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이 사는 나라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8
신형건 지음, 김유대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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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84년 '새벗어린이'에 동시로 등단한 신형건 시인은 잘나가는 치과병원을 접고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내는 푸른책들의 대표가 된지도 10년이 지났다고 한다. 2008년에는 <엉덩이가 들썩들썩>으로 울산시에서 주는 '서덕출시인상'을, 2009년<콜라 마시는 북극곰>으로 윤석중 문학상을 수상했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수록된 시 중에서 4학년 1학기 <말하기.듣기.쓰기>‘거인들이 사는 나라, 6학년 2학기 <읽기>에 ‘그림자’ 6학년 2학기 <말하기.듣기.쓰기>에 ‘넌 바보다’가 실렸다. 또 다른 시집 '배꼽'에 수록된 시 중에서는  5학년 1학기 <읽기>에 ‘시간여행’ 5학년 2학기 <말하기.듣기.쓰기>에 ‘발톱’ 실렸다.  이금이 작가의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삽입된 시 제비꽃, 영겅퀴꽃, 개망초꽃' 바로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수록된 시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거인국으로 보내자. 그 곳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마어마하게 크겠지. 거인들 틈에 끼이면 어른들은 우리보다 더 작아 보일 거야. 찻길을 가로지르는 횡단 보도는 얼마나 길까? 아마 100미터도 넘을 텐데 신호등의 파란 불은 10초 동안만 켜지겠지. 거인들은 성큼성큼 앞질러 건너가고 어른들은 종종걸음으로 뒤따를  텐데...... 글쎄, 온 힘을 다해도 배가 불룩한 어른들은 찻길을 다 건너지 못할걸. 절반도 채 건너기 전에 빨간 불로 바뀌어 길 한복판에 갇히고 말 거야. 뭘 꾸물거리느냐고 차들은 빵빵거리고 교통 순경은 삑삑 호루라기를 불어 대겠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 내며 어른들은 쩔쩔맬 거야. 그 때 어른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동시에선 흔히 보기 어려운 산문시 '거인들이 사는 나라' 전문이다. 이 시를 읽는 아이들은 통쾌함을 느끼지 않을까? 어른들은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말처럼 작은 어린이를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른들을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단 하루만 보내도 어린이 입장을 이해하고 깊이 반성할 거 같다.^^ 동심으로 어른을 일깨우는 시인의 마음이 읽힌다.
 

동화모임에서 이 책을 접한 엄마들은 기발한 상상력에 놀라고, 아이들 마음을 잘 표현한 시가  재밌다고 했다. 어린이 뿐 아니라 어린시절을 지낸 어른도 공감할 수 있는 시집으로, 모두 시인과 같은 동심으로 되돌아가 마음에 담긴 시 한편을 낭독하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학창시절 문학소녀를 꿈꾸며 시를 외우던 추억도 떠올렸다. 그동안 삶에 휘둘려 사느라 손에서 놓아버린 시를 다시 잡게 되었다는 소감도 나누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하찮게 여겼던 것들도 멋진 시로 그려낸 시인에게 감탄하며,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은 아직도 동심을 간직하고 있을 거 같다. 시인을 만나보니 사십 중반의 나이에도 소년 같은 얼굴에 장난기가 숨어 있었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동심을 그려낸 그의 시를 읽으면 나도 덩달아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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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2-2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좋네요.. 방금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딸에게 읽어주었어요. 동시들 참 이뻐요. 전 <김용택>님이 엮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시가 제일 좋더라구요. 맘이 편안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는게.. 딸아이가 이 책 사달라고 하네요. 보관함 콕! (한달간 책 안 살거니까~ ㅎㅎ)

순오기 2010-02-24 22:11   좋아요 0 | URL
김용택 선생님 시랑 학교 아이들이 쓴 시는 삶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죠.^^
보관함에만 담아 놓았다가 3월이 되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