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다 보면, 하나를 보고 단정짓거나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신하는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자랑질 페이퍼를 쓴다. 

이 페이퍼 쓰기 전에
청주 만남, 북한산 둘레길 걷기, 폭우 속의 소쇄원 등 밀린 것이 많지만, 내 맘이 그런다. '이거 먼저 써!'라고.^^ 
엄마로 살면서 자식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동의를 구하며...  

서른 여섯에 막내를 낳았는데, 어느새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힘들게 일하고 나도 모르게 "아이고 아야~ 아이고 허리야~" 아픈 소리를 내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엄마, 아프지 마~, 내가 주물러 줄까?"
하던 아이였고, 속상해서 눈물바람이라도 하면 엄마를 위로하던, 어려서도 속이 든 아이라
"내가 세째 낳기를 잘했지, 셋째 안 낳았으면 어쩔뻔했어!"
심하게 자뻑해도 제 언니 오빠도 용납해주는 분위기였다.ㅋㅋ 

오늘 이 막내가 대견하고 뿌듯해서 등을 토닥여 줬다. 
지난주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자사고 추가모집에 장학금 받을 수 있으니 원서를 넣어보라는 전화가 왔었다. 
자사고는 분기별 수업료만 백만원이 넘고, 이것저것 하면 월 백만원이 넘는데 감히 꿈이나 꿨겠는가.
마침 제 언니가 졸업한 학교라 큰딸 담임샘과 상담을 하고 지난 금요일 원서를 넣었다. 
혹시 우수한 아이들에게 밀려 5% 성적을 유지하지 못해도
내년부터 자기가 돈 버니까 학비를 대겠다며 기회를 주자는 큰딸의 말도 힘을 보탰다.  

오늘 10시, 추가모집 지원자 예비소집일이라 갔더니 합격통지서와 고지서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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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법정 전염병에 감염된 아들녀석 때문에 착잡하고 심란했으며,
경제가 부실한 부모를 만나 후진국 병에 걸린 거 같아 많이 많이 미안했다. 
그럼에도 독한 데가 없고, 끈기와 인내가 부족한 유전자를 타고난 녀석을 보며 눈물바람도 했었다.
하지만 엊그제는 '장하다, 대단하다!' 입에 발린 칭찬이라도 날릴 수 있었다.  
녀석은 초등 5학년 후반기부터 중학교 1학년 초까지 1년 반, 집으로 방문하는 0선생 영어공부를 했을 뿐이다.
중3때 영.수를 공부해야 될 거 같아 학원 평가를 받았는데, 딱 한 번 가서 평가만 받고 제 알아서 한다고 학원을 안 다녔다.
고등학교 가기 전 워낙 기초가 부실해 영.수 과외 두 달 시켰는데, 엄마는 큰 돈 들었지만 저한테 별 도움 안 되었다고... 
고등 1.2학년 띵가띵가 놀았는데, 기숙사 입사 대상자가 되어 오늘부터 기숙사에서 지낸다.

1학년 48명, 2학년 71명~ 2학년 문과반에서 남자는 12명만 들어간다. 어찌됐든 12명 속에 들었다는 거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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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집에서 공부하는 거 못 봤는데, 그래도 제법 했는지 기숙사에 들어가게 됐으니 장하네."
"내가 집에선 안해도 학교에선 나름 열심히 한다고, 가끔 땡땡이를 쳐서 그렇지."
"땡땡이를 어떻게 치는데?"
"아, 이런 거 엄마한테 말하면 안되는데."
"괜찮아, 말해봐. 엄마가 아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지."
"아~ 그날 공부할 단원 끝나면 시간이 남아도 공부하기 싫잖아. 그래서 감독 선생님 몰래 친구들이랑 학교 앞 피시방 가서 놀았거든." 
"이젠 고3이다. 중학교부터 공부한다면서 5년이나 놀았으니, 딱 1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해라. 그래야 엄마 품 벗어나지."
"응, 엄마 품 벗어날거야. 나를 믿어."
"그래? 걸어서 서울가려면 한 달이 걸리는데, 너는 하루에 가려고 하잖아.^^ 엄마가 불시점검 하는 거 알지?"
"응, 알어~ 기숙사에서 잘 버티고 열심히 할게."

녀석은 그러고 갔는데, 내일 아침부터 약먹는 거 빼먹지 않을지 걱정이다. 그래도 아들을 믿어야지!! 
사감선생님은 약 빼먹지 않도록 모닝콜로 깨우고 관리하라고 하셨는데...

어제는 침구와 일주일간 갈아 입을 속옷과 양말, 잘 먹어야 되는 녀석이라 두유와 홍삼, 과일을 챙겨 넣어주고 왔다.
녀석이 한주간 모아 놓은 빨래감과 새것을 바꿔주러 주말에만 애인을 만나듯 기숙사로 가야 된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마지막 주말에만 집에 오니까 이번 주말엔 데리고 오면 되고.... 

애기때부터 엄마 치마꼬리 잡고 울던 녀석이다. 덕분에 설거지 몇 번은 안해도 되었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널널하게 지내다가, 빡세게 공부시키는 기숙사 생활 견뎌내지 못할거라고 사감샘이 찍었다는데.ㅋㅋ

아들아, 인생이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견디는 것이란다!
   

