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사카에 가는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것들 First Go 첫 여행 길잡이
정해경 지음 / 원앤원스타일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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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도쿄를 한 번 다녀왔다. 처음 가는 일본이지만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보던 곳을 실제 발로 걸었지만 큰 감동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느낌과 다르면서도 같은 부분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언어의 장벽이 조금 있지만 짧은 한자와 무대포 정신으로 별 무리 없이 돌아다녔다. 상대적 좋은 날씨 탓인지 걷기도 참 많이 걸었다. 음식은 늘 먹던 것이라 맛있었다. 아니 돈까스는 최고였다. 입맛에 맞는 음식은 여행의 즐거움을 높여주는데 일본이 딱 그랬다. 그런데 도쿄보다 더 맛있는 동네가 있다고 한다. 오사카다.

 

사실 오사카보다 교토에 더 관심이 많았는데 음식 때문에 살짝 방향이 바뀌었다. 오사카에서 한 시간이면 교토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을 자주 다니는 전직장 동료가 오사카를 추천한다. 그래 한 번 가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다. 비행기표는 어떻게 구하면 되는데 크리스마스 전후로 숙소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일정을 조정하니 방이 한두 개 나오는데 이번에는 비행기표가 너무 올랐다. 일정 조정이 쉽지 않은 일과 숙소가 교통수단까지 이어지고, 추위도 살짝 한 자리 차지하면서 이렇게 나의 첫 오사카 여행은 중단되었다. 그렇다고 관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준비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도쿄 여행에서도 루트를 짜고 교통패스를 사는 것이 어려워 그냥 교통 카드 충전해서 다녔다. 덕분에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돈은 조금 더 들었겠지만.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교통패스가 상당히 어렵다. 개인적으로 오사카 주유패스가 가장 효율적인데 사용 불가능한 노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도쿄에서 환승이 되지 않아 한두 구역을 비싼 교통비를 지급하고 옮긴 적이 있다보니 괜히 걱정이 된다. 2일권만 나와 있는데 일정을 잘 짜지 않으면 효율적인 여행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나오는 2박 3일 일정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기본적인 숙소를 난바로 정한다면 더 쉬울 것이다. 사실 난바 지역은 동료가 추천한 숙소 지역이기도 하다.

 

여행을 가면 가장 필요한 것이 지도와 맛집 정보다. 긴 일정이라면 이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사람이라면 지도는 필수다. 동선을 제대로 짜지 않으면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무한정 늘어난다. 물론 이것이 추억이자 재미로 변하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도 적지 않다. 경험한 것에 따라 변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길찾기 사진은 초보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처음 배낭을 메고 여행 갔을 때 이 사진들이 불안감 속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물론 사진이 작은 것은 단점이다.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블로그의 큰 사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더욱.

 

간결한 지도와 맛집 표시는 개인적으로 가장 바라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관심없는 지역도 나오지만 맛집들은 입맛을 자극하면서 이 짧은 일정 속에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한다. 어떻게 시간을 맞춰 줄서는 시간을 줄일까하는 생각도 이어진다. 한국에 들어온 제과를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정보에 눈이 번쩍 떠지고, 돈까스와 오므라이스는 언제 먹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행복한 고민이다. 솔직히 쇼핑은 나는 별관심이 없다. 집사람은 다르겠지만. 사진으로 본 것만으로 판단하면 됴쿄나 홍콩이나 한국의 쇼핑몰은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일본색이 강한 악세사리나 물건을 좋아한다면 다르겠지만.

 

이 책은 정말 짧은 일정으로 처음 오사카에 가는 사람에게 딱 맞는 것 같다. 핵심만 짚어져 비교적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 물론 조금 더 긴 시간을 여행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다른 책이나 인터넷 정보를 검색해야 할 것이다. 또 자신만의 일정표도 만들 필요가 있다. 적지 않은 관광지와 맛집이 나와 열심히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할 듯하다. 이전에 이런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힘들었지만 아직도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 아마 올해 가게 된다면 이 일정표를 상당히 참조할 것 같다. 읽다보면 아쉬운 점도 곳곳에 눈에 들어오지만 좋았던 것만 모아 일정을 짠다면 큰 불편은 없을 것 같다. 빨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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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섬 - 악마를 잡기위해 지옥의 섬으로 들어가다
나혁진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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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한민국은 부채 폭발로 경제 위기에 빠진다. 이로 인해 사회는 무법천지가 된다. 새롭게 정권을 잡은 정부는 흉악 범죄자들을 격리시키는 법을 제정한다. 영구추방법이다. 그리고 필리핀의 한 섬을 빌려 범죄자들을 격리시킨다. 교도섬 카베사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 섬은 한 번 들어오면 죽어서도 나갈 수 없다. 몇 가지 물건을 준 후 섬 안으로 들여보내고,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을 쳐두었기 때문이다. 바다는 해류의 흐름 때문에 뗏목으로 벗어날 수 없다. 죄수들을 관리하기 위한 간수들은 입도할 때만 만날 수 있다. 이 설정을 보면서 무협에서 흔히 다루던 마인들의 유형지가 떠올랐다.

