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4 - 소자 두식이라 하옵니다!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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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콩고양이가 돌아왔다. 이번에도 새로운 식구가 등장한다. 시바 개다. 이름은 두식이다. 두식이가 이 집에 오게 된 것은 역시 안경의 오지랖이다. 아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같이 살던 고양이는 입양되었는데 개는 아직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데리고 왔다. 입양될 때까지 잠시 돌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 개 특이하다. 자신을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와 함께 자라면서 본능이 억제된 모양이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재밌고 새로운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한다. 자신을 고양이라 생각하면서 일어나는 적지 않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말이다.

 

새로운 동물이 오면 당연히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신을 고양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 더.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 중 한두 가지는 본능적으로 개겠지 생각했는데 그것의 행동도 고양이다. 바로 음식과 배설 이야기다. 콩고양이들이 참치 먹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도 참치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된장국에 만 밥이 온다. 이때 본능과 줄다리기 하는 모습이 황당하지만 재밌다. 그리고 배설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마담 복슬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때 가족들의 반응이란!

 

전편처럼 두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렇다고 두 고양이와 비둘기 가족이 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과 어울려 마담 복슬을 힘들게 한다. 개구리를 뒤좇으며 온몸에 흙탕물을 끼얹는 것은 기본이다. 고양이와 즐겁게 노는 개라니 조금 낯설지만 즐겁다. 그리고 이들을 씻기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반응은 제각각이다. 셋 모두 다른 반응을 보여주는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행동이다. 목욕 후 아주 깨끗한 모습은 빛나고 보는 이도 흐뭇하게 만든다. 때 묻은 아이들은 씻긴 어머니의 마음도 이렇지 않을까!

 

읽으면서 조금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두식이의 말투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군인 말투로 번역했다. 원문의 말투가 어떤지 모르니 왜 이런 번역을 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시점만 놓고 본다면 그럴수도 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난다면 어떨까? 늘 번역된 어투나 문체를 볼 때 너무 유행에 따라가는 경우에는 왠지 모르게 불만이 생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다 보니 더 그런 모양이다. 물론 이것도 적응하다보면 재미난 말놀이가 되기는 한다. 두식이의 캐릭터를 잡는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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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카드 3
마이클 돕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푸른숲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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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카트와 작별할 시간이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자세가 되어 있던 그다. 살인도, 정보 조작도, 법 개정도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어카트를 보면 현재 한국 정치가 결코 낯설지만은 않다. 물론 한국 정치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곳에, 모든 사람에게 뻗치고 있는 권력과 비교할 수는 없다. 대외적으로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 속 어카트는 정치가 무엇인지, 권력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아주 잘 보여준다. 한국 정치의 이면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고 추측할 수 있다.

 

어카트는 대단한 정치인이다. 수상이 된 지 10년이 지났다. 위기가 있었지만 권력에 대한 그의 욕망은 이것을 넘어간다. 그 위기가 무엇이고, 그가 치른 대가가 어떤 것인지는 전편에서 잘 나온다. 이번 편에서는 1956년 키프로스에서 시작한다. 이름 정도만 알고 있는 이 섬은 아주 비극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 비극 중 하나를 만드는 인물이 그 당시 젊은 장교였던 어카트였다. 미숙하고 성급하고 강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다. 그리고 현재로 와서는 그 지역과 그 비극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동시에 키프로스 앞바다에서 발견된 유전과 이것을 둘러싼 대결 등이 엮이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수상을 자리에 있었던 어카트는 대처 수상의 재임기간 기록을 갱신하기 바로 전이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녹하지 않다. 그의 오랜 재임기간이 국민들의 염증을 불러오고, 당내 대권 도전자의 공격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과 함께 키프로스의 정치가 엮인다. 그리스 계와 터키 계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역사는 비극이다. 이 비극은 유전의 발견으로 새로운 양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여기서 이권과 권력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나온다. 고매한 정치 이상은 현실과 미래의 이익에 의해 순식간에 묻혀버린다. 파멸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곳과 사소하게 생각한 것에서 시작한다.

 

어카트가 어떤 인물인지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그것은 불륜으로 문제가 생긴 장관의 걱정거리를 순식간에 날려버린 것이다. 이때 어카트는 자신의 권력과 상대방의 욕심을 묶어 아주 쉽게 풀어낸다. 그와 함께 또 하나의 비밀을 손에 쥐고, 이 비밀을 언젠가 이용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사실 계획이라기보다 일종의 보험이자 보호 장치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를 몰아세운 인물을 권력을 이용한 협박과 공포로 돌려세우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물론 이 장면을 보면서 한국의 정치와 경제의 유착을 단숨에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런 작업은 어카트에게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다.