 
쥐꼬리) 우리 애들이 탑을 달릴만큼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다. 
            단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요만큼 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지.
            아이들이 꿈을 크게 갖도록 응원해야 하는데, 난 그러지는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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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1-2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축하해요! 큰 딸에 이어, 둘째, 막내까지, 모두들 제 앞가림 하면서 부모님 얼굴에 웃음을 주고 있네요. 대견해요. 엄마는 안심하고 전국구가 되어도 좋아요.^^

순오기 2010-11-23 09:26   좋아요 0 | URL
고딩 엄마라고 극성부리는 거~ 난 그런 체질은 아닌가봐요.
어차피 제 인생이고 제 공부니까 그야말로 자기주도학습이어야지요.^^

울보 2010-11-2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럽사옵니다,,
저도 저런날이올까요,
저도 아이가 알아서 공부해주면 참 좋겠는데 아직까지 제가 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것 같아서 아니면 제가 너무 큰그릇을 바라는것은 아닌지 그저, 속만 탈 뿐이고 알라딘에계시는 분들의 자제분들은 모두들 다 하나같이 어쩜 똑똑하신지 부러울뿐이라지요,,ㅎㅎ축하축하 드려요,
축하인사가 먼저인데 계속 딴말만 했네요,,ㅎㅎ

순오기 2010-11-23 09:28   좋아요 0 | URL
우리애들도 제가 알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건 아니고,
학원보다는 책을 읽은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초등부터 말귀도 안 트인 애들한테 너무 많은 걸 가르치려 여기저기 보내는 건 아니다 싶고요.
류도 책을 많이 읽으니까 제 앞가림 잘 할거라 믿어요.^^

2010-11-22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1-23 09:29   좋아요 0 | URL
아이구~ 고마워요!^^

세실 2010-11-2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가 열심히 하니 두 동생도 잘 크고 있군요. 참으로 대견합니다. 기특하기도 하지.
아이들은 좀 부족한 듯 키워야 배려와 나눔을 아는듯 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기 언냐^*^
하늘만큼 땅만큼 축하드려요!!!

순오기 2010-11-23 09:29   좋아요 0 | URL
부족한 듯 키우기, 결핍의 경험이 인생 길게 보면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프레이야 2010-11-22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많이 축하해요.
정말 대견하네요. ^^
막내딸까지 어쩜 아이들 셋이 모두 그렇게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언니 복이에요.

순오기 2010-11-23 09:30   좋아요 0 | URL
내가 말년 복이 있다 했는데, 아이들 덕을 보게 될까요?^^
무엇이든 내 복이다 생각하고 감사해야지요~~~

hnine 2010-11-23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독서기록 쓰는 것 보고 알아봤다니까요~ ^^
축하한다고 전해주세요.
엄마가 뭐든 대충하는 것 없이, 열심히 하시는 것 보고 자녀분들도 은연중에 많이 배우고 있을 거예요. 백번 잔소리보다 훨씬 크고 깊은 가르침이 아닐까요?

순오기 2010-11-23 09:32   좋아요 0 | URL
독서마라톤 덕분에 책은 잘 읽고 기록도 남겼어요~
엄마도 대충하는 거 많은데... 그래도 제몫을 해주는 아이들이 고맙지요!^^

2010-11-23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1-23 09:32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

소나무집 2010-11-23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축하해요.
믿는 만큼 잘 자라고 있는 삼남매여라,,,
옆에서 보는 사람들도 흐뭇해요.

순오기 2010-11-23 09:34   좋아요 0 | URL
님 아이들이나 우리 애들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독서의 힘으로 앞가림 한다는 거에 의미를 두지요.
우리 서로 격려하며 힘내자고요.^^

하늘바람 2010-11-23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민경이가 자사고 입학한 거지요?
정말 축하합니다
멋져요
삼남매가 하나같이 기특하고 생각하는 맘이 어찌 그리 이쁘고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사랑스럽네요
요즘같은 시대에 학원을 안보내고 그 만큼 한다는게 참 대단해요

순오기 2010-11-23 09:36   좋아요 0 | URL
이번에 자사고가 되었고, 외곽에 있어 중심가의 우수한 아이들이 몰려들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장학금 받을 성적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지요.^^
우리아들 친구들, 십수년 학원에 올인했지만 기숙사 명단에 없었어요.
그래서 대견하다 생각하고요~^^

후애(厚愛) 2010-11-23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축하드립니다.

순오기 2010-11-23 09:37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후애님!

조선인 2010-11-23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 어머니에 그 자식. 콩 심은 데 콩 나는 이치 아니겠어요? 겹경사에 축하드립니다.

순오기 2010-11-23 09:38   좋아요 0 | URL
에구~ 종두득두라고 하기엔 부끄럽지요.
조선인님의 축하에 어깨에 힘을 좀 줘 볼까요.^^

비로그인 2010-11-23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다 나네요.
부모와 자식간에도 이렇게 서로 믿고 격려하니까 나온 성과겠죠.
멋져요, 오기님도, 아드님도!(셋 모두!)

