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섬 - 악마를 잡기위해 지옥의 섬으로 들어가다
나혁진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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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한민국은 부채 폭발로 경제 위기에 빠진다. 이로 인해 사회는 무법천지가 된다. 새롭게 정권을 잡은 정부는 흉악 범죄자들을 격리시키는 법을 제정한다. 영구추방법이다. 그리고 필리핀의 한 섬을 빌려 범죄자들을 격리시킨다. 교도섬 카베사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 섬은 한 번 들어오면 죽어서도 나갈 수 없다. 몇 가지 물건을 준 후 섬 안으로 들여보내고,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을 쳐두었기 때문이다. 바다는 해류의 흐름 때문에 뗏목으로 벗어날 수 없다. 죄수들을 관리하기 위한 간수들은 입도할 때만 만날 수 있다. 이 설정을 보면서 무협에서 흔히 다루던 마인들의 유형지가 떠올랐다.

 

전직 경찰 간부 장은준이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마를 죽이기 위해 이 섬에 들어온다. 연쇄살인마라는 정보 조작을 통해서. 그런데 이 장은준이 연쇄살인마라는 악명을 뒤집어 쓴 채 복수를 위해 들어왔다고 보기 힘든 모습을 보여준다. 악마로 설정한 살인자를 죽이기 위해 엄청난 결심을 한 사람답지 않게 나약하고 연약하다. 경찰이었던 이력 때문인지 사람을 쉽게 믿고 허술한 행동을 곳곳에서 한다. 행운이 이어지지 않았다면 섬에 들어오자마자 죽었을 것이다. 그의 최고 행운은 바로 꼽추를 돕기 위해 한 행동 때문에 최고의 암살자 추응을 만난 것이다. 이후 추응은 그의 좋은 보호막이 된다.

 

약간 허술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잘 읽힌다. 그 이유는 바로 추응 때문이다. 추응은 조용하면서도 아주 파괴적인 인물이다.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상대를 단숨에 제압한다. 장은준이 이 섬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이었다. 바로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인 악마의 살인을 의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추응은 10년 전 저지른 실수 때문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인을 자제하면서 살고 있다. 꼽추로 변신해서 추응이 죽은 것처럼 위장하고 살았다. 은준이 보여준 한 번의 선의가 그의 정체를 드러나게 만들었다. 이 둘은 어느 순간 좋은 친구가 된다. 흉악범들로 가득한 이 섬에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극히 일부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복수극이 이 소설에는 없다. 복수 의지에 사로잡힌 인물의 치밀하고 파괴적인 활동도 없고, 그 의지를 끊임없이 되새겨 줄 모습도 보여주지 못한다. 시원한 콜라 한 병에 흔들리고, 닭싸움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긴다. 신경삼을 보았을 때 분노가 폭발하고 이성을 잃지만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답답하다. 무술 영화처럼 복수를 위해 추응에게 무술을 배운다거나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거나 하는 행동도 없다. 그 대신 경찰이었던 전력을 살려 밀실 살인 사건을 해결하거나 과거의 의문을 풀어내면서 친구들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다. 물론 이 때문에 생사를 같이 할 두 친구를 얻게 되지만 비장하고 비정한 장면들이 없다.

 

치밀한 설정에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은 듯하다. 섬에 전기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성제가 어떻게 권력을 잡았는지, 흉악범들이 장은준의 존재를 너무 모르거나 무시한다거나 하는 등. 물론 이것이 작가의 의도적인 생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은준이 생각한 악마의 이미지가 이 섬에서 바뀐 것이나 그의 의지가 너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몰입을 약하게 만든다. 저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장르를 소설 속에 넣고 비벼 버무려놓았지만 감탄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다. 아쉽다. 조금 더 절제를 하고 설정에 공을 들였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그러나 이 세 사람의 조합이 재밌고 흥미로워 시리즈로 발전시켜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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