은 내 유년기 추억 속에 담겨 있지요.

소나무집 2010-03-0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목화 사진 보니 반갑네요.
저는 시집 올 때 친정에서 직접 심어서 키운 목화로 이불 해가지고 왔어요.
저 초등 때부터 심은 건데 목화도 따고 겨울이면 할머니랑 엄마랑 둘러앉아 씨를 빼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서른이 넘도록 제가 시집을 안 가는 바람에 엄마한테 욕도 많이 먹은 목화솜이에요.^^

순오기 2010-03-07 20:55   좋아요 0 | URL
오호~ 직접 키운 목화솜으로 혼수이불을 해주셨군요.
서른이 넘었으면 제집을 못 찾은 목화솜이 욕 좀 먹었겠네요.ㅋㅋ

같은하늘 2010-03-1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동네의 눈꽃의 보니 여기서본 목화꽃이 생각났어요.^^

순오기 2010-03-12 06:22   좋아요 0 | URL
눈꽃과 목화솜~ 잘 어울리네요.
넓은 목화밭에 솜꽃이 피면 정말 장관이지요.^^
 
마사코의 질문 - 개정판, 6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3
손연자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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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참 우울하고 슬프다. 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우리 역사다. 부끄러운 역사도 제대로 알아야 같은 점철을 밟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자라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해 필독도서로 추천한다. 

 

4학년 2학기 읽기에 "꽃잎으로 쓴 글자"가, 6학년 1학기 읽기에 "방구 아저씨"가 실려 있다. 역사에 조금씩 눈떠가던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린 두 편만 읽었다면, 이제 원작에 실린 아홉 편 모두 꼭 읽어보라. 같은 책이라도 언제 읽었느냐에 따라 이해와 느낌이 다르다.  

 

 

<마사코의 질문>을 처음 읽을 때, 우리의 아픈 이야기 제목이 왜, ’마사코의 질문’인가 의아했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비로소 이해되었던 제목은 오늘날까지 반성하지 않는 저 일본인들에게 ’당신들은 진정 피해자일 뿐인가?’라고 우리와 그들의 양심이 던지는 물음이다. 

 

손연자님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과 아픔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우리 청소년들은 시대의 아픔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반성하지 않는 저 뻔뻔한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이 어떨지 자못 걱정스럽다.  

 

 
 

‘꽃잎으로 쓴 글자’에서 나라와 민족의 뿌리가 되는 것은 얼과 말과 글이라고 한다. 나라를 빼앗겼던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말과 글로 시를 쓰는 사람이 되라는 엄마의 가르침에 승우는 마음을 다진다. 이 책에서 작가는 한자말을 거의 쓰지 않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려낸다. 

 

’잠들어라 새야’에서는 정신대에 끌려갔다 돌아온 딸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던 어머니의 아픔과 사랑에, 난 책을 놓고 울었다.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절절한 사랑이다. 지금은 할머니가 된 그들을 누가 이렇게 감싸고 사랑해 주었는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한을 누가 풀어줄 것인가? 그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다. 온 국민이 애송하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로 시작하는 그의 서시는, 우리와 교감되는 그의 정신이고 아픔이다. 그는 생체실험의 희생양으로1945년 2월 16일 금요일 오전 3시 36분, 27세 2개월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 민족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는 시인이다. 

 

’꽃을 먹는 아이들’과 ’남작의 아들’. 그리고 ’흙으로 빚은 고향’에선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을, ’긴 하루’에선 가해자에게 베푸는 피해자의 사랑과 용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마사코의 질문>은 이렇게 개인과 민족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모두 8편에 담아놓았고, 정직하지 못한 일본인에게 던지는 9편 ’마사코의 질문’으로 그들의 책임을 물으며 끝난다. 

 

책 끝에는 <일러두기>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정리해 이해를 도왔고, 신형건님의 "역사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까닭"을 실어 또 한번 우리에게 다짐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머리말이나 해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에겐 반드시 작가의 말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하면 좋겠다. 

 

