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 문익점과 정천익>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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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점과 정천익 - 따뜻한 씨앗을 이 땅에 심다 ㅣ 푸른숲 역사 인물 이야기 5
고진숙 지음, 독고박지윤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평점 :
이 책을 받고 중.고딩 남매에게 문익점과 정천익의 관계를 물었더니 모른다. 흐흐~ 이럴 땐 바로 엄마의 잘난척이 발동한다.^^ 정천익은 문익점의 장인이라고 했더니, 오호~ 단번에 엄마의 잘난척에 호응해 주었다. 고려말에 문익점과 정천익의 노력으로 목화재배에 성공하고 목면으로 의생활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공로를 알려주는 이 책은 초등 고학년 이상 일독을 권한다.
위인전기 영향인지 모두들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들여왔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박은봉의 '한국사 편지 2' 끝 부분에 문익점에 대한 고려사와 태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자세히 기술했는데, 붓두껍은 나오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왔다고 되어 있다. 역사왜곡은 국토의 영유권 주장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이런 경우도 해당된다.
문익점은 스승 이곡에게 글을 배웠고 그 아들 이색과 친구였다. 당시 고려는 원나라를 섬기느라 왕에게 '충'자를 붙였다. 비로소 공민왕이 왕위에 올라 '충'자를 떼어 버리고 인재를 끌어 모아 독립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다. 문익점은 서른두 살에 과거에 급제했는데 정몽주가 일등이고 그는 7등이었다. 원나라는 공민왕을 못마땅해 충숙왕의 동생인 덕흥군을 왕으로 세우려 했고, 원나라로 가는 사신 일행의 서장관으로 뽑혀 간 문익점은 원나라에서 덕흥군 편에 섰기에 곧 귀국하지 못했다. 돌아와서 문익점은 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벼슬에 나갈 수 없어 낙향했다.
문익점은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장인 정천익이 재배에 성공했고, 백성들에게 목화재배를 보급하고 비로소 따뜻한 옷을 입을 수 있는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이 책은 문익점이 활동한 고려 말의 시대상황과 목화재배 과정을 풀어낸 한 편의 동화처럼 재밌게 읽힌다. 문익점과 정천익은 원나라에서 가져온 농사법 책을 보며 농사를 발전시켰고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실사구시의 선구자였다.
나는 어려서 시골에 살았는데, 엄마가 짜던 베틀에서 내려오면 얼른 올라 앉아 제법 그럴싸하게 베를 짰다. 언니는 좀 성글게 짜서 다시 풀어야 했지만 꼼꼼한 나는 풀지 않아도 될만큼 잘 짜서 칭찬도 받았었다. 베틀의 추억과 더불어 목화를 심고 씨를 자아내던 물레를 돌리던 겨울밤도 떠오른다. 작년에 도서관 아래 철길 건널목에 보이던 목화가 반가워 찍은 사진이다.
문익점이 가져온 목화씨를 정천익과 나누어 심었으나 문익점이 심은 씨앗은 싹이 트지 않았고, 정천익이 심은 씨앗 중 한 개만 성공했다. 달랑 한 개만 재배에 성공했지만 3년 후에는 백성들에게 보급하고 따뜻한 이불을 덮고 목면 옷을 입게 되었으니 놀랍다. 또한 목화에서 실뽑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원나라에서 온 승려 홍원의 도움을 받아 물레를 개발하고 베틀을 만드는 등 온갖 노력을 했다. 목화로 만든 섬유를 무명이라 한 것은 문익점의 손자인 '문영'의 이름에서 유래했고, 목화 씨앗을 잣는 물레도 손자 이름인 '문래'에서 따왔다는 것으로 그들은 대를 이어 목화 보급과 섬유 개발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책 말미엔 우리 의류의 변천과 발전과정을 정리해 놓아 도움이 된다. 또한 역사의 진실과 오해가 엇갈린 부분을 추가로 설명해 놓았는데, 문익점이 붓두껍에 목화씨를 가져왔다는 것은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대나무 붓두껍을 이용했을 거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보림에서 나온 전통과학시리즈 '옷감짜기'에 솜에서 옷감이 되기까지 전 과정을 12쪽에 펼쳐진 전면 그림과 더불어 자세히 알려주니까 같이 보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