 

전직 경찰 간부 장은준이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마를 죽이기 위해 이 섬에 들어온다. 연쇄살인마라는 정보 조작을 통해서. 그런데 이 장은준이 연쇄살인마라는 악명을 뒤집어 쓴 채 복수를 위해 들어왔다고 보기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악마로 설정한 살인자를 죽이기 위해 엄청난 결심을 한 사람답지 않게 나약하고 연약하다. 경찰이었던 이력 때문인지 사람을 쉽게 믿고 허술한 행동을 곳곳에서 한다. 행운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섬에 들어오자마자 죽었을 것이다. 그의 최고 행운은 바로 꼽추를 돕기 위해 한 행동 때문에 최고의 암살자 추응을 만난 것이다. 이후 추응은 그의 좋은 보호막이 된다.

 

약간 허술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잘 읽힌다. 그 이유는 바로 추응 때문이다. 추응은 조용하면서도 아주 파괴적인 인물이다.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상대를 단숨에 제압한다. 장은준이 이 섬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이었다. 바로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인 악마의 살인을 의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추응은 10년 전 저지른 실수 때문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인을 자제하면서 살고 있다. 꼽추로 변신해서 추응이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살았다. 은준이 보여준 한 번의 선의가 그의 정체를 드러나게 만들었다. 이 둘은 어느 순간 좋은 친구가 된다. 흉악범들로 가득한 이 섬에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극히 일부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복수극이 이 소설에는 없다. 복수 의지에 사로잡힌 인물의 치밀하고 파괴적인 활동도 없고, 그 의지를 끊임없이 되새겨 줄 모습도 보여주지 못한다. 시원한 콜라 한 병에 흔들리고, 닭싸움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긴다. 신경삼을 보았을 때 분노가 폭발하고 이성을 잃지만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답답하다. 무술 영화처럼 복수를 위해 추응에게 무술을 배운다거나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거나 하는 행동도 없다. 그 대신 경찰이었던 전력을 살려 밀실 살인 사건을 해결하거나 과거의 의문을 풀어내면서 친구들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다. 물론 이 때문에 생사를 같이 할 두 친구를 얻게 되지만 비장하고 비정한 장면들이 없다.

 

치밀한 설정에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은 듯하다. 섬에 전기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성제가 어떻게 권력을 잡았는지, 흉악범들이 장은준의 존재를 너무 모르거나 무시한다거나 하는 등. 물론 이것이 작가의 의도적인 생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은준이 생각한 악마의 이미지가 이 섬에서 바뀐 것이나 그의 의지가 너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몰입을 약하게 만든다. 저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장르를 소설 속에 넣고 비벼 버무려놓았지만 감탄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다. 아쉽다. 조금 더 절제를 하고 설정에 공을 들였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그러나 이 세 사람의 조합이 재밌고 흥미로워 시리즈로 발전시켜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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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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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언어를 연결시켜 재밌게 쓴 책이다. 실제 저자는 <교양영어사전 1,2>을 출간한 이력이 있다. 본 적은 없는데 분량이 상당하다고 서문에 적고 있다. 각 권이 800쪽이 넘는다고 하니 어지간히 영어를 좋아하거나 저자의 엄청난 팬인 독자가 아니면 쉽게 읽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분량을 대폭 줄이고 새로운 글쓰기 형식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 어원에 대한 연구가 많은데 이것이 영어 단어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그 시대를 지나 현대로 오면서 어떻게 의미가 바뀌었는지 알려준다. 가끔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면 잠시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솟구치지만 일시적 현상이다. 또 이 책 상당 부분은 저자의 독서 노트이기도 하다. 저자의 방대한 저서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짐작하게 만든다.

