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얘기가 웃긴다고? 조심해! 나 까칠한 들고양이 에드가야! - 400일 동안 끄적인 일기
프레데릭 푸이에.수지 주파 지음, 리타 베르만 그림, 민수아 옮김 / 여운(주) / 2016년 10월
평점 :
책 표지만 보고 이 책을 고양이의 일상을 다룬 만화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읽었던 동물 관련 만화처럼 말이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읽으니 그림보다 글자가 더 많다. 장르도 소설이다. 우화로 가득한 풍자 소설 말이다. 하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까칠한 고양이 에드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지게 된다. 무려 400일 동안의 이야기에. 형식은 고양이 일기로 되어 있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것은 고양이의 습성과 일상이 기본을 이루고, 그 위에 현대의 삶을 고양이 시선으로 풍자적으로 풀어내었다. 아쉬운 점 하나를 꼽는다면 너무 프랑스적인 이름과 내용이 많아 뒤쪽의 주석을 자주 펼쳐 확인해야 한다는 정도랄까.
에드가의 일상은 먹고 자고 놀고. 먹고 자고 놀고의 연속이다. 일기 중 하나를 소개하면 그가 얼마나 자는 것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일어났다, 후회한다. 도로 잠든다.’(361째 일기의 전문)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싫어하는 것도 있다. 당연히 다이어트 음식이다. 저지방 우유에 대한 수많은 반감은 책 곳곳에 나온다. 맛 차이가 심한 것일까? 사람 입맛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그가 좋아하는 행동 중 하나는 나의 일상의 모습과 닮아 있다. 뭐냐고? 바로 소파에 누워 지내는 것이다. 소파와 일체가 되는 느낌은 에드가라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고양이 중심적인 에드가다 보니 자신을 돌보고 키우는 마크 가족을 주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거부한다. 개 파타푸트가 마크를 주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얕본다. 그리고 마크 등이 고양이를 자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가꾸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 부분을 확대하면 아이를 교육하는 것과도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본능에 충실한 에드가의 행동은 가끔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아주 끔찍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수고, 찢고, 긁고, 물고, 뛰고, 숨는 등의 다양한 행동이 그렇다. 옷을 물고 찢었다면 어떨까? 태블릿을 살짝 밀어 깨트렸다면?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풀어헤치고 자신의 선물처럼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모습 등은 그 가족의 반응을 쉽게 연상할 수 있게 만든다.
에드가는 까칠하지만 자존심도 강하다. 하지만 유혹에 약하다. 특히 먹는 것에.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다른 동물이나 고양이가 오면 심한 반감을 표현한다. 높은 나무에 열심히 잘 올라갔지만 내려오지 못했을 때 그의 반응은 오래 머무는 시합을 하는 척하는 것이다. 변기에 빠진 적도 있는데 이 사실은 은밀하게 말한다. 일기니까. 그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바로 수의사다. 고양이 세계에 악마가 있다면 수의사일 것이라고 말한다. 동물병원이 그렇게 싫은 것일까? 인간들도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얗게 변한 이를 좋아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것은 고양이의 감정일까? 아니면 인간의 감정일까? 궁금하다.
개와 고양이는 생활하는 방식이 다르다. 개와 함께 한 만화 등을 읽을 때를 비교하면 고양이는 훨씬 자유분방하다. 흔히 말하는 길들이기가 불가능한 동물이 고양이다. 그렇지만 에드가는 자신도 모르게 마크의 집에 익숙해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때문이다. 잠시 자유를 찾아나갔다가 돌아온 에피소드에서 잘 드러난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캣닙이다. 이 풀에 대한 고양이의 중독은 약물 중독과 유사한 모양이다. 고양이 캔이 가득한 방에 들어가 갇힌 장면은 귀엽다. 물론 문은 고양이의 손톱에 의해 심하게 긁혀 있겠지만.
읽다가 반가운 단어 하나를 발견했다. ‘샤샤샤’다. 올해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인 트와이스의 노래 <치어 업> 중 한 구절인 이것이 나와 ‘뭐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다른 의미다. 고양이를 위한 차차차란 의미로 만들어진 조어라고 하는데 왠지 율동을 생각하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400일 동안의 일기라고 하지만 매일 쓴 일기는 아니다. 그리고 아주 프랑스적인 부분이 많아 문화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번역 탓인지, 아니면 저자들의 생각 탓인지 모르지만 사회, 문화, 정치 분야에서 나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자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드가는 까칠하고 장난스럽고 식탐 많고 도도하고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