순오기 2010-11-23 09:40   좋아요 0 | URL
눈물까지요~ ^^
우리도 남들처럼 악다구니 써가며 살아요.ㅋㅋ
뒷바라지 많이 못해주는데 제앞가림 해서 고맙지요.^^

섬사이 2010-11-2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친아 엄친딸이 순오기님 댁에 있었군요.
축하드려요. 정말 대견하기도 하지~!!

순오기 2010-11-24 13:37   좋아요 0 | URL
진짜 엄친아 엄친딸이 보면 웃을지도 몰라요.^^

행복희망꿈 2010-11-2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많이 많이 축하드려요.
막내따님도 아드님도 참 대견하네요.
그 공은 다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순오기님 덕분일꺼에요.
전 요즘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써줘서 늘 미안하답니다.
다른글들 다 제쳐두고 이글 먼저 쓰신거 잘하셨어요.ㅎㅎㅎ
저도 오늘부터 아이들을 위해 할일을 열심히 찾아봐야겠어요.

순오기 2010-11-24 13:38   좋아요 0 | URL
부모는 자식 일로 일희일비하니까요.^^
아이들 위해 할 일은 무궁무진하겠죠...

BRINY 2010-11-2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정말 잘 키우셨고, 잘 커줬네요.

순오기 2010-11-24 13:38   좋아요 0 | URL
잘 자라줬어요~ 곱고 바르게!^^

2010-11-23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4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11-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마구 감동하다가
언니가 인용하신 "아들아, 인생이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견디는 것이란다!"라는
이 글을 읽으면서 참았던 눈물이 핑~~~^^;;
정말 아이들도 장하고 언니도 그동안의 고생이 조금이라도 보상되시는 것 같아서 기쁘고..
사는게 이런 기쁨이 있어야 힘도 나고 그렇죠!!
저는 오늘 딸아이 학교 원서 넣고 왔는데
일차 합격은 목욜에 발표고 최종 합격자는 12월 8일이래요.
그날이 남편 생일이라 좋은 결과가 있으면 파티라도 할까봐요~.ㅎㅎㅎ

순오기 2010-11-24 13:43   좋아요 0 | URL
청주에서 전단계를 들었으니 견디는 게 인생이란 말이 더 와닿았을 거에요.
12월 8일 합격 기원해요.
미리 생일축하파티 준비해도 될 거 같아요.^^

2010-11-23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4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6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체오페르 2010-11-2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과 막내자녀님 축하드립니다~^^ 독서의 힘!일겁니다.ㅎㅎ

ps : 오기님 아이패드 풀렸는데 아직 못받으셨나요?ㅋ

순오기 2010-11-24 13:53   좋아요 0 | URL
독서의 힘! 저도 믿어요.^^
몇 주 전에 알라딘에서 전화왔는데, 그때 출시되는 것보다 좋은 것으로 한다고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더군요.
금년 안에 보내준다고 했으니 조금 더 기다려야지요.^^

꿈꾸는섬 2010-11-24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엄마의 기쁨은 자식들이 잘 자라주는 일이 큰몫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셋 모두 잘 자라고 있으니 충분히 자랑하실만하세요. 사교육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시니 더없이 좋은걸요.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신 순오기님은 정말 멋진 엄마세요.^^ 많이 배우고 많이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딸들 모두 자사고를 장학금 받고 다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으실까요? 정말 많이 축하드려요. 게다가 아픈데도 기숙사에 당당히 들어가는 아들도 너무 대견해요.^^ 이 또한 축하드려요.^^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날까를 생각하는 밤이에요.)

순오기 2010-11-24 14:01   좋아요 0 | URL
부모의 기쁨은 자식들이 잘 자라주는 게 제일 크지요.^^
저도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요만큼 했다는 거에 만족해요.
이 학교는 큰딸이 다닐대는 일반학교였고, 이번에 자사고가 됐어요.
아들친구들도 모두 초등부터 거의 10여년을 학원에 올인했는데, 그애들 중에 기숙사 들어온 아이가 없더라고요. 우리아들 "우하하~ 학원 다녀야 소용 없다니까!"하면서 큰소리 치더라고요.ㅋㅋ
꿈섬님 현준이 현수도 책읽는 아이로 잘 자라고 있잖아요.^^

잘잘라 2010-11-2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이런 페이퍼, 참지 마시고 얼마든지요!^^

순오기 2010-11-24 14:01   좋아요 0 | URL
참지 말고~^^ 감사합니다!

blanca 2010-11-2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하나 고작 삼 년 키우고도 참 긴 여정이었던 듯 한데 순오기님 이런 아드님 둔 건 두고두고 치하받을 일입니다. 정말 축하드려요...

순오기 2010-11-25 09:28   좋아요 0 | URL
아이를 키우는 건 고작 3년이 아니라 한 순간을 지켜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모두 알지요.^^

감은빛 2010-11-25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과 따님이 참 기특하고 대견하네요!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읽는 저도 입가에 웃음이 머금어집니다! ^^

순오기 2010-11-25 09:29   좋아요 0 | URL
대견함~~~ 고마움~~~ 그런 마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