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1 - 팥알이와 콩알이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물다섯 편의 고양이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개나 고양이를 어릴 때 집에서 키워 본 적이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한 번도 직접 키워본 적이 없다. 가끔 본가에 가면 강아지들과 잠시 놀아주고, 공원에서 야생고양이 눈을 잠깐 마주치지만 단지 그 순간뿐이다. 현재까지 그렇다. 가끔 강아지나 고양이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늘 한 마리 정도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그 상상의 끝은 늘 ‘쉽지 않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고양이가 보여주는 행동들은 너무 귀엽다.

 

두 고양이 이름은 팥알이와 콩알이다. 원래 한 마리만 분양 받아오려고 했는데 모두 달라붙어 두 마리만 데리고 왔다. 암수 한 쌍인데 이 두 마리 고양이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수컷보다 암컷 팥알이 더 활동적이다. 그렇지만 겁은 더 많다. 콩알의 먹성은 대단하고, 상대적으로 느긋한 성격이다. 팥알이 이끌고 콩알이 따라가는 모양인데 이들의 모험과 탐구 정신은 늘 사고를 일으킨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늘 있는 일이겠지만 직접 집안에서 키워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결코 평범한 일상이 아니다.

 

이 두 고양이가 낯선 집에 와서 새로운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첫 번째 대상은 할아버지다. 살색 내의와 대머리 때문에 완전 누드로 보이는데 재미난 점은 손님이 오면 가발을 쓰고 간다는 것이다. 이때 이전에 본 할아버지와 싱크가 맞는다. 이후 할아버지는 내복으로 불리고, 이 둘과 놀아주면서 고요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두 고양이가 참치 맛을 알게 만든다. 도도한 척하는 팥알이가 이 참치의 유혹에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유혹의 목적이 고양이를 싫어하는 엄마의 나쁜 의도가 깔려있지만.

 

이야기는 이 집에 살고 있는 다섯 명의 일상으로 들어간다. 데리고 온 주인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할아버지고, 갈등의 만들어내는 것은 엄마다. 오타쿠 기질이 있는 오빠는 고양이가 저지른 일 때문에 기겁을 하고, 투명인간 같은 아빠의 존재는 신비롭게 흘러나온다. 이 모든 것을 고양이의 시선에서 봐라 보는데 간결한 그림체와 많지 않은 대화로 그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이 말썽꾸러기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고 사랑스럽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그만큼 감정이 메말랐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니라면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하거나.

 

현재 일본에서 3권까지 나왔다고 한다. 앞으로 두 번 더 이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을 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번역 출간될 때 이야기다. 스물다섯 에피소드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역시 할아버지 가발을 가지고 노는 것과 이 가발을 쓰고 친구를 만나는 장면이다. 다른 하나는 투명인간 같은 아버지가 엄마의 외침에 그 기척을 지우고 점점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집동자귀신 아저씨가 이 둘을 쓰담쓰담 할 때 그 따스함이 가득해지고, 할아버지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잠들 때 공생의 의미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마리 고양이, 팥알과 콩알의 우당탕탕 사고 일지는 최고의 콤비가 보여줄 수 있는 재미를 준다. 이것은 고양이를 사랑하고 지속적인 관찰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고양이를 정말 싫어하지 않는다면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