 

욕심은 언제나 충분함을 모른다. 문제는 바로 이때 생긴다. 재임 기간 기록을 갱신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그는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단숨에 제거한다. 10년 장기 집권의 비밀 중 하나다. 이제 충분히 누렸으니 그만둘 때도 되었는데 욕망은 조금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임명권을 가지고 장관들을 휘두른다. 최소한 국무회의에서 그는 독재자나 다름없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다. 모든 장관들이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 직위가 더 오랫동안 유지되길 바란다. 그래서 후반부에 군 장군 한 명이 어카트와 대립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한국이라면 가능할까? 뭐 그랬던 인물들 모두 옷을 벗었지만.

 

영국의 정치를 다루고 있지만 권력과 그 권력을 둘러싼 군상들의 욕망을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이다. 자신이 정치인이었던 이력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권력의 속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 권력이 품어내는 광휘가 어떤지도. 읽으면서 전작에서 보여준 어카트와 이번 어카트가 같지만 다른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의 권력을 사용하는데 더 노련해졌고, 더 대담해졌다. 비록 내부의 적과 키프로스에서 발생한 사건 등으로 협공을 당하지만 그는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다. 반격한다. 또 반격한다. 가장 최악의 순간에서조차 그는 반격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고 한다. 예상하지 못한 전개다. 그리고 마지막 에필로그는 또 다른 반전이다. 정치는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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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답게 유일하게
우근철 글.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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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부담 없이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가볍다고 한 것은 책 속에 담긴 저자의 고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기록한 방식이 짧은 문장으로 이어져 있어 이렇게 표현했다. 부담 없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진이 실려 있고, 어느 부분에서는 단상으로 이어진 글로 인해 생각보다 빠르게 읽었다. 보통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이 청년의 기록은 보통 여행 에세이와 다르다. 두 지역에 대한 여행기지만 머문 시간도 여행한 방식도 다르다. 이 다름이 여운을 남기고,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두 지역은 스페인과 인도다. 스페인은 그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것이다. 인도 여행은 장기 배낭여행이다. 먼저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난 그가 보여준 무모함은 어처구니가 없다. 패기와 열정만 가지고 갔는데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첫날부터 그랬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될 것 같고 저렴한 숙소가 많다고 하지만 그가 손에 들고 있는 돈은 너무 적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팬터마임이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생활비를 벌고 주변사람들과 친해지는 유용한 행동이 된다. 신문에도 나왔다고 한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영어 실력이다. 너무 못한다. 나처럼 말이다. 그래도 길을 걷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처럼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을 만나 서로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부럽다. 나 혼자 외국 여행 가서 외국인과 대화도 하지 않고 꼭 필요한 말만 단어로 말한 것이 떠오른다. 실제 해외여행에서 영어를 잘 못해도 여행하는데 별로 무리가 없다. 그리고 이 순례길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걸어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도 있다. 이전에 일본 여행자의 여행과 비교하면 또 다른 모습이다. 제목처럼 당신답게 유일하게 다닌 것 같다. 물집이 잡혔고,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녔고, 힘도 들고, 돈도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했다. 멋지다.

 

인도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직장을 버리고 떠났다. 보통 인도 여행하면 떠오르는 뭄바이 삐끼들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의 글을 따라가면 낯익은 지명들이 많이 나온다. 여기저기에서 읽은 여행서와 들은 방송 때문에 가진 몇 가지 이미지가 이 책에서는 깨진다. 라주와 함께 현지인 가게에서 일하고, 머물고, 술을 몰래 마신다. 라주의 월급 이야기를 듣고 그가 느낀 것과 꿈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의 높은 벽을 보여준다. “꿈? 배운 게 이것밖에 없는데 뭘. 오늘 하는 일을 내일도 모레도 하는 게 내 꿈이야.” 한국의 취업대란과 이어지지만 너무 많이 현실적이라 씁쓸했다는 그의 말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아픔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인도 여행책과 다른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의 봉사 활동이다. 단지 며칠 동안 머무는데 그치지 않고 한 달 이상 머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몇 년을 머문 사람도 알려준다. 그가 얼마나 긴 시간을 다녔는지 모르지만 이 경험은 그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 같다. 그의 이력에 나오는 저전가 전달 같은 프로젝트도 이것과 이어지는 일이 아닐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분장을 하고 팬터마임을 했다면 여기서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에 선택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정말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그의 글은 크게 과장하는 것이 없다. 간결하다. 읽기에 부담도 없다. 가끔 어순을 바꿔 극적인 감정을 드러내지만 충분히 이해한다. 한 청년이 어떻게 여행했는지 자세하게 기록하고, 관광지의 풍경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이드 책으로는 별로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가려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길 주저하는 사람에게는 어떨까. 지금 당장 떠나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속에서 현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감정을 뒤로 미룬다. 그와 달라 아쉽지만 현실이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아니 내어서 긴 여행을 떠난다면 그때 이 책의 느낌 일부가 불쑥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답게 유일하게 떠날 먼 훗날의 그날을 위해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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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TH 더 패스 :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 하버드의 미래 지성을 사로잡은 동양철학의 위대한 가르침
마이클 푸엣.크리스틴 그로스 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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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 강의가 또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지난번에 읽었던 것이 서양 철학이라면 이번에는 중국의 고전이다. 동양 철학이라고 말하지만 책 내용을 보면 중국 철학으로 한정시킨 문구들이 가득하다. 실제 이 책들의 저자 혹은 인물들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저자들은 중국으로 표기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언급하는 중국 철학은 이런 ‘현실 안주의 시대’에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를테면 민주주의를 대체할 말한 일관된 사상은 아니다. 그보다는 자아에 관한, 그리고 세상에서 자아의 위치에 관한 반직관적 개념이다. ”라고 말하면서 중국 철학임을 말하는 동시에 이 책의 방향을 알려준다.

