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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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언어를 연결시켜 재밌게 쓴 책이다. 실제 저자는 <교양영어사전 1,2>을 출간한 이력이 있다. 본 적은 없는데 분량이 상당하다고 서문에 적고 있다. 각 권이 800쪽이 넘는다고 하니 어지간히 영어를 좋아하거나 저자의 엄청난 팬인 독자가 아니면 쉽게 읽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분량을 대폭 줄이고 새로운 글쓰기 형식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 어원에 대한 연구가 많은데 이것이 영어 단어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그 시대를 지나 현대로 오면서 어떻게 의미가 바뀌었는지 알려준다. 가끔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면 잠시 영어 공부에 대한 열정이 솟구치지만 일시적 현상이다. 또 이 책 상당 부분은 저자의 독서 노트이기도 하다. 저자의 방대한 저서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짐작하게 만든다.

 

모두 열 장으로 나눴다. 음식문화에서 시작하여 민족과 인종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각 장은 열 단어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한 단어를 먼저 내세우고, 이 단어의 어원과 의미를 풀고,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보여준다. 저자 자신의 의견이 바로 나오는 부분보다 신문 기사나 다른 책들의 인용으로 채워진 부분이 더 많게 다가온다. 물론 이것을 편집하고 인용과 인용 사이를 이어주고 해석을 곁들이는 것은 저자의 노력이자 의도다. 그리고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번역과 저자의 번역을 비교해보게 된다. 물론 나의 번역은 대부분 직역이고, 더 많은 부분은 제대로 해석조차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소소한 재미를 누렸다.

 

언어와 인문학. 사실 이 둘은 떼어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언어가 없다면 인문학도 존재할 수 없다. 단순히 말만 의미한다면 굉장히 축소된 개념이겠지만 이 속에는 문자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이것은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에서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인간이 철학적 사고를 배우고, 하게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책 속에서도 하나의 언어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지 알려준다. 이때 우리의 인식 한계나 몰랐던 부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아주 많았다. 특히 관용어나 숙어가 왜 그런 의미가 되었는지 알려줄 때 학창시절 무심코 외웠던 단어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렇다고 나의 영어가 늘어나지는 않지만.

 

대부분 낯선 이야기지만 알고 있던 것도 몇 개 있다. 이럴 때 괜히 반가웠다. 자주 나오는 영어 해석을 둘러싼 반론 중 하나가 어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번역을 엉터리로 했다는 것인데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많았다. 능력이 부족해 직역을 겨우 할 수밖에 없는 나에게 이런 번역자들의 수준 높은 번역은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영어 단어를 인간관계를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으로 확대하면서 인문학적으로 풀어낼 때 다시금 이 책이 단순한 영어 어원을 다룬 책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 단어들이 왜 선택되었는지 각 장의 범주 속에서, 각 단어를 다룬 제목 속에서 조금씩 알 수 있다.

 

나의 경우 재미있었는데 영어를 못하거나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지루할 것 같다. 적지 않은 영어가 나오는데 모르는 단어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쉬운 문장도 많지만 신경 써 번역에 집중해야 하는 문장도 적지 않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어원을 즐기면서 어원과 용법에 따른 인문학적 정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은 사람은 이 책도 강준만 식 글쓰기란 것을 쉽게 알 것이다. 익숙한 글쓰기라 반갑고 쉽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나의 경우 영어가 조금 장애 요소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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