세계 어느 나라인들 수치스럽고 감추고 싶은 역사가 왜 없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욕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건, 올바른 역사인식으로 민족과 나라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신사참배를 하는 일본총리의 뻔뻔함이 바로 일본인들의 역사인식 현주소다. 일본은  반성하지도 않고 왜곡시킨 역사교과서로 후세를 가르치다간 결국 자신들의 미래를 망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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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랑스 프로젝트 5, 핀란드 교육혁명>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들 - 삶과 죽음 똘레랑스 프로젝트 5
마리나 부토프스카야 지음, 이경아 옮김 / 꼬마이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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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똘레랑스 프로젝트 1015'는 10세에서 15세를 대상으로 만든 책이다. '사람들 사이에 관용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신과 다른 것은 무조건 미워하고 공격하는 현상을 사회가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똘레랑스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책은 삶과 죽음을 다룬다. 나라마다 다른 출생과 장례문화를 이해하고 관용하는 이야기다. 사실 이해와 관용은 우리에게 많이 부족한 부분이다. 나와 혹은 우리와 다른 것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약하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런 책을 읽으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어른들보다 똘레랑스를 실천하기에 좋을 것 같다.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류학자 새아빠를 따라 학술회의에 간 알랴와,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죽어서 유럽인 부부에게 입양된 아이포족 미히는 회의에 따라 와서 만났다. 두 아이는 갓 태어나 엄마를 잃은 고양이를 돌보며 생명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나라와 종족마다 출생을 대하는 관습과 생각이 다르다는 걸 배운다. 집에 있는 모든 매듭과 밧줄을 풀고 문을 열어두는 것, 동물을 배설물을 신생아의 몸에 바르는 것, 서로 다른 출산 의식이나 세례와 할례, 아들을 선호하고 딸을 차별하는 등 제각각 다르다. 어떤 문화를 야만적이라고 폄하하지 않고 다름을 이해하는 쪽으로 진행된다.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에 따라 죽음도 각 나라와 종족의 다른 풍습으로 알려준다. 집 가까운 곳에 묻거나 사람이나 재산을 함께 묻는 것, 장례의식도 춤추거나 제단을 세우는 등 서로 다르다. 파푸아뉴기니 포어 족은 20세기까지 죽은 이의 뇌를 먹는 풍습을 지켜 뇌에 치명적인 쿠루병을 앓게 되었다는 건 정말 끔찍했다.  

똘레랑스 시리즈를 네 권 봤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는 중간에 툭툭 자르며 자료를 넣은 편집은 여전히 맘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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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이 사는 나라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8
신형건 지음, 김유대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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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새벗어린이'에 동시로 등단한 신형건 시인은 잘나가는 치과병원을 접고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내는 푸른책들의 대표가 된지도 10년이 지났다고 한다. 2008년에는 <엉덩이가 들썩들썩>으로 울산시에서 주는 '서덕출시인상'을, 2009년<콜라 마시는 북극곰>으로 윤석중 문학상을 수상했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수록된 시 중에서 4학년 1학기 <말하기.듣기.쓰기>‘거인들이 사는 나라, 6학년 2학기 <읽기>에 ‘그림자’ 6학년 2학기 <말하기.듣기.쓰기>에 ‘넌 바보다’가 실렸다. 또 다른 시집 '배꼽'에 수록된 시 중에서는  5학년 1학기 <읽기>에 ‘시간여행’ 5학년 2학기 <말하기.듣기.쓰기>에 ‘발톱’ 실렸다.  이금이 작가의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삽입된 시 제비꽃, 영겅퀴꽃, 개망초꽃' 바로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수록된 시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그 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마어마하게 크겠지. 거인들 틈에 끼이면 어른들은 우리보다 더 작아 보일 거야. 찻길을 가로지르는 횡단 보도는 얼마나 길까? 아마 100미터도 넘을 텐데 신호등의 파란 불은 10초 동안만 켜지겠지. 거인들은 성큼성큼 앞질러 건너가고 어른들은 종종걸음으로 뒤따를  텐데...... 글쎄, 온 힘을 다해도 배가 불룩한 어른들은 찻길을 다 건너지 못할걸. 절반도 채 건너기 전에 빨간 불로 바뀌어 길 한복판에 갇히고 말 거야. 뭘 꾸물거리느냐고 차들은 빵빵거리고 교통 순경은 삑삑 호루라기를 불어 대겠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 내며 어른들은 쩔쩔맬 거야. 그 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동시에선 흔히 보기 어려운 산문시 '거인들이 사는 나라' 전문이다. 이 시를 읽는 아이들은 통쾌함을 느끼지 않을까? 어른들은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말처럼 작은 어린이를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른들을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단 하루만 보내도 어린이 입장을 이해하고 깊이 반성할 거 같다.^^ 동심으로 어른을 일깨우는 시인의 마음이 읽힌다.
 

동화모임에서 이 책을 접한 엄마들은 기발한 상상력에 놀라고, 아이들 마음을 잘 표현한 시가  재밌다고 했다. 어린이 뿐 아니라 어린시절을 지낸 어른도 공감할 수 있는 시집으로, 모두 시인과 같은 동심으로 되돌아가 마음에 담긴 시 한편을 낭독하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학창시절 문학소녀를 꿈꾸며 시를 외우던 추억도 떠올렸다. 그동안 삶에 휘둘려 사느라 손에서 놓아버린 시를 다시 잡게 되었다는 소감도 나누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하찮게 여겼던 것들도 멋진 시로 그려낸 시인에게 감탄하며,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은 아직도 동심을 간직하고 있을 거 같다. 시인을 만나보니 사십 중반의 나이에도 소년 같은 얼굴에 장난기가 숨어 있었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동심을 그려낸 그의 시를 읽으면 나도 덩달아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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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2-2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좋네요.. 방금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딸에게 읽어주었어요. 동시들 참 이뻐요. 전 <김용택>님이 엮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시가 제일 좋더라구요. 맘이 편안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는게.. 딸아이가 이 책 사달라고 하네요. 보관함 콕! (한달간 책 안 살거니까~ ㅎㅎ)

순오기 2010-02-24 22:11   좋아요 0 | URL
김용택 선생님 시랑 학교 아이들이 쓴 시는 삶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죠.^^
보관함에만 담아 놓았다가 3월이 되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