 

이 책에서 다루는 중국 철학은 6권의 책으로 대변된다. 논어, 맹자, 노자, 내업, 장자, 순자 등이다. 이중에서 조금 낯선 것은 <내업>이다. 책 제목 정도는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겠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 많이 낯설다. 내용도 신과 혼에 대한 것이라 쉽지 않다. 혼을 말하면서 백을 같이 다루지 않는 것은 조금 어색하다. 혼백으로 늘 붙어 다니는 두 단어가 떨어져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리고 호흡을 다루고, 이것을 도와 연결한 부분은 또 하나의 신비주의 같은 느낌이다. 물론 저자들이 이런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는 않는다.

 

많은 장점 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역시 동양 철학에 대한 서양의 관점에서 벗어나려고 한 부분이다. 하나의 문화나 철학이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그곳의 문화나 철학에 의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해도 현재 서양의 동양 철학에 대한 신비주의는 너무 과한 느낌이다. 특히 영화나 만화 등에서 표현되는 동양의 모습은 판타지 그 이상이다. 물론 이것이 한국과 연결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기는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그 외는 별로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의 반대 작용으로 우리가 서양 철학과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을 것이다.

 

책에서 다루는 동양 철학자들은 모두 고대의 인물들이다. 공자, 노자, 맹자, 장자, 순자 등은 전국시대와 같은 전란의 시기에 태어났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정치인으로 성공하지 못했거나 잠시 있으면서 큰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가장 유명한 공자만 해도 수많은 나라를 돌면서 철학을 말했지만 정작 살아서는 별로 이룬 것이 없다. <논어>라는 책이 없었다면 역사에 한 줄도 남기지 못했을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뛰어난 제자들의 덕을 봤다고 해야 하나. 저자들은 공자의 삶에서 가장 핵심으로 뽑은 것은 인과 예다. “공자는 오직 예로써 인을 닦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는 문장은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제사와도 이어진다. 물론 공자가 바라는 것은 핵심은 빠지고 없는 요즘의 제사 같은 것은 아니다.

 

맹자와 같이 다룬 인물이 묵자다. 최근에 묵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저자들은 묵자의 사상을 현재의 프로테스탄트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아직 묵가의 사상을 잘 몰라 이 부분은 낯설다. 그리고 학창 시절 한 번은 들은 적이 있는 맹자의 성선설을 다룬다. 이것과 대칭을 이루는 것이 유학자인 순자의 성선설임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조금 의외다. 노자를 장자와 분리한 것은 최근의 연구와 맞닿아 있다. 노자가 자신의 강함으로 약함을 억누르지 않고, 약함을 이용해 자신의 세계를 창조한다고 했을 때 이유제강의 원리의 다른 면을 보았다.

 

장자의 호접지몽에 대한 너무 유명한 이야기는 생략하자. 사실 가상 현실을 다룰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순자의 성선설은 본능의 나쁜 점과 세상을 개선하고 최고의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현대 교육에서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바가 이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것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과거 제도에 대한 인용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 어떤 부작용이 있었는지 생략하면서 제도와 사회 문화 등의 중요성을 빠트렸다. 분명 동양과 서양이 다른 길을 걸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주제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글이 나올 것 같다.

