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답게 유일하게
우근철 글.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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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부담 없이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가볍다고 한 것은 책 속에 담긴 저자의 고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기록한 방식이 짧은 문장으로 이어져 있어 이렇게 표현했다. 부담 없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진이 실려 있고, 어느 부분에서는 단상으로 이어진 글로 인해 생각보다 빠르게 읽었다. 보통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이 청년의 기록은 보통 여행 에세이와 다르다. 두 지역에 대한 여행기지만 머문 시간도 여행한 방식도 다르다. 이 다름이 여운을 남기고,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두 지역은 스페인과 인도다. 스페인은 그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것이다. 인도 여행은 장기 배낭여행이다. 먼저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난 그가 보여준 무모함은 어처구니가 없다. 패기와 열정만 가지고 갔는데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첫날부터 그랬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될 것 같고 저렴한 숙소가 많다고 하지만 그가 손에 들고 있는 돈은 너무 적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팬터마임이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생활비를 벌고 주변사람들과 친해지는 유용한 행동이 된다. 신문에도 나왔다고 한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영어 실력이다. 너무 못한다. 나처럼 말이다. 그래도 길을 걷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처럼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을 만나 서로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부럽다. 나 혼자 외국 여행 가서 외국인과 대화도 하지 않고 꼭 필요한 말만 단어로 말한 것이 떠오른다. 실제 해외여행에서 영어를 잘 못해도 여행하는데 별로 무리가 없다. 그리고 이 순례길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걸어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도 있다. 이전에 일본 여행자의 여행과 비교하면 또 다른 모습이다. 제목처럼 당신답게 유일하게 다닌 것 같다. 물집이 잡혔고,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녔고, 힘도 들고, 돈도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했다. 멋지다.

 

인도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직장을 버리고 떠났다. 보통 인도 여행하면 떠오르는 뭄바이 삐끼들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의 글을 따라가면 낯익은 지명들이 많이 나온다. 여기저기에서 읽은 여행서와 들은 방송 때문에 가진 몇 가지 이미지가 이 책에서는 깨진다. 라주와 함께 현지인 가게에서 일하고, 머물고, 술을 몰래 마신다. 라주의 월급 이야기를 듣고 그가 느낀 것과 꿈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의 높은 벽을 보여준다. “꿈? 배운 게 이것밖에 없는데 뭘. 오늘 하는 일을 내일도 모레도 하는 게 내 꿈이야.” 한국의 취업대란과 이어지지만 너무 많이 현실적이라 씁쓸했다는 그의 말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아픔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인도 여행책과 다른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의 봉사 활동이다. 단지 며칠 동안 머무는데 그치지 않고 한 달 이상 머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몇 년을 머문 사람도 알려준다. 그가 얼마나 긴 시간을 다녔는지 모르지만 이 경험은 그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 같다. 그의 이력에 나오는 저전가 전달 같은 프로젝트도 이것과 이어지는 일이 아닐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분장을 하고 팬터마임을 했다면 여기서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에 선택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정말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그의 글은 크게 과장하는 것이 없다. 간결하다. 읽기에 부담도 없다. 가끔 어순을 바꿔 극적인 감정을 드러내지만 충분히 이해한다. 한 청년이 어떻게 여행했는지 자세하게 기록하고, 관광지의 풍경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이드 책으로는 별로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 가려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길 주저하는 사람에게는 어떨까. 지금 당장 떠나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속에서 현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감정을 뒤로 미룬다. 그와 달라 아쉽지만 현실이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아니 내어서 긴 여행을 떠난다면 그때 이 책의 느낌 일부가 불쑥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답게 유일하게 떠날 먼 훗날의 그날을 위해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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