 

모두 열 장으로 나눴다. 음식문화에서 시작하여 민족과 인종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각 장은 열 단어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한 단어를 먼저 내세우고, 이 단어의 어원과 의미를 풀고,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 자신의 의견이 바로 나오는 부분보다 신문 기사나 다른 책들의 인용으로 채워진 부분이 더 많게 다가온다. 물론 이것을 편집하고 인용과 인용 사이를 이어주고 해석을 곁들이는 것은 저자의 노력이자 의도다. 그리고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번역과 저자의 번역을 비교해보게 된다. 물론 나의 번역은 대부분 직역이고, 더 많은 부분은 제대로 해석조차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소소한 재미를 누렸다.

 

언어와 인문학. 사실 이 둘은 떼어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언어가 없다면 인문학도 존재할 수 없다. 단순히 말만 의미한다면 굉장히 축소된 개념이겠지만 이 속에는 문자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이것은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에서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인간이 철학적 사고를 배우고, 하게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책 속에서도 하나의 언어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지 알려준다. 이때 우리의 인식 한계나 몰랐던 부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아주 많았다. 특히 관용어나 숙어가 왜 그런 의미가 되었는지 알려줄 때 학창시절 무심코 외웠던 단어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나의 영어가 늘어나지는 않지만.

 

대부분 낯선 이야기지만 알고 있던 것도 몇 개 있다. 이럴 때 괜히 반가웠다. 자주 나오는 영어 해석을 둘러싼 반론 중 하나가 어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번역을 엉터리로 했다는 것인데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았다. 능력이 부족해 직역을 겨우 할 수밖에 없는 나에게 이런 번역자들의 수준 높은 번역은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영어 단어를 인간관계를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으로 확대하면서 인문학적으로 풀어낼 때 다시금 이 책이 단순한 영어 어원을 다룬 책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 단어들이 왜 선택되었는지 각 장의 범주 속에서, 각 단어를 다룬 제목 속에서 조금씩 알 수 있다.

 

나의 경우 재미있었는데 영어를 못하거나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지루할 것 같다. 적지 않은 영어가 나오는데 모르는 단어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쉬운 문장도 많지만 신경 써 번역에 집중해야 하는 문장도 적지 않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어원을 즐기면서 어원과 용법에 따른 인문학적 정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은 사람은 이 책도 강준만 식 글쓰기란 것을 쉽게 알 것이다. 익숙한 글쓰기라 반갑고 쉽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나의 경우 영어가 조금 장애 요소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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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1 - 팥알이와 콩알이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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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편의 고양이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개나 고양이를 어릴 때 집에서 키워 본 적이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한 번도 직접 키워본 적이 없다. 가끔 본가에 가면 강아지들과 잠시 놀아주고, 공원에서 야생고양이 눈을 잠깐 마주치지만 단지 그 순간뿐이다. 현재까지 그렇다. 가끔 강아지나 고양이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늘 한 마리 정도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그 상상의 끝은 늘 ‘쉽지 않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고양이가 보여주는 행동들은 너무 귀엽다.

 

두 고양이 이름은 팥알이와 콩알이다. 원래 한 마리만 분양 받아오려고 했는데 모두 달라붙어 두 마리만 데리고 왔다. 암수 한 쌍인데 이 두 마리 고양이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수컷보다 암컷 팥알이 더 활동적이다. 그렇지만 겁은 더 많다. 콩알의 먹성은 대단하고, 상대적으로 느긋한 성격이다. 팥알이 이끌고 콩알이 따라가는 모양인데 이들의 모험과 탐구 정신은 늘 사고를 일으킨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늘 있는 일이겠지만 직접 집안에서 키워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결코 평범한 일상이 아니다.

 

이 두 고양이가 낯선 집에 와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첫 번째 대상은 할아버지다. 살색 내의와 대머리 때문에 완전 누드로 보이는데 재미난 점은 손님이 오면 가발을 쓰고 간다는 것이다. 이때 이전에 본 할아버지와 싱크가 맞는다. 이후 할아버지는 내복으로 불리고, 이 둘과 놀아주면서 고요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두 고양이가 참치 맛을 알게 만든다. 도도한 척하는 팥알이가 이 참치의 유혹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유혹의 목적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엄마의 나쁜 의도가 깔려있지만.