 

그렇게 많은 분량의 책이 아니다. 동양 철학자들의 철학을 그렇게 깊게 다루지도 않는다. 저자들이 바라본 핵심만 추려낸 것이다. 하버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가 목적이다 보니 한계가 분명하다. 아니 이것은 한국에서 자라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동양 철학을 듣고 보고 생활한 나의 방식과 다를 뿐이다. 그리고 ‘도’를 흔히 번역하는 ‘Tao'라고 하지 않고 ’The Path'라고 한 것도 낯설다. 하지만 하나의 상황만 주고 이것을 풀어내라고 하는 기존의 사고 실험과 다른 방향을 제시한 것은 아주 좋았다.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라는 의미는 특히. 공자의 이야기로 이 실험을 피해갈 때는 뭐야? 했지만 책을 덮는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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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가 웃긴다고? 조심해! 나 까칠한 들고양이 에드가야! - 400일 동안 끄적인 일기
프레데릭 푸이에.수지 주파 지음, 리타 베르만 그림, 민수아 옮김 / 여운(주)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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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만 보고 이 책을 고양이의 일상을 다룬 만화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읽었던 동물 관련 만화처럼 말이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읽으니 그림보다 글자가 더 많다. 장르도 소설이다. 우화로 가득한 풍자 소설 말이다. 하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까칠한 고양이 에드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지게 된다. 무려 400일 동안의 이야기에. 형식은 고양이 일기로 되어 있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것은 고양이의 습성과 일상이 기본을 이루고, 그 위에 현대의 삶을 고양이 시선으로 풍자적으로 풀어내었다. 아쉬운 점 하나를 꼽는다면 너무 프랑스적인 이름과 내용이 많아 뒤쪽의 주석을 자주 펼쳐 확인해야 한다는 정도랄까.

 

에드가의 일상은 먹고 자고 놀고. 먹고 자고 놀고의 연속이다. 일기 중 하나를 소개하면 그가 얼마나 자는 것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일어났다, 후회한다. 도로 잠든다.’(361째 일기의 전문)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싫어하는 것도 있다. 당연히 다이어트 음식이다. 저지방 우유에 대한 수많은 반감은 책 곳곳에 나온다. 맛 차이가 심한 것일까? 사람 입맛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그가 좋아하는 행동 중 하나는 나의 일상의 모습과 닮아 있다. 뭐냐고? 바로 소파에 누워 지내는 것이다. 소파와 일체가 되는 느낌은 에드가라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고양이 중심적인 에드가다 보니 자신을 돌보고 키우는 마크 가족을 주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거부한다. 개 파타푸트가 마크를 주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얕본다. 그리고 마크 등이 고양이를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가꾸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 부분을 확대하면 아이를 교육하는 것과도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본능에 충실한 에드가의 행동은 가끔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아주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수고, 찢고, 긁고, 물고, 뛰고, 숨는 등의 다양한 행동이 그렇다. 옷을 물고 찢었다면 어떨까? 태블릿을 살짝 밀어 깨트렸다면?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풀어헤치고 자신의 선물처럼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모습 등은 그 가족의 반응을 쉽게 연상할 수 있게 만든다.

 

에드가는 까칠하지만 자존심도 강하다. 하지만 유혹에 약하다. 특히 먹는 것에.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다른 동물이나 고양이가 오면 심한 반감을 표현한다. 높은 나무에 열심히 잘 올라갔지만 내려오지 못했을 때 그의 반응은 오래 머무는 시합을 하는 척하는 것이다. 변기에 빠진 적도 있는데 이 사실은 은밀하게 말한다. 일기니까. 그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바로 수의사다. 고양이 세계에 악마가 있다면 수의사일 것이라고 말한다. 동물병원이 그렇게 싫은 것일까? 인간들도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얗게 변한 이를 좋아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것은 고양이의 감정일까? 아니면 인간의 감정일까? 궁금하다.

 

개와 고양이는 생활하는 방식이 다르다. 개와 함께 한 만화 등을 읽을 때를 비교하면 고양이는 훨씬 자유분방하다. 흔히 말하는 길들이기가 불가능한 동물이 고양이다. 그렇지만 에드가는 자신도 모르게 마크의 집에 익숙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때문이다. 잠시 자유를 찾아나갔다가 돌아온 에피소드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캣닙이다. 이 풀에 대한 고양이의 중독은 약물 중독과 유사한 모양이다. 고양이 캔이 가득한 방에 들어가 갇힌 장면은 귀엽다. 물론 문은 고양이의 손톱에 의해 심하게 긁혀 있겠지만.

 

읽다가 반가운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샤샤샤’다. 올해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인 트와이스의 노래 <치어 업> 중 한 구절인 이것이 나와 ‘뭐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다른 의미다. 고양이를 위한 차차차란 의미로 만들어진 조어라고 하는데 왠지 율동을 생각하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400일 동안의 일기라고 하지만 매일 쓴 일기는 아니다. 그리고 아주 프랑스적인 부분이 많아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번역 탓인지, 아니면 저자들의 생각 탓인지 모르지만 사회, 문화, 정치 분야에서 나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자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드가는 까칠하고 장난스럽고 식탐 많고 도도하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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