 

이야기는 이 집에 살고 있는 다섯 명의 일상으로 들어간다. 데리고 온 주인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할아버지고, 갈등의 만들어내는 것은 엄마다. 오타쿠 기질이 있는 오빠는 고양이가 저지른 일 때문에 기겁을 하고, 투명인간 같은 아빠의 존재는 신비롭게 흘러나온다. 이 모든 것을 고양이의 시선에서 봐라 보는데 간결한 그림체와 많지 않은 대화로 그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이 말썽꾸러기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고 사랑스럽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그만큼 감정이 메말랐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니라면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하거나.

 

현재 일본에서 3권까지 나왔다고 한다. 앞으로 두 번 더 이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을 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번역 출간될 때 이야기다. 스물다섯 에피소드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역시 할아버지 가발을 가지고 노는 것과 이 가발을 쓰고 친구를 만나는 장면이다. 다른 하나는 투명인간 같은 아버지가 엄마의 외침에 그 기척을 지우고 점점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집동자귀신 아저씨가 이 둘을 쓰담쓰담 할 때 그 따스함이 가득해지고, 할아버지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잠들 때 공생의 의미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마리 고양이, 팥알과 콩알의 우당탕탕 사고 일지는 최고의 콤비가 보여줄 수 있는 재미를 준다. 이것은 고양이를 사랑하고 지속적인 관찰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고양이를 정말 싫어하지 않는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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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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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나왔다가 절판된 후 출판사를 바꿔 재간되었다.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문체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비슷한 것도 있다. 괴담 혹은 기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이 단편집에 실린 여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들이다. 환생, 도깨비, 기물, 기담, 언령, 환상 등을 소재로 기억과 추억을 풀어낸다. 소재는 특이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감성은 그리움과 향수와 애절함 등이다. 동화 같은 분위기도 살짝 풍기는데 한 편 한 편이 감성을 자극한다.

 

<꽃밥>은 환생한 여동생 이야기다. 전생의 기억을 잊지 않고 어린 아이의 몸으로 그곳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오빠의 도움으로 성공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애절한 사랑이다. 죄의식으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그가 선택한 것이 최소한의 음식 섭취다. 다시 태어난 딸은 전생의 아버지를 위해 하나의 도시락을 만든다. 가족들만이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도까비의 밤>에서 도까비는 도깨비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재일한국인의 음이다. 혹시 했는데 역시 도깨비였다. 재일한국인 정호가 죽은 후 매일 밤 도깨비가 되어 그 동네를 돌아다닌다는 내용인데 그 시대의 삶이, 차별이 조용히 깔려 있다. 정호의 밤마실이 왠지 찡하게 다가온다.

 

<요정 생물>은 기이한 생물이 등장하면서 한 소녀의 첫사랑과 비틀리는 삶이 펼쳐진다. 코인로커 베이비라는 아기 유기와 소녀의 삶이 겹쳐지고, 요정 생물이 주는 쾌락과 그 속에 숨겨진 욕망의 다른 모습이 괴이하게 다가온다.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가장 우울한 엔딩이다. 반면에 <참 묘한 세상>은 웃기다. 삼촌의 장례식을 배경으로 그를 둘러싼 각각 다른 성격의 세 여자 이야기가 아주 코믹하게 풀려나온다. 마지막 장면은 반전처럼 다가오는데 앞에 읽었던 우울한 마무리를 웃음으로 가볍게 날려버린다.

 

<오쿠린바>는 말의 힘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오쿠린바가 지닌 힘이 너무나도 대단하여 그 힘을 나쁘게 사용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그 힘이 어디까지 발휘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지만.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인 ‘말이 씨가 된다’를 확대했고, 판타지 소설에서 마법사들의 그 주문과도 이어진다. <얼음나비>는 가슴 아픈 역사의 한 단면을 다룬다. 오해가 쌓여 외톨이가 된 소년이 묘지에서 열여덟 꽃다운 소녀와 만나 친분을 쌓는다. 소녀의 정체를 가장 쉽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아니 가슴 아프다. 일본이라는 공간 대신 한국을 넣어도 그대로 적용이 되어지는 역사의 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소재와 분위기로 이야기를 펼치지만 그 무대는 대부분 오사카 변두리 동네다. 재일동포들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일동포가 직접 간접적으로 등장한다. 언젠가 오사카에 가게 되면 한국인 거리를 한 번 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 아닌 과거의 기억 속에서 나왔다. 추억과 향수와 그리움과 애절함 등이 서로 뒤섞여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슈카와 미나토의 진면목을 이번 단편집을 통해 만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의 